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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09 03:32:35
Name 해바라기
Subject 추억팔이 - 전상욱, 전지윤, 김대호, 베르뜨랑, 유인봉 선수와 게임한 이야기

며칠 전에 스타리그를 보는데, 마지막 스타리그라 그런지 과거의 추억들을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저도 이 분위기를 타고 과거 추억팔이를 좀 해보려고요.

스크롤 압박이 좀 있네요 흐흐



저는 스타크래프트 말고 킹덤언더파이어라는 게임을 하다가 임요환 선수와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 때가 2001년 가을,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온게임넷에서 고등학생 이상만 대회에 참여시키게 해서 난감했어요....
결론적으로 이 정책 하나가 제 인생을 바꾸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정책이 바뀔까 하는 혹여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계속 연습을 합니다.
래더에서 20위권 정도까지 올랐어요.



어느 날, 귓말이 옵니다.
당시 커프 최강이었던 전상욱 선수가 연습을 도와달라고 하네요.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4판을 합니다.
경기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4판 다 졌던 것만 기억납니다......ㅠㅠ



전상욱 선수 말고도 그 당시 커프리그 16강에 진출했던 선수들과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저랑 연습했던 선수가 분명히 저한테 당한 전략을 사용하면 집에서 혼자 흐뭇해했던 기억이 나요.
게임 이기면 그 전략이 니꺼니 내꺼니 티격태격하고..... 아 재밌었습니다.



이 때쯤 야심차게 래더용 새컨 아이디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 게임아이와 같이 래더하시던 분들은 아실텐데, 적은 승수로 많은 점수를 올리는 걸로 경쟁하던 시기였어요.
제 목표는 1승당 40점!
목표를 잘 이뤄가고 있는데, 정말 높은 점수의 아이디가 말을 걸어옵니다.
커프 3차리그 준우승자, 워크 1차리그 준우승자인 전지윤 선수였어요. (콩라인의 아버지죠.......)



이 경기 내용은 기억이 납니다.
중앙을 잡고 사정거리가 긴 엘븐 레인저를 이용하면 숨이 턱턱 막히는 맵이었는데
전지윤 선수가 이 전략을 진짜 기가 막히게 사용하더라구요.
자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철이 많이 드는 드워프와 엘븐 레인저를 어마어마하게 뽑아내더군요.
저는 중앙을 접은 후 사이드 멀티를 먹고 영웅과 소서리스, 그리고 공중 유닛인 스톰라이더로 역전을 꾀하는데.......
전지윤 선수 물량이 후덜덜해서 결국 지고 맙니다.



지지를 치고 수고했다는 말을 나누는데, 그만 게임에서 튕겨버렸어요.......
후딱 빨리 들어와서 전지윤 선수에게 죄송하다고, 고의가 아니라고, 점수를 드리겠다고 말하는데
쿨한 전지윤 선수, 게임 재밌게 했으니 됐다고 합니다.
아....... 대인배......



또 한 번 귓말이 왔어요.
이번엔 김대호 선수였어요.
그 당시 김대호, 혹은 긷매호...... 선수는 상금 킬러로 유명했어요.
쥬라기원시전, 아트록스(정인호 해설이 이 게임 출신이죠...... 맞죠?), 스타, 커프 안 가리고 다 나옵니다.
커프를 배우는 과정에서 저에게도 손을 뻗친거에요.
배운다는건 전적에서 티가 났어요. 15승 128패인가...... 아무튼 엄청 낮은 승률이었습니다.



게임은 제가 가뿐히 이겼고(에이~ 아무래도 게임한 기간이 있는데......)
여러번 더 하면서 이것 저것 가르쳐줬어요.
그랬더니 한 달 후에 5차리그에 나오더라구요...... 8강까지 갔던걸로 기억합니다.
정말 게임 센스는 대단한 선수에요.





결국 커프리그는 5차리그까지만 열리고 끝이 나고 그 때 커프를 했던 선수들은 스타와 워크로 전향을 합니다.
대부분은 워크로 갔어요. 전지윤, 추승호 선수 등이 그대로 세인트 길드를 만들어서 워크리그 초반에 맹활약을 합니다.
전상욱 선수랑 저는 스타를 시작하고요.
원래 전상욱 선수는 커프 마지막 즈음에도 스타를 한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이미 게임아이 점수가 1800점이란 소문이 돌았죠.



