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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09 09:42:50
Name Mechanic
Subject 주지약을 위한 변명
아래 의천도룡기 이야기를 쓰신분이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한때 김용의 소설들에 푹 빠졌던 시절을 돌이켜보니 미소가 절로 나오더군요,. 어쨎거나 그분의 글에 댓글로 달려다가 양이 많아질것 같아  새글로 답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주지약... 영웅문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도 저한테는 가장 사랑하고픈 여자였답니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은 잔혹하고 표독스런 몽고의 공주에서 장무기를 사랑하는 사랑스런 여인으로 변신한 조민에게는 무척 관대하면서도 주지약에 대해서는 '악녀' 같은 취급을 하더군요(영화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랑했던 여자 주지약에 대해 변명좀 해볼랍니다.

의천도룡기에서 주지약은 커다란 세번의 전환점을 갖습니다.

1. 조민에게 납치당한 만안사의 보탑에서 스승이었던 아미파 멸절사태 앞에서 끔찍한 맹세를 함.  
2. 장무기와의 결혼식날 조민이 등장하여 장무기를 데리고 사라짐.
3. 스승의 유언에따라 도룡도/의천검을 훔치는 등 고심참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수련한 구음백골조의 무공이 장무기의 순양지력에 파괴됨.

위의 세가지 사건의 전후에 걸쳐 주지약의 행동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죠.

아시다시피 주지약은 한수에서 나룻배를 젖던 사공의 딸로 명교의 상우춘을 쫒던 몽고병들에 의해 아버지가 죽고 외톨이가된후 무당파 장문인 장삼봉에게 이끌려 아미파로 입문하게 됩니다. 당시 장삼봉은 학필옹의 현명신장에 맞아 죽어가던 장무기를 치료하기 위해 여행중이었는데 이때 주지약과 장무기는 처음 만나게됩니다. 이 첫 만남에서 주지약이 장무기에게 밥을 떠먹여 주고 장무기는 이때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죠.  

그후로부터 위의 1번 사건(멸절사태 앞에서의 끔찍한 맹세) 이 있기전까지 주지약의 모습은 광명정대하고 당당하며 선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여자로서는 조민과는 달리 소극적이고 수줍음도 많지만 장무기에 대한 마음만은 한결 같죠. 나중에 주지약에 의해 죽을뻔 했던 아리도 이때의 주지약을 가르켜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 이라고 하죠.

어려서 부모를 잃고 스승의 손에서 자라다시피한 주지약에게 멸절사태의 존재는 부모+스승 이상의 존재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탓에 멸절사태의 명령은 주지약에게는 거역할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광명정에서 장무기가 6대문파를 제압할때도 주지약은 추상같은 멸절사태의 명령에 얼떨결에 의천검으로 장무기를 찌르게 되죠.

그런 스승이 자기앞에 무릎을 꿇고 장문인의 자리를 넘기면서 장무기를 사랑하지말고 만일 그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되면 자손 대대로 창녀가 될것이라는 등의 맹세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주지약이 받은 충격은 그녀를 바꿔놓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1번 사건과 과 2번사건 사이의 주지약은 장무기에 대한 사랑과 스승의 유언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스승의 유언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흔히 드라마에서 부모와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부모를 거역하지 못하는 순종형 여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그렇지만 주지약은 이런 혹독한 갈등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어려운 결정을 했었습니다. 즉, 스승의 유언대로 도룡도/의천검을 훔쳐 그안의 비급(구음진경)을 통해 아미파의 무공을 빛내는 일은 성심을 다해 수행하되 장무기와의 사랑만은 이루고자 했던거죠. 실제로 주지약은 장무기가 그녀에게 청혼했을 때 멸절사태의 유언 뒷부분을 장무기에게 고백했고 장무기와의 결혼식에 이를때까지 사악한 면은 거의 드러내지 않습니다 (무인도에서 아리를 죽이려한건 단순한 질투라고 해두고 싶군요--이거 너무 관대한가요).

