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현 상황은, 우파 파퓰리즘, 이를 옹호하는 보수 언론, 의사분들의 '의사 정원은 하나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다.'같은 기존의 태도 팝콘을 먹고 있는 진보 진영의 태도가 결합된 환상의 콜라보로 생각합니다.

1. 우파 파퓰리즘
우선, 파퓰리즘은 종종 착한 다수의 대중과 사악한 전문가 집단을 구분하며, 강한 지도자가 전문가 집단을 제압하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이번 경우는 교과서적인 파퓰리즘 사례로 볼 수 있겠죠. 간단히 보자면, 천천히 2000명까지 늘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2000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한 정책입니다.

특히 근거도 제시 안 하고 토론도 제시 안하고, 오로지 의대/학교 입장만으로 2000명 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의사분들이 종종 주장하는 수가인상능론(수가만 인상하면, 건보 재정이 좋아지고 기피과 인원들도 늘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진다는...)을 연상케 합니다. 즉, 학교라는 전문가이면서 또 이해 관계자의 말을 순수한 전문가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의대=대학원으로만 대치해봐도 그 많은 학생들이 실험/실습을 할 장소 및 기구들이 준비가 되어 있을 리가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의사들이 대거 양성 되는 건 국가에 큰 타격입니다.

문재인 정부때 공공의대는 최소한 대학을 설립해서 교수들을 뽑고, 실습 장비를 확보한 다음에 400명 수준의 공공의대의 의대생들을 뽑겠다는 취지라도 있지, 이렇게 한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는 거는, 그냥 의사들 데모하면 시원하게 때려잡겠다는 의도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2. 보수 언론 OR 보수 지지층
보수 언론과 지지층은 과거 의사들의 주장을 존중하며 의사 수를 늘리자는 파퓰리즘을 비판하던 입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며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이중잣대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의사들의 파업을 정부 탓으로 돌리며 비판하던 이들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는 찬성하는 것은 단지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히 저번 정부에서 의사들의 파업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며, 갈라치기 하는 파퓰리즘 정부라고 욕했던 진영이, 그저 윤석열 정부가 했다는 이유 만으로 2000명이나 늘리는 현재 정책에 찬성하고 있단 말이죠. 그리고 그 태도가 바뀌었다는 가장 큰 명분이 '시민 단체 추천' 입니다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부정을 했는데다가, 정말 그때 당시 시민 단체 추천만 없었다면 공공의대에 찬성했을까요? 절대 그렇게 생각이 되지는 않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528829


3. 팝콘 먹는 진보 지지층 & 의사 집단
이걸 좀 엮어서 말하고 싶은게, 진보 지지층 입장에서 충분히 이번 정부의 2000명 까지 늘리는 것을 반대할 수도 있었습니다.
'문재인때 찬성했잖아?' 라고 묻는 다면 '그때는 400명이었고, 이번에는 2000명이잖아!' 라는 핑계는 충분히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2020년 당시에 덕분이라며 챌린지가 진보지지층들을 꽤 성나게 했는지, 진보 지지층의 대략적인 입장은 윤석열도 싫지만, 그 보다 의사 집단은 더 싫어 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공공의대 400명만 받았어도 지금보다는 여론/야권의 지지를 받으면서 사직/휴진 운동을 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이런 부분들을 다 떠나서, 의사들이 전문의 재계약을 안 한다고 처벌하는 게 맞나요?

의사들이 병원과 계약을 한 상태에서 파업을 했고, 그 파업이 국민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면 정부로서는 업무 개시명령을 내릴 수도 있겠죠. 혹은 전시 상황 정도나 되어서, 긴급 명령 19호 같은 거라도 내린다면 그 명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도 아니고 이번에 의사분들이 전문의/인턴 등을 재계약 하지 않는 건 그냥 개인의 선택입니다. 정부가 갑자기 2000명 늘린다니까, 아 대학병원에서 저임금 받으면서 구르느니 하루라도 빨리 페이닥이라도 해서 돈이나 빨리 벌자라고 충분히 들 수 있고, 현자타임이 와서 휴직할 수도 있는 거고요.

의사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신규 인력을 알아서 찾아야 하는 건 대학병원과 정부의 임무인 거고, 전시 상황도 아닌 지금 국민들에게 노동을 강요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계약을 맺었을 경우 당연히 파업 등을 할 때, 정부의 개시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생기지만 지금은 그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다는 건데, 이걸 처벌하는 게 법적으로도 맞지 않고,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https://biz.sbs.co.kr/article/20000157456

물론 기사를 보면 의사분들은 진짜에 대항하지 못하고 대다수가 복귀했다고 하던데, 재계약 거부를 막고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며 제대로 출근했는지를 보고하라고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싶습니다.

그 중국도 소위 탕핑족들을 처벌하지는 못하고, 어떻게서든 일하게끔 독려하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북한 정도나 가야 반강제로 아오지 탄광에 끌려 가겠죠. 차라리 징벌적 과세(휴직한 채 의사 면허를 유지하면 라이센스 비를 많이 내게 한다던지) 정도에서 그치면 몰라도 형사 처벌이니 면허 박탈이니 협박하는 건 북한 수준에 가깝죠.

실제로 저 위에 복귀 안 한 3분에 대해서 면허 박탈이나 형사 처벌까지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휴직을 법적으로 처벌이 안 될 것으로 보이고 또 처벌해서도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행태들을 반쯤 용인하는 여론과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요.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파업하는 것도 아니고 사직서/재계약 거부했다고 '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행동을 하니 처벌함.', 이겁니다.

파업은 몰라도 재계약을 거부한다고 처벌한다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을 많이 넘은 행동이라고 보고 누군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보는데, 보수진영은 윤석열 지지도 올라간다고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고 진보진영은 팝콘 먹으며 지켜보고 있고, 의사분들도 진짜 앞에서는 보다 더 세게 얻어 맞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참 암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