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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28 11:41:58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권신의 시대 ③ 교만
동흥전투에서의 대승과 한종 처형은 제갈각의 입지를 강력하게 해주었죠. 손준의 도움으로 자신을 제거하려던 손홍을 역으로 제거하는데 성공했고, 많은 정책으로 내부 지지도 얻었으며, 형주 지역의 군권을 비롯한 오의 실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제갈각은 직접적인 전공은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동흥전투의 대승으로 인해 제갈각은 큰 군공까지 세우면서 제갈각의 입지는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쳐블(Untouchable)이 되어갔습니다.

이 시기에 손준, 전씨 일가들도 숨을 죽이고 그냥 죽어지냈죠. 결국 제갈각에게 태클을 걸 사람도, 그를 제지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252년 12월 동흥전투에서 최종 승리한 제갈각은 위군을 깔보게 됩니다. 그럴만도 했죠.

253년 1월 5일 남군을 공격하던 왕창, 무창을 견제하던 관구검이 퇴각하면서 동흥 전투와 그에 해당하는 주 전장이 전부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동흥 전투로 인해 위나라 역시 대책을 강구합니다. 당시 제갈탄은 진동장군으로서 위의 남동전선을 통괄하고 있었는데 이 패전으로 인해 제갈탄은 벼슬이 깎여 진남장군 예주도독이 되어 후방인 예주를 지켰죠. 관구검은 진동장군이 되어 양주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월 동흥에서 싸워 이겼던 장수들과 군사들에게 논공행상이 시행됩니다.

제갈각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위를 공격하기로 합니다. 제갈각전에는 적을 경시하는 마음이 생겼고 동흥 전투에서 승리하자 다음해 봄에 바로 군을 출격시키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전장이 정리된 1월 5일을 기점으로 하면 근 2개월 내에, 건업으로 돌아온 것으로 치면 최소 1개월 내에 보복하려 한 것이죠. 이 사건의 주로서 인용된 한진춘추에는 제갈각이 사마 이형을 강유에게 보내서 촉오 공동전선을 펴자고 주장한 것으로 나옵니다. 강유전에는 제갈각에게 어떤 대답을 보냈는 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253년 비의가 암살되면서 강유는 수만의 병력을 이끌고 남안을 공격했다고 나옵니다. 제갈각의 의견에 호응한 것이죠.

여러 대신들은 제갈각의 이러한 무리한 원정을 만류합니다. 동흥전투에 대해서는 오의 갑작스런 기습으로 인해 위군이 자가붕괴를 일으켜 패했다는 기록이 많죠. 그러나 거기에 2개월이라는 기간은 준비기간이 상당히 촉박합니다. 군의 재편성, 병력과 보급물자 확충, 병력 확보 및 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이라는 기간은 군의 현대화가 이루어진 국가들도 상당히 촉박한 기간입니다. 고대 군대인데다가 호족들이 강한 입김을 여전히 가지고 있던 오군이 이 일을 2개월 내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중산대부로 있던 장연이라는 사람이 강력하게 이를 반대하자 제갈각이 장연을 죽일까 염려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부축해 바깥으로 내보내버리죠.

내부의 반대의견에 대해 제갈각은 글을 짓습니다.

무릇 하늘에는 두개의 태양이 없고 땅에는 두마리의 용이 없다. 왕된자가 천하를 겸병하는 일에 힘쓰지 않고 그자리만을 후세에게 남기려 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없었다. 옛날 전국시대의 각 제후들은 스스로 강력한 병사와 광범위한 영토에 의지하여 서로 구원하였는데, 이와 같은 정권은 충분히 대대로 전할수 있고 사람들이 위태롭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방종되게 하고 노고를 꺼려하여 진나라로 하여금 점점 강대하게 하면 결국에는 그들을 병탄시키는데, 이것은 과거의 사실이다. 근래에는 유경승이 형주에서 병사 1만명을 가지고 있고 재물과 식량은 산만큼 있지만, 조조는 아직 미미하여 그와 힘을 다투지 않고 그의 세력이 강대해져 여러 원씨를 병탄하여 멸망시키는 것을 좌시하고 있다. 북방이 전부 평정된후 조조는 30만명의 병사를 이끌고 형주를 향해 왔다. 그 당시는 비록 지혜로운 자가 있었지만 또 계획을 만들어 낼수 없었다. 그래서 유경승의 아들이 어깨를 교차시켜 투항을 요청해 결국 포로가 되었다. 적대 국가가 서로 병탄하려고 하는 것은 우너수가 서로 제거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원수가 있다고 하여 힘을 축적한다면 화는 자기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에게 있게 되니 멀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옛날 오자서가 말하기를 월나라가 10년간 백성들을 양육해서 모으고 10년간 훈련시키면 20년후에는 오나라가 전쟁에서 패하여 소택지가 될것이다. 라고 하였다. 부차는 오나라의 강대함에 의지하고 있으면서 이 말을 들었는데 이 때문에 오자서를 주살시키고 월나라에 대비하는 마음이 없었다 싸움에 패하여 후회함에 이르러서는 어찌 미치는 것이 있었겠는가? 월나라는 오나라에 비해 작았지만 여전히 오나라의 화근이 되었으니 하물며 월나라 보다 강대한 나라는 어떻겠는가? 옛날 진나라는 단지 관서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오히려 육국을 병탄하였으며 현재 적들이 모두 진, 조, 한, 위, 연, 제 등 아홉주의 땅을 얻었다

