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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1/11 11:06:49
Name 사람되고싶다
Subject [정치]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실 네오-유교가 아닐까?

무슨 학문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 제가 살아오며 보고 느낀 것들을 주저리주저리 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겉으로는 서양의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였지만, 이를 이끄는 동인 자체는 유교적 논리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현대 한국의 정치를 '민주주의', '헌법' 등 온전히 서구에서 온 개념의 틀로만 바라보면 우리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겠지요.


서양에서 국가, 정부는 ['제한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국가란 태생적으로 가만 두면 개인을 억압하는 존재이므로 얘네가 폭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상과제 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끼리 해결하되, 도저히 안 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국가가 개입해야합니다.
반면 동양에서 '국가'는 ['무언가를 하는 존재']입니다. 유교에서 임금은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존재입니다. 국가는 적극적으로 사회가 잘 유지되도록 구휼도 하고, 질서도 잡는 등 노력해야합니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져버리는 것입니다.


유교에서 국가는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는 존재'입니다. 전제적으로 보이는 왕조차 '인의', '민본주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에서 알 수 있듯, 임금도 임금 다워야 합니다. 유교의 거두 맹자는 '걸주같이 인의를 져버린 폭군은 임금 아님. 갈아치우셈'이라며 대놓고 역성혁명을 설파합니다. 그러니까 임금, 국가의 정당성은 '나라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에 나오고, 이를 위해 크게 힘을 실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아예 끌어내린다는 화끈한 사고방식인 셈이지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할까요.

이렇듯 국가의 권위는 '올바른 국정 운영'에서 나옵니다. 서구처럼 '개인의 권리 보호'가 아니고요. 이것은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이렇다보니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꽤나 재밌습니다. 한국인들은 민주주의 자체를 이념적이기보단 기능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나를 대표하는 대표자를 뽑는다기보단, '올바른 지도자'를 뽑기 위해서 선거를 한다는 느낌으로 바라봅니다. 무슨 소리냐면, [민주주의는 현존 체제 중 가장 국가를 잘 운영하기에] 좋게 본다는 겁니다. 일종의 '제도화된 선양, 역성혁명'으로 본다는 거죠. 독재가 나쁜 것도 국민을 탄압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독재자가 지맘대로 운영해서 나라를 개판내거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개판내더라' 쪽에 초점을 둡니다. 반대로 말하면 독재도 '효과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고평가합니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박정희가 아직까지 추앙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성공적으로 나라를 이끌어서' 입니다. 민주주의는 밟았을지언정 한국인이 생각하는 국가의 정당성은 충족했습니다. 심지어 암살당한 이유도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지 않아서'입니다. 인의를 져버린 연산군을 폐위한 중종반정이 떠오르는 대목이랄까요.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독재도 선택만 잘 하면 효율적이다'라며 인정하는 경향이 큽니다. 집단지도체제가 선택을 잘 할진 몰라도 여전히 국민 탄압하는 독재정인데도요. 비판적으로 보는 쪽도 '거 봐라 결국 시진핑 똥싸잖아, 이래서 독재는 안 돼'로 가서 결국 초점이 퍼포먼스로 갑니다.


그러다보니 근본적으로 정치도 '국가가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나, '개인의 이해득실'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아닌, '국가에 올바른, 의로운 방향으로' 투표하는 것입니다. '나라가 어찌되든 관심 없고 나한테 이득이 되니까 뽑는다'라고 하면 이기적이라고 지탄이나 받죠. 좀 이상하지 않나요? 투표는 주인인 개인의 의지를 국가에 행사하는 건데, 오히려 하인인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거니까요.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유학에 따라 옳고 그름을 논하던 일종의 선비 정신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의 정치란 결국 '옳고 그름'을 정하는 일]인 겁니다.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와 조정이 아니라요. 선악, 옳고 그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정의는 항상 보편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살인, 도둑질은 당사자 간의 문제라고 신경 끌 게 아니라,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요. 어떤 사안에 반대하는 사람도 '자유를 해친다'는 관점보다는 '허용하는 게 옳다'라는 관점을 내세웁니다. 옳지 않으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고, 옳고 그르냐만 따질 뿐입니다. '내 생각에 잘못 됐지만, 그렇다고 그걸 국가에서 금지하면 안 돼' 같은 생각은 찾기 힘듭니다. '잘못된 거면 당연히 고치고 금지해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한국인이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 자체가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뭐 사고 터지면 맨날 '정부는 뭐했냐!', '국회의원이 무능해서', '공무원이 일을 안한다!' 같은 소리나 하며 오히려 법을 만들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압박합니다. 정치권도 당연히 거기에 부응해서 맨날 이상한 공약, 특별법만 남발하고요.

