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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9/30 14:42
(적고 보니 살짝 스포가 있네요)
영화 내용과 별 상관없는 이야기 해보면 '헤어질 결심' 때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를 소품으로 활용한 거나 이번에 스프링뱅크 15년을 소품으로 활용한 걸 보면 박찬욱 감독이 위스키를 좋아하는 거 같긴 합니다. 단순히 비싸거나 이쁜 위스키를 고르는 게 아니라 딱 그 시대에 제일 유행하는 증류소를 잘 고르는 거 같아요. '헤어질 결심' 때는 별 생각없이 카발란 골랐다고는 하지만... 그런데 본인의 그런 취미에 대해 뭔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위스키는 항상 부정적인 인물이 즐기는 부정한 취미에요. '헤어질 결심' 에서 카발란을 즐기는 기도수는 사치스러운 취미를 즐기며 아내를 폭행하고 아내에게 자기 문신을 새기는 인물이죠. 송서래가 중국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카발란은 아내의 영혼을 착취하는 걸 상징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최선출의 위스키 취미 역시 부정적입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알콜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최선출의 위스키 취미는 초반부터 내내 부정적인 방향으로 강조되죠. 최선출은 공허한 영혼을 채우기 위해 비싼 위스키를 탐닉하지만 결국 그로 인해 파멸하고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그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헤어질 결심에서도 그렇고 어쩔수가없다 에서도 그렇고 위스키라는 소품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그때 그때 유행하는 위스키를 잘 꿰고 있을 정도로 잘 알고, 또 비주얼 적으로 아름답고 멋있게, 퇴폐적으로 묘사하는데 항상 부정적인 가치를 상징해요. 그래서 박찬욱 감독이 위스키를 즐기면서도 '아...내가 이런 거 마셔도 되나?' 라는 죄책감을 계속 안고 있는 건가? 라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크크.
+ 25/09/30 15:18
다른 작품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해결과의 공통점이라면 오디오도 있겠죠. 기도수가 사용 하던 오디오는 (저는 잘 모릅니다만) 상당히 올드&고급 기기 인걸로 알고 있고, 어쩔수가없다 에서도 이성민씨 집에는 상당한 기기가 비치되어 있는거 같더라고요. 언듯보기엔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 종류가 있는 걸로 봤습니다. 위스키나 오디오나 둘 다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거겠지만... 형사들 삼겹살 회식 자리에 카발란 들고 온 박해일은, 진짜 미친놈 같았습니다 크크크
+ 25/09/30 14:49
아직 관람 전인데 말씀하신 내용으로는 박찬욱도 나이가 들었다 싶군요 크크
어느 순간에 한니발이라는 캐릭터가 미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황당한 캐릭터로 느껴지는 시점이 있었는데 그게 인생의 재미 중 반을 상실한 때 같습니다... 스티븐 킹도 젊을 때 쓴 글과 노년에 쓴 글이 분명히 차이가 나는데 어떤 매력적인 거침없음이 많이 깎여서 사라진 게 보이긴 하지요 말씀하신대로 다른 부분의 구조적 매력이 작동하기 시작하고요... 전작 헤어질 결심에서 어떤 방향으로 더 나아갔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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