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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30 13:41:28
Name 아하스페르츠
Subject [일반] 흐린 기억 속의 운동권
제가 파릇파릇한 새내기라 불리던 1994년,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학교의 과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총학생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권이었습니다. 동아리들도 운동권 계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TV뉴스가 세상을 보는 주요한 창이었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폭력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이며, 3당 합당을 통해 국정을 원활하게 한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씨의 결단이 구국의 결단인 줄 알았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나오랍니다.
대학 선배들은 얼마나 멋진 모습일 지 상상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노래를 한 곡씩 부르랍니다.
가끔 신나는 가요를 부르는 선배들도 있지만, 선배들의 대부분은 처음 들어보는 선동적인 노래를 부릅니다.
그런 노래를 부르면 선배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부릅니다.
때로는 과격한 내용의 가사에 의아하긴 했지만, 단합된 분위기가 좋아서 그에 휩싸여 어울립니다.
그 이후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기억은 장기자랑, 술, 게임 등의 즐거운 일들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을 가르쳐 주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조언을 잊지 않는 선배들이 멋있어 보입니다.

입학 전, 예비 소집일에 그 OT에서 보았던 2학년 과대표 선배와 3학년 학생회장 선배가 와 있습니다.
수강 신청의 요령을 가르쳐 준다며, 교양 필수, 전공 필수에 해당하는 과목과 추천할 만한 교양 과목을 가르쳐 줍니다.
수강 신청이 학점의 반을 결정한다는 전략적인 조언도 잊지 않으며,
'한국 현대사의 이해'라는 과목은 꼭 들어볼만 하다고 샘플 수강신청 양식에 집어 넣어 두었더군요.
순진한 저는 그대로 따랐습니다. 상당수의 친구들이 그러했구요.
그러면서 과 내에 있는 이런 저런 학회에 대해 소개합니다. 학회에 가입하면 선배들과 유대도 쌓을 수 있고, 도움도 많이 얻는다며 홍보합니다.
순진한 저는 학회에도 좋은 선배님들이 있는 곳이니 좋은 곳이려니 하면서 그 자리에서 학회에 줄줄이 가입합니다.

'한국 현대사의 이해' 수업에서 들은 내용은 저에게 어느 정도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만한 연구 자료를 가지고 저렇게 저명한 교수가 강의를 하는 내용이 허튼 것일 리가 없는데,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막연히 알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미국은 마냥 위대한 국가가 아니었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독재자이자 학살자였습니다. 제가 문제아들이라고 생각했던 폭력 시위를 하던 학생들은 그런 독재자들에 저항하던 '열사'였으며, 그런 '열사'의 칭호를 듣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제 대학 선배들이었습니다.

선배들이 사주는 밥과 술이 좋아서 가입한 학회에서는 매주 세미나를 하였습니다.
여러 인문과학, 사회과학 서적을 주제로 한 명이 발제를 하여 모여서 토론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지금은 술집이 즐비한 학교 앞 녹두거리는 당시만 해도 그런 세미나를 할 수 있는 7~8명의 라운드 테이블이 즐비하게 놓여진 세미나용 커피숖이 많이 있었으며, 이 것이 대학의 중요한 문화라고 생각 될 정도였습니다.
그 세미나를 통해 노동문제, 사회문제를 배워 갔습니다. 맑시즘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어느 정도 '의식화'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학생회에 참여하고 있는 선배들과 꽤 돈독한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여름 방학에 같이 농활도 하고, 여행도 하고, MT도 하면서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매일 밤새워 술을 마시며 놀기도 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집회, 시위에도 몇 번 참가합니다.

1학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학생회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친한 선배들을 돕는 일이니, 기꺼이 하겠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즈음에 많이 안하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과는 전통적으로 PD계열인데, 단대 학생회와 총학, 한총련은 NL이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도 학생회 활동을 하려면, 노선을 정해야 할 거라는 겁니다. 그 때까지는 NL, PD에 대해 스쳐가듯 듣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신경 써본 적은 없었습니다.