그러다보니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재개발을 위해 멀쩡한 내 집을 수용하고, 성인마저 성인물을 못보게 차단하고, 개고기를 못먹게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게 옳으니까]입니다. 사회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다수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 안했거든요.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섬뜩하고, 파시즘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점은, 그렇다고 사람들이 고분고분하게 개인을 덥고 국가에 복종 하는 건 또 아니라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국가가 의를 행하기 때문에 따르는 거지, 의를 행하지 않는 것 같으면 바로 뒤돌아서 들이받습니다.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안들면 권위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판사를 비난하고, 정부 정책이나 법도 불합리하다 생각하면 신문고, 커뮤니티에 올리고, 언론사에 제보하고 동네방네 잘못됐다고 퍼트립니다. 마치 임금 앞에서 잘못됐다고 따박따박 상소 올리던 선비처럼요.


전통적인 국가관과 민주주의는 분명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순 때문에 터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 기묘하게 결합하여 민주주의가 제대로 굴러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분명 국가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탄압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기에' 반발이 일어나 표가 끊깁니다. 이념적인 일이거나, 이번 개고기 금지 같은 경우는 '할 일이 썩어 넘치는데 저따위 쓰잘데기 없는 일에 힘을 쏟아?' 하고 또 욕을 먹습니다(...) 무조건 민본주의 따라 민생부터 챙겨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전체주의, 파시즘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도 의외로 국민 권리 침해 자체는 적게 일어납니다. 권리를 잘 보호해서가 아니라, 표 떨어지니까... 국민들부터가 마음에 안들면 죽창 들고 끌어내리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 기묘한 균형을 통해 국민의 권리는 보호되고 민주주의는 굴러갑니다. 분명 서구와는 전혀 다른 OS인 것 같은데 정작 출력되는 게 비슷하니 장땡 아닌가 싶네요.
이거야 말로 '우리식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네오-유교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무작정 '한국은 자유도 모르고 규제 좋아하는 떼법국가다!'라고 비난하기엔 나름의 장점과 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쳐야 할 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다수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 '소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인데... 이건 뭐 답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원래 그래요. 의사라든지 교사라든지 카드사라든지, 다수에게 악이라고 찍히는 순간 희생해야 하는 거죠. 꼭 소수자 뿐 아니라 '경제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국민 전체가 희생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헌법적 가치'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 '선악' 프레임에 매몰된 것도 좀 완화되어야 하겠지요. 선악은 양보할 수 없지만 정치는 대화와 타협, 양보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결국 사화 남발과 서로의 절멸을 바라는 투기장이 돼버린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겠지요.

희망적인 점은, 그래도 점점 '민주주의의 가치', '인권' 등의 중요성이 우리에게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길'에 '민주주의', '인권'이 편입되는 형식으로요. 물론 아직도 인권을 '서구놈들이 현실을 몰라서', '배부른 소리'같이 부정적으로 폄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처럼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되', '개인의 자유와 권리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글이 중구난방이 됐는데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1. 한국의 체제는 민주주의지만, 그 속내는 여전히 유교식 마인드에 가깝다.
2. 그런데 의외로 유교식 민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해서 생각보다 잘 굴러가더라
3. 앞으로는 여기에 '인권'의 중요성을 좀 더 중요시해서 갔으면 좋겠다

정도일까요.


한국 정치의 유교적인 색채를 좀 더 강조해서 쓰고싶었는데 아무래도 좀 옅어진 것 같습니다. 사실 쓰다보니 '서양도 비슷한 부분이 꽤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제가 글 쓰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한국인의 마음에 유교의 뿌리가 굳건하구나' 였습니다. 그냥 문화적으로만 일부 내려오고 이제 그마저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데, 정작 내면을 까보면 거의 조선시대 유학자 판박이 같은 게 신기했습니다. 물론 단지 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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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방정
24/01/11 11:23
수정 아이콘
[반면 동양에서 '국가'는 '무언가를 하는 존재'입니다.]

