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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21 05:38:00
Name 몽땅패하는랜
Subject 한상훈 초단과 박성균 선수 - 최강자에게 맞선 새로운 흐름
변증법의 기본적인 흐름은 정:반=합, 입니다.
어떤 하나의 흐름이 시대의 대세가 되거나 주류가 되었을 때(테제:철학용어로 정립), 곧이어 그것에 반론을 제기하는 소수의견이 제시되고
(안티테제:반정립) 소수의견에 그치지 않고 반대세력으로 대립각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금방, 혹은 오랫동안 대립하다가 다시 새로운  테제로 성립됩니다. 그리고 무한반복-_-;;;;(유반장님 헬프유ㅜㅜ)
시덥잖은 변증법이니, 테제니, 안티테제니 하는 말을 주워섬기는 이유는 최근 바둑과 스타리그에서 돌풍이라기엔 너무 엄청난 일을
저질러(-0-;;;)버린 두 신인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나름의 프롤로그인 셈입니다.

얼마전 안성문씨라는 바둑기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이제 신예기사들은 이창호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무서워하는 것은 이세돌이다"
그렇습니다. 최근 세계바둑계는 이창호의 침몰과 이세돌의 논스톱 고공행진이 최고의 이슈였습니다.
LG배(상금 2억 5천으로 매년 개최되는 국제바둑대회로는 최고상금입니다.)에서는 3년만에 한국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한국기사들끼리 맞붙게 된
이 LG배에서 당연한 이세돌의 결승진출보다 한 신예기사의 질주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상훈 初段.
18세가 정년인 바둑연구생 연령제한에 턱걸이로 입단에 성공(입단대회 15회 도전 10회 본선진출끝에 얻어낸 입단면장이었답니다;;;).
그러나 입단 61일만에 LG배 본선에 진출, 일본기원에서 활약중인 류시훈 사범을 1회전에서 물리칠 때만 해도 "요즘 초단은 5단 실력이다;;;"
라는 말을 되새기게 한 1회성 폭풍이었습니다. 2회전 상대는 당시만 해도 중국랭킹 1위였던 구리. 하지만 구리는 한상훈에게 대마를 잡히고 돌을
던집니다. 하병해장(새우병사 게장군= 땅에서는 쓸모없는 병력)이라고 한상훈을 폄하했던 마샤오춘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든 쾌거였습니다.
8강에서도 중국기사를 이기고 준결에 진출 온소진 四段과 형제대결을 벌여 결승에 진출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삼성화재배에서도 마사오춘, 이창호 사범을 꺾고 8강까지 진출했지만 초단이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요즘 바둑의 대세는 모양이고, 포석이고, 정석이고 그런거 없다!! 대판 싸워보자!!!!는 흐름입니다. 차분하고 뒤가 강한 이창호 사범이 고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같이 싸우자니 이창호 사범님 스타일은ㅜㅜ)
그 흐름의 정점에는 이세돌 사범이 우뚝 서있습니다. 조금만 틈만 보이면 중국기사건 일본기사건 대마를 썰어버리는-_-;;; 무시무시한 괴력은 지옥같은 반집싸움을 언제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던 이창호 사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지금 한국바둑은 물론 세계바둑을 휩쓰는 주류는 단연 이세돌 사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세돌 사범의 강력한 도전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어쩌면 한상훈 초단이 그 대답 가운데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이 이야기는 조금 뒤로;;;;)

스타크래프트의 종족밸런스는 엉뚱하게 이야기하자면 삼발이 솥과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스타크래프트 종족밸런스의 설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상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끝난 두산테레비(-_-;;;죄송합니다 곰티비입니다) 스타리그 결승전은 현재 최강자라는 김택용 선수가 우리는 여우를 만든다!!!!(위메이드 폭스)팀의 신예테란 박성균 선수에게 우승컵을 양보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당대 최강자였던 수석지휘자 마재윤 선수에게 3.3 혁명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최정상에 올랐던 김택용 선수는 자신의 승리가 준 충격을 다시 한번 패배로 스타리그 팬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최연성, 마재윤, 김택용이라는 당대 최강자 라인을 몰살시키며 우승한(랜디 오턴인가요? LEGEND KILLER 같은 느낌입니다) 박성균 선수. 프로토스를 자일리톨로 알고 있던 마재윤 선수에게 "왜 프로토스가 저그한테 지는거야?"라며 가볍게 셧아웃시킨 김택용 선수는 랭킹상으로나 대회성적상으로나 현재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최강자였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프로토스에게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테란 유저에게 패배합니다.(한동안 플토 유저들은 이젠 테란 잡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이 모든게 다 맵탓이다!!!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역상성.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파격을 연출했던 사람이 그 자신도 파격의 희생자가 되어버리는 현실.

세대교체.
기존의 강자를 밀어내고 새로운 강자가 최정상에 우뚝 서는 모습.