NL은 우리 민족의 주요한 문제의 근원이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분단에 있으므로, 자주적으로 통일을 하여 민족 해방을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통일은 물론 공산주의 체제로의 통일입니다.

PD는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뛰어 넘은 공산주의 혁명을 완수하여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사회를 의식화하고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자주적인 힘을 기르고 통일을 지향하는 모습을 갖춰야 된다는 데에는 동의했었지만, 통일을 동해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었습니다. 중국과 소련에 의존적인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간의 연합이니 괜찮고, 우리나라가 미국에 의존적인 것은 제국주의의 실직적인 식민지배를 받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의 독재와 세습에는 눈감고, 오히려 당시에는 선거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의 당적을 들어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노동자, 농민 등 소외 계층의 아픔을 감싸 안고,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자는 방향성에는 동의 했었지만, 그를 통해 사회 주의, 공산 주의 혁명을 이뤄내자는 데에 동의한 적은 없었습니다.

소련이 건재하여 공산주의에 대한 실험이 진행 되고 있으며, 정당성 없는 정권의 독재와 싸우는 시대를 거치던 과거에는 할 수 있는 생각이었는 지 몰라도, 소련의 붕괴, 대한민국의 민주화, 북한의 세습과 독재, 북한 경제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가질 수 있는 이념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선배들도 과거의 영향이 있어서, 그 무리를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이지 계속해서 그런 노선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NL에 몸담았던 선배, PD에 몸담았던 선배들과 겨울 방학에 같이 여행을 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주적 통일이 북한의 체제로 통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냐? 우리의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공산주의 혁명인 것이냐?
그 선배들의 대답은 '그렇다.'였습니다. 본인들 스스로가 공산주의자라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저의 짧은 운동권 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멋있어 보이던 선배들이 더이상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중 가요를 부르며, 동지를 찾고, 투쟁을 찾고, 혁명을 찾던 노래 가사들이 그저 가사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우스웠습니다.

2학년이 되어 저는 오히려 후배들과 맑시즘과 연관 된 사회과학 서적도 교양 수준으로 다루기는 하되,
일반 교양에 관계된 도서들 위주로 학회를 운영하여 학회의 전통을 파괴한 희대의 역적이 되었습니다.

3학년이 되어서는 학생회에서는 제가 후배들을 모아 매년 8월 15일에 하던 행사에 참여하길 바랬지만,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가버렸습니다. 프랑스에 있을 때 호텔 TV 뉴스에서 한국이 나오길래 놀라서 봤더니 한총련 연대 사태가 나오더군요. 귀국해 보니 많은 한 때 저의 '동지'였던 이들이 구속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후가 되니 국면이 달라졌습니다. 대부분 운동권이 입후보 하던 학생회 선거는 낮은 투표율로 재선거가 필요한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학교에서 비운동권 학생회장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뒤늦게 군대를 다녀와 보니 2000년대가 되어서는 학생회장의 주요 공약이 학내 복지, 축제 이런 것에 집중 되어 있더군요. 제가 알던 운동권 일색의 모습은 대학에서 더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랬던 것 처럼 더이상 NL이니, PD니 하는 이념이 대학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도록 시대가 변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NL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옛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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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리요정
13/08/30 13:48
수정 아이콘
한신대 2년정도 다니고 편입한 사람으로 글의 상당부분 공감하네요.
한신대는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었습니다. -_-)....
13/08/30 13:49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불쌍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현실감각이 전혀 없어서 대부분 힘들게 살거든요... 운동권도 학벌 좋고 외모 어느정도 되야 인정 받지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쩌리입니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월급 100만원 겨우 넘는 어디 지부 사무국장 하면서 사는 사람도 봤는데 제가 비운동권
학생회였기에 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 불쌍하더군요. 착한 사람들이예요. 본질이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대부분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선배들한테 혹은 이상에 제대로 꽂혀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예요.