저는 주로 오늘의유머 아시아 채널에서 놀았어요.
거기서 나름 3대 테란이니 뭐니 하고 놀았었는데........ 아 옛날이여.



중학교 3학년 때, 헥사트론 피시방 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 때 헥사트론 소속 선수들이었던 장진남, 장진수, 이기석, 베르뜨랑, 기욤, 피터 등이 사인회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승 상금은 피시방 쿠폰 무려 10만원!!!!!! 그리고 헥사트론 소속 선수와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저는 그 때 잘나가던 베르뜨랑 선수랑 하겠다고 했어요.


맵은 로템_게임아이 였어요. 저는 12시 테란, 베르뜨랑 선수는 2시 테란이었어요.
위치가 불리하긴 했는데, 제가 공격적으로 드랍십으로 베르뜨랑 선수의 앞마당을 장악하면서 유리해졌어요.
결코 늦지 않은 시간에 8시에 멀티를 하려고 했는데 어라? 이미 베르뜨랑 선수의 커맨드가 있더라구요.
황급히 6시에 스캔을 찍어봤는데 거기에도 멀티가..... 6시에 앞마당도 멀티가.....
게임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커맨드가 본진 포함해서 5개...... 커맨드 늘어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결국 물량에 지고 맙니다. 바로 리플레이를 확인해 보니 1팩토리 4커맨드.......;;
앞마당 잡히자마자 그 커맨드는 들어서 미네랄 멀티로 가고, 그 멀티 돌리는 순간 2커맨드를 더 늘리더라구요. 대단합니다....



시간이 흘러서 중학교 3학년 10월이 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프로게이머를 계속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됐어요.
고민을 계속하다가, 스스로와 약속을 합니다.
피지알 대회에서 온라인 예선을 뚫지 못하면 게임을 접겠다고 말이죠.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공부 안하고 게임만 주구장창 했습니다.
가뿐하게 1,2라운드를 뚫고 마지막 3라운드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상대는 유.인.봉. 방학테란......이라고 하시면 아시려나요?



맵 이름도 안 잊어먹네요. 최초의 시간형 섬맵이었던 메소포타미아에서 1경기를 했습니다.
제가 유인봉 선수 앞마당 언덕까지 잡고, 섬 멀티도 파괴하면서 자원 차이가 3배가 났어요.
그 때부터 막 떨리더라구요. 진짜 이기나? 진짜 이기나!?
그 생각을 한 순간부터 말렸습니다.
유인봉 선수는 그 당시에는 잘 쓰지 않던 패스트 공 2업 각도기 전략으로 제 탱크 라인을 순식간에 밀어버리더군요.
진짜 아무것도 못하고 쑥 밀려버렸습니다. 1경기 지지
2경기는 기억도 안나요. 그냥 졌습니다. 결국 탈락하고 맙니다.



다 끝나니 새벽 4시였습니다.
앞으로 4시간 후면 중간고사가 시작되는데 공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여기서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어야 되나....... 하는 착잡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정말정말 길었던 밤이었습니다.



제 중학교 시절은 피지알하고도 인연이 깊네요.
킹덤언더파이어를 시작하고, 게임을 하다가 여기를 알게 되었죠.
그래서 스타크래프트가 더 좋아졌고, 워크래프트 말고 스타크래프트로 전향을 했죠.
그리고 프로게이머 지망생의 끝도 피지알 대회였으니 스타에 있어서는 시작과 끝을 여기서 함께 했네요.