이 부분을 유교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은 법가적인 것 같아요. 물론 유교에서도 이런 개념이 있는 건 맞지만, 전통적으로 유교사회는 유교적인 이상을 법가적인 실행 방식으로 구현해 왔다고 생각하고, 유교가 현대사회에서 이상적인 위치를 잃어버린 뒤에도 오히려 서구사회를 법가적으로 재해석해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서와 부국강병을 제일의 목표로 삼아왔는데 부국강병과 질서 둘 다 법가적인 이상이죠. 고대 사회에서는 정부의 부가 곧 국가의 부라고 생각했지만, 현대 경제학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부의 총합이 곧 국부라고 정의하는 걸 보면, 국부의 정의만 바뀌었을 뿐 법가에서 전혀 바뀐 게 없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사람되고싶다
24/01/11 11:28
수정 아이콘
사실 엄밀히 나누면 법가적인 요소도 큰데 유가적인 요소도 크다고 봐요.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도덕성에 집착하고 나라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요. 법가에서의 질서란 통치를 위한 수단에 가까운데 한국인들이 정치를 볼 때 '옳고 그름'에 대한 집착이 상당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경제랑 외교 측면에선 거의 법가를 때려 박은 느낌이 확 듭니다...

사실 유교가 법가를 흡수해서 짬뽕되고 뒤섞여서 우리에게 남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법가적 요소를 많이 물려받은 것도 사실이고요.
계층방정
24/01/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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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엇이 옳으냐? 라는 질문에 부국강병에 기여하는 것이 옳다는 답이 현대 한국에 만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법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덕성조차도 부패한 나라는 패망하기 때문에 추구되는 것일 뿐, 도덕과 부국강병 중에서 양자택일하라면 부국강병을 고르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경제와 외교 측면에선 거의 법가를 때려 박은 느낌이 확 듭니다...]이라는 문장에 적극 동의합니다.
사람되고싶다
24/01/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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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현대 한국이 굉장히 법가적이란 것에 동의합니다 흐흐. 단지 그게 유교를 배제하고 법가가 튀어나왔다기보단 유가가 법가를 흡수한 잔재가 유교와 함께 넘어온 느낌이랄까요?
부국강병이나 이런 것도 결국 '국가가 올바르게 나아가야할 방향'에 통합돼 온 것 같습니다. 인권 같은 것도 얘네를 아예 대체하기보단 이쪽에 통합되지 않을까 싶어요.
계층방정
24/01/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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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교와 법가의 구분에 제가 천착하는 이유는 최근 한국의 극단적 저출산이 유교적이 아니라 법가적인 현상이 아닐까 해서 그럽니다. 원래 유교는 후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는 출생주의를 적극 설파하는데, 이 부분이 배제된 채 법가적 부국강병은 그대로 추구하다 보니 저출산이 극단적이 된 것 같거든요. 생육하고 번성하라, 교회를 말세까지 존속시켜라는 서양의 기독교적 출생주의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고요.
24/01/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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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전공자입장에서 질서는 유교적인 개념이기도합니다. 정명 오륜 모두 직분간의 질서를 강조하는 개념이거든요. 법가와 유교를 비교한다면 한쩍은 형벌과 정치로 교화를 한쪽은 도덕으로 교화를 한다는게 차이일뿐입니다. 그외에 예 자체가 원래 제도적 장치였기에(예법) 유가나 법가나 모두 국가의 액션을 강조합니다.
법가의 한비자의 사상은 성악설과 예법을 강조한 유학자인 순자에게서 영향받았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동시에 한비자는 노자 도덕경을 주석한 학자이기도합니다. 그런 점에서 법가의 주요 요소인 법 세 술 중 술은 국가가 표면적으런 적극적으로 뭘 하려는 모습을 감추는 노자의 무위지치와도 닮아있습니다만...

