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9/21 19:38:17 |
Name |
Apatheia |
Subject |
[잡담] 클로킹에 대한 단상. |
클로킹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테란식의 클로킹과, 프로토스 식의 클로킹.
저그의 유닛들이 눈에 띄지 않는 건 클로킹이라기보다는 버로우의 형태이니
일단은 빼기로 한다고 하면 말이다.
프로토스 식의 클로킹은 고차원적이다.
그들의 뛰어난 정신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차원과 공간을 뒤틀고, 그 틈에 숨는 것이다.
(아비터의 방식)
내지는 오랫동안의 수련을 바탕으로 어둠을 굴절시켜 그 틈새에 숨기도 한다.
(다크템플러의 방식)
따라서 프로토스의 클로킹에는 별다른 힘이 들지 않으며
무한히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에 테란의 클로킹은 그 방식이 조금은 허술하다.
사실은 장갑이나 형체 등에 약간의 잔재주를 부려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테란의 클로킹에는 개발에 돈이 든다.
그리고, 장시간 지속되지도 못한다.
(레이스, 고스트 등)
우렁이 각시같은 사랑을 꿈꾸어본 적이 있는지.
그 사람이 필요할 때만 살그머니 나타나
아무런 표시도 내지 않고
재빨리 그에게 필요한 도움만을 재빨리 준 후
또 다시 감쪽같이 그 사람의 눈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그러나 어딘가, 어디에선가 숨어서 그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그래서 또다시 그가 나를 필요로 할 때를 귀신같이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때로는 억울하고 아까운 생각이 들지라도
내 도움으로 힘을 얻은 뒤에 남겨진 사람을 보며
흐뭇한 미소 한번에 모든 걸 날려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영원히 그럴 수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영원히 그 사람 앞에 나타나지 않고도
그가 내 도움에 기뻐하는 모습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나는 더없이 기쁠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인간이니.
준만큼 받고 싶어하는 인간이니.
가끔은 대답없고 메아리없는 침묵에 마음상해 눈물을 찔끔대는 인간이니.
프로토스의 클로킹은 바라지 못할지언정
테란의 클로킹이나마 가지고 싶다.
더러더러 컨트롤이 필요할지라도
차원을 비트는 거대한 힘이 아닌 잠시의 눈속임에 불과할 지라도
그의 눈앞에서만 숨고
아닐 때에는 온전히 나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테란의 허술한 클로킹일지라도.
투명하게 태어나 죽을때까지 투명한 다크 템플러는 바라지 않는다.
클로킹 업이라도 개발되어 있는 레이스였으면 좋겠다.
그 힘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몰려드는 캐리어 떼에 홀홀 단신으로 덤벼들수 있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굳은 용기이고 싶다.
옵저버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지막 사력을 다해 몸을 내던질 수 있는
레이스 조종사의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고 싶다.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리그가 끝나갑니다.
살아남으신 분들, 중간에 그 뜻이 꺾이신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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