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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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24 19:44:55
Name elecviva
Subject re hi, PGR :)
'Good bye, PGR!'이라는 제목으로 탈퇴의 글을 올린 2005년 1월이후 2006년 6월이 되어 다시금 가입신청을 한 elecviva라고 합니다. 다들 안녕하신지요?

탈퇴 당시에는 학업을 비롯해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삶을 알아가는데 있어 부족함이 많았고 여러가지 사회적 울타리들 속에서 고민하며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정겹고 소중한 PGR21에 인사를 고하고 물러났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당시보다 더욱 어려운 삶의 고민들을 헤쳐 여기까지 왔고 2년이 안되는 세월동안 자신의 삶에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자신이 생긴 것 같아 재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생뚱맞게 재가입하면서 게임에 대한 추억들을 꺼내보고자 합니다. 게임을 처음 접한 나이가 바로 1987년으로 기억납니다. 1983년생이니 바로 5살때군요. 대관령에 살던 그때, 형이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의 아버지(관계가 좀 복잡하군요)께서 운영하시던 오락실에서 게임을 접한 기억이 납니다. 문 닫을 시간이 지나고 형과 저만이 오락실에서 많은 게임을 자유롭게 했습니다. 아마도 작은 기계들에게 경외감을 갖고 즐겁게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주어진 상황에 빠르게 조작하고 기록을 달성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최초의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스트리트 파이터를 비롯한 대전격투게임을 무척이나 즐겼습니다. 그 기간이 대학교 진학할때까지 쭉 이어졌고 Play Station, Sega Saturn, Play Station2 등을 구입했고 삼국지를 비롯한 PC게임들도 많이 즐겼습니다. 하지만 RPG나 스포츠게임, 슈팅게임 등은 즐기지 않았고 대전격투와 액션을 즐기며 동체시력과 순간적인 반응을 무한히 즐겼습니다. '게임매거진'을 비롯한 여러 잡지들을 구독해보고 오락실에서는 언제나 고수로 대접받아야 속이 시원한 녀석이었습니다(그러면서 음악을 하기 위해 자퇴를 결심하기도 했고 현재는 심리학과를 다니며 사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PC방이 활성화되려고 하던 때, PC게임을 온라인으로 즐기는 모습들을 찾아보기 쉬워졌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철권이나 KOF 등의 대전격투게임이야 말로 게임의 꽃이라고 믿었으며 무의식적으로 우월성을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지금이야 철없는 짓이지만요 ^^). 그런 자신에게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친구들의 모습은 게임을 잘 모르는 친구들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2달만에 그 매력에 흠뻑 빠졌고 아칸이 멋있다는 이유로 프로토스를 선택해서 무한맵을 즐겼습니다.

이어서 제가 알게 된 것은 바로 임요환이라는 선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그로 인해 테란을 알게 되었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바로 1:1의 엄청나게 치열한 심리전이 이뤄지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체력을 많이 빼앗을 수 있는 연속기를 반복적으로 익히듯이, 초풍신('철권' 패륜아 집안의 주특기)을 연습하듯이 전략을 익히고 유닛들의 반응을 일일이 익히면서 안타깝게도 고3(공부 열심히 안했습니다 -_-)에는 꿈속에 스파이어를 그리며 열심히 스타크래프트를 했습니다(이렇게 게임을 즐기던 경험이 아마 탈퇴를 하게끔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8년이 흘렀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게임은 여전히 스타크래프트입니다. 정품을 샀다가 탈퇴와 함께 CD와 CD-key를 버렸지만 가끔 PC방에 들르면서 게임을 즐깁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기 전에 제 고향에 있던 오락실의 모든 게임을 다 즐겼고 많은 소프트와 많은 하드웨어를 구입했던 제가 즐기는 게임은 단 하나 '스타크래프트'입니다. PS2로 게임을 즐긴건 오래전 일이고 DVD Player의 기능을 하던 PS2도 지금은 서랍 속에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고등학교때까지 열심히 모았던 수많은 음반들도 서랍속에 있는걸 보면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즐거움들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간에 만난 어떤 사람들이, 그 간에 접한 영화와 책 어떤 풍경들이 스스로를 변하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통통하던 모습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오랜 서울생활을 한 저의 모습이 어색하고 새롭다고 합니다. 그런 친구들과 3,4년만에 PC방에 들러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팀플을 하는 모습은 스스로 스타크래프트를 닻처럼 느끼게 합니다.