사실 한나라이후 유학자들은 이념적으론 공자를 따르지만 행정적으론 법을 강조하긴 해서 구분하기가 좀 어렵죠
계층방정
24/01/1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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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법가와 유교를 구분하는 게 쉽지가 않네요.
그런데 현대에 와서 교화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형벌을 강조하는 대중정서를 보면 법가가 유가보다 대중에게 더 인기 있는 거 아닐까요?
24/01/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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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맞습니다. 그런 이유로 학부수업에서 학생들이 법가를흥미로워합니다. 다만 성선설과 성악설은 진짜 인간은 이렇다라기보단 교화나 문제해결의 방향을 잡는 기본전제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라고 주로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그런관점에서 성선설을 좀 다시 봐달라고 요청하곤하죠
24/01/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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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24/01/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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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 모르는걸요. 주제넘게 끼어든거같아 죄송합니다
바람돌돌이
24/01/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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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이 바라는 정당이 뭔가를 생각해보니, 부국강병을 전면적인 기치로 내세우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개인의 축재와 사욕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부국강병한다고 하면 인기가 높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죠.
24/01/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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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괜히 인기있는 지도자가 아니죠...
계층방정
24/01/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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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부국강병이 인기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에서 저출산이 유독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이제 부국강병 이룰 만큼 이룬 것 같은데? 이제 뭐함? → 할거없음...
바람돌돌이
24/01/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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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직 약해요.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탄두의 중량도 부족합니다. 아직 부국 강병해야죠.
계층방정
24/01/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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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진지하게 답변해보자면 저출산은 부국강병을 위해 미래의 국력을 현재로 당겨쓰는 약인데, 둘 다 부국강병을 하도 좋아하다 보니 너무 많이 약을 빨아버린 게 아닐까 합니다.
glomerularfiltre
24/01/11 14:10
수정 아이콘
모든나라의 목표는 부국강병입니다
부동산부자
24/01/11 14:35
수정 아이콘
한국과 중국은 유난하죠
왕립해군
24/01/11 11:37
수정 아이콘
정부에 대한 스탠스도 중요하지만 그 스탠스가 생기기위한 개인의 지위도 중요합니다.

스스로 시민으로 인지하고 있느냐 아니면 신민으로 인지하냐에 따라 정부를 바라보는 자세도 생기겠지요.

아무리 정부가 서구권의 민주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한들 사회 구성원이 신민이라면 순종적인 특수성 때문에 정부는 물론 의회 전반적으로 제왕적인 행태가 생길 수 밖에 없죠. 반면 시민이라면 제한,감시라는 속성을 가지게 되어서 정부나 의회를 민주적 행태로 가겠죠.

유교에서 말하는 군군신신부부자자야말로 아직도 한국 사회에 남겨진 덕목입니다. 개인적으론 정부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이런 걸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되고싶다
24/01/11 13:13
수정 아이콘
저도 한국 정치의 극단성은 결국 사회 구성원의 성향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그치만 단순히 '아직 신민에서 못벗어났다'라고 비난하기보단 그럼에도 점점 민주주의 시민의 저변 자체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사실 균형이 굉장히 잘 맞다고 생각해요. 찢어져서 개판나기엔 사람들이 무언가 뭉쳐서 해낼 의지가 있고, 그렇다고 아예 파시즘으로 치닫기에는 이제는 어느정도 민주적 가치가 자리 잡았고 정부 기관 등도 최대한 민주적 원칙에 붙어있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키모이맨
24/01/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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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가 꼴보기싫은건 법으로 금지해도 난 안하니까 알빠노'가 매우매우 강하게 느껴지네요 크크
자급률
24/01/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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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인권이라는거 자체가 딱 기독교 언약사상적 베이스에서 나올법한 발상이었던거죠. 다른 문화권에는 이것과 1:1로 치환할만한 뭔가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교권같은 경우는 굳이 따지면 '호생지덕' 정도가 그나마 유사성을 가지겠는데
이거도 현실적 용례는 그냥 '항복하면 살려줌' 이럴때 주로 쓰인거고 애초에 개념적 범위 자체도 제한적
사람되고싶다
24/01/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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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서구적인 개념인 건 맞는데 서구문명이 전지구에서 승리를 거둔 이상 점점 보편적인 것이 돼 가겠지요. 사실 제가 말하는 이 '유교'조차도 외부에서 수입해온 걸 내면화한 거니까요. 조선시대 초만 해도 사실 그렇게 유교적인 색채가 강하지 않다가 수백년동안 점진적으로 사회 전체에 뿌리내렸듯이, 우리나라도 이렇게 수백년쯤 구르면 서구식 천부인권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메르인
24/01/1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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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PC, 반PC 갈라져 주구장창 싸우는걸 보면 옳고 그름을 갖고 대립하는건 별반 다르지도 않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되고싶다
24/01/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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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군가는 '세계의 한국화'라고 표현하더라고요. 한국이 극단성이 누그러지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극단화 돼서 서로 절멸시키려한다고..
성야무인
24/01/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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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그렇지만 한국도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과거서 부터 지금까지 배금주의의 끝판왕 격인 중국이 공산주의라는 체제를 가지고 있고

