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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04 1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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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안다는 것에 대하여 #2
작년에는 하향적 인과를 중심으로 심리철학 이야기(https://pgr21.co.kr/?b=8&n=51913)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인식론에서 중요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먼저 저번 시간(https://pgr21.co.kr/?b=8&n=58691)에 말씀드렸던 것을 정리해봅시다. 어떤 믿음이 다음 세 가지의 JTB조건을 충족하고, 오직 그럴 때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안다는 것과 JTB조건은 필요충분조건입니다.
1. (신념조건) S가 명제P를 믿는다.
2. (진리조건) P가 참이다.
3. (정당화조건)S가 P를 믿는 건 정당하다.

이에 대해 게티어는 JTB조건을 충족하지만 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예를 가져옵니다. 이해하기 쉽게 바꿔보면 이런 겁니다.

1. 켈로그김 님은 책상에 똥을 쌌습니다.
2. 운영진이 켈로그김 님을 새 운영진으로 뽑겠다는 공지를 작성했습니다.
1번과 2번을 조합해 저는 다음 명제를 믿게 되었습니다.
[3. 새 운영진이 될 사람은 책상에 똥을 싼 사람이다.]
그런데 그 공지를 보고 피지알러들은 아무리 피지알의 상징이 똥이라지만, 어떻게 책상에 똥을 싼 사람을 운영진으로 뽑을 수 있냐면서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진은 거센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고 켈로그김 님의 운영진 내정을 취소하고 새 운영진 A를 운영진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새 운영진 A가 사실 자기도 책상에 똥을 싼 적이 있다는 자기소개를 작성했습니다.

문제는 3번 명제입니다. 3번 명제가 JTB조건을 충족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제가 그렇게 믿었으니 믿음조건은 충족합니다. 새 운영진의 자기소개로 비추어보아 진리조건도 충족합니다. 정당화조건은 어떨까요? 1번 명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자명한 지식입니다. 2번 명제는 운영진의 공지이며 이는 사실로 믿을만한 정당한 근거가 됩니다. 그러한 두 가지 명제를 조합한 3번 명제가 조합과정에서 그 정당성을 잃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따라서 3번 명제는 JTB를 모두 충족합니다. 즉 정당화된 참된 믿음(justified true belief)입니다.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그것을 지식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3번 명제를 지식이라고 부르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게티어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지식의 필요충분조건을 논파했습니다. JTB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지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분석철학 전통에선 정당화 조건을 중심으로 ‘안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지에 대한 답 없어 보이는 기나긴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즉, 현대인식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번 글 낙타의 되새김질 님의 덧글에 의하면 게티어는 이 논문 이후로 논문을 쓰지 않았는데도 평생 교수를 했다고 합니다.
*저번에 두세 번 더 써야 본론을 시작할 것 같다고 써놨는데, 불필요한 내용인 것 같아 생략하고 이것으로 끝낼까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찾아보는 건 관심있으신 분들의 몫일 것 같습니다. 이 글로 관심갖게 되는 분이 생기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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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밀밭
15/06/04 12:19
수정 아이콘
저는 지식으로 불러도 될것 같은데...
15/06/04 12:25
수정 아이콘
딱히 틀린 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얻어진 지식이 정당하게 얻은 것인지 물어보면 그게 좀 애매하긴 하겠지요.
15/06/04 12:34
수정 아이콘
글은 s랑 p로 정당화시키는데 예시는 참인 명제랑 믿는 명제가 다른데요.
15/06/04 12:39
수정 아이콘
설명이 부족했나보네요. 위 JTB조건을 예시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념조건) 내가 명제[3. 새 운영진이 될 사람은 책상에 똥을 싼 사람이다.]를 믿는다.
2. (진리조건) 명제[3. 새 운영진이 될 사람은 책상에 똥을 싼 사람이다.]가 참이다.
3. (정당화조건) 내가 명제[3. 새 운영진이 될 사람은 책상에 똥을 싼 사람이다.]를 믿는 건 정당하다.
15/06/04 12:54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전 글을 이제야 봤네요.
일단 주어진 예시의 사례는 믿음이 정당하다고 보입니다만 정당하다라는 말이 가치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아마 반례처럼 보이는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을 까 싶네요. 정말 반례가 있다면 그도 궁금하고요.
15/06/04 13:03
수정 아이콘
제가 괜히 반례라는 이야기를 써서 헷갈리게 해드린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JTB조건이 지식을 정의하는 표준이었는데 게티어가 그에 대해 반박하는 예(반례)를 들어 JTB조건을 무너트렸다는 맥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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