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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3 05:22:04
Name 아와비아
Subject [일반] 연애학을 가르쳐준 누나 - 옷편
  첫 글에 호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배운 것 중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그나마 제 필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옷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여자친구에게 잘생기지 않은 얼굴에 키도 큰 편도 아니고 근육도 하나 없는 물살인데 옷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어서 쓰는 겁니다(172 ,66입니다). 패완얼! 이건 진리입니다만 저와는 다른 세계의 분들이니 논외로 합니다.

  고2 때 누나의 선언 이전에는 학교 + 집(스타)이라는 아주 바르고 곧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옷은 무조건 어머니의 선택이었습니다. 옷에 대해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오로지 생각하는 건 우리 학교 스타 1등(전교 3등 안에 드는 수재, 지금은 박사과정, 잘생김, 집안 좋음)을 잡는 것뿐이었습니다. 당시 이 애를 이기는 꿈까지 꿨을 정도였는데 현실은 날빌로 두 번 이기고 백판정도는 다 졌습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 누나의 꿈을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누나의 취미생활인 쇼핑에 강제로 따라다녔습니다. 여자의 쇼핑이란 말을 안 해도 아시겠지만 엄청나게 힘든 노동입니다. 그때야 누나가 쇼핑 후 시켜주는 외식 때문에 간 것뿐이었지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다니는 과는 대략 40/10의 비율를 자랑하는 초여학과입니다. 더욱이 저희 학번이 학교에서 어여쁜 애들이 많은 걸로 유명합니다. 1학년 2학기 수업 중 장미꽃과 케이크를 가져온 사건도 3건 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전개면 아시겠지만,  동기 중 한 명을 좋아했는데 다른 남자 동기도 같이 좋아했습니다. 여자애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고백하려고 하는 삼 일 전인가 단체문자로 동기랑 사귄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멋지게 축하해줬지만 속으로는 왜 나는 안되고 걔는 됐는가 생각하다 보니 얼굴이야 큰 차이가 없는데 성격인가? 아님 돈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옷에서 갈린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누나에게 열심히 쇼핑을 따라다니며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배웠습니다. 답은 기본+심플+색+핏입니다. 기본이라면 봄, 가을에는 청바지+면바지+티+카디건, 재킷, 셔츠. 여름에는 청바지+면바지+티. 겨울에는 청바지+잠바 아니면 코드 이 정도면 됩니다. 중요한 건 포인트를 한쪽에만 주셔야 합니다. 티셔츠 색이 강하다 싶으면 바지와 신발은 무난하게, 바지 색이 강하다. 그럼 나머진 무난하게 가셔야 합니다. 우리는 샤이니가 아니잖아요.

  심플은 간단히 돌아다니는 광고판이 아니고, 세 가지 이상의 색이 혼합되지 않으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예 상표가 보이지 않는 옷을 선호하는데 노스페이스처럼 비싸게 샀는데 이미지 때문에 못 입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이런 옷들이 쌉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오묘한 게 색입니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색깔이 있습니다. 저는 빨간색 계통은 유난히 어울리는데 파란색은 영 아닙니다. 그런데 웃긴 게 약간 파스텔색조로 파란색이면 또 어울립니다. 판단기준은 사진입니다. 자신의 눈을 믿지 마세요. 옷 사기전에 꼭 탈의실에서 사진 찍으시고 다시 한번 생각하세요. 옷 사기전에 옷장을 살펴보시고 한가지 색으로 몰리지 않게 하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핏입니다. 저는 상체가 발달한 역삼각형 체형이라 허리가 약간 들어간 티셔츠를 삽니다. 덜 통통해 보이거든요. 그리고 일명 죄수복 같이 줄무늬 있는 티셔츠는 더 통통해 보이기 때문에 안삽니다. 마르시거나 배가 약간 나오신 분들은 통으로 되신걸 입으시고요. 바지는 허리나 허벅지중 굵은 쪽을 기준으로 하시고 꼭 기장 조정하세요. 귀찮고 돈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는데 그 값어치 합니다. 만약 정장입고 일하시는 분들은 맞춤시리즈로 한번 가보세요. 알음알음 찾아보시면 싸게 맞춤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신발은 컨버스나 운동화로 무난한 거 가시고 형광 운동화 한두컬레 있으시면 됩니다. 여름에는 메탈시계로 시원한 느낌 주세요. 전 여름에만 시계 찹니다.

