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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10 17:20:34
Name 지금뭐하고있니
Subject [일반] 오늘 제 동생 떠난 지 햇수로 2년째 되는 날입니다.
바쁘시겠지만, 부디 잠시 짬을 내서 축원 좀 부탁드립니다.




남아, 오빠다.

잘 지내고 있냐?

오빤 그냥 저냥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살고 있다'고 쓰고 싶은데, 그렇게 쓰려고 보니, 과연 내가 잘 '살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어

그 말이 써지지가 않는구나.



니가 오빠 곁을 떠난 지 이제 2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남겨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자꾸 니가 그 곳에서 '남겨져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단다.

여기엔 지울 수 없는 니 자리가 아직 남아있고, 여전히 추억이 내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있지만...

오빠는 마냥 우리 딸은 위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만약 바라볼 수 없다면, 혹은 기억이 없어져 버려서 기억하지 못 한다면, 그래서 혹시나 니가 위에서 '남겨져 있다'고 느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내 앞가림만 신경 쓰느라, 또 널 돌아보지 못 한 게 아닌가 싶다. 미안하단다, 얘야.



엄마는 생각보다 훨씬 용감하게 잘 대처하시고 계신다.

아빠는 존경스러울 만큼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지,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고, 여전히 온 몸으로 흔들리는 우리를 지탱해주고 계신다.

이 오빠는 아직까진 철부지마냥 '어른'이 못 되고, '어른아이'처럼 굴고 있단다. 이제 하나 남았는데 부모님을 위해서도, 너를 위해서도 더 잘 해야 하는데..

이런 우리를 너도 보고 있으려나.



기일은 다음 주지만, 난 이 날, 6월 10일을 잊을 수가 없다.

군대에서 철부지처럼 시간만 죽이다, 하루아침에 단 한 순간도 상상하지 못 했던 상주가 되어야 했던, 하늘이 무너졌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단다.

그 날은 비가 많이 왔었는데...




얘야, 오빠는 니가 너무 그립다.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으니, 꿈에 한 번이라도 들르려므나.

예전처럼 머리를 토닥토닥하진 못 하더라도, 볼을 꼬집진 못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가득 차 있단다.

아니, 한 마디도 못 하게 되더라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구나.



며칠 전에 담배 1갑을 사서 네 생각이 나면 그냥 천천히 태우고 있다.

어딘가 담배연기가 그냥 타고 있으면 저기 오빠가 있구나, 생각해주라.

보고 싶구나, 얘야. 너무 보고 싶구나.

부디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이랑 행복하게 지내렴. 절대 외롭지 마라.

니가 어디에 있건, 어떤 모습이건 오빠는 항상 널 응원하고 있단다.

어머니, 아버지 잘 모시고 나면 꼭 네 곁으로 가마.

조금만 기다리려무나. 그 때가 되면 오빠가 실컷 놀아주마. 못 다한 사랑을 꼭 보여주마.

아직도 그 날 내가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지난 2년을 하루같이 그 일을 한탄하며 지내왔단다.

사랑한다, 얘야.