극강의 관료주의를 자랑했던 한국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니까요.
사람되고싶다
24/01/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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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우리가 민주주의 스킨 조선이라면 중국은 공산주의 스킨 중화문명이란 거죠 흐흐. 무협이나 중국 선협 읽어보면 참 얘네도 다 때려부순 거 같아도 옛 마음가짐은 그대로 내려오는구나 싶습니다.
HiggsHunter
24/01/11 12:55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 반갑네요. 일제 강점기와 육이오 산업혁명으로, 유교적 전통사회가 많이 사라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큰 시스템은 유교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근데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 만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의 민주주의도 일본의 전통적 봉건주의와 닮아있는 점이 있고 (지역구의 상속이나, 총리와 자민당 계파들의 관계). 중국의 공산주의는 어느샌가 유교적 황제 시스템과 비슷해져 가고 있죠.
아마 다른 국가들도 다들 비슷하겠죠.

개인은 계속해서 서구화돼도 국가 운영원리는 과거의 문화적 유산에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사람되고싶다
24/01/11 13:07
수정 아이콘
소련도 국명부터 민족과 지명을 싹 빼버리고 새로운 이념적인 나라라고 건국했고 자기네도 그렇게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얘네 하는 행동 제정 러시아 빼박인데???'라는 소리 듣던 거 보면 참 사람의 근본적인 세계관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게 재밌습니다. 분명 주변 환경, 체제는 단절 수준인데 어떻게 유지하나 싶은.
이리떼
24/01/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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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면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우유크림빵
24/01/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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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면에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4/01/11 13:39
수정 아이콘
매우 공감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자유주의자라 생각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전체주의와의 싸움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공동체정신의 부활과 공화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는바보다
24/01/11 14:0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물소싫어
24/01/11 14:58
수정 아이콘
유해사이트 검열이 워낙많이 뜨기도 하고
성매매는 도저히 이해못할 이유로 불법이고

이나라 사람들은 통제 사랑하죠
안군시대
24/01/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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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든 법가든 춘추전국시대에 나온 제자백가의 사상들 대부분이, 당시 혼란 그 자체였던 사회상을 보고 이대로는 국가라는게 성립할 수 없겠구나 싶어서, 국민들이 지켜야 할 규범을 만들고, 모두가 그 규범 안에서 살아가게 하면 질서가 유지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노장사상은 약간 결이 다르긴 합니다만.
서양의 경우엔 오히려 로마제국 이후 봉건제도가 자리잡고, 각 지방별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터치를 거의 안 하는 형태의 사회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지방 영주들의 권력도 그리 크지 않아서 영주의 폭정이 심하다면 반란을 일으키거나 다른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하는게 비교적 지유로웠던 것도 동양과 서양이 국가권력에 대해서 가지는 마인드의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24/01/11 16:5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정치영역의 이야기 상당부분은 동서양의 차이보다는 사회 전반에서 관찰되는 일입니다.

