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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26 18:11:00
Name shadowtaki
Subject [일반] [영화]『일대종사』이 영화는 장쯔이가 캐리했네..
얼마 전 왕가위 감독에 대한 글도 썼었고 일대종사에 대한 기대감도 표현했던 만큼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써보고자 합니다.
글의 서두에 이 영화에 대한 한줄평을 남기자면 '또 보고 싶고 소장도 하고 싶은데.. 좋은 평은 못주겠다..'입니다.

1. 무술 혹은 쿵푸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이 영화의 목적입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왕가위 특유의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몸동작의 아름다움입니다. 아마도 영화제작 사상 가장 많은 무술 지도 혹은
액션 코디네이터가 참여하고 무술을 보여주는 모든 배우들에게 긴 시간동안 무술을 체득하도록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대결장면이나
무술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정말 최고의 화면을 보여줍니다. 그냥 이 화면들만 보고 있어도 영화표 값은 건졌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최고의 무술대결 장면은 '영웅'에서 보여주었던 무명(이연걸)과 은모장천(견자단)의 대결 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궁이(장쯔이)와 마삼(아마도 장지림??)의 기차역 대결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술덕후분들의 평가는 팔극권은 꽤 고증도 잘 되었고 마음에 드는데 영춘권은 영 아니더라.. 라는 평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2. 목적이 그거였다면 송혜교는 그냥 빼지 그랬어..
이 영화는 중간중간 멜로 감성에 화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 중 대부분을 송혜교가 차지하고 있지요. 그런데 송혜교는 일단
합류는 시켰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수적은 부인 역할을 맡기고 영화 중간부터 빼버리고 말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뜬금없이 스틸컷에 가까운 화면들에 등장하는데 영화의 감정선이 툭 튀는 느낌도 들고 난데없는 느낌도 들어서 차라리
아예 역할을 삭제해버리고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3인에 집중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 추측이건데 나름대로
궁이와 엽문의 감정적인 교감을 화양연화의 감정처럼 처리하려고 등장시킨 것 같은데 이도저도 되지 않은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송혜교는 이 영화에서 중국어를 총 3마디 하고 그 중에 한 장면은 얼굴이 화면에 잡히지 않은채 음성만 나옵니다..

3. 미스테리한 배우 장쯔이, 아쉬운 양조위
제가 가지고 있는 장쯔이라는 배우의 기억은 연기를 잘하는 것 같은데 참 작품선택이 잡종이구나.. 였습니다. 또 작품별로 연기에 대한
기복이 커서 과연 이번에는 어땠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온몸으로 보여주더군요. 얼핏보면 표정이 없어보이지만
그 얼굴에 굉장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습니다. 또 무술연기에 대한 부분도 가장 연습을 많이 한 것인지 소위 말하는
각이 잡혀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이 영화에서 장쯔이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첫번째 배우였습니다.
그에 비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엽문역할의 양조위는 실망이 컸습니다. 표정도 단조롭고 인상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평소에 가장
연기를 잘하는 외국배우를 뽑으라면 항상 첫 번째로 생각했던 배우였던지라 실망이 더 컸던 것 같네요..
영화의 주인공인 엽문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와야 하는데 궁이 역할의 장쯔이가 가장 많은 화면을 가져간 것만 보아도 이 영화는 장쯔이
캐리가 맞습니다. 문을 밀쳐내고 나가는 장쯔이의 모습이 어찌 그리 멋있던지..

4. 동사서독과 화양연화를 꿈꾸었지만...
불산 최강 영춘권의 엽문은 일제 강점기에 불산을 떠나 홍콩에 흘러 들어오게 된다.
동북을 평정한 중화무사회의 후계자 궁이도 흘러흘러 홍콩에 정착하게 된다.
일본 군부 수뇌를 암살했던 팔극권의 고수 일선천은 조직의 추적을 피해 홍콩으로 잠적하게 된다.
영화의 큰 구성을 보면 한 공간(홍콩)에 모여들게 되는 무술인, 스쳐지나가는 인연 등 많은 부분이 동사서독을 따라가려 했지만 영화 중간에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다보니 각자의 이야기가 따로 놀게 되면서 팔극권의 일선천 이야기가 너무 교차점 없이 붕 떠있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동사서독이 사막의 여관이라는 공간을 지나쳐가는 인물들의 사연 있었던 반면 일대종사는 홍콩에 모여들게 된 무술인들이 홍콩이라는 공간에
와야하는 당위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가 심심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많은 장면이 화양연화에서 차용되었는데 화면의 재활용이라느 느낌이
먼저 들었지 처음 그 장면들을 보았을 떄 느꼈던 감탄은 나오지 않더군요..