그 때 저와 함께 게임했던 선수들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
베르뜨랑 선수 말고는 근황을 모르겠네요.
혹시 알고 계신 분들은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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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균
12/06/09 04:14
수정 아이콘
전상욱 선수 군대 입대했던가.. 준비중이던가~~그랬었구요.. 저희팀 테란 코치로 생각 했었는데 사정이 생겨 못했었던.. 인봉이는 대학교 들어가서 잘 지내구 있구~ 얼마전에 같이 펜션 놀러가서 놀았었습니다. 긷매호 선수는 결혼하구, 선박회사 에서 잘 일하구 있구.. 전지윤은 뭐하고 있는지 소식이 끊겼네요.. 워3 선수 였을때 마지막으로 본 기억만 납니다~ ^^
12/06/09 04:17
수정 아이콘
나도현 선수는 스타2 그만 두신 것 같은데 요새 뭐하시나요...
이재균
12/06/09 04:17
수정 아이콘
mangyg 님// 네 그만둔지 좀 댔어요~ ^^ 근데 망님 왜 안주무시고 뭐하세요? 이 시간에-_-
12/06/09 04:40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비슷한.스토리가 있습니다. 온게임넷과 기타 케이블티비에 꽤 출현했는데 스타는 아니었고 다른게임들인데 별로 인기가 없어서 별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지요 저도 이런글쓰면 정말 재미난 스토리가 많은데...당시 사진들이나 자료들도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쓰다보면 제 자랑만 늘어놓은거 같아서 글 다써놓고 게시버튼을 못눌른 기억이 나네여 온게임넷 나가서 방송에서 스타 프로게이머 관광사건등 참 추억들이 새록새록합니다.
12/06/09 04:41
수정 아이콘
전지윤 선수는 커프리그 2,3차 대회 준우승으로 일찌기 콩라인이긴 했습니다만, 온게임넷 워3리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콩라인
탈출했죠. 커프때부터 물량의 전지윤으로 유명했습니다.
김대호 선수는 쥬라기원시전에서 2연속 우승한 경력이 있고, 커프는 한때 워게이트 랭킹 1위에 올랐던 적도 있습니다. 온게임넷에서
이벤트전으로 당시 워게이트 랭킹 1,2위였던 김대호/정원석 선수의 특별전을 5전 3선승제로 했던 적도 있었고요. 글에 적으신대로
많은 게임을 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역시 많은 게임을 하는 봉준구 선수와 스타/커프/쥬라기원시전2 등으로 이벤트전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예전에 좋아했던 커프리그 선수들 이야기를 보니 좋네요. 제가 pgr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온게임넷 커프리그 게시판에서 활동하다가
pgr의 어느분이 쓰신 김성훈선수 응원글을 퍼온걸 보고 알게되어 지금까지 온겁니다. 거의 10년전 얘기네요. 김성훈선수를 가장 좋아했는데
그 뒤에 다른 게임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12/06/09 06:51
수정 아이콘
김대호 선수는 아무래도 워3때가 리즈죠.
거의 최강자 위치에서 래더 1,2,3위 다먹었으니까요.
12/06/09 07:53
수정 아이콘
베르뜨랑 선수는 참 신기했어요.. 스타 워크 동시 4강도 있고.. 게임 재능하나만은 진짜 갑인듯..
아니 어떻게 커맨드 센터만 짓는데 이기지 라는 생각이;;;;

그리고 예전 로템에서 골리앗+벌쳐로 옵저버 커트하면서 토스 못나오게 막아놓고 올멀티하는거보고 소름돋았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경기는 졌지만 -0-;;;;;;;;;;;
어강됴리
12/06/09 08:07
수정 아이콘
지금도 재능하나는 최고죠 포커판에서 일년에 십수억을 쓸어담고 있으니
"니네 아직도 스타하냐" 라는 짤방이 생각나네요

생각난김에 검색해보니 올해는 약간 주춤하네요 2008년도에 $3,500,000 로 피크였다가
올해는 현재까지 $1,000,000 모나코 포커대회에서 3등으로 한방에 89만 달러 벌었네요 후덜덜... 포커판은 액수가..
스타1 프로게이머 시절에 비교할수 없이 버네요 -_-.. 프로게이머들은 스타를 멀리하고 포커를 가까이 하는게 낫습니다?
12/06/09 23:10
수정 아이콘
저도 전상욱, 김동수님과 커프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지만 재밌었습니다.
배두나
12/06/09 23:49
수정 아이콘
뜨랑선수는 얼마전에 한국에 오셨다가 간걸로 압니다.
배두나
12/06/09 23:50
수정 아이콘
헛.. 이재균감독님이 모르시는 소식을 제가 전달해드릴께요. :)
전지윤 선수는 엔트리브 소프트에서 운영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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