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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21 15:11:02
Name ChRh열혈팬
Subject [릴레이 소설]블루 팀 소설,'혈'
『"으아악!"

누군가 침대에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안색으로 봐서,분명히 심한 악몽을 꾸고 그 악몽 때문에 일어났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얼굴은 평소엔 잘 흘리지도 않는 땀이 범벅이었고 파랗게 질려있었다.그는 자신의 팔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그리고 양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중얼거린다.

"난...잘못하지 않았어.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분명히 상대가..."

하소연하듯 중얼거리더니 이내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불을 옆으로 집어던지고 침대에 눕는다.그리고 방금 자신을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었던 사흘동안 반복된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하지만 그가 사흘전에 겪었던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꿈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았다.

'벌써 사흘째...밤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러고 있다.도대체 그 꿈은 뭐지?왜 나한테 그것들이 덤벼드는 거야?현실에선 나한테 아무것도 못하는 것들인데,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난번 일만 빼면 분명히 그랬다.그리고 지난번 일은 그가 생각하기에 절대 자신의 잘못은 아니었다.분명히 상대가...상대가 너무...

'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럴수 밖에 없었을거야.그래,절대 내 잘못이 아니라고!'

어제,그제처럼 오늘도 똑같은 생각을 하며 잠이든다.반복되는건 그의 악몽만이 아니라 그 악몽 후에 그의 행동까지 반복되어 버렸다.그는 적어도 잠자리에서는 아무런 일도 당한 적이 없었다.가위도,악몽도 그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그런 그가 처음으로,그 일로 인해 악몽이란걸 꾸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극히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는 그 사건이 있었던 건 사흘 전이었다. 그의 직업은 군인, 벌써 몇년째 이어진 전쟁속에서 하나의 소모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다. 사람의 목숨이 파리목숨처럼 여겨지는 이 곳에서 그 정도의 사건은 얘기거리에 끼지도 못 할 정도로 사소한 일이었다.

그러나 왜일까.

"그 사건"의 소용돌이속에서 숨막히듯 밀려오던 피의 냄새가 그를 괴롭힌 이후부터 그의 생활은 변했다. 항상 쾌활하고 모범적인 생활로 동료들의 신망을 얻던 그가 이렇게 확 변하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습작 소설 "혈" 中]...




내 이름은 허찬, 전직 탐정 겸 소설가이자 현직 군인이다. 심단철 그 자식과는 벌써 몇년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전우이자 친구이며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나와는 달리 쾌활하고 외향적이었던 그의 성격덕에 나 역시 지금처럼 활달한 성격으로 변했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아무리 룸메이트라고 해도 우리처럼 친해지긴 쉽지 않을테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린 언제나처럼 함께 있었고, 그의 손에 들린 총의 방아쇠가 당겨지는 것 역시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평소처럼 적을 죽인 것 뿐이었고, 별다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붉게 충혈된 눈과 상대의 기분나쁜 눈빛만이 기억에 남았을 뿐.. 그리고 그가 그날밤부터 매일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심하게 한다는 것과 평소에 없던 다크서클이 눈밑에 표나게 자리잡았다는 것 뿐. 난 그 녀석이 활달한 성격이긴 해도 마음여린 녀석이라 별것 아닌 일가지고 악몽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메모지를 가지고다니며 무언가를 적는 습관이 있다. 특히 무언가 뇌리에 강렬히 꽂히는 것은 항상 소설로 만드는 것을 즐긴다. 지금 내 노트북에 적힌 습작소설 "혈" 역시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각색한 것으로, 내가 추측해본 그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며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적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 때였다.


"찬아! 큰일났어! 단철이 녀석이!"

"단철이가 왜?"

"글쎄 그녀석이.."



그 동료의 표정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고, 그를 따라 정신없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내 방. 그 곳엔 천장에 목을 맨 단철이와 그의 책상위에 올려진 봉투만이 시선에 들어오고 있었다.

"단철아! 이 자식 눈 좀 떠봐!"