그러나 장무기와의 결혼식날 수많은 하객 앞에서 신랑인 장무기가 조민의 손을 잡고 사라지는 (무슨 영화에 나왔던 장면 같습니다만) 여자로서는 최악의 수모를 당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동안 제일 안타까웠던 장면 입니다. 주지약은 그자리에서 면사포를 찢고 감추어온 무공마저 드러내며 악녀로의 변신모드가 됩니다.

2번과 3번사이의 주지약은 전형적인 악녀의 모습입니다. 두백당,역삼낭 부부를 구음백골조로 죽이고, 소림사 대회에서 벽력뇌화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하고 송청서를 이용해 장무기와 조민에 대한 복수를 꾀하며 도룡도를 훔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손을 죽여 입을 봉하려 하는 등… 한을 품은 여자, 거기에 절세의 무공도 손에 넣은 여자의 전형적인 복수극 형태입니다.
그러나 주지약은 이때조차도 장무기에 대한 사랑을 정리할수 없었습니다. 소림사 대결에서 자신의 의천검으로 인한 장무기의 상처를 보고 차마 손을 쓰지 못하죠.  

그리고 3번 사건. 현명이로와 대결하다가 현명신장을 얻어맞은 주지약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장무기의 구양신공에 주지약이 수련한 구음진기가 소멸되고 평범한 여자가 된 후 주지약도 미몽에서 깨어난 듯 예전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자신이 죽인줄 알았던 아리가 살아오자 그녀에게 사과하고 장무기에게도 진심을 고백하죠. 그리고 장무기에게 남겨둔 한가지 소원을 일개우는 엔딩…

어쩌면 몽고의 공주로 호화롭고 방약무인하게 살다가 한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 변화한 조민보다는 훨씬 파란만장하게, 아프게 살아온 여자가 주지약이라는 생각 입니다.

다른분들은 어떠실지 모르나 주지약 그녀는 적어도 나에게만은 김용이 창조한 여자들 중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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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레스
05/08/09 09:49
수정 아이콘
저도 주지약이 가장 좋습니다. 그녀가 한 가지 소원으로 무엇을 말했을지 아직도 궁금하네요^^
05/08/09 09:55
수정 아이콘
갑작스러운 글이라 좀 생뚱맞은 느낌이 나긴합니다만..

주지약에 대한 평이 악녀였나요? 새롭네요-.- 영웅문이 주는 재미의 요소 중 하나는 극명한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거라고 보고,,오히려 악녀라면 조민쪽이 더 가깝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주지약은 안타까운 인생이었고 장무기는 복터진 인생(-_)
전 역시 황용을 제일 좋아합니다만^^;
마나님
05/08/09 10:04
수정 아이콘
전 소용녀. 소용녀가 최곱니다...
05/08/09 10:05
수정 아이콘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준 소소도 있습니다.
갠적으론 소소가 제일 좋습니다. 글래머였지 않을까요? ^^
05/08/09 10:06
수정 아이콘
김용이 주인공으로 의천도룡기에서 여주인공으로 내세운건 조민이지만, 실질적인 비련의 여주인공은 주지약이죠.
극과 극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죠. 극선->극악 으로요.

하지만, 소용녀가 최곱니다. 소용녀만 있다면 오른팔 그까이꺼~
Mechanic
05/08/09 10:08
수정 아이콘
환타/ 댓글로 쓰려다가 본글로 달려다보니 좀 생뚱 맞았네요. 그래서 앞글좀 추가 했습니다.

