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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8 10:36:53
Name 늘푸른솔솔
Subject [일반] 우리나라 외과 전공의들
대한민국 외과 전공의 (레지던트) 얘기를 하려 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고, 다른 과의 생활도 마찬가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제가 보고 들은 우리나라 외과 레지던트들의 생활은

문제가 많습니다 (일부의 모습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고 들은 범위 내에서는요).

레지던트라는 단어 (resident, 거주민)를 보면 애시당초 병원에서 먹고 자는 의사라는 뜻인가 싶기도 하지만 정말 이건 너무합니다.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모습들, 인간극장이나 뭐 이런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을 통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의사 아닙니까, 아픈 사람 살리겠다는..


수술을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칼 들고 하는 수술실에서 뭔가를 하고 나온 의사의 입에서

'3일 동안 4시간 자고 수술하려니 죽겠다' 이런 소리가 나오는 판에, 환자가 어찌 안심하고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을까요.

의사들 나름대로의 수련 과정이라던지 방법이라던지 이런데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생각 없습니다 그네들만의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초주검 상태로 당직실에서 뻗어있다가 응급실인지 중환자실에서 사색이 돼서 달려온 간호사가 깨우니

촛점 없는 멍한 눈으로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픽 쓰러진다던가,

환자에게 투여할 주사약의 종류나 양을 잘못 지시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지금의 시스템은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오히려 높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 확률을 높이려면 큰 병원으로 가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일 것인데, 큰 병원일수록 이런 일이 심한데다가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일반외과 레지던트 모집에 미달이 나서 2차, 3차 공고까지 붙는 경우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당연한 분위기라고 하니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환자만 보는 것도 아니죠.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공대쪽 PhD 과정에 대해 알기 때문에 MD 역시 따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거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그런데 그걸 의사 업무와 병행해서 한다니... 다들 무슨 슈퍼맨인가요.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대안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분명 현재의 모습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푸념해 봅니다.


* 제가 수련의라거나 의대생인 것은 아닙니다.
* 위에 예로 든 상황들은 모두 제가 제 가족을 통해 겪었거나 의사 또는 간호사들에게 직접 들은 얘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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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아스
10/08/28 10:47
수정 아이콘
의대 다니는 분의 말에 따르면 외과를 선택하는 것 자체로 성인으로 추대된다고 하더군요
거의 모든 측면에서 외과를 가는게 도움이 안되는 지라
외과에게 돈을 더 주어야 하는데 그러면 일단 서민들이 죽어나가죠
우리나라 복지 에휴 말 안해도 아시죠
10/08/28 10:51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세계적인 편입니다. 그리고 의료 접근성또한 매우 뛰어나지요.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의료비는 싼 편입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3저로 대표되는 현재의 보험체계에서는 결국 "의사의 과중한 노동"으로 이를 메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저렇게 힘든 수련과정은 보통 2~3년, 길어야 5년하고 그 다음부터는 소위 말하는 안락하고 돈 많이 버는 일자리가 가능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섵불리 개원하다가 망한 의사도 부지기수이며, 레지던트에 이은 펠로우라는 과정이 수련과정에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의사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요. 따라서 기피과는 더욱 기피하게 되고 그러면 레지던트는 더욱 모자라지고, 남은 레지던트에게는 더욱 과중한 책임이.. 아아.
그러면 의사를 더 뽑으면 되지 않나 싶으실텐데, 이게 또 쉽지가 않습니다. 소위 기피과라 불리는 흉부외과, 산부인과의 경우 절대로 의사수가 모자란 것이 아닙니다.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레지던트가 모자란거지. 수련을 마친 전공의를 합당한 가격으로 채용하면 수술 한번 할때마다 적자가 날 겁니다. 그러니 병원입장에서는 뽑을수가 없지요.

참고로 MD는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주는 자격증이고 Ph.D는 그 이후 따로 대학원 과정을 등록해야 합니다. 요새는 또 Ph.D를 하는 것이 추세라서 다들 레지던트 고년차가 되면 대학원에 다니는 편입니다.
10/08/28 11:02
수정 아이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6시즌 정주행 해보니까...정말 고생하는 건 알겠더군요...

한국은 아마 더 상황이 안 좋겠죠?