물론 하는 짓은 정말 짜증납니다만.. 크크
삼공파일
13/08/30 13:56
수정 아이콘
이젠 잘 사는 사람도 꽤 많아요. 운동권이라고 가난하다는 것도 옛말... 대표적인 예로 이석기, 김재연.
13/08/30 14:44
수정 아이콘
최상위 두명만 놓고 잘사는 사람 많다고 하는게 이상하죠. 그냥 애초부터 잘살았던 사람들은 잘사는 거겠지만요.
朋友君
13/08/30 14:25
수정 아이콘
나이 40에 월급 100만원 겨우 넘으면 불쌍한건가요? 그리고 적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면에서 조금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도 사회를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렇게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수많은 활동가들 역시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일부와 과거의 순수한 노력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부는 제외입니다.)
13/08/30 14:43
수정 아이콘
충분히 불쌍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보는데요.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든 뭐든 현실적으로 어렵게 사는건 맞는거죠.
그리고 저희한테는 명백히 적이었습니다. NL들이랑 싸워보면 적이라고 할수밖에 없어요.
朋友君
13/08/30 14:53
수정 아이콘
불쌍하다의 정의가 서로 다른가 봅니다. 경제적으로 [조금] 궁핍한걸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요.
일부 운동권에 대한 적개심에는 공감합니다.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비이성적으로 조직이 운영되기도 했고, 지금도 그 일부의 사람들이 하는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그렇다 해도 적이라는 표현은 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동섭
13/08/30 14:51
수정 아이콘
글쎄요, 불쌍해보이는데요;
가만히 손을 잡으
13/08/30 14:17
수정 아이콘
학교에 있을때 정말 똑똑하고 이쁜 동기생 하나가 운동권이었는데 NL이었어요.
공부도 잘해서 장학금도 항상 받고 그래서 개들을 호감있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아..부연하자면 제가 호감을 느낀 부분은 공부열심히 하고 생활잘해서 였어요. 이뻐서는 절대 아님!
무검칠자
13/08/30 14:18
수정 아이콘
저희 과 선배 중에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배들을 인간 쓰레기 취급하던 사람이 있었죠.

어떻게해서든 의식을 심어주려고 애를 쓰던. 그런데 그러기엔 저와 제 친구들이 좀 또라이기질이 있어서...(메탈에 미쳐서 염색에 해골귀걸이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선배는 수원에 있는 노조없기로 유명한 국내 1등기업에서 잘나가는 차장으로 지내고 있더라고요.