이땅은 모두 전쟁용 말이 생산되는 곳임 유능한 인재를 배출시킨 땅이다. 지금 위나라를 옛날 진나라에 비교하면, 토지의 수는 배나 되고 오와 촉을 고대의 육국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위나라를 대적할수 있는 까닭은 단지 조조시대의 병사들은 오늘 마침 힘을 다했고 이후에 출생한 자는 아직 성장하지 않아 바로 적군이 쇠약해지고 수가 적으며 아직 왕성해지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마의는 이전에 왕릉을 주살했고 이어서 그 자신도 죽었고 그의 아들은 어리고 약한데 독자적으로 대임을 맡고 있으므로 비록 지혜와 계책이 있는 선비가 있을지라도 임용할수 없을것이다. 응당 오늘 정벌해야 하며, 바로 그들이 액운을 만날때이다. 성인은 시기를 긴급히 붙잡는데 진실로 오늘을 말한것이다. 만일 사람들의 감정에 순응하여 편안함을 훔치려는 계획을 품고 있으면서 장강은 험난하여 대대로 전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위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논의하지 않고 오늘의 상황으로써 그 이후의 변화를 경시한다면 이것이 내가 길게 탄식하는 까닭일것이다. 고대 이래로 위정자들은 사람을 낳아 기르는 일에 힘썼는데 현재 적의 백성은 해마다 달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나이가 작아 아직 사용할수 없을 뿐이다. 만일 또 10년이 지나면, 위나라 백성들은 틀림없이 현재의 배가 될것이고 우리 나라의 강인한 병사가 주둔해 있는 곳은 모두 공허하게 되어 오직 이런 사람들이 대사를 정함을 볼수 있을뿐이다. 만일 그들을 일찍 사용하지 않고 얌점히 앉아 늙게 하여 또 10년이 지나면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며 이들 자제의수가 부족함을 보게 될것이다. 만일 적의 인구가 배로 증가하고 우리 병사가 절반으로 손실된다면 비록 또 이윤이나 관중이 계획할지라도 어떻게 할수 있겠는가

오늘 멀리 생각하는데 이르지 못하는 자는 틀림없이 나의 이런말을 실지와 거리가 멀어 어두운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환이 이르지 않았는데 미리 걱정하는것 이것이 진실로 사람들이 어둡다고 보는것이다. 어려움이 이르게 된 연후에 머리를 땅에 닿도록 굽혀 절하는 것은 비록 지혜가 있는 자일지라도 또한 방법을 도모할 수 없다. 이것은 고금의 병폐이지 오직 한 시대의 상황만은 아니다. 과거 오나라는 처음에 오자서의 견해를 어두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이르자 구할수 없었던 것이다. 유경승은 10년 뒤의 일을 생각할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자손을 남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 나 제갈각은 신하의 재능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위대한 오에서 소하와 곽광의 임무를 받았으며 지혜는 일반 사람들과 같고 생각하는 것은 먼 곳 까지 가지 못하지만 만일 오늘 국가를 위해 변방 지역을 개척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대 원수와 적은 더욱 강대해져 목을 잘라 잘못을 사죄하려고 해도 어찌 소용이 있겠는가? 오늘 사람들은 간혹 백성들이 여전히 빈곤하므로 휴식에 힘쓰도록 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크나큰 위험을 걱정할줄 모르고 작은 은혜를 베풀기 좋아하는것이다. 과거 한고조는 다행이도 삼진의 땅을 자신것으로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함곡관을 페쇄시키고 요충지를 지키며 직접 오락을 즐기지 않고 오히려 근거지를 나와 초나라를 공격하려다가 몸에 상처를 입고 갑옷에는 이가 생겼으며 장수와 병사들은 어려움과 고통을 견뎠겟는가? 어찌 예리한 칼날이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고 안녕을 잊었겠는가? 이것은 적과 우리가 끝까지 오랫동안 있을수없음을 생각한것일 뿐이다. 나는 언제나 형한이 공손술에게 출병하여 천하를 취하는 계책을 설명한 것을 보고 있으며 근래에는 집안의 숙부가 표를 올려 적과 천하를 다투는 계책에 관해 진술한것을 보았는데 일찍이 탄식하지 않았을 때가 없었다. 나는 밤이 되면 몸을 뒤척이며 이런것을 생각한다. 그래서 잠시 어리석은 생각을 적어 여러 군자들 곁으로 보낸다. 만일 하루 아침에 내가 죽는다면 지향하고 계획한 것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므로 후대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걱정한 일을 알게 되어 훗일을 생각할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숙부인 제갈량의 계획을 인용하면서 조조 시절에 복무했던 장수들과 군졸들이 대부분 죽은데다 사마의가 반란을 일으켜 유능한 사람들을 죽였으니 위의 국력이 약해졌고, 거기에 이대로 위를 놔둘경우 위의 힘이 촉과 오를 압도하니 지금 위를 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제갈각의 이런 말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하게 포장해주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를 반대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힘이 무서웠던 것이죠.

