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전, 피지알을 하다 오르는 열에 샤워를 하고 몸을 닦으려는 찰라, 수건을 넣어둔 수납장의 유리문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습니다.
가장 먼저 수납장 문을 어쩔까 잠시 고민을 했다가 그냥 없는 채로 살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 다음으로 깨진 유리를 치울 귀찮음에 짜증을 내면서 고개를 숙였더니 바닥이 시뻘게졌더군요.
그러고보니 다리 쪽이 따가웠던 것도 같았는데, 그 근처서부터 빨갛게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닦지도 않은터라 묻은 물을 타고 쫙 퍼진거죠.

대충 상체를 닦고, 물로 피를 닦아내려고 하다가 슬쩍 따가워서 그만 뒀습니다. 아픈 건 싫거든요.
그러고는 방으로 와서 안경을 쓰고보니 생각보다 상처가 컸습니다. 대략 1센치정도 깊이로 4센치정도 찢어져서 벌어져있더군요.
편의점에 가서 연고랑 붕대를 사려했던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고, 꿰메야하는 상처였습니다.
병원에 가야하는데 어느 병원이 가까운지 모르겠더군요. 다리쪽의 상처기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곳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데, 휴일의 이 시간에도 열었을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119로 전화했습니다.
전 가까운 병원이 어딘지 물으려고 전화를 했는데, 제 말은 씹히고 집주소나 부르라고 하더군요.
집주소를 부른 후에 옷을 다 벗고 있었기에 황급히 입고, 문단속도 다 하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마침 응급차가 도착해서 차에 올라탔구요. 차 내에서 간단하게 상처를 붕대로 감은 후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결국 상처도 꿰맸는데, 그 아래 긁힌 상처라고 생각했던 곳도 한 바늘 꿰매더군요. 역시 아픈 곳은 의사가 봐야합니다.

피도 흘리고, 피같은 돈도 3만원 넘게 날아가고, 내일도 병원에 가야하니 돈도 더 깨질테고,
2주간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안된다는데, 다리에 물이 안닿게 어떻게 샤워를 해야하는지 막막한 기분을 느끼며 집에 와 앉았습니다.
이렇게 사소하고 스펙타클한 소소한 모험기라도 누군가에게 말해서 위안받고 싶은데, 딱히 말 할 사람이 없어 이렇게 피지알에 글을 씁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것이 옳지만, 봐주세요.
이제 귀찮음을 이겨내고 깨진 유리를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PS. 구급대원들의 대처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은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리시더군요.
이 고마움을 119에 전화해서 표현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