뭐 생각의 변화야 그럴 수 있다쳐도 내가 그 사람에게 당했던 모욕과 조롱은...참 어이없죠.
아하스페르츠
13/08/30 14:21
수정 아이콘
당시 제게 영향을 주었던 선배들 상당수가 대기업 다니거나 기업인으로 신문 지상에 가끔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요즘 만나서 학생 때 얘기하면, 뭐... 그냥 웃더군요.
감모여재
13/08/30 14:28
수정 아이콘
뭐..다 그런거죠.. 제 주변에도 운동권 열심히 하다가 기업가고 고시보고 조중동 가고.. 그러는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정계진출 하거나...
가만히 손을 잡으
13/08/30 14:37
수정 아이콘
이런 제가 위에 쓴 친구도 제가 그 기업들어가 싱글에서 조회하니 용인에 있던데요. 허허.
13/08/30 16:49
수정 아이콘
새내기 시절엔 두학번 위 선배가 그렇게 높아보일 수 없었는데, 막상 삼학년이 되니 그리 대단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었고.. 이제와 돌아보면 여전히 배울게 한참 많이 남았던, 미숙한 점이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그 선배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가능하다면 걍 용서해 버리시고, 그렇지 않다면 사과를 받아보세요.
보고픈
13/08/30 14:38
수정 아이콘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 상황만 봐도 이석기류의 시대착오적 망상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여파를 던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네요.
작년 경선사건으로 진보세력의 뿌리를 흔들더니 이제 그나마 가느다랗게 명맥을 유지하던 진보세력은 남은 뿌리마저 다 뽑혀 버리고 말겠습니다.
13/08/30 14:39
수정 아이콘
사기꾼에게 사기당해놓고 그걸 알려줬다고 다른 사기꾼을 또 덥썩 믿으면서 콤보로 2차 사기를 당하는 경우인듯 보이죠
그래서 오히려 착하다면 착하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속아넘어가는 듯한 모양새도 나오는 거고요
그러다 끝까지 정신 못차린 사람들도 생기게 되고 그런 사람들은 피지알 유머식으로 3번씩 당하기도 하고
아님 시간이 흐르다보면 다니다 듣고 본게 그런 것들뿐이어선지 아예 본인들이 그 사기꾼이 되어버리기도 하지요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몰랐던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그것을 통해 자기머리로 생각하는 것의 균형을 찾아가기 마련이고
그런게 바로 정신적성숙의 단계일텐데 꼭 이런 주사파의 예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은 그런 면이 많이 부족해보이더군요
13/08/30 14:47
수정 아이콘
정말 극도로 싫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딱 남이하면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인 사람들이라..

뭐 할때마다 자기들 권한있음 마음대로, 권한없고 맘에 안들면
이리저리 태클걸면서 질질끄는데 ..
대학다니면서 유일하게 대판 싸워보고 연을 끊은 사람들이 운동권이었죠
안동섭
13/08/30 14:48
수정 아이콘
저는 03 학번인데, 10년 전이나 저 때나 운동권 문화는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저는 그 "의식화"가 싫어서 1학년 때 이미 99학번 선배와 대놓고 배틀 뜬 후 학회에서 튕겨져나갔다는 정도 -_-;
처음엔 이렇게 튕겨져 나가고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나가고 나니 저처럼 밖으로 나온 친구들이 눈에 띄더군요.
심지어 소수도 아니었습니다.
목소리를 안내서 그렇지.
그 중 스타 좋아하는 친구들과 죽이 맞아서 스타회를 구성하고
매일 피시방가서 단체로 4:4를 즐기는게 일상이 되었죠.
그리고 저는 결국 2학년 때 총학 선거 비권후보 선거캠프에 들어가 비권이던 선배 하나를 부학생회장으로 당선시키는 반란에 성공하는데....덜덜..
아 그립네요 흐흐
그 땐 포풍같이 살았는데
이제 보니 다 즐거운 추억입니다.
공안9과
13/08/30 15:02
수정 아이콘
같은 연배라 반갑습니다.^^ 1학년 때 농활갔던 기억이 나네요.
학생회관에 모여서 괴이한 구호 같은 걸 외치고, 강원도 도착하자마자 농민가 부를때만 해도, 이게 운동권 행사인줄도 몰랐습니다.;;
같이 갔던 동기는 여의도에서 열린 한칠레FTA 반대시위에 끌려가서 돌격하다가, 소주병에 미끄러져 자빠지기도 했었죠. 크크
술자리에서 그 쪽 네임드였던 97학번 선배의 화려한 언변에 말려들기도 했었습니다.
나이 서른에 수능 다시 봐서 들어온 선배 누나는 거기에 완전히 코꿰서 삼보일배 같은데 끌려다니고 있더군요.
아무튼 나름 연대, 동지, 농민 어쩌고를 이해한 계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년 후, 방패와 하이바 너머로 울려퍼지는 농민가를 듣게 되는데...
사악군
13/08/30 17:04
수정 아이콘
저도 농활갔던 생각나네요. 농활이 농촌봉사활동이 아닌 농민의식화활동이라는 걸 알았을 때 좀 충격..
봉사활동 후 장년반 여성반 청년반 아동반으로 나뉘어 의식화교육에 들어가고..
(물론 아동반은 아이들이랑 놀아주는거죠. 다른 분들이 애들안보고 교육받을(?)수 있도록)
(저희는 그런 경우는 없었는데 아동에게도 의식화 교육을 하라는 취지였다면 죽일 놈들입니다..만 그런 일은 적어도 저는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몇가지 충격을 더 받았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철없는 1학년 새내기에게
똑똑하고 깨어있고 멋있어 보였던 선배들보다
인생을 아시는 농민분들이 더 합리적이셨고 (물론 케바케입니다만
저도 솔직히 농부아저씨가 그렇게 현명하실거라 생각을 못했었지요. 물론 별 생각없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 다음 해에 여학생 성추행(술따르라 강요했다는) 논란 벌어지는 거 보고 운동권에 학을 뗐습니다.
그 문제의 해에 저는 사정이 생겨서 농활에 참가를 못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해에 있었던 술자리에 비추어보면 그렇게 진행될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민중가요 율동은 이제 하나도 기억 안나네요.크크크크

