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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06 02:25:43
Name EndLEss_MAy
Subject 다 끝냈습니다..
어제 제 87회 전국동계체전이 끝났습니다.

몇몇분들이 아시듯 저는 쇼트트랙 선수입니다. 하여 제 선수생활의 마지막 시합으로

체전에 출전했습니다.

그러나..이게 왠일입니까. 시합첫날(2일) 아침 워밍업을 하다 다른선수의 날에 걸려 넘어

지면서 무릎을 23바늘을 꿰메는 수술을 하고, 결국 시합엔 출전하지 못했네요.

사흘이 지난 지금도 아쉽고 겉으론 웃고 있지만 자꾸 눈물이 나려합니다. 그 날을 위해,

500미터와 3000미터의 단 두 종목을 위해 일년동안 남들 잘 시간에 달리고 훈련하고 애를

썼건만..



하여간 저의 선수생활은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돌아보면 10년이란 기간은 참 힘든시간이었습니다. 몸이 너무 허약해 어머니가 점을 보러

가시면 대부분 '스무살을 넘기기가 힘들겠어..몸이 너무 약해..' 이런 소리나 듣던 제 신체

는 계속되는 훈련과 기억을 통해 강해졌고 다른부위는 약하지만 타고난 폐활량은 저를 뒷

받침하는 근간이 되었죠.

새벽에 일어나고, 자고, 저녁에 운동하고, 자고..시즌때면 이런 생활이 저의 일상이었으며

몸이 피곤해 다른 일은 꿈도 못꿨었죠. 허나 제가 지방에 사는 문제로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과 연습할 시간이 자연히 적었고 그로인해 저는 최고의 자리엔 올라서지 못했습니

다.




10년이란 기간은 제게 성취와 또 수많은 좌절을 안겨줬습니다. 초기에 기량의 빠른 향상속

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떨어져 갔고(이게 당연하지만요..) 지역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할 때의 희열을 전국규모대회에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거의 매 시즌마다 한 번은 결승에 올라갔지만 거기 까지였습니다. 4위, 5위가 고작이었죠.

하지만 이 시간들은 저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성숙시켜 주었습니다.

제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땐 단 하나도 이룰 수 있는것이 없다는 것.

남들보다 단 한 개, 1분만 더 하더라도 남들보단 빨라질 수 있다는 것.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것..

생각해보면 악조건속에서도 그나마 이 정도의 레벨에 도달한 것은 위에 언급한 제 나름대

로의 깨달음과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오기때문인 것 같네요.

수없이 힘들고 한없이 약해지는 순간들이 었지만 그 시간들은 또 행복했습니다.

얼음위에 서 있고, 힘든 한 세트를 끝내고 나면 드는 '살아있다. 살아서 숨쉬고 있다.'

는 그 느낌.

힘든 지상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물을 마시던 기분의 상쾌함.

얼음위에 스케이트날이 착착달라붙는 듯한 최고의 감각.....

힘든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듯이 행복했던 순간들도 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저의 10년간의 도전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 도전의 댓가로 만성적인 허리, 목 디스크와 무

릎통증을 얻었지만 이런 부상들보다 훨씬많은 추억과 행복을 가슴속에 간직했으니 이제

됐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불꽃이아무리 다 태운다해도 재가 남는 것처럼 최선

을 다했다 해도 제 맘속에 남는 후회는 어쩔 수 없겠지요.




여러분들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하세요.

그 도전이 성공하냐 실패하냐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 나이에 한번의 실패가 뭐가

두렵습니까.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내일 오지 않을 죽음을 걱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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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테란
06/02/06 02:3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 ^^
구경만1년
06/02/06 02:30
수정 아이콘
휴.. 수고많으셨습니다.. 자신의 부주의도 아닌 다른사람으로 인해 마지막 경기를 참가도 못해보고 이렇게 마무리를 하셨군요..
님께서 쇼트트랙 선수를 10년간 하시면서 그 많은 회한 희열 감동 아픔 등등.. 을 제가 알수는 없지만.. 그 열정과 노력만큼은 저에게도 와닿는군요. 부디 앞으로도 님께서 하시는일 이처럼 열정과 노력으로 행하신다면 못이룰일 뭐가 있겠습니까.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지신 이후에 또다른 무언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시길 (__)
님께서
사랑과용서v
06/02/06 02:33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나이가 같은데 저보다 멋진 인생을 사셔서 부럽습니다. 마지막 말에 자극받아 저도 도전을...도전 끝나고 저도 이런글 한 번 올려야 겠습니다. pgr에 글 한번 남긴적없지만요..
Daviforever
06/02/06 02:35
수정 아이콘
끝의 꼭지점은 곧 다른 시작의 꼭지점입니다. 수고많으셨고...힘내시길!
난이겨낼수있
06/02/06 02:37
수정 아이콘
한때 이곳에서 많은 조언들을 얻고 지금도 힘들때면 그때 많은 분들의 글귀들을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고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위해 도전하신 글쓴분 멋지십니다.비록 이번 경기에는
참가하지못하셨지만 그동안의 성취감과 좌절감이 글쓰신분께서 살아가실 남은 인생에 큰 힘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시구요~!!!!인생은 아직 길잖아요~!!
06/02/06 02:40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즐거우시길.
체념토스
06/02/06 02:42
수정 아이콘
다 안끝났습니다. 이제 막 2차전으로 돌입하신것 뿐입니다... 너무 억울하셨겠습니다... 너무 답답하셨겠습니다... 모든게 원망스러운 상황속에서.. 이런글을 쓰신것.. 뭐라고 해야될까... 감동도 살짝쿵 받고..이제서라도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새로운 2차전을 준비하시러 가세요!!
막시민리프크
06/02/06 02:45
수정 아이콘
멋지시네요...이런말 하기가 뭐하지만..존경스럽습니다.자신에 인생을 걸고 도박할수있는 사람은 전 저희 아버지밭게 못봤거든요.그리고 아버지는 성공한 쪽에 계시지만 그도중에 실패한 사람도 많이 보았다고..그러나..후회하진 않았다고합니다.
이쥴레이
06/02/06 03:34
수정 아이콘
......