사랑한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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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chless
13/06/10 17:22
수정 아이콘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시길 바라구요
민머리요정
13/06/10 17:2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히히멘붕이
13/06/10 17:24
수정 아이콘
기형도 시인의 '가을무덤-제망매가'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무쪼록 동생분이 하늘에서 행복하게 쉬고 계시길 기도하겠습니다.
lupin188
13/06/10 17:2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13/06/10 17:26
수정 아이콘
한 글자 한 글자가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Captain J.
13/06/10 17:28
수정 아이콘
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죽는 다는 건 남겨진 사람의 몫이라지요...
힘내세요...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3/06/10 17:31
수정 아이콘
힘내십시오..
김예원
13/06/10 17:3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7:36
수정 아이콘
어쩌면 우리는 하늘의 품안에서 가장 행복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낸 이들의 가슴엔 그리움이 남죠.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ractice
13/06/10 17:3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한번말해봐
13/06/10 17:3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눈시BBbr
13/06/10 17:38
수정 아이콘
정말 제망매가가 생각나네요. 꿈에서 그런 일 나오기만 해도 일어나서 울었는데 그걸 직접 겪으시니...
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7:38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7:43
수정 아이콘
사람이 죽는 일은 굉장히 슬프지요.
스스로 잘 다독이시길 바랍니다.
감모여재
13/06/10 17:47
수정 아이콘
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달달한고양이
13/06/10 17:47
수정 아이콘
아아...힘내세요! 동생분도 잘 지내고 있을거예요.
은하관제
13/06/10 17:50
수정 아이콘
힘내시길 바래요. 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강동원
13/06/10 17:53
수정 아이콘
저도 6살 어린 동생을 너무 아끼는 오빠 입장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네요.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계실거에요.
가을방학
13/06/10 17:56
수정 아이콘
부족한 응원이지만 힘내시길 바랍니다.
동생분도 그러시길 원하실겁니다.
너에게힐링을
13/06/10 17:56
수정 아이콘
좋은 곳에 계실꺼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Neandertal
13/06/10 17:56
수정 아이콘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서 잘 지내시고 계실 겁니다...
누렁이
13/06/10 17:56
수정 아이콘
마음이 참 아프네요. 동생분께서는 결코 홀로 "남겨져있지" 않을 겁니다.
늦었지만 명복을 빌고, 공간은 다르지만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기운 내시고요.
롱리다
13/06/10 17:57
수정 아이콘
좋은 곳에 계실꺼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13/06/10 18:01
수정 아이콘
자초지종은 모르지만 열심히 사시고 부모님 잘 모시는게 동생분을 위한 가장 좋은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힘내세요.
13/06/10 18:09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8:09
수정 아이콘
동생분의 명복을 빌며,
지금뭐하고있니님의 슬픔에 위로를 보냅니다.
Raidiron
13/06/10 18:10
수정 아이콘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계실꺼에요! 힘내세요.
천진희
13/06/10 18:1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13/06/10 18:12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키루신
13/06/10 18:19
수정 아이콘
친동생이었나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一切唯心造
13/06/10 18:21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어우 눈물이 나네요
바닥인생
13/06/10 18:22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트릴비
13/06/10 18:24
수정 아이콘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본 글인데 여기서 또 보게 되네요.
잘 지내실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3/06/10 18:29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8:33
수정 아이콘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8:3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른발의긱스
13/06/10 18:35
수정 아이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실거에요 분명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18:36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지후
13/06/10 18:51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동생분은 분명 좋은 곳에서 편히 지내고 있을거에요.
되는데요..
13/06/10 18:57
수정 아이콘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힘내세요. 동생분도 분명 오빠분의 마음을 알고 항상 지켜봐주고 계실거에요.
알팅이
13/06/10 19:0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하늘나라에서 오빠모습 보면서 웃을수 있게 힘내세요.
가을독백
13/06/10 19:0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 말이 있더군요. 잊혀지기 전에는 죽어도 죽은게 아니라고..
동생분은 천국에서,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실겁니다. 잊혀지지 않았으니까요.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핸드레이크
13/06/10 19:14
수정 아이콘
남일 같지 않군요.
저도 몇달뒤면 어머니 떠사신지 2년이 되네요.
힘내세요
우와왕
13/06/10 19:2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께서도 글쓴이께서도, 지금 임한 곳에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possible
13/06/10 19:3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13/06/10 19:54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13/06/10 20:0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생분이 하늘나라에서 부디 좋은곳에 있으시길 바랍니다.
13/06/10 20:09
수정 아이콘
나이차이 많이나는 동생가진 입장에서 눈물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허진
13/06/10 20:13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20:24
수정 아이콘
글보고 가슴아프고...대화명보고 또 한번 가슴이 아리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떴다!럭키맨
13/06/10 20:2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ILikeOOv
13/06/10 20:26
수정 아이콘
아 아이디랑 뭔가 매치가 되는 사연이네요...ㅠㅠ
하늘에서 행복하게 잘 계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디아
13/06/10 20:28
수정 아이콘
꼭 멋진 어른이 되시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뿌요뿌요
13/06/10 21:00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님의 글을 보니 1살차이의 남동생이 생각나네요......
동생분은 분명 행복하게 지낼거라 생각합니다.........
출발자
13/06/10 21:24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빅토리고
13/06/10 21:26
수정 아이콘
방금전에 김창완씨가 몇 년전 떠난 동생 이야기를 하는 글을 읽었는데 자신의 일부가 뜯겨나간것 같다고 하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르웰린견습생
13/06/10 21:28
수정 아이콘
마음 아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3/06/10 22:28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22:35
수정 아이콘
에휴 참 마음이 아프네요 ... 힘내세요 ...
13/06/10 22:4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행복하게 지내시리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종이사진
13/06/10 22:56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0 23:02
수정 아이콘
좋은 곳에 있을 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움 그 뒤
13/06/11 01:03
수정 아이콘
잊으라 해야할지...
영원히 기억하라 해야할지...
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ArseneWenger
13/06/11 08:34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프네요...

말씀하신데로 좋은곳에 좋은이들과 함께 외롭지 않게 있을껍니다.

글쓴님도 좋은인생 사시고 나중에 동생분 만날때 이야기 보따리 한아름 안겨주세요
로랑보두앵
13/06/11 08:52
수정 아이콘
울컥하네요... 좋은곳에서 잘지내고 계실거에요. 힘내세요..
녹용젤리
13/06/11 09:32
수정 아이콘
아우.. 아침부터 눈물이....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1 10:26
수정 아이콘
명복을 빕니다..
켈로그김
13/06/11 11:25
수정 아이콘
고이 간직해주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6/11 12:52
수정 아이콘
에이그... ㅠ_ㅠ
지금뭐하고있니
13/06/11 16:06
수정 아이콘
글쓴이입니다.

댓글 달고 축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망매가는 10여년 만에 들어서 검색해봤더니, 제 마음이랑 참 닮았더군요.
사람의 마음이란 게 한 가지로 통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하더군요.

좋은 말씀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년 전 그 날에서 오늘까지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의 말씀이 다 한 가지인 걸 보면
사람의 지혜라는 건 시간이라는 도구와 온 사람의 마음이 모여 만든 작품이 아닌가 느끼게 합니다.

가슴에 남은 구멍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그 아이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13/06/12 16:15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물이 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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