동료가 울먹이며 차가워진 단철이의 몸을 바닥에 뉘일 때, 난 나도 모르게 그 봉투에서 유서를 꺼내 읽어가기 시작했다.

-
내 잘못이 아냐!
그 놈의 잘못이다!
내 잘못은 없어!
그 놈이 그 짓만 안했어도!
...
..
...........?

-


"아니 이런!"

나는 허겁지겁 싸늘하게 식어버린 단철이 녀석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내 잘못이 아냐!
그놈의 잘못이다!
내 잘못은 없어!
그놈이 그 짓만 안했어도..』






설마..
아닐꺼야..
설마 그가 살아있을 리 없어.
그가 죽는 건 내가 똑똑히 봤단 말이야.
강철민! 그가 살아있을 리가 없단 말이야!!



단철이의 옷을 벗긴 나는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엔 어느샌가 피가 고여 있었다.



그리고 유서는
바로 그날 강철민이 죽던 그날
그가 죽기 직전에 했던 말이었다.




그래.

사건은

그날부터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강철민

그는 아주 조용한 인물이었다.
뭐랄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주 기분나쁜 타입의 인간이었다.


사흘전

그날도 그는 아주 기분 나쁜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그런일을 저질를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

..................

사흘전 밤
그날도 다른때와 마찬가지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찬이야 넌 이 지옥같은 전쟁이 언제 끝날거라고 생각하냐.."
단철이녀석은 뭔가 특별한 녀석이었다.
누군가를 찾으러온게 이 전쟁에 참가한 목적이라나..
나도 자세한 얘기는 들을수 없었다.


우리가 군용 담배 한까치씩을 몰래 나눠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때였다.

스륵...
????

"불패!!"

암구호 였다.

우리앞쪽에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륵....

"혹시 강철민 그자식 아니야? 강철민! 너 철민이 맞지? "
단철이는 이런 황당무게한 말을했다.

스르륵...


그순간..


단철이의 k2에서 한적함을 깨는 큰 총성이 들렸다.
그 후로는 순식간이 었다.
그 알수 없는 소리의 주인공은
우리가 지키고 있는 작은 산골마을에 살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여자아이 였다.



몇일전


내 잘못이 아냐!
그 놈의 잘못이다!
내 잘못은 없어!
그 놈이 그 짓만 안했어도!
아...하지만 찾을게 있어..
찾아와서 설명할께..



라고 말하며 사라졌던 강철민..


그리고 그날밤
강철민은 목이 없는 싸늘한 시체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어째서 단철이는 그 여자아이에게 철민이라고 했던걸까..
나는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단철이는 그 어두움 속에서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일까?


물론 지금은 전시이기에
민간인 하나 오발로 죽인것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않았다.
하지만 그후로 단철이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물어보아도 단철이 녀석은 끝내
말을하지 않았다.



결국 죽음을 택한 심단철, 죽음을 선택하게 할만큼 큰 두려움이 그를 덮쳤단 말인가...

강철민의 죽음과 심단철의 죽음 그 여자아이 도데체 뭔 관련이 있단얘기지?

예전 탐정일을 했으므로 이런사건은 정말 파헤치고싶었지만
전쟁중이라 도저히 그럴수도 없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로부터.. 1달 후
단철이의 유해는 조국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참호를 파고 보초를 서고있었다.

뚝. 지지지지 직 지지직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있습니다 지지직 파병된 우리 군대에서도 이미 몇십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지지직 여론조사에선는 더이상 사상자가 나오면 당연히 귀환 시켜야 된다는 지지직 국민들의 생각이 70%를 넘어가고있지만 정부에서는 계속 우리 군대가 주둔하고있는곳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있습니다 지지직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지직

"제 의견은 말이죠. 군..." 뚝

이일병이 신경질나게 라디오를 껏다.

"아 미x놈들 지들끼리 지낀다고 어쩌자는거야 우린 도데체 언제
돌아갈수있는거야 벌써 우리 부대에도 2명이나 자살했어 3명이나 죽었고 나도 정말 하루하루 자살하고싶은 심정이라구 뭐 안전? 이 미x친놈들아 "

"이새x가 어디서 고참들앞에서 욕질이야 엎드려"

하지만 다들 말은 안하지만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며칠전부터 우리군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에대해서
다들 두려움을 가지고있었다 .

