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29 22:50:13
Name 산적
Subject 정의의 사도가 더 편하다!
pc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한지 한 15년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통신이란 것을 한지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어렸을때 전화국에 놀러가서 단말기를 깨작 거렸던, 학교 컴퓨터실에서 친구들과 같이 통신을 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군요.

물론 저보다 통신을 오래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도 제법 통신,인터넷 밥을 많이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는 지금 pgr도 한수 접을 정도로 통신예절이 좋았다는 것도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나이보다 각 통신회사의 가입시기가 더 중요했었지요. 이른바 통신짬밥이 먹어주던 시대라고나 할까요. ^ ^

그런데 어렴풋이 기억을 하면 좋았던 추억이 많은 시절이었지만 세세히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당시에도 통신인들 간의 문제는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말꼬리 잡기식의 논쟁이라고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말싸움 역시 그때도 있었구요. 또 게시판을 통한 통신사기도 종종 있었지요.(지금이라면 그런 방식에 당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겠지만 말이죠. ^ ^)

예전을 돌이켜 보면 저도 참 부끄러운 짓을 많이 했습니다.

쓸때없는 말꼬리 잡기로 다른 사람들 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구, 말싸움에 질 것 같아서 비겁한 인신공격을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또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이고 예의를 갖춘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꼽는 독한 글을 썼던 기억도 납니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고 나서 이젠 사람들이 다들 통신업체에서 인터넷으로 자리를 옮길때 쯤, 저도 유료로 가입 되어있던 통신업체를 탈퇴하려고 했지요.

탈퇴하기 전에 제가 그동안 동호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을 대충 읽어 보았습니다.

참 이거 뭐라고 해야할지...... 가슴속에 오만과 편견을 담고 타인을 공격했던 자신의 찌꺼기를 보는 순간 약간은 자기환멸까지 느꼈지더군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결국 동호회 생활은 깨끗하게 접었지만 제 자신이 변해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하게 들었죠.

물론 현대사회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것은 커다란 이익입니다.

강한 자기 주장을 통해 자신이 뜻한바를 이루는 것은 현대인의 바람직한 생활 자세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로인해 상대를 아프게 하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자기자신을 위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꼭 상대를 아프게 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더라도 상대방을 아프게 하지 않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바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 말이죠.

배려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배려는 여유이지요.

상대의 글을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여유.

자신의 주장이 혹시나 잘못 된 것은 없는지 스스로 자문해보는 여유.

그리고 서로의 의견차가 결코 좁혀지지 않을 정도로 과열 되었을때 잠시 숨고르기 하며 자신의 감정을 환기시킬 줄 아는 여유.

마지막으로 스스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느낄때에는 고집과 미련을 버리고 수긍할 줄 아는 여유.

위에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했지만 적고나서 보니 결코 쉬운것도 아니군요. ^ ^

사실 저도 아직 이걸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런저런 게시판을 돌아 다니다 보면 요즘도 쉽게 울컥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요. ^ ^

하지만 배려와 여유가 처음 시작은 쉽지 않더라도 일단 그것을 바탕에 깔고 논쟁을 시작하면 나중엔 편한해지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일단은 논쟁이 쓸때없이 길어지지 않아 불필요한 정력낭비를 줄일 수 있구요, 무엇보다 좋은 건 예전보다 욕 메일(쪽지) 같은 것이 적게 날라 온다는 것이죠. ^ ^

뭐 어찌 보면 착한사람 콜플렉스다, 위선이다 할수도 있지만 사실 살아보면서 느낀건데 이게 제일 편합니다.(얼마 살지도 않은 놈이 살아보며 느낀건데....란 말을 하니 좀 그렇네요. ㅡ.ㅡa)

모 만화의 최신호에서 주인공의 이런 대사가 있더군요.

'정의의 사도가 더 편하다!!'라고 말이죠.(물론 그 만화의 특성상 저 발언도 나중에 반전이 될 소지가 다분 합니다만...ㅡ.ㅡ)

그 만화 보면서 저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 결국은 그게 제일 편한거야. 시작은 어렵지만~'

그 만화의 주인공 처럼 저도 이런 말을 남기며 마치고 싶네요.