이연걸이 나왔던 영화에서는 완전 악녀 수준이더군요. 아무리 원작과 다를수 밖에 없는 영화라지만 그저 재미만 추구한듯한 영화에 실망했었습니다.
05/08/09 10:14
수정 아이콘
Jacob님 제가 글 쓸려고 했더니 어느새.. ^^
저도 소소가 좋습니다. 장무기 일행을 구하기 위해 명교일행을 따라갈땐 흑흑.. 눈물이..
그리고 조민도 제게 무척 이쁘게 기억되는 것은 양조위가 나왔던 예전 의천도룡기의 여배우가 이뻤었죠. 그 여배우 무협비디오 여주인공 여러편했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그리움 그 뒤..
05/08/09 10:15
수정 아이콘
김용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보면 반갑습니다.
천룡팔부의 왕어언, 영웅문 1부의 황용, 2부의 소용녀, 3부의 조민, 주지약, 아! 만리성(속칭 동방불패)의 임영영.... 모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들이죠.. 김용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은 대개 한 여자에 충실한데 3부의 장무기만 여러 여자에게 정을 주었죠.. 훌륭하게도....
그리움 그 뒤..
05/08/09 10:19
수정 아이콘
Woo~쯔님// 맞습니다. 그 때 조민으로 나왔던 여인이 가장 예뻤죠..
특히 부상당한 장무기를 위해 오빠의 바짓가랭이를 잡고 늘어지던 장면..
너무 예뻐서 농담아니고 한 50번쯤은 rewind해서 봤더랬죠..^^
05/08/09 10:41
수정 아이콘
앗..밑쪽에 글이있었군요. 갑자기 주지약이 튀어나오길래 생뚱맞다고 한거였는데^^;
blue wave
05/08/09 11:12
수정 아이콘
조민보다 주지약의 성격이 더 개성있게 그려진 것 같더라구요.^^;
장무기와의 어린 시절 애절한 사랑은 정말 김용 선생이 잘 그려낸 것 같더라구요. 저는 영웅문의 3부를 정말 좋아해요~(중반이 압권인 것 같아요.)
05/08/09 11:24
수정 아이콘
저도 의천도룡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무협이라기 보다는 애정물이죠. 두 여자가 물불 안가리고 좋아해주는 장무기가 부러울 뿐... --;
05/08/09 11:36
수정 아이콘
3일간 2003천룡팔부27편째 보고 있는데(40부작입니다)김용 소설중에 가장 좋아하는 천룡팔부를 이번에 제대로 만들었군요 다들 시간 나시면 보세요 이번에는 아주가 너무 이쁘네요
견습마도사
05/08/09 13:13
수정 아이콘
전 소오강호의 임영영이 가장 좋습니다..
다음으로 조민과 주지약인데...
흠흠....

오해로 인해 자신을 죽이려 하는 장무기에게 그래 까짓꺼 죽으리라 생각하며
아버지와 일가족을 모두 버린 조민과
멸절 사태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장무기에게 폐를 끼친 주지약..
냉정하게 생각했을때 조민쪽이 좀더 장무기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고 봅니다

어째든...둘다 사랑스럽지요..ㅋ
전 원래 조민 파 였는데
고원원씨 때문에 주지약파로 돌아섰습니다;;
Mechanic
05/08/09 13:50
수정 아이콘
견습마도사/ 고원원씨 사진은 잘 갈무리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영화가 보고싶네요. 그녀가 연기하는 주지약이라면 정말...

그리고 제가 보기에 장무기에 대한 조민과 주지약의 사랑비교는 깊이보다는 방식의 차이가 아닌가 하네요.

조민은 몽고 여양왕의 딸로 어릴때부터 아쉬운것 없이 살아왔고 하고싶은것 갖고 싶은것 모두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그녀의 사랑은 열정적이며 적극적입니다.
반면 주지약은 조실부모하고 아미파라는 명문정파의 엄격한 규율아래 (더구나 멸절사태라는 완고한 스승아래)얽매여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아미파도 도가의 문파죠.