보유했던 식량이 줄어든다거나, 보급품이 이유도 없이 끊긴다거나, 병사들 몇몇이 납치 되었다가 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이들은 전혀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해괴했던 것은 심단철의 자살과 강철민의 죽음이랄까나.

전쟁터에서 자살을 했다- 사람에게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던 심단철 그 녀석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살을 했다. 아니, 자살로 위장된 것인지도 모르지.

그 사건이 있던 날 이후로 나의 '혈' 노트북은 소설이 아닌, 이 사건에 대한 추리로 가득 메워졌다. 차근 차근히 사건의 내용을 정리해 나가다가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겠다.

첫째, 불쌍한 여자아이가 죽던 그 날 밤, 심단철은 무슨 근거로 그 여자아이를 강철민일 것이라 추측을 한 것일까.
추측하건대 여자아이와, 심단철 혹은 강철민과 무슨 일이 있던 것이 아닐까 싶다.(로리타 콤플렉스적인 상상은 자제하기 바란다) 만약 강철민과 그 소녀가 아는 사이라면. 둘이 친하다는 것을 심단철이 알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다. 강철민이 소녀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심단철이 알고 있다면, 그 날 그 부스럭거리던 것이 소녀라는 것을 심단철이 알았다면, 강철민이라 부를 수 있다는 명제가 억지로나마 성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엔 억지로 끼워 맞춘 역설에 불과하다. 소녀가 키 포인트이다. 강철민의 죽음과, 심단철의 죽음에 깊이 관련 되어 있다고 난 자부할 수 있다.

둘째, 강철민의 마지막 말에서, ‘그 놈’과 ‘그 짓’의 정체가 무엇인가.
만약 첫 번째 의문이 사실 이라면, ‘그 놈’은 심단철을 칭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 짓’은…? 심단철이 그 여자아이를 죽인 것?
그렇다면 첫 번째 의문이 거짓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 놈’은 제 3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짓’도 소녀와 관련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 심단철이 괴로워하던 그 문제와는 완전히 별개의 사건으로 바뀔 것이다.

셋째, 강철민의 머리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강철민의 시체가 돌아왔는데, 목이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때부터 약간 미심쩍었던 것이 사실이다. 탐정이라는 전직 때문일까. 얼굴이 없어져야 할 까닭이 없다. 그의 얼굴에 커다란 상처가 나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상처가 있다고 목을 아예 뎅강 해버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넷째, 심단철의 사인은 질식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몸에 나있던 그 수많은 상처들은 그가 죽기 전에 생긴 것일까, 그가 죽은 후에 생긴 것일까. 사망 전이라면 엄청난 고통으로 인한 발작 증세를 일으켰을 테고, 엄청난 출혈이 발생할 것이다. 그 대로 놔두면 과다 출혈로 죽었을 텐데 구태여 힘들게 매달아 목 매달아 죽을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질식사 후, 누군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란 말인가? 또 그렇게 까지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단순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사건이다. 뭐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여러 타래의 끈이 엉켜져 있는데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북실북실한 끈뭉치를 오른손 왼손 왔다 갔다 하며 수박 겉햝듯 만져볼 뿐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마치 동남아시아의 스콜을 연상시키듯, 줄기차게 퍼붓는 빗줄기는 우리들은 하염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부역하다가 쉰다는 기쁨에 취한 사람도 있지만, 비가 그친 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우리들은 강철민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에 관해서 각자 자신들의 추리를 펼친다. 어떤 녀석은 제이슨이 나타난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녀석은 이곳 토착인들의 분노라고도 한다. 전직 탐정인 나의 생각엔, 저런 의견은 우스울 뿐이다. 좌우지간 그런 단 맛 없는 얘기가 오가던 와중 그의 가족에 관한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를 자주 갈구던 곽병장의 말에 의하면, 강철민은 "쌍둥이"였다. 쌍둥이 중 한 명.. 형은 외국으로 입양 보내어졌다. 그리고는 그 입양 주소를 찾아보니 이 나라 어딘 가였다는 것이다.