조치훈 사범은 20세가 되기도 전에 당대 일본바둑의 최강자였던 이시다 요시오 구단과 대국을 갖기 전에 이런말을 합니다.
"강한자가 지는 것은 정해져 있다."
이게 무슨 쥐약삼키는 소리냐!!!! "이긴 자가 강한것이지-_-+++"라고 말할 수 있지만 조치훈 사범님의 이 말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습니다.
지금 최고의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기에 이제는 내리막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서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최고의 바둑기사라도 "난 안돼, 내가 질거야"라고 자포자기하기 보다는 "이긴다,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 지면 죽는 수 밖에 없다"라는 각오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조치훈 사범님의 속뜻이었습니다.

한상훈 초단은 세계바둑계의 마왕이라고 불리우는 이세돌 사범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박성균 선수는 2007년 스타리그의 흐름을 장악했던 김택용 선수에게 승리를 했습니다.

일본바둑의 대명사였던 사카다 에이오 명예본인방은 정상에서 물러나면서 "바둑은 슬픈 드라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김택용 선수에게 이번 패배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수 없습니다.
긴 슬럼프의 시작일지 잠시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상훈 초단의 도전이 일회성 태풍으로 그칠지, 한국바둑계, 나아가 세계바둑계를 뒤흔들 쓰나미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봅시다.
당대의 최강자들은 자신들의 승부방법과는 상반된 스타일의 신예에게 정상을 양보했습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임요환 선수의 마이크로 컨트롤은 이윤열 선수의 물량과 컨트롤 콤보에 정상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필승콤보는 최연성 선수의 물량>컨트롤과 자리잡기 마인드에 정상을 내줘야 했습니다.
최연성 선수는 마재윤 선수의 "3해처리 강요맵이라구? 죽는 소리 하지 말고 3해처리로 하지 뭐-_-"라는 대범한 마인드와 미친듯한 컨트롤 운영에 무너졌습니다.
마재윤 선수는 김택용 선수의 비수에 찔리며 쓰러졌습니다.
그렇다면 김택용 선수를 잡아낸 박성균 선수의 스타일은 무엇일까요?
컴퓨터 상대로도 헉헉거리는 제 스타실력으로는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무언가 새로운 것, 이미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렇게 눈길을 끌지 않았던 어떤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스타를 좋아하는(저와 같은 눈스타꾼입니다-_-;;;) 사촌에게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임요환은 임요환만이 할 수 있는 것만을 하고 해낸다. 하지만 이윤열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이윤열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것을 한다"(그게 그건가?????)

한상훈 초단은 과연 이세돌 사범이라는 당대의 거물에게 어떤 카드를 내밀까요?
그가 혹 스타리그 팬이라면, 이번 결승전을 보았다면 어떤 암시를 얻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_-;;;을 해봅니다.

박성균 선수는 이제 앞으로 테란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요?
이윤열 선수의 적자다. 아직은 김택용이 최강자다, 라는 논쟁을 떠나 새로운 충격과 공포를 보여준 한 신인선수의 앞날을 지켜보는
것도, 또한 박성균 테란에게 저그와 프로토스 유저들이 어떤 새로운 도전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롬멜테란. 이번에 새로 붙은 박성균 선수의 별명이더군요.
하지만 롬멜은 몽고메리(내의 이름 아님다!!!!!!!)에게 엘 엘라마인 전투에서 무너졌습니다.
박성균 선수의 몽고메리는 과연 누가 될까요.
기존의 대세와 반대쪽에서 나타나 우승을 차지한 박성균 선수의 안티테제는 과연 어떻게 등장할까요.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What a Wonderful World"    

덧붙임: 조치훈 사범님이 11월 19일날 장쉬 명인을 물리치고 일본최고기전 기성전 도전권을 따냈습니다!!!! 조치훈 사범님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ㄴ(-_-)ㄱ;;;; 이건 게임게시판용도 자게용도 아니야 이건 자유게시판용도 게임 게시판용도 아니야 운영진님들에게 미움받겠다 텨텨텨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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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한국
07/11/21 05:57
수정 아이콘
우왕굳크굳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글이네요.
그러고 보니 바둑과 스타는 정말 묘하게 많이 겹치는게 참 신기할 따름~
(물론 본인은 바둑실력도 어정쩡하고-3단- 스타실력도 어정쩡해서-아샤 공방양민- 둘을 확실히 비교하라고 하시면 못 하지만요..)
07/11/21 06:31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이모티콘 과다사용아닌가요?? 크크 농담입니다.
굉장히 좋은 글이네요.