멋진 젊음 입니다............
EpikHigh-Kebee
06/02/06 08:2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하이메
06/02/06 08:37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힘내세요
언론에서 동계체전에 관한 기사가 거의 없던데.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하네요.
06/02/06 08:46
수정 아이콘
.... 힘내세요.
하두리
06/02/06 08:55
수정 아이콘
이래서 비관심 종목 선수들은 서럽군효.. 앞으로 뭐 하실지 정말 막막하시겠네요..
06/02/06 09:20
수정 아이콘
///허나 제가 지방에 사는 문제로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과 연습할 시간이 자연히 적었고 그로인해 저는 최고의 자리엔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이부분에서 약간 비공감이..오영종선수 비스무리한 개념으로
kimdaesun
06/02/06 09:29
수정 아이콘
그분// 스타와는 다르죠.
06/02/06 09:35
수정 아이콘
그분 // 팀에 관계없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라면,
운동은 조금 다르죠; 훈련 시간 맞춰야 하고, 갔다가 돌아와야 하고, 몸 상태 체크해야하고...
청수선생
06/02/06 09:36
수정 아이콘
그분 / 스타는 적어도 배틀넷이라는 것이 있으니까-_-a
youreinme
06/02/06 10:16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안타까우시겠어요.. 시합을 앞두고...
여튼, 힘내세요.
Sawachika Eri~
06/02/06 11:1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놀라운 본능
06/02/06 11:14
수정 아이콘
그분님//
e스포츠는 조금 예외로 두더라도
스피드 스케이팅 옆에서 뛰던 선수만 넘어져도 보통 기록이 저조해지죠;;
경쟁자가 없으면 발전하기 힘든것은 사람의 특성인지도..
흐르는 물처럼.
06/02/06 11:38
수정 아이콘
흑...눈물나는군요..
저랑 굉장히 비슷하네요ㅠ
그래도 살아있는한 포기하지 않습니다.
허클베리핀
06/02/06 11:54
수정 아이콘
피터팬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더랬죠.

'살아가는것 자체가 거대한 모험인거야.'

님의 도전과 모험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추게행을 외쳐도 될까요?
김영대
06/02/06 12:24
수정 아이콘
감동적인 글이에요.
으헉 ㅠㅠ
낭만토스
06/02/06 12:31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볼때마다 '난 뭐하는 놈이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06/02/06 12:50
수정 아이콘
멋있으십니다~!!!
06/02/06 13:44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쭉 마음속으로 응원해 왔는데 ... 슬프네요 힘내시길.
Den_Zang
06/02/06 14:11
수정 아이콘
글이 와 닿네요 팍팍..
06/02/06 15:58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지난번 잡지에서 박용욱 선수의 기사 중에 읽었는데, '원의 법칙'이란게 있다고.. 원은 시작이 곧 끝이요, 끝이 시작이라고.
지금까지 노력의 시간 자체가 값진 것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고뭉치
06/02/06 20:18
수정 아이콘
멋진 젊음을 갖고 계시는군요. +_+
이글을 읽고 저도 살짝 용기를 내어보려고 합니다! 잘 읽었어요! ^^
언제나맑게삼
06/02/06 21:49
수정 아이콘
힘내시길..!! 화이팅!! ^^
심장마비
06/02/06 22:07
수정 아이콘
요즘에 읽은글중에 가장 멋진글이네요^^
마음아프실텐데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새옹지마라고 좋은일만 앞으로 생기겠지요.. 홧팅!!
06/02/06 22:55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올해 현역 선수 은퇴라면, 연세도 많치 않아 보이는데, 슬램덩크 감독님 같은 깨달음을 주시네요. 박수 한 보따리 보냅니다.

이제 힘차게 다시 시작하는 삶을 조용히 응원합니다.
홍승식
06/02/07 00:46
수정 아이콘
이 글 왜 아직도 여기있나요?
옆 방으로 가야죠.
허클베리핀
06/02/07 01:15
수정 아이콘
추게!
삐직스
06/02/07 15:50
수정 아이콘
저는 이렇게 용기있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Dark_Rei
06/02/07 18:00
수정 아이콘
참...멋지게 사셨네요...(이런 말 들으실 나이는 아니시겠지만..ㅡ"ㅡ)
10년간 목표를 이루시려고 노력했던 과정이 더 소중한 재산으로 남겠죠..

님 글을 보니 괜히 제 스스로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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