..
그시기
13/08/30 14:51
수정 아이콘
저는 97학번 이었는데 공대생;;;이었지만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광고동아리에 들어가서 1,2학년 군대가기전을 거의 동아리방에서 살다시피 해서
운동권 학생들과도 많이 얘기해봤는데 그때 느꼇던건 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 였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 그냥 술먹으러 가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술 잘 마셧던 기억은 참 많네요. 그중에 한 친구는 당구도 잘쳐서 꽤나 같이 어울렸었는데...

그때 그 친구들 지금은 다들 머할지 궁금하네요
13/08/30 14:55
수정 아이콘
그래도 극단과 극단이 만나 중화되서 이정도의 나라에 살게된게 아니겠습니까.
푸른봄
13/08/30 15:00
수정 아이콘
전 02학번인데 저희 학교가 한총련 세력이 좀 셌던 학교여서.. 그냥 이런 거 저런 거 보면서 한총련과 운동권에 학을 뗐더랬습니다. 그래서 새누리 계열만큼이나 통진당 계열에 치를 떨었죠. 제가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댄스 동아리까지는 못 들고 민중가요 율동 동아리를 들었었는데 민중가요에 맞춰 율동한다는 이유 만으로 운동권으로 오해도 많이 받고... 물론 그것 때문에 운동권 비슷한 행사에 갈 기회도 있고 그랬는데 이래저래 잘 피했던 기억이...
저글링아빠
13/08/30 15:24
수정 아이콘
철지난 용어지만 소위 X세대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학내문제중 운동에 관한 이슈는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죠^^

욕보셨습니다. 누구의 잘못은 아니고.. 그 땐 그냥 그렇던 시절이예요..^^;;
아하스페르츠
13/08/30 16:10
수정 아이콘
X세대라...., 정말 낯 간지러운 철지난 용어네요.

이제와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양을 넓혀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변수박
13/08/30 15:35
수정 아이콘
흐흐 94년에 태어난 신입생으로선 엄청 선배시네요. 올해 총학 선거를 처음 접했는데 2차 연장투표까지 가서도 겨우 어거지로 통과시키던데 지금과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랐군요. 저희 과 투표율은 10%가 될까말까던데... 사회대와 인문대 쪽에 진보적인 분들이 참 많긴 한데, 그것도 색깔이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아하스페르츠
13/08/30 16:02
수정 아이콘
헐... 엄청난 아저씨가 된 느낌이네요.

제게 94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한 해였습니다.