당장 국가가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도구로서 성격을 가지는건 서양도 마찮가집니다.
복지국가가 자리잡은지도 근 백년여 가까운 시기가 지났으니까요.
최소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도구로서 그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는거죠.
그보다 더 큰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 역시 생각만큼 차이가 큰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통치를 위한 제도로 운영됩니다.
독재에 대한 향수 같은것도 독재해본 나라들에선 생각보다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정치에 올바름과 그름이 관련되는것은 흔한 이념투표죠.
정체성 운동, PC, 종교정당, 임신중절이슈 같은것들이 흔하게 선거에 영향을 줍니다.
계급균열이 덜 대표되는 사회에서 이념과 관련된 정치의 극단화가 나타나는건 보편적인 현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계급균열이 상대적으로 더 잘 대표되는 지역에서도 인종이나 이민 관련 이슈로 유사한 양상이 관찰됩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각각의 사회는 각각의 사회가 가지는 역사적 맥락 만큼의 독특한 성격을 가집니다.
하지만 초집중화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프랑스와 한국에서 나타나는 유사성과 같이 유사한 조건위에선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되고싶다
24/01/11 18:35
수정 아이콘
근본적인 마인드셋은 다른데,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어느 나라나 수렴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사실 대충 '서양'이라고 퉁쳐서 그렇지 저 정도로 개인의 자유에 집착하는 건 미국 정도고 유럽 등지에선 국가의 개입에 덜 적대적이죠.
서양도 결국 먹고사니즘, 정치적 극단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비슷해지고 있다면 반대로 우리나라는 인권 등의 가치가 우리가 보호해야할 가치 중 하나 정도로 편입됨으로써 수렴하는 느낌입니다. 러프하게 아이폰이나 갤럭시나 결국엔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
단지 서구권에서는 2차대전 시 파시즘 인상이 너무 깊어서 아직까지는 경계하는 영향이 남아있는데, 사실 미국 유럽 제외하면 민주주의는 결국 이식된 통치 제도의 일종이긴 하죠.
24/01/11 17:3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평소에 막연하게 했는제 글로 표현하지 못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친친나트
24/01/11 18:45
수정 아이콘
최근에 '신양반사회'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자체는 사회과학을 가장한 정치평론(운동권-586-민주당을 비난하는)이긴 했는데 쓰신 글과 맞닿는 부분이 있는것 같네요.
No.99 AaronJudge
24/01/11 21:28
수정 아이콘
이야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24/01/11 21:42
수정 아이콘
통찰력 있는 멋진 글입니다. 웬만한 정치인이나 공직자보다 전문적이신듯
아이파크
24/01/12 22:43
수정 아이콘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똥진국
24/01/13 14: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유교라는 부분에 공감하면서 여기에 저는 조선의 영향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인을 왕으로 생각하고 섬겨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있죠
여야 불문하고 정치인에게 큰 절을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걸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정치인을 지켜야 한다는 글이나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 이런걸 보면서 국민의 대리인인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 섬겨야할 정치인으로 바라본다고 느낍니다
대통령 선거는 말 그대로 내가 섬기는 정치인을 5년간 나라를 다스릴 왕을 뽑는 제도인겁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글쓰는걸 보면 어떠한 대의명분을 위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념이라고 하는 대의명분이 앞서고 있다는거죠
20년전에는 그래도 생존과 발전이라는 실용주의, 실리적인 고민의 정치 글이인터넷에 보였는데 요즘은 그런 정치글은 사실상 전멸했다고 봅니다
특정 정당이라고 이념을 따르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해도 그 당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내는 거조차 용납 안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부분은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이 극에 달했던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게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모습에서는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직 기독교만이 진리이며 구원이라는 그런 것과 닮아 있다는거죠
실제로도 포교가 가능한 사람의 성격이 저런 타입인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여야에서 많은 축을 담당하는 86세대들이 운동권 시절에 보여준 모습에 대한 회고 글들이나 제가 대학에서 겪으면서 느낀 운동권들은 유교적 가부장적이라고 해야 하나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게 정치에 반영안될수없을겁니다
다만 님 의견 중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부분은 회의적으로 느껴집니다
자기들의 권력 유지와 국민 통제를 위해서 자유와 인권을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반발이 심하지 않은건 우리가 유교 바탕의 조선의 통치의 흔적이 아직까지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유교에 기독교적인 요소가 더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유일신 종교를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대신하고 있다는거죠
신은 노무현과 박정희가 되겠고요
양 진영에서 자기들의 신을 모독하는 말을 하면 개거품을 물고 역정내는 부분도 기독교와 많이 닮아있다고 봅니다
믿지 않으면 공격하는 그런 모습도 그렇고요
이런 전투적인 모습은 해방 후 경제 발전 시기부터의 한국 기독교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봅니다
해방 전까지의 한국 기독교는 지금처럼 전투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점잖고 조용한 느낌의 기독교였습니다

단순히 유교라는 것보다는 조선시대의 유교문화에 전후 복구부터의 기독교적인 부분이 한국 민주주의에 반영되었다고 보고 싶습니다
박정희 말만 그대로 우리식 민주주의으로 가고 있는겁니다
물론 지금의 흐름은 박정희가 속으로 의도했던대로 민주주의라고 쓰고 독재라고 읽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요
김포북변동
24/01/14 00:20
수정 아이콘
좌우 상관없이 규제 하나는 진짜 너무나도 좋아하는 민족이구나 하는것은 가끔 느낍니다

중국은 권력을 잡은 독재정당 공산당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은 국민들 스스로가 규제를 너무 사랑하는게 차이점 이랄까요?

유교와 이게 연관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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