매년, 매일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정리하길 좋아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20대 중반이 되면서 너무도 많이 변하는 세상과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키보드와 모니터에서 멀어지며 자연스레 사람들과도 멀어지던 자신을 기억합니다. 시간이 흘러 좀 더 성장하였고 세상에 보다 원만해진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변하지 않았고, 변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이미 소중한 대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곳 PGR은 가치 있는 곳이고 소중한 광장입니다.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 이미 광장은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글을 오랫만에 써서 너무 맥락없어 보입니다만 반가움을 인사하고 싶어서 레벨을 확인하고 바로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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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06/08/24 20:00
수정 아이콘
음.....글이 눈에 안들어 오고 서랍에 있는 PS2에 더 눈길이 가네요
+__+ 불쌍한 영혼..........
전 고1때 샀다가 3달정도하고나서 바로여행가방에 강금....-.-
어머니께서 공부하라고...결국 2학년때 팔아버렸던 기억이 나네요..ㅠㅠ
영웅의물량
06/08/24 20:04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앞으로 elecviva님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는.. 고등학생의 댓글입니다... 하하ㅠ.ㅠ

심리학과, 어떤가요? 저도 얼마전까지 목표가 심리학과였던.. 하지만 고민 끝에 목표수정을 했더랬죠.
다른 과에 가서라도.. 심리학은 꼭 배우고 싶네요..

지금 밖엔 사이오닉 스톰이 휘몰아 치고 있습니다. (응?)
elecviva
06/08/24 20:25
수정 아이콘
Something 님 / 중학교때 겁도 없이 PS를 외상으로 샀다가 걸린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얼마 안 혼내시길래 '역시 착하게 살았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형이 이미 슈퍼패미콤으로 똑같은 사고를 쳤더군요. 하하하;;

영웅의물량 님 / 대형서점에 있는 심리학 코너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분야에 따라 워낙에 차이가 심해서 한 줄 요약은 어렵습니다. :) 학과별로 몇개 파트로 분류하기는 합니다만 그런 분류는 별로 유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발달, 임상, 산업 및 조직, 사회 등등의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전문적으로 공부하실 것이 아니라면야 서점에 다양한 심리학 책이 있으니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 사실 휴학 중이라 감이 없어요. :(
호수청년
06/08/24 23:13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일렉씨비아 님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틀렸네요 ^^;

저보다 나이는 두살어리지만 생각의 깊이나 표현력등 글에서 보았던 모든 부분이
멋있었습니다. 그래서 눈팅이지만 관심을 가졌어요 ^^ ;

돌아오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이제 자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06/08/24 23:19
수정 아이콘
ㅇㅇ 기억하고 있는 아이디인데 돌아오셨군요~ 저도 re hi요 ^^
DayWalker
06/08/25 00:22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를 알지 못하시겠지만...^^
안녕하세요. 잘 돌아오셨습니다. 반가워요.^^
elecviva
06/08/25 02:50
수정 아이콘
호수청년 님 / 이 아이디로 배틀넷에 접속하면 공대생이냐고 많은 분들이 물으시더군요. '일렉비바'라고 읽는데 아이디를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마땅히 생각나지 않는군요. 기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ijett 님 / 감사합니다. :) 부디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랄게요. re hi! :)

DayWalker 님 / 음, 기억력이 부족한 저를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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