한가지 제가 생각하는 대표 프로게이머의 힘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임요환은 전략이요
이윤열은 프리스타일이요
최연성은 기세요
마재윤은 심리전이요
그리고 박성균은 꼼꼼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비일지도...
(테테전에서는 영리함이 빛났지만,
이번 결승전에서는 정말 꼼꼼함이 빛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07/11/21 07:56
수정 아이콘
글쓴이 분은 좀 재미있고 편안하게 쓰려고 하신 거 같은데, 오히려 이 글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씀 드려봅니다. 정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몽땅패하는랜
07/11/21 08:25
수정 아이콘
opSCV님// 조언 감사드립니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쓴 글에 필요이상으로 심각함을 넣는 것을 좀 꺼려합니다.
주로 심각하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거리 정도라고 할까요. 그냥 편하게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진짜 썰렁하다-_-;;;" 정도로 넘어가시면 좋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에 넣은 이모티콘 남발-_-;;;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종의 제 사인-0-;;; 정도입니다.
눈에 거슬린다거나 심하다 싶으면 조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디미네이트
07/11/21 08:32
수정 아이콘
요즘 바둑의 대세가 닥치고 싸우자라기 보단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이 호쾌한 공격 스타일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프로들 사이에서 두는 포석도 유행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바둑이 그리 센 편은 아니지만, 여러 기보들을 보면 작년부터 흑의 양소목 미니 중국식 대 백의 화점, 이후 요도 정석에 의한 복잡한 변화의 포석에서, 이것이 싫은 프로들이 백을 쥐면 향소목으로 대항하고, 향소목에 걸치기 싫은 흑이 기존 포석 상식인 굳힘보다 걸침이 먼저라는 걸 깨고 먼저 소목 하나를 굳히고 백이 이를 갈라쳐 가는 식으로 점차 변해오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한창 두다가 좀 시들해졌는지, 요 근래에는 또 새로운 모양들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다시 또 하나의 유행 포석이 생겨나기 위한 과도기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약한 돌은 가만히 놔두지 않고 사정없이 공격해서 우위를 점해나가는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이 특히나 빛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호쾌한 공격 스타일로 팬도 많죠. 국제 리그에서 내놓으라하는 일본,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한 판의 묘수풀이 강의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통쾌하기 그지 없죠. 한상훈 초단도 무섭지만, 이번엔 이세돌 9단이 확실히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igher templar
07/11/21 09:00
수정 아이콘
디미네이트님// 무슨 말인지 덜덜덜... 바둑 18급으로써 너무 어려운 말씀이십니다.
몽땅패하는랜덤님// 글 잘 읽었습니다. 연구생 61일만에.... 너무 충격적인 일이 있었군요
07/11/21 09:42
수정 아이콘
한상훈 초단이 스타리그 팬이라면 이번 결승을 보고 암시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하셨으나, 반대로 이세돌 사범이 스타리그 팬이라면 이번 결승을 통해 뭔가 마음의 의지를 다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彌親男
07/11/21 13:49
수정 아이콘
이세돌 9단을 위세로 하는 요즘 바둑의 추세는 나는 가까스로 집을 잃지 않으며 상대방의 대마를 잡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양쪽 모두 대국을 하고 나면 만신창이가 되고 맙니다. 바둑기보를 보면 흰색과 검은색이 아닌 빨간색을 추가해야 할 만큼.

반면 박성균 선수는 정말 단단한 스타일입니다. 방어에 최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한번의 타이밍으로 끝내는 약간은 클래시컬한 운영을 즐겨하는 선수라고 해야 할까요.
My name is J
07/11/21 14:18
수정 아이콘
....바둑을 모른단말이지요. 우울....

열심히 읽었으나 대략의 줄거리밖에 못따라가겠군요. 훌쩍.
07/11/21 16:21
수정 아이콘
박성균 선수의 공격타이밍은 끝을 보는 타이밍이 아니라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타이밍'입니다.
그만큼 방어적으로 하면서 세력을 쌓는것이죠.
이세돌9단의 바둑에서 보는 현재의 추세는 '어쨌던 최소한의 세력을 쌓고 타개만 하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쳐들어가는 타이밍이 '세력'이 쌓여있는 딱 그 타이밍이니까요. 오히려 두 선수의 절대적인 무기가 비슷해 보이죠.

속기전에서도 그렇지만 일반대국에서도 이세돌 9단의 공격선은 아슬아슬한 정도에 딱 걸쳐져 있습니다.
게다가 그전에 세력을 깔아두는 '선'은 딱 살아남을 정도까지죠. 중요한 장면에서 선수는 이세돌 9단에게 가 있으니까요.
그게 참 신기하단 말이죠~

삼성화재배는 어쨌거나 1국 승리했습니다. 반대편의 박영훈 9단의 현재페이스로 보건데 구리 9단을 잡는건 힘들어 보입니다..
1국내용도 그다지 좋지 못했고..
07/11/21 23:51
수정 아이콘
뭔 세대 교체가 1년에 한번 이뤄지나요. 점점 빨라지는건가요 3.3 이후 김택용 선수가 리그 최강자로 군림해온게 불과 반년 조금 넘는데서 벌써 교체?
07/11/22 10:32
수정 아이콘
2세돌과 2윤열 선수의 느낌이 비슷하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박성균인가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쥘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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