안 좋은 제도나 시스템이 얼른 고쳐졌으면 좋겠으나...저 업계도 군대 못지않게 폐쇄적인 집단 같아서...그게 잘 될지 모르겟습니다...
몽정가
10/08/28 11:03
수정 아이콘
저도 드라마나 인간극장에서 의사생활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3~4시간 자면 멍하고 졸리고 몸이 말이 아닌데 저렇게 사람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저렇게 자고 일이 가능하냐는 겁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저건 억만금을 주고 그냥 시켜줘도 못한다...라고 생각했더랬죠. 일게(?) 학교 시험을 칠 때도 시험 전 날 잠을 못자면 시험칠 때 알던 것도 확실히 생각안날 때가 많은데... 막 의대졸업한 사람들이 수면도 부족한 상태에서 뭐가 떠오를까 싶습니다...
레지엔
10/08/28 11:14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분야가 이른바 선진국에 비해서 업무환경이 열악하고, 수련의는 어느 나라나 노동강도가 높은 직업이니 한국에서도 그런 거죠. 거기에 현행 의료 수가 체제에서 인턴, 레지던트 없으면 바로 적자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반면에 그들을 부려먹는 스탭, 교수들은 '쟤네는 수련과정이고 학생이니 돈 받고 일하는 것으로도 감지덕지지'라는 생각이 적잖이 있고...

근데 외과레지던트만 힘든 건 아닙니다. 외과계열의 경우 고년차가 되어도 힘든 것이고, 전문의따고 나가서 전문의 자격증이 필요한 일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인 거죠. 실제로 정말 편할 것 같은 피부과, 재활의학과 같은 곳도 1,2년차는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될 정도라 합니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단순히 노동강도,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문제도 있어서(환자, 스탭, 때로는 간호사에게 만만하게 인식되고, 결국 궂은일의 상당수는 업무 이상의 '요구'에서 나오게 되죠) 혁명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고치지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바람벽
10/08/28 11:32
수정 아이콘
구조적인 문제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죠. 해결할 기미도 없고 ^^;;

여자친구가 소아과 1년차인데
-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일합니다. 공휴일의 개념이 없이 병원이 돌아가는데 인턴 시작한 작년 2009년 2월 말부터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날이 20일도 안됩니다. 같은 기간동안(1년반) 주 5일제 공무원인 저는 토,일,법정공휴일까지 170일 이상 쉬었지요.
- 평균적으로 주 2회 정도 오프, 반대로 말하면 주 5회 정도 당직을 섭니다. 당직인 날은 병원에서 잠을 자는데 입원환자들의 문제들을 계속 해결해줘야 되고, 응급실이라도 보는 날에는 잠은 다 잤다고 봐야합니다. 주당 노동시간으로 환산해봤는데 120여시간 됩니다.

초반에 베니건스에서 밥을 먹으면서 자는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아나키
10/08/28 11:42
수정 아이콘
지나가던 공중보건의는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10/08/28 11:53
수정 아이콘
유게의 정벅자 timeless님은 지금..?
10/08/28 11:58
수정 아이콘
외과 특히 일반외과쪽은 지원자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과 (내과 등) 와는 또 다릅니다
일단 그저 지원자가 많이 부족하지요; 이건 뭐 원인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아 그리고 수련의 = 인턴입니다
레지던트는 전공의라고 하죠 ^^;
꼰이음표
10/08/28 13:16
수정 아이콘
뜬금 없는 질문인데
인턴이나 레지턴트때 연애는 어떻게 하나요?
시간도 없고 잠도 못자서 많이 못 만날텐데
얘기만 들어보면 데이트는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만 나오다보니 흐흐..
10/08/28 14:00
수정 아이콘
구조적인 문제를 말하자면 끝도 없고요...

그래도 생각보다 병원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습니다.
저희 병원 외과를 보면
1년차는 소독 -> 수술 2-3 조수 (그냥 잡어! 땡겨! 들어! 이런 것만 잘 하면 되죠..) -> 병동 환자 확인.
2년차는 병동 환자 모두 관리
3년차는 수술방 어레인지 + 1-2 조수
4년차는 병동 치프 + 1-2조수

요런 식으로 돌아갑니다.
수술의 경우 결국 직접 수술을 하는 사람은 교수님/펠로우가 되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의 역할이 (물론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해봤자 1-2조수를 맡는 4년차 선생님 정도가 중요할텐데 또 이 분은 밑 년차 선생님들에 비해
좀 쉴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병동의 경우 1년차가 주치의지만 2년차가 모든 환자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밤에 4년차가 모든 환자를 다시 한번 검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2-3일에 한번, 자주는 1-2일에 한번 교수님들이 자기 담당 환자를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되죠.
나름 2중 3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입니다..

밖에서 볼 때는 허술해보일지 몰라도 나름 의사들은 모여서 환자에 대해 은근 많이 토의하고 걱정한답니다..ㅠㅠ
그래도 사람이라 실수가 없을 순 없겠죠..ㅠㅠ
snookiex
10/08/28 14:23
수정 아이콘
일단 외과 레지던트 수라도 많으면 일이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분담이 되는데
지금 상황은 수가 적으니 로딩이 많고
로딩이 많으니 외과 지원자가 없고
외과 수가 적으니 로딩은 여전히 많고....

