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이름 값이 여러분들의 구매행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최근에 이와 관련해서 좀 흥미로운 일이 있었네요.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끝내고 난 뒤 본격적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 "캐쥬얼 베이컨시"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역시 해리포터 시리즈는 어쩌다 한 번 터진 경우였다라는 비아냥도 좀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롤링은 지난 4월달에 본인의 이름을 숨기고 로버트 겔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The Cuckoo's Calling 이라는 새로운 추리소설을 발표합니다. 예전에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가장 성공한 대중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스티븐 킹도 정말 자신의 성공이 자신의 소설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인지 알아보려고 리차드 바크만이라고 하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롤링 역시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순수하고 소설로만 평가를 받고 싶었나 봅니다...

소설은 발표되자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어떤 평자는 "범죄 소설의 고전이 될 작품"이라는 극찬까지 했지요.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명 작가의 작품인데다 홍보를 별로 안해서 인지 책의 판매량은 저조했습니다. 발표된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겨우 1,500부 정도만 팔리면서 서점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는데 이번에 미지의 작가 로버트 겔브레이스가 다름아닌 조앤 롤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갑자기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출판사에서 추가 30만부의 인쇄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모양입니다...(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조앤 롤링 측에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 사전에 계획한 대로 원작자를 밝힌 거라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소설 속의 내용은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작가가 바뀌자 바로 1,500부에서 30만부로 치솟는 이 현상..
이름 값이 작용했다고 밖에는 다른 설명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름 값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게 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거기에는 그 이름 값의 주인공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능력, 가치, 그리고 소비자들의 기대치 라는 것들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으니까요...하지만 지나치게 이름 값에 함몰되어서 가치가 있는 다른 것들을 놓친다던가 하는 일은 없는 지 한 번쯤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