'괜한 미련과 아집,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상대를 먼저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9/29 22:51
수정 아이콘
그 만화의 20권을 애타게 기다리고있습니다
05/09/29 22:52
수정 아이콘
멋지죠.. 그 주인공...;
왠지 아방 선생님이 떠오르는 것은 저 뿐이겠죠..?
05/09/29 22:56
수정 아이콘
그 만화의 스토리작가분께서 "용두사미"스토리를 잘만들어낸다는 소리에 결말이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눈팅만일년
05/09/29 23:17
수정 아이콘
통신 경력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초등학교 4학년 때니까 14년정도 된 거 같습니다. 분당 25원 이라는 미칠듯한 요금의 천리안으로 통신을 시작했었는데... 그 때 생각하니 저도 참 감회가 새롭네요...
아테나의 세인
05/09/29 23:59
수정 아이콘
저도 글쓴이님 정도는 아니지만.. 10년은 더 넘었는데, PC통신 하면, 2400bps -> 14400bps를 쓰다가 US로보틱스에서 나온 56Kbps 모뎀을 장착하고 -_-.. 01421(천리안 고속접속번호였죠)을 눌러Mp3파일을 5분만에 받는 환상적인 ZMODEM 프로토콜의 속도에 경탄했던.. 그 시절; 그게 떠오릅니다. 사실 가끔은 그 옛날이 그립습니다.
05/09/30 00:30
수정 아이콘
아 미치겟네...그 만화 제목이 머였죠? 기억이 가물...가물...'')
[S&F]-Lions71
05/09/30 00:4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뵙는 군요.
늘 님의 좋은 글 기대하고 있습니다.

케텔, 코텔(케텔 아류), 하이텔... 1200bps 모뎀... 프로토콜 선택고민...
게시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lions89 이재연 씨의 글들...
내 아이디의 모티브가 되었던...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군요.
당시의 내 컴퓨터는 386DX(클럭수 불명) 램1메가 하드 100메가 였지요...
어딘데
05/09/30 00:47
수정 아이콘
아방선생님이 나오는 만화는 타이의 대모험인데
글 쓰신 분이 얘기한 만화는 20세기 소년인가요?
05/09/30 01:45
수정 아이콘
20세기 소년 입니다.
05/09/30 08:59
수정 아이콘
아방선생님은 거의 30권만에..
켄지는 10권만에 부활했죠..;;
05/09/30 09:08
수정 아이콘
모만화라고 한 것은 혹시나 그것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해서인데...ㅜ.ㅜ(물론 알만한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별 의미 없겠지만) 타이의 대모험도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구경플토
05/09/30 12:48
수정 아이콘
[S&F]-Lions71님, 코텔은 케텔 아류가 아니라 케텔에서 하이텔 넘어가기 전에 잠시 붙었던 이름이 아닌가요? 저도 케텔 때 부터 사용했는데, 저는 그렇게 기억합니다.
WizardMo진종
05/09/30 13:03
수정 아이콘
아마도 초딍 2학년때였던거 같으니, 대략 저도 13년가까이 되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966 그나저나 e스포츠가 발전할려면 다른종목들도 스타만큼의 관심이있어야되는데.. [56] 한줌의재4282 05/09/30 4282 0
16965 The Great Catsby [23] psycho dynamic4190 05/09/30 4190 0
16964 이런 기사 참으로 씁쓸 합니다 [25] 요쉬6267 05/09/30 6267 0
16963 [영화잡담]저주받은 걸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72] [NC]...TesTER6738 05/09/30 6738 0
16962 이런 생각 하면서 멍하게 있을때도 있습니다... [7] 아큐브4317 05/09/30 4317 0
16960 사기다와 사기적인 면이있다... [35] Sin_Pam4079 05/09/30 4079 0
16959 소설은 소설일 뿐인가 - KESPA컵을 보며... [26] 지바고5907 05/09/30 5907 0
16958 당연하지.. 당연해... 당연해야만 해. [7] OddEYe4297 05/09/30 4297 0
16957 마음속의 추.... [5] 파벨네드베드4366 05/09/30 4366 0
16956 [MLB]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정규리그의 결말은? [9] Jeta Rei4090 05/09/30 4090 0
16955 [잡담] 살다보니 정말 어렵게 느껴지는 몇가지들. [12] My name is J3957 05/09/30 3957 0
16954 MVP투표.. [141] 한줌의재5172 05/09/30 5172 0
16953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121] -_- 엔토 응?6123 05/09/30 6123 0
16952 아드보카트호 1기 승선맴버 발표!! [68] C.ParkNistelRooney4934 05/09/30 4934 0
16950 대졸과 고졸사이 [27] 오렌지나무4654 05/09/30 4654 0
16948 1초의 소중함 [8] legend4357 05/09/30 4357 0
16946 9월 30일 2차 휴가를 마치고... [12] 햇빛이좋아4428 05/09/30 4428 0
16945 KeSPA랭킹 10월랭킹이 나왔습니다. [78] 미라클신화6684 05/09/29 6684 0
16944 어제 학벌사회에 대해 썼던 학생인데요 [17] 막강테란☆5036 05/09/29 5036 0
16943 정의의 사도가 더 편하다! [13] 산적4574 05/09/29 4574 0
16941 "너 진짜 공부 잘한다" [14] 낭만토스4613 05/09/29 4613 0
16939 마재윤선수의 강민선수지명과 박정석선수의 임요환선수 지명을 보고...... [32] 초보랜덤8261 05/09/29 8261 0
16937 드디어 그분이 오셨군요.. [11] 라구요4473 05/09/29 447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