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10/14 15:57:09 |
Name |
김호철 |
Subject |
신주영..프로게이머의 미래.... |
계시판 글 중에 신주영씨가 다음시즌 각종 스타대회본선진출자명단에 속하지 못했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 글을 보고 문득 신주영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온게임넷방송에 음악과 함께 프로게이머소양교육현장을 짧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던데 거기에 자신보다 나이어린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있던 신주영씨의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러합니다.
저번에 지피플에서 신주영씨의 최근근황을 봤었는데 오랜만에 신주영씨의 모습을 봐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럽더군요.
안쓰럽다고 느낀 이유는 그의 군대생활때문이었습니다. 휴가나와서도 겜만 하다가 겜을 더 하고 싶어서 귀대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미복귀로 영창까지 가게되는...그래서 남보다 군복무기간이 더 길어지게 되는...자신의 명성을 날리게 해줬던 게임 때문에 힘든 군생활마저 겪게 되는...
그러나 어쨌든 지금 이렇게 무사히 제대하고 스타팬들 앞에 다시 서게 됐으니 다행스러운 맘도 듭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군제대하고 나이도 20대중반...어찌보면 자신의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도 지피플에서 신주영씨 인터뷰하는거 보니까 프로게이머를 그만둘 낌새나 다른 일로 전향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현재의 나이어린 프로게이머 못지 않게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저번에 열린 겜비씨 명인특별전...그 때 제가 신주영씨에게 바라는 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제대하고 얼마 안 된 이시점에서 지금 한창 날고뛰는 현역 프로게이머에게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문제를 떠나서 그건 사람의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다만 신주영씨의 프로게이머로써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무언가.....게임에 지더라도 제대로만 연습하면 전성기때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보여주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그 때의 경기에서는 희망은 커녕 신주영씨의 앞으로의 프로게이머로서의 앞날...적어도 스타크래프트에서만큼은 암울함이 드리워졌습니다.
아무리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프로게이머 1호이며 한때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사람치고는 기대이하였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평이었습니다..한마디로 지금의 스타계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스타 그만두고 워3로 전향하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스타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식지 않은 듯 보입니다.
어쨌든 신주영씨의 스타계복귀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프로게이머라고 꼭 스타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다른 게임으로 전향하면 그만이지 않느냐? 이런 소리 할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의 게임방송추세에서 스타가 아닌 여타 다른 게임리그들이 몇개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게임방송의 인기에는 그렇게 큰 지장이 없을것입니다. 하지만 스타가 없는 게임방송...과연 생각할 수 있을까요? 지금 많은 여러게임리그들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게임리그..게임방송...프로게이머 하면 스타크래프트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신주영씨의 스타계에서의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한 것입니다. 또 설령 다른 게임으로 전향한다고 하더라도 그 게임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전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 때 명인전 보고 실망 많이 했습니다. 신주영씨가 승리하기를 바랜 것도 아니거니와 그저 제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희망...실오라기같은 희망의 한조각이라도 보여주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그 희망의 한조각이라도 발견할 순 없었으며 오히려 암담함과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제 머리속을 채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봤을 때 분명 신주영씨의 스타크래프트에서의 전망이 아주 암울한데도 말입니다....아니 전혀 불가능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전 신주영씨의 스타계에서의 성공을 바랍니다.
안된다면 무조건 되게 하십시오.
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맘속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지 남 듣기 좋은양 겉치레로 '앞으로 열심히 하면 잘 될꺼예요' 이런 싸구려 격려도 아니며 '그래도 신주영인데 예전의 이름값은 해야 할 꺼 아냐?' 하는 예전의 화려했던 위치를 다시 찾길 바라는 과거에 대한 집착도 아닙니다.
신주영..그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미래를 보여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프로게이머의 시초를 만들었듯이 프로게이머의 미래도 그가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창 활약하는 20대초반의 프로게이머들.. 장래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냐하는 질문에 컴퓨터나 게임산업관련직에 종사하고 싶다는 답변들이 많았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이들어서도 계속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싶다는 말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 생각해봅니다.
과연 나이가 더 들고나서는 자신의 이상이 있기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 들고나서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인지..
물론 정말로 전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도 있겠지만 제개인적으로 생각할때는 후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것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바꾸고 직접 눈으로 보여줄 사람이 신주영씨입니다.
전 지금 프로게임계의 앞날이나 발전방향... 이런 거창하고 추상적인 말을 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팬들에게 환호받고 무대에서 멋진 경기를 벌이는 팬으로서 보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프로게이머 본인의 입장에서, 프로게이머라는 개인의 입장에서, 프로게이머라는 한명의 직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신주영씨가 스타계에서 우승은 아닐지라도 어느정도의 활약만 보여준다면 기존의 10대, 20대초반중심의 스타팬들에서 20대후반, 30대팬들까지 그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되면 게임이란 것은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더 이상 어린이나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는 하나의 문화...그리고 젊을 때 잠시 스쳐지나가는 직업아닌 직업이 아니라 여타 다른 프로스포츠선수들에 비해 전혀 밀릴 것 없는 하나의 프로직업인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자리잡게 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프로게이머의 미래도 한층 밝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단지 지금 이순간 2, 3년정도외에는 볼 수 없는 게 아니라 세월이 흘러 나이 들어서도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성인팬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지긋이 모니터앞에 앉아 경기에 열중하고 있는 그런 모습......그 선수가 경기에 승리를 하고 나서 그 선수의 부인이 '여보..축하해요..사랑해요'....그 선수의 딸이 '아빠..최고..멋쟁이' 라고하는 보는 사람들에게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해주는 그런 인터뷰장면까지 ..
그런 모습 함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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