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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0/10 02:50:24
Name 김태엽
Subject 추성훈, 그의 눈물. - (결과있음)
오늘 방송된 K-1 Hero's 라이트헤비급 경기에서 추성훈 선수가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추성훈, 어떤분들은 그를 아키야마 요시히로(秋山成勳)라고도 합니다.
재일교포로 태어나,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를 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유도를 하고 싶어했던 그야말로 유도바보.

그렇게 소원하던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었으나. 자신의 비원이었던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결국은 얻지못했던. 우리나라 특유의 파벌주의에 희생된 수많은 선수들중 하나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순수했던 남자.

소년은 결국 세상을 알았고. 그렇게 쓸쓸히 우리에게서 떠나갔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조국,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아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일본의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조국을 메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런 이유를 잘 알지 못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매국노, 돈에 눈이 먼 최악의 인간정도로 그를 치부하며. 그렇게 또다시 그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유도를 계속 하고 싶었기에. 그래서 떠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2006 K-1 Hero's 라이트헤비급의 4강전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유도가로만 알려졌던, 또한 타격이 늘어가고 있는 정도로 치부했던, 그가 상대를 라이트카운터에 이은 하이킥과 펀치러쉬로 눕히면서 승리의 포효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4강전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유도복을 벗었습니다.

사실 그때 느낀 충격은 대단했지요. 다른사람도 아닌 추성훈이 유도복을 벗었다.
그리고 그라운드가 아닌 타격으로 상대를 침몰시켰다.

그리고 맞이한 결승.

유능제강(柔能制强) - 부드러운것은 능히 강함을 제압한다.

유도와 유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능제강. 그것은 어떻게 보면 추성훈에게 있어서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어일지 모릅니다. 어려서부터 배워온 유능제강은. 이미 그에게 있어서는 삶의 일부요. 생활이 되어있을테니까요.

바로 결승전이 그런 경기였습니다.

준결승에서의 잠시 외도는 바로 접어두고. 그는 다시 그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유도복을 걸치고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허리춤에 매어져있는 띠는 중학교때 처음 받은 그의 검은띠.

검은띠라는것은 치열하게 수련하다보면 다시 색이 바래서 하얀색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어떠한 달인도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간다고도 하고요.

그가 매고있는 띠는 이미 검은색이 아닌... 회색에 가까운 띠였습니다. 낡고 헤어졌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시작의 의미가 강한 검은띠.

그 띠를 매고 임한 결승. 시작하자마자 폭발하는 상대의 강철과도 같은 타격을 피하고 막아내며. 그는 다시금 자신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그때.

상대가 추성훈을 들어서 메치는 순간. 그의 오른무릎이 링 바닥에 닿는순간. 거짓말과도 같이 그는 순식간에 상대를 되쳐버립니다. 그야말로 콤마 몇초의 순간에 그는 상대의 마운트 위를 점령해 버립니다.

폭풍과도 같은 강력한 힘. 밀어붙이며 추성훈을 힘으로 메치려고 했던 상대는. 추성훈의 온 몸에 아니, 온 세포속까지 뿌리박혀있는 유능제강의 원리. 그 원리 하나로 간단하게 바닥에 자신의 등을 대고 맙니다.

그야말로 결승전의 압권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한 힘으로 나를 압박해도. 나는 상대의 힘을 부드럽게 받아넘기겠다.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내가 사랑하는 유도 그 자체이다!" 라는 추성훈의 외침이 들리는듯한 그런 한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다시금 추성훈을 허공으로 들어 올려서 또다시 바닥으로 메치려 하는 그 순간. 추성훈은 잡은 상대의 팔을 끝까지 놓지않고 다시금 상대를 그라운드라고 하는 자신의 바다로 이끌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무라-십자굳히기(암바) 컴비네이션.

유도가로써, 가장 유도가다운 기술인 기무라와 십자굳히기. 그 두 기술의 연속으로 그는 드디어 자신의 비원인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습니다.

그리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그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은 어떠한 존재일까요? 그가 항상 팔에 붙이고 나오는 태극기는, 과연 그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의미일까요?