악순환이죠.
정책적으로 뭔가를 해준다고 해도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10/08/28 16:13
수정 아이콘
사실 인턴, 레지를 저렇게 혹사시키는 시스템과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 모두가 문제가 심각합니다만... 딱히 고칠 수 없다는게...=_=;
Dornfelder
10/08/28 20:26
수정 아이콘
과거 미국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후 외과와 같이 수술을 하는 과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림으로 인해 환자에게 실수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환자보호를 위해 외과 의사들의 업무를 줄여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과 레지던트의 과중한 업무 때문에 생긴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가 생기면 레지던트를 더 압박하는(쪼은다고 하죠)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죠. 안 그래도 업무가 바빠서 잠도 못 자고 그래서 실수한건데도 실수하지 않게 더 확인을 많이, 꼼꼼히 하라는 식으로 압박해서 해결하는겁니다. 덕분에 레지던트의 업무는 더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지원자는 더 줄어들고, 업무는 더 바빠지고.. 대책이 없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거 해결해 보겠다고 레지던트 월급을 상당히 올려주기도 했지만, 연봉 1억 주면 뭐합니까. 사람이 할 짓도 아니고 다 마친다고 해서 부귀영화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10/08/28 20:28
수정 아이콘
제도가 결국 성향을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 글 보니 갑갑하네요..
10/08/29 00:06
수정 아이콘
오늘까지 1달간 정형외과 인턴이었는데... 몇번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침대에서 사이다 마시던 중 잠들어서 이불에 다 쏟았을 때 눈물나는 줄 알았어요
TheCompletedCircuit
10/08/29 00:08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의대 나오고,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받는 1인입니다. 보통 눈팅만 하곤했는데, 오랜만에 로그인하게 되네요.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전공의들의 일하는 시간을 보장합니다. 1주당 80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장해 놨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외과 계열 전공들의 특성상 80 시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래도 그걸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많이 틀립니다.
그외에도, 24 시간 이상 연속 근무 금지, 연속근무 이후엔 12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보장 등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레지던트들을 보호, 나아가서는 환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레지던트 근무시간 제한으로 발생한 일 공백은 PA (Physician Assistant) 나 NP (Nurse Practitioner) 가 담당하게 됩니다.
병원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발생이지만, 레지던트 근무시간 제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약, 병원에서 레지던트 근무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최악의 경우 해당 병원 해당 과 레지던트가 아예 없어지게 됩니다. 원래 일하던 레지던트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병공협이나 의협을 보면, 이런 시스템이 도입될리가 만무하죠.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레지던트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프링글스
10/08/29 06:17
수정 아이콘
저는 어쩌다가 외과 인턴을 3개월 했는데요...
당시 주치의셨던 1년차 선생님이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면서 도망가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어느 무덥던 8월 토요일 오후 선생님은 당직실에서 3월 외과 입국할 때 입고 들어왔던 무스탕 잠바를 캐리어에 꾸역꾸역 밀어넣고
당직실 침대에 다른 동료들에게 이렇게 도망가서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겨놓고 부산에 계신 어머니께는 이제 곧 내려갈 터이니
놀라지 마시라고 전화를 드립니다..
홀연히 병원을 떠난 선생님은 우선 먹고 잠부터 자야겠다는 마음에 인근 모텔로 갑니다...
모텔에 가자마자 션하게 샤워 후 쓰러진 선생님은 14시간을 기절한 듯 푹 잤고 일어나니 너무 배가 고파서
인근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양장피를 시켜먹습니다.... 배불리 먹고 푹 자고 기분이 너무 좋아진 선생님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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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이던 흉부외과 선생님은 역시 과도한 교수와 윗년차의 닦임과 쪼이기... 만성의 극한 수면부족... 과도한 수술 어시스트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그래 보람 있는 일이지만 나부터 살고봐야겠어" 라고 웅얼거리며 역시 당직실에서
남몰래 짐을 쌉니다... 짐을 트렁크에 넣은 후 선생님은 운전석에 앉자 마자 잠이 듭니다...

깨보니 6시간이 지나있었고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댑니다... 선생님은 조용히 트렁크에서 짐을 꺼낸 후 다시 들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올라와 전화를 켜보니 캐치콜 120개, 문자 20개, 음성메시지 5개 가 와있었대요... 그래서 다시 도망가서 지금은 다른 병원 가정의학과에서 다시 수련을 받고 계십니다;;;
윤수현
10/08/31 03:02
수정 아이콘
간만에 로그인 합니다만..
의료보험상 병원에서 사용하는 원가가 100원이면 의료보험 공단에서 보장하는 비용이 80원입니다.
다시 말해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만 했을때 매번 20원씩 손해를 본다는 말이죠.
이런 사실을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한 악순환은 반복되겠죠. 의사에 대한 일방적인 악의와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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