  옷은 한꺼번에 행사처럼 사지 마세요. 전 한 달 용돈 30을 받아서 대략 10 정도를 투자합니다. 약속장소 근처에 백화점이나 아웃렛이 있으면 약속시각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먼저 가서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사고 비싸거나 없으면 포기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 옷장을 보시면 입을 옷이 생깁니다. 많이 보고 선입견은 품으시지 마시고 입어보세요. 입는데 돈 달라고 안 하고 많이 입는다고 진상손님 아닙니다. 이상할 것 같은데 막상 입어보면 나를 위한 옷이 많습니다.

p.s 제 의견이 답이 아닐 수 있으니 너그러이 봐주세요. 그리고 k'님의 연인 말고 좋은 벗이 되어드릴 수는 있습니다 <- 최고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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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3 08:10
수정 아이콘
정장 맞춤 저렴한데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못 찾겠네요 ㅠ.ㅠ
내스티나스
13/05/23 10:59
수정 아이콘
맞춤은 딱히 저렴한곳은 없고, 요즘은 비슷비슷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와비아
13/05/23 15:09
수정 아이콘
홍대나 명동에서 싸게 하는 곳이 있다고는 알고 있는데 위치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 못 알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네요;;
Uncertainty
13/05/23 09:1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중요한 건 포인트를 한쪽에만 주셔야 합니다." 이걸 해봐야겠네요.
운동하면서 옷태라도 살리자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추천해주실 청바지 브랜드는 없나요?
아와비아
13/05/23 15:10
수정 아이콘
학생이라 가성비 위주로 가기 때문에 고집하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도움 못 드려서 죄송해요.
Paul Peel
13/05/23 09:26
수정 아이콘
음... 이렇게 입으면 패완얼이라는 공식도 깨질 수 있는건가요?

요즘 옷들이 너무 슬림하게 나와서 옷을 어찌 입어야 하는지는 알아도 정작 내 몸에 걸칠 수 있는 옷은 많지 않더라구요..
과체중도 아닌데... ㅠㅠ
미메시스
13/05/23 09:33
수정 아이콘
타고난 역삼각형 체형이라니..부럽습니다.
비슷한 체형이라도 만들려고 헬스장에서 피토하는 사람이 많죠.

핏은 옷 디자인에서도 오지만 본인 신체가 더 좌우하는것 같더군요.
아와비아
13/05/23 15:16
수정 아이콘
하지만 하체는 부실합니다. 잘 넘어지고 그래요...
13/05/23 09:40
수정 아이콘
자신과 어울리는 색이 있어서.. 그색만 고집하게 되고 다른옷은 시도 안하다보니
제가 검정색 옷밖에 안입게되더군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13/05/23 09:45
수정 아이콘
정말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게 중요 하더군요, 더불어 악세사리두요.
반무테 안경을 쓰다가 뿔테로 바꼈는데 최다니엘 소리를 듣기 시작해서...
지금은 뿔테만 3개를 지니고 있죠
도라귀염
13/05/23 10:08
수정 아이콘
가로 줄무늬 티셔츠는 보통 키를 크게 해준다고 알고 있는데 저랑 상반된 의견을 갖고 계시군요
아와비아
13/05/23 15:24
수정 아이콘
가슴하고 배에 살이 좀 있어서 줄무늬를 입으면 민무늬 보다 굴곡이 생겨 더 통통한 느낌이 들어서 잘 안 입어요.
내스티나스
13/05/23 11:00
수정 아이콘
색+핏이 옷 입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13/05/23 14:41
수정 아이콘
옷은 많이 보고 많이 입어보는게 답이죠.
하지만 혼자 아무리 입어보고 고민해봐도 여자사람 한명 데리고 옷사러가는게 최고더군요...-_-
13/05/23 16:49
수정 아이콘
그냥 옷은 자신감있게 입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멀한 옷 입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어디든 포인트를 줘서 입는 편이네요
튀는 옷이어도 자신감있게 입다보면 그게 스타일이 되고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게 되면
그게 자신감이 되고 여자 만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반전있는 스타일은 꼭 준비하시는게 좋습니다. 캐쥬얼 <---> 정장스타일
옆집백수총각
13/05/23 17:13
수정 아이콘
역시K'님 추종자를 만드는 스킬이..
다혈질
13/05/23 18:09
수정 아이콘
그냥 남자는 화이트,블랙,네이비,감청색,베이지,챠콜그레이,하늘색 이걸 기본색상이다 생각하고 입으시면 될듯합니다^^ 거기에 신발...요즘은 날도 더워지니 맨발에 신을수 있는 레오파드무늬의 컨버스나 태슬로퍼 신으시면... 멋짐

상의 하의 잘입어도 신발에서 에러나는 경우가 좀 있긴해요~

그리고 20대 후반~ 30대중반이신분으
자신의 체형에 맞게 댄디스타일로 가도 정말 멋스럽죠!

벨트도 보세매장가니 이쁜거 많더군요
2만원 안에서 해결가능하고 품질도 나름 좋아요.
지니-_-V
13/05/23 20:19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는 약속이 있을 경우 그때 그때 분위기가 어떤지를 생각 하면서 거기에 맞춰서 옷을 선택합니다.

거기는 이런 분위기니까 이런 옷이 어울릴꺼야 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제가 이런느낌으로 옷을 입고 다니니까 못입는다는 소리는 안듣더군요.. 너무 튄다는 소리는 듣는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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