한 순수했던 유도바보 청년을 그렇게 일본으로 등을 떠밀어 보낸 우리를 원망하지 않고. 그는 항상 자신의 뿌리인 한국을 그렇게 가슴에 안고 경기를 치루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성훈. 당신의 경기를 볼때마다... 내가 느끼는건 경기의 재미를 넘어서, 당신이 보여주는 태도와 모습. 그 모든것에서 감동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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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06/10/10 03:37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더군요... 솔직히 전 감상적이 되거나 하는 편은 아니라서 추성훈의 스토리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지만(물론 한국의 파벌주의에는 굉장히 분개합니다만), 유도가로서도 상당한 실력을 쌓았던 선수가 완벽한 '종합격투가'로 성장하는 모습은 참 대단하더군요.
복싱기술 좀 더 다듬고 파워만 올리면 쇼군하고도 해볼만 할 듯..(지금하면 약간 위험하지 않을까나..)
06/10/10 03:50
수정 아이콘
사실 추성훈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잘 아는게 없지만 이 글은 무척이나 괜찮은 것 같네요. 에이스 게시판으로 갔으면 합니다. ^^
06/10/10 07:55
수정 아이콘
북핵 뉴스로 주식시장이 폭락해서 마음이 우울했는데, 어제 경기 중계를 끝까지 보면서 추성훈 선수의 결승경기를 보고 마음이 찡했습니다. 추성훈선수의 스토리를 보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나, 추성훈선수 개인에 대한 생각은 좋게만 듭니다. 선수 입장할때 무도가로서 하는 행위나, 스텝들과 손을 맞잡고 등장하는 것, 선수 소개시에 양팔에 국기를 믿는 행위들은 .. 스토리를 알고 있다면 감동적이죠.. 결승전 상대선수 타격기가 너무 쎄서 초반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승리를 따내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마음속으로 같이 울었습니다. 추성훈 선수 화이팅!
나두미키
06/10/10 07:58
수정 아이콘
글 좋군요..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악동이™
06/10/10 08:33
수정 아이콘
가슴 한편이 뭉클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06/10/10 09: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경기 이상의 감동... ...
리드비나
06/10/10 11:12
수정 아이콘
추성훈 진짜 챔피언 되다니 넘 멋집니다.
06/10/10 11:46
수정 아이콘
방금 유게동영상 보고 이글보니, 눈가에 이슬이 맺히네요.
공업저글링
06/10/10 11:53
수정 아이콘
진짜 추성훈은 정말 아쉬운 선수죠..이전에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봤는데.. 파벌이 어느정도였냐면.. 이미 지명도 있는 선수(이름은 기억이 잘..)가 추성훈 선수와 선발전 결승이였는데.. 추성훈 선수가 이겼는데도 불구하고.. 한번의 승리로 믿을수 없다는듯 재시합을 요구해서 결국 판정패 하는.. 그 일 이후로 바로 일본으로 넘어갔죠..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유도를 하고 싶다'는..

부산 아시안게임때도 우승뒤 기자들이 왜 일본인으로 귀화했냐는 그 질문같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한건 한마디였죠.
'유도가 정말 하고 싶었다' 라구요.
글루미선데이
06/10/10 15:32
수정 아이콘
제 기억으로 그가 한국을 등지고 일본으로 돌아갈때 어떤 기자분이 대략 상황설명해주면서 아쉬워했던 것으로 아는데..
고생하다 돌아가게해서 괜히 미안하고 잘됐으면 했습니다
바른손팬시
06/10/10 22:12
수정 아이콘
추성훈 혹은 아키야마 이야기. 그 kbs 다큐멘터리 강추입니다.
얼굴벙커
06/10/11 03:30
수정 아이콘
그 다큐멘터리 보니까 벤너와 싸운적도 있더군요...오늘 처음 알았네요...
워낙에 체격차가 큰지라 힘한번 못쓰고 KO당하기는 했지만 이미 오래전이고 지금 붙으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번 결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분명히 상대가 추성훈선수를 메다 꽂았는데 밑에 깔린건 오히려 상대방선수...정상급 유도선수는 확실히 틀리더군요.우리 윤동식선수도 앞으로 좋은경기 보여줬으면 합니다...유도로는 정말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선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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