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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9 03:22:42
Name 루미큐브
Subject [일반] 밥도 안주는 프로그램
의 대명사였던 무한도전이었지만(제가 기억하는 10원짜리 기억만 보면 형돈아 이사가자 편의
자장면 제공, 무인도 끝나고 제공한 뷔페성찬 정도?)
최근 프로그램상에서 아예 대놓고 고기를 많이 제공하더라고요, 짜장면에 고기에 아낌없는

노가다 뛰어보신 분들은 아실껍니다. 제 경우는 건설현장 노가다가 아니라
대학재학시절 여친 선물 하나 사줘보겠다고, 어학연수일정까지 다 포기하고
가락시장에서 리어카 대여하여 새벽부터 운송을 뛰었습니다.
수산물, 야채, 과일 같은 것들을 날라주는 거였는데 가락시장 동선이 끔직할 정도로 길지요?
그 열대야의 새벽에서 한 차 뛰면 kg 쫙쫙 빠지는 느낌입니다.

리어카 풀로 한 방당 25000원이었는데 시간당 한 번 뛰기도 힘들고, 하루 잡아서
네 번 왕복 뛰면 6시간에 하루 일당 넉넉히 나온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거 6시간 전부 못뜁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쩔 수 없이 기력보충을 위해
고기를 먹을 수 밖에 없는데 "아 이래서 사람들이 노가다 뛰면 고기를 찾는구나" 싶었다지요

무슨놈의 예능이 다큐냐 인간극장이냐 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오히려 감사하고 싶습니다. 디자인 올림픽 때도 '이런 좋은게 있었구나!' 라고
냅다 매일같이 가서 관람하고 그랬지요, 게다가 에어로빅도 댄스스포츠도 아예 몰랐던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되었으니까요... 오히려 비인기 종목이라고 대놓고 기사 한 줄 써주기에도
인색한 자칭 연예부 기자들이나 찌라시 전문 핥아대기 블로거들 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1분도 안되어 예매가 매진되어 표 조차 구할 수 없어서 현장관람은 할 수 없었지만
다녀오신 일부 지인(온라인)들의 후기에 따르면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더군요
PGR 에도 관련 후기가 올라와서 매우 잘 봤었습니다.

왜 저렇게 몸을 던져서 무엇때문에? 무도를 빼고 지금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도, 가수라는 본업만으로도
충분한 그들일텐데 왜 저렇게 뇌진탕에 걸려서,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미친듯이 죽어라 연습을 할까요?
다큐와 뉴스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바로 이 무한도전인데
저 역시 나름 무모한 도전 시즌 1부터 모조리 섭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날이 갈 수록
강도가 강해지고 있더군요 마치 '도전' 이라는 함정을 자신의 삽으로 파들어가는 모습이랄까요?

그래도 재미가 있습니다.

이 외에 다른 말은 필요가 없겠지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전보다 더 안좋아졌어! 보충수업 해야해! 했다 쳐 했다 쳐! 이게 입으로 배어가지고 그러면 안되.."

손스타의 집념입니다. 정형돈이 계속해서 쌓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병원행을 택한 그 직후
손스타는 오히려 더 밀어 붙입니다. 오프더레코드라면 "나 안해! 니네들끼리 잘 해봐!" 라는
반응까지 나올 수 있었을 대목인데도, 더더욱 자신이 몸을 던져서 미친듯이 가르치고
멤버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전에도 봅슬레이때 강광배 감독님이 이런 말을 했지요?

"우리는 지금 기술이고 뭐고, 목숨걸고 봅슬레이를 타는 겁니다. 결과는 아무도 몰라요"

수년 이상 훈련된 선수들도 아니고 WM7만을 위해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도 아니지만
MBC가 파업을 진행했을 당시 멤버들끼리 무도 독립 연습실을 만들고 묵묵히 이를 오래도록
준비했던 것이 바로 이 WM7 프로젝트 입니다. 생각보다 준비기간이 꽤 깊었던 결실이
성공적으로 맺어진 점에 대해서 정말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늘 훌륭한 제자 밑에는 훌륭한 스승이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지요
도전이 이번만도 아니고 봅슬레이의 대표팀 감독님이야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신데다
댄스스포츠때도 에어로빅때도 그랬지요, 섭외도 쉽지 않으신 분들이 직접 나서서
백지도 아닌 이미 온갖 스케치로 가득 차서 채색까지 끝나버린 평균나이~중년들을 데리고
주목할만한 성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면, 스승들과 멤버들이 의기투합하여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람이 초심을 잃어버리고, 적극적으로 하려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되지요
신이 와서 팔다리를 비틀어도 안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WM7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때 프로레슬링의 기술 일부를
차용하여 만든 일반적인 웃고 떠드는 식의 예능잡기인 줄 알았는데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말로 들어보니까 '지대로~' 였다네요?

하긴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좀 가벼운 것을 기대했다가 '어라?' 한 느낌도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필요한 그 자리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선보인다는 것도 그들이 방송과 무대에 익숙한
가수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아닐까요?

이제 다음 주면 대망의 마지막을 보게 되는군요, 현장에서 보신 분들이라고 해도
방송으로 보는 것은 또 틀리겠지요? 정말로 기대됩니다.

예전 달러맨, 언더테이커, 마쵸맨, 헐크호건, 워리어 시절엔 프로레슬링이 정말로
재미있었는데 어느샌가 '쇼' 네 뭐네, 스포츠 정신이 사라졌네... 라며 스스로가 그것을
터부시하고 안보게 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피니쉬 기술이 들어가고
온 몸으로 날아서 굴러온 레프리가 바닥을 치며, 원! 투 할때 밑에 깔린 선수가
물고기 처럼 팔딱거리며 저항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게 참 핵심볼거리였는데 말이죵

p+ 답이 없어보였던 '몸개그' 를, 표값을 내고 볼 수 있는 경기로 만들어주신 손스타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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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ps]Reach
10/08/29 03:45
수정 아이콘
아.. 무한도전 팬으로써 너무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아우구스투스
10/08/29 10:52
수정 아이콘
아 정말 멋진 글이군요. 밥도 안주던 프로그램. 그래서 직접 김장을 해서 먹기도했죠.
분홍돌고래
10/08/29 14:30
수정 아이콘
나름 무한도전 팬이라 자부했는데... 무한도전이 밥을 안주던 프로그램이었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아마도 1박 2일의 복불복 시스템에 너무 길들여져 버린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
무한도전이라는 이름 속에서 살고 있는 평균 이하의 그들 역시 굶어가면서 방송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사실 매주 뒤늦게라도 챙겨보는 무한도전이지만 최근에 조금씩 방영되던 레슬링 특집은 거의 보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프로 레슬링 자체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면 오히려 인상을 찡그렸던...)
아파하며 내내 힘들어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방을 챙겨보게 되었는데
글쎄. 뭐라할까요. 갈비뼈에 금이가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온몸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인 그들을 보면서
저런 고생을 왜 사서 할까-라는 안쓰러움 이면에 절대 피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여서 마음이 참 찡했어요.

개인적으로 하기 싫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철저히 회피하려는 못된 버릇을 지닌 저에게 그들의 부상 투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다음 주, 본격적인 경기가 방송되면 그들 못지 않게 저도 많이 울게될 것 같습니다.
부디- 무한도전도 우리들도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수없이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그렇게 또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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