이런 배경을 지닌 두 여자의 사랑의 양태는 다를수 밖에 없습니다. 조민이 장무기의 손등을 물어 뜯어 상처를 남겨서라도 자신을 기억하게 하려는 스타일이었다면 주지약은 조민과 장무기의 밀회장면을 목격하고는 혼자 숙소로 돌아와 목을 매어 죽으려 했죠. 광명정에서 장무기가 화산/곤륜파의 4대고수와 격전을 치르며 위기를 맞을때 주지약은 멸절사태와의 대화를 가장하여 영리하게도 음양오행의 방위와 순행원리를 장무기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장무기를 돕는데 조민이였다면 우선 몸부터 뛰어들어 상황에 개입했겠죠.

두 여자 모두 사랑스럽다는데에는 동감하지 않을수 없지만 어쨎건 저의 연인은 주지약인것 같네요.
Gatz Terran
05/08/09 14:31
수정 아이콘
GG 님/ 오른팔 그까이꺼 ~ 촌철살인 이십니다. 그려 ~~
또임스
05/08/09 15:11
수정 아이콘
카이레스// 의천도룡기 외전을 보면 마지막소원으로 장무기에게 중원으로 오지 말라고 합니다.
카이레스
05/08/09 16:14
수정 아이콘
또임스님// 의천도룡기 외전은 김용씨의 작품이 아니지 않나요?^^;
05/08/09 16:24
수정 아이콘
완전소중소용녀!!!
The Undertaker
05/08/09 17:28
수정 아이콘
저도 의천도룡기 외전을 봤는데요, 영웅문 3부 이후 이야기 말씀하시는거죠? 너무 어렸을 적 읽은거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주지약이 무슨 가면을 쓰고 등장하고 주원장과 결탁하는 내용이었다고 얼핏 생각이 나는데요, 그게 김용의 작품이 아닌가요?
새벽오빠
05/08/09 18:48
수정 아이콘
의천도룡기는 여주인공의 비중이 좀 '나뉘는' 감이 있어서 아쉽더군요
(물론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줍니다만)
그 중 가장 개성적인 인물이라면 단연 주지약이죠
.....그래도 소소가 최고;;; 페르시아로 끌려갈때 ㅠㅁㅠ;;;

김용 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여주인공은 역시 소용녀 ㅡㅡb

그리고 의천도룡기 외전은 김용선생의 작품이 아닙니다^^
05/08/09 21:27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소용녀가 최고인 겁니다!!+_+bbb

같은 소용녀 팬들이 많아서 반갑네요^_^;;;
tongtong
05/08/09 22:04
수정 아이콘
영웅문 3부작과 의천도룡기 외전을 소장하고 있는데
지금 댓글들을 읽고 의천도룡기 외전 원작자를 확인하니 김용으로 되어 있는데요...
견습마도사
05/08/09 23:49
수정 아이콘
김용님 작품은 15개 뿐입니다..
그리고 그 15개 속에는 의천도룡기 외전은 없습니다.
참고하세요..저도 한창때는 15개 다 외웠는데;;
지금은 몇개가 생각이 안나네요..

천룡팔부 소호강호 영웅문123 설산비호 비호외전
연성결 벽혈검 녹정기 등등이욧
나머지 5권은 아랫분들이 ;; 알려주실꺼여요
마린걸
05/08/10 01:35
수정 아이콘
양조위가 주연을 했던 86년작 의천도룡기에서
조민 역은 [여미한]이, 주지약 역은 [등취문]이라는 여배우가 했습니다.
이제 두 배우 다 상당히 변해있더군요. 아~~ 서글픈 세월이여 ㅠ.ㅠ
올드앤뉴
05/08/10 02:39
수정 아이콘
월녀검-천룡팔부-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백마소서풍-소오강호-협객행-벽혈검-녹정기-서검은구록-비호외전-설산비호-원앙도-연성결.
시대순입니다.
아트오브니자
05/08/11 20:08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의천도룡기에 대한 글을 보니 정말 반갑군요,
양조위,여미한 주연의 의천도룡기86아직도 하드에 보관중인데,
필요하신분 있으시면 쪽지주세요 공유해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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