아직 이 영화를 물고 뜯고 씹고 즐기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이 영화의 진짜 맛을 모르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첫인상은 왕가위 영화중
밑에 위치할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나날이 발전해 가네요.. 계속해서 왕가위가 보여주는 영화의 장면들을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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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taki
13/08/26 18:14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쿠키영상)을 보면 왕가위 감독이 영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대충 마무리한 느낌이 들더군요..
찍어놓은 영상은 많고 보여주고 싶은데 영화의 이야기상 구겨넣을 곳이 없어서 쿠키영상으로 대방출한 느낌..
왕가위 감독도 영화를 좀 더 계획적으로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 많은 왕가위 영화를 보고싶기 때문에..
13/08/26 18:19
수정 아이콘
궁이와 마삼의 결투는 정말 명장면인거 동의합니다
땅과자유
13/08/26 18:52
수정 아이콘
글쓰신 분의 의견에 100% 동감합니다. 아름답지만 답답한, 몰입하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관객을 몰아내는..
또다른 편집본이나 또다른 감상을 통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개봉한 상태에서의 영화는 마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가짜로 세워진 건물과 같은 느낌이였습니다. 차라리 스토리 없이 주구장창 아름다운 장면만 보여주던지, 멜로를 하려면 그의 특기처럼 가슴 저미는 스토리 구조를 가져가던지 했었어야했는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보고나서 마음이 매우 심란했어요. '아 나의 왕가위는 이러면 안되는데...'

근데 송혜교 목소리는 맞나요? 전 구분을 못해서요. 그냥 너무 아쉽네요. 송혜교도... 홍콩 넘어오는 이야기 시간때문에 자른것 같아서 아내와의 이별이 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니 마지막 스틸컷에 송혜교 우는 얼굴은 아무 의미 없이 생뚱 맞은 기분이 드는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는 정말 이쁘더군요.
프즈히
13/08/26 18:59
수정 아이콘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저도 글을 쓰려고 만지작 거리고는 있는데 워낙 내공도 아는것도 없어서 며칠 걸릴 듯 합니다.
parallax
13/08/26 19:17
수정 아이콘
중국 개봉 전에 양조위의 극중 비중이 줄어들어 왕가위 감독과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양조위와 장첸의 결투장면도 생략되었다고 하던데 많이 아쉽고 나중에라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첸은 실제로 팔극권 겨루기 대회에 나가서 우승까지 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론 괜찮게 봤지만 호불호가 갈릴듯 하여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엔 조심스러워요.
중국 무술에 관심이 있고 왕가위, 양조위의 팬이라면 볼만한 영화인거 같습니다.
Abrasax_ :D
13/08/26 19:45
수정 아이콘
혼자 보러 갔는데 10명 남짓의 관객이 다들 30대 이상이더군요. 저는 마지막에 장쯔이가 눈물 흘리는 장면이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눈물 흘릴 뻔 했네요.
SonicYouth
13/08/26 21:52
수정 아이콘
제가 80년대에 찍은 홍콩에서 연애하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영화들처럼 이야기에 빈 곳 많고 감정에 취해서 비틀거려도 전체적인 리듬을 잃지 않는 느낌을 이 영화에서도 받았습니다.
다른거 다 떠나서 눈 오는 기차역에서 코트 입고 싸우는 것만 봐도 정말... 좋더라구요.
13/08/27 01:01
수정 아이콘
1. 장쯔이가 캐리했다는 데 무한 공감합니다. 이 배우, 원래 이 정도였나요? 와호장룡에서 얘는 누구지? 했던 배우가 이렇게나 성장했다니요.
2.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들이 감탄하신, 궁이와 마삼의 기차역 결투신도 별로였습니다. 궁이야 표정이 늘 그런 포커페이스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궁가에서 훈련받았고 심지어 64수까지 전수받았던 마삼이 시종일관 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승부야 결정되어있었지만, 마삼은 계속 궁이를 따라가는 듯한 동작과 표정으로 결투에 임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Officially 중국 원탑인 마삼이 초반에라도 패기 넘치는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지. 그래서 저는 마삼의 표정 때문에 맥이 풀리더라구요. 카메라가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차라리 궁이와 엽문의 결투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좋았습니다.
3. 송혜교 어쩔. 장첸은 더 어쩔. 왕가위는 더더 어쩔. 돌아와요, 저는 아직도 화양연화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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