쌍둥이라! 나의 뒤통수를 야구빠따로 후려쳤다. 왜 그런 소중한 정보를 여태 몰랐을까. 그가 쌍둥이라면, 그것도 그의 형제가 이 외딴 오지에 존재한다면(왜 이쪽으로 입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에 대한 비밀이 한꺼풀 풀릴 수도 있다. 만약 강철민이 자신의 쌍둥이를 만났다면? 목없는 시체가 강철민이 아니라 그의 쌍둥이 형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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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제가 축제 때문에 한동안 pgr에 접속을 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제 차례가 되었군요(무려 나흘전에). 이미 그 글에다가 리플 올려서 썼지만 이미 다섯페이지나 밀려서 다시 새로 글로 씁니다. 우리 블루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드라마 부활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붙여보았습니다 ^^

(참, 여기에 제가 쓴 내용하고 5페이지 뒤에 있는 내용하고는 약간 다릅니다. 이 글에 있는 것이 한번 퇴고를 거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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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21 15:18
수정 아이콘
으아아악!! 너무 어려워요 ㅠ_ㅠ;

저 소설에서 제 턴이 돌아온다는게 무서워 지기 시작합니다.;
퉤퉤우엑우엑
05/08/21 16:26
수정 아이콘
제가해야 할 일을 선수 치셨군요-_-;;블루 팀은 레드 팀에 비해 연재속도가 비교적 빠르네요.벌써 5번째 분이라니...
하얀그림자
05/08/23 10:51
수정 아이콘
"후우, 이 놈의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하는 군.“

벌써 일주일채 하늘은 비만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비가 연이어 내린지 8일째가 되는 날
본격적인 전투작전이 내려졌다. 모두들 비 때문에 긴장이 풀린 터라, 갑작스런 상부의 작전명령에 조금은 당황스런 기색이었지만 아무튼 작전은 수행해야 했다. 적군의 공격에 되받아치는 모습만 보이다 이번엔 아예 기습적인 공격으로 쓸어버리겠다는 상부의 생각이지 않나 싶다.

“쉿, 조용히 해. 이제 적진 부근이다.”

우리 소대의 가잠 고참격인 최 대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왜 이 놈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죠?”

김 일병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게. 원래 이쯤 되면 뭐가 나와도 벌써 나와야 되지 않나.”

이 일병도 불안한지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적진과 거의 근접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이상한 점이었다. 너무도 쉽게 적지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적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것들 혹시 우리한테 쫄아서 튄 거 아냐.”

이 일병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으스댔다. 하지만 이내 최 대위의 닥치고 있으라는 듯한 강한 눈빛 때문에 이내 고개를 숙여댔다.

강철민, 심단철과 관련된 복잡한 사건들을 파헤치기 위해 나름대로 수소문도 해보고, 여자아이에 관해서도 알아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진전이 없었다. 강철민의 쌍둥이 형이 사는 주소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대에서도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도 점차 잦아져 자연스레 그 일도 잊혀져 갔다. 물론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의문점은 언젠가가 됐든 꼭 풀어보겠다는 전직 탐정의 자존심만은 아직 버리지 않았다.

드디어 적지 코앞에 도착했다. 모두들 몸을 숙이며 적의 동태를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적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조심스레 전진했다. 그러나 역시 적진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죠?”

김 일병이 물었다.

최 대위는 침묵한 채 적진의 곳곳을 뒤지며 흔적을 찾았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가 최 대위는 통신병을 찾았다.

“상부에 이 곳은 아무도 없다고 전해. 이 곳의 흔적을 보아하니 최소 12시간 전에 이미 자리를 뜬 것 같다고.”

“휴우―.”

나를 포함한 모두들 긴장의 끈을 그 순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하얀그림자
05/08/23 10:52
수정 아이콘
대략 너무 늦게 글을 올리네요. = _= 죄송할 따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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