기록적인 더위라던가..., 김일성의 사망이라던가..., LG의 우승이라던가..., LG의 우승이라던가..., LG의 우승이라던가...,
13/08/30 15:55
수정 아이콘
NL. 무식한 행동주의자
PD. 유식한 이론가
21세기. 뭔진 모르겠지만 왠지 세련된...
으로 분류했었던 기억이;;;
아하스페르츠
13/08/30 16:03
수정 아이콘
그리고보니, 21세기 진보학생 연합이 94년에 출범했었군요. NL과 PD의 대립을 뛰어 넘겠다던...
저글링아빠
13/08/30 16:06
수정 아이콘
그러나 역시 현실은 어정쩡한 PD.. 였죠.. ^^;;

옆에서 PD랑 21세기연합이랑 논쟁하는 거 보면서 똑같은 애들이 왜저러나 하고 어처구니없어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아하스페르츠
13/08/30 16:12
수정 아이콘
NL은 파벌이 좀 갈려도, 민족 해방 한마디에 단결이 되는 반면.
PD는.... 아 머리 아파요. 이제는 잘 기억도 안나는... 그람시가 어쩌고 누가 어쩌고 하면서 이론 따지고, 전략 따지고...
어니닷
13/08/30 16:14
수정 아이콘
반갑네요~ 같은 94학번이네요.
94년도는 그야말로 우르과이라운드의 해였죠. 그때만해도 농촌은 금방이라도 다 망할것 같았는데 말이죠.
아하스페르츠
13/08/30 16:15
수정 아이콘
그 해 참여했던 집회가 UR 반대 집회였습니다. 보라매 공원에서 여의도 KBS까지 행진했었는데... . ^^; 저도 기억이 새록새록...
13/08/30 17:58
수정 아이콘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PD계열 스터디도 들어가보고
학생회에서 같이 일도 해봤는데,

그쪽 사람들을 겪으면 겪을수록 실망하고
끝내는 혐오하게 되더라구요.

한 3년 지켜보고 당해본 뒤로는
운동권이라면 치를 떱니다
알파스
13/08/31 01:35
수정 아이콘
첫번째 기억

중학생때 국사쌤이 출산으로 임시교사가 왔는데 오자마자 미국제국주의를 타도하자는 비디오를 보여주고 미국이 왜 나쁜지 북한은 얼마나 착한지 정말 세뇌수준으로 진행하더군요. 저도 그때는 웃대보면서 Fu**ing USA를 따라 부를만큼 반미감정이 있었지만 그 선생의 수업(?)을 듣고 나니 세상에 빨갱이란게 진짜로 있는거구나 하고 느껴지더군요. 물론 그 선생은 3일도 안되어 학부모들의 항의로 영영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두번째 기억

대학 새내기때 군에서 복학한 선배가 개량한복 차려입고 우리 총학은 지금 반민주주의로 지난 선거에 이겼으니 우리가 이번에 나서서 민주총학을 결성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남자들만 모아서 각자 공강시간을 적어내라고 합니다. 그 시간에 선거운동 도우라고. 이건 뭐지 하면서 그냥 백지 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적고 내냐니까 "솔직히 선배를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도와줘봤자 별로 도움도 안될거 같습니다"했더니 무슨 이완용 보듯이 째려보더군요. 애써 쿨한척 당당한척 했지만 속으로 '아 꼬였구나. 이렇게 내 대학생활은 망하는구나'했는데 다른 동기들이랑 선배들이 술 사주면서 잘했다고 하더군요. 대학 생활하면서 잘했다고 칭찬들은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세번째 기억

한창 한미FTA로 시끄러울때 지방에서 서울로 시위가고 재벌총수들 위아래 3대까지 욕하던 동기가 있었는데 그 동기도 졸업할때쯤 되니 당연히 그 재벌기업들에 응시원서 들이밀더군요. 면접스터디 같이 하면 어릴때부터 xxx회장님의 경영철학을 존경해왔다니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더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만 준비하더니 당연히 안됐습니다. 2년동안 안되니 자기도 포기했는지 요새는 다시 페북에 재벌총수 위아래 3대까지 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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