하지만 이럼에도 제갈각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단양태수 섭우는 제갈각에게 편지를 보내죠.

섭우 : 대행황제(손권)는 본래 동관을 막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계획은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당신은 대업을 보좌하여 선제의 유지를 완성하며 적군은 먼곳으로부터 사자를 보내오고 장사들은 위엄과 덕망에 의지하고 있으며 직접 출정하여 목숨을 바쳐 하루 아침에 비상한 공을 세웠는데, 어찌 종묘의 신령과 사직의 복이 아니겠습니까 ?마땅히 병사들을 안배해 날카로움을 기르도록 하고 기회를 봐 출동해야 합니다. 지금 당신들이 승리의 기세를 타고 또 대대적으로 출병하려고 하는데 천시로는 할수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임의로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있으니, 저의 마음은 불안합니다.

섭우는 제갈각에게 바로 단시간에 위를 함부로 공략할 수는 없으니 병력과 내실을 키운 뒤에 공격하자고 조언한 것이죠. 제갈각은 섭우의 편지 첫줄을 읽고는 바로 답장을 써보냅니다.

제갈각 : 그대에게는 비록 자연스런 이치가 있지만, 존망의 대국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의 문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깨달을 수 있을것입니다.

"내 말이 맞다니깐 뭔 고집이야!" 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제갈각은 이러한 충고들을 몽땅 무시합니다. 동흥 전투의 승전으로 인해 얻은 자신감이 점차 교만과 오만으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거기에 동흥전투가 끝나고 건업으로 회군한 지 근 한달만에 병력을 재편하고 출진하는데 병력을 어마어마하게 동원한 것이죠. 자신의 첫번째 원정군을 대규모로 편성하는데 동흥전투 당시 이끌고 간 4만이 아닌 그 다섯배인 20만명을 동원한 것이죠. 이 20만의 병력을 동원하느라 오 전 지역에서 병력을 끌어모았는데 20만의 병력을 유지할 보급물자 역시 동원해야 했기 때문에 오 전지역의 백성들이 크게 동요했고, 이로 인해 제갈각은 백성들의 인심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갈각이 이런 상황을 몰랐다면 바보였겠죠. 하지만 그는 이번 원정이 성공하면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은 쑥 들어갈 거라 여겼을 겁니다. 그가 처음 목표로 삼은 곳은 과거 동관이 중심이 되었던 회남지역이었습니다. 회남 지역을 차지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들어가기 쉽다는 것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휘하 부장들은 이것에 반대하죠. 회남 지역은 주민과 위군이 적어 도망가면 공을 세우기 어려우니 합비 신성을 공격하고, 합비 신성을 구원하러 달려오는 구원병을 격파하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제가 감안할때는 회남 공격이 오히려 공을 세울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241년 등애의 운하 건축이 완공되면서 회북 둔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수춘 지역의 물자와 식량이 회복되었고 수해가 없었다라고 나올정도로 이 이 회북 둔전이 이 지역의 위군의 보급 기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합비 지역은 합비 구성이 파괴되고 합비 신성이 내륙으로 후퇴하면서 합비 인근의 군둔전이 그 전의 효율이 상당히 악화되어 갔던 것이죠.

제갈각이 합비 신성에 집착했던 이유는 합비만큼 오에 큰 심리적 타격을 심하게 준 곳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는 세차례나 합비를 공격했습니다. 1차 합비 공방전에서는 장제에게 저지당했고, 2차 합비 공방전에서는 말 그대로 장료에게 관광 당했고, 3차 합비 신성 공략전에서는 만총과 전예의 계략에 빠져 싸워보지도 않고 퇴각해버린 전적이 있죠. 만일 합비 신성을 함락시킨다면 손권도 못한 일을 해낸 것이 되어 제갈각에 대한 반대여론이나 입지 위험은 아예 걱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갈각은 회남 공격군의 진격로를 돌려 합비 신성을 급습합니다. 기세를 탄 20만 대군의 공격 앞에 합비 신성은 매우 위태로웠습니다. 그리고 오 내의 인사들 역시 점점 제갈각의 독선에 질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합비 신성의 공략은 제갈각의 운명마저 달리게 되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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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28 11:54
수정 아이콘
합비 신성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군요.
문제는 자기 미래만 걸었다면 상관없는데, 애먼 국가의 미래까지 함께 끌고가서 쾅~
귤이씁니다
13/08/28 12:03
수정 아이콘
교만함은 언제나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오는것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카루오스
13/08/28 15:58
수정 아이콘
인생과 국운을 한방에 꽝!
산적왕루피
13/08/28 22:09
수정 아이콘
하...한방 러쉬..? 더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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