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7/18 02:23:13
Name 식용오이
Subject "Boys, Be stable"
아래 zard님 글을 읽고 붙입니다.
---------------------------------------------

좋은 글, 인사말부터 쓰면 사람취급 못받고, 악의적이고 충격적으로 데뷔할 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날마다 일어나는 싸움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 같던 사람들,
제가 오래 전 활동하던 모 동호회의 소위 말하는 '고수'들이, 틈틈이 일합을 겨루려 찾아오는 '행패맨'들을 대하는 방식은 간단했었죠.

"정 튀고 싶다면 튈 수 있게 멍석 깔아준다. 멍석 위에서 멋지게 놀아봐라"

창녀론의 완서비, '반중력'의 이무기, 엄마성 쓰자던 모라, 지역감정 전도사 인윈, 가끔 들르던 김성...
나름대로 그 바닥에서 깽판공력 10갑자 이상을 자랑하던 악명높던 유저들이 울고 가는 것을 보면서 제 20대가 흘러간 것 같네요(김성이만 빼구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커그나 동호회의 '평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고참들의 태도가 정말 맘상했답니다.

기분나쁜 글이 올라올 때 마다 밤을 새며 글 써대며 싸우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젊은 회원들과 채팅을 통해 전의를 다지며,
워드나 포럼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신진들을 규합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지만... 뭐 그 당시엔 그게 참 생활의 중요한 축이었던 것 같네요. 나름대로 절실했었고.

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염치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갖가지 암수와 익명성, 다중인격으로 무장한 신진들이 세상을 휩쓸고 다니는 요즘,
더 좋아지고, 나아진 측면도 많지만 아쉬운 것은, 게시판 논전의 '로망'이 많이 사라진 것이에요.
물론 만원 내고 아이디 하나 더 만들어서 자기 글에 추천하고, 자기 글 옹호하는 댓글 쓰고 뭐 그런 우스운 짓을 하던 유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유령놀음'이 지금보다는 훨 덜했던 것 같고... 나름대로 '악의'도 '논리와 자존심'으로 포장해 싸우는 모습을 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도저도 아닌, 말 그대로 '단기적으로' 한 번 튀어보고, 돌 던져서 개구리들 꿈틀거리는 것 즐기다가
또 다른 장난감을 찾아 사라지는... 아쉬운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어요.

개구리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도 다 개인의 취향이지만,
자기도 맞아 봐야 '성장'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는데... 그런 면이 좀 안타깝구요,

실은 하는 짓이 귀여워서, 부추기면 더 본모습과 본기량을 보여줄 것 같아 살짝 찡그려줄라 치면 '저 넘들 돌 맞아서 많이 아파하는군' 하며 어줍잖은 스스로의 돌팔매실력에 감탄하면서 으쓱거리는 모습도 약간 안쓰럽구요,

악명을 얻기는 쉽다는 것만 알 뿐...
그 악명도 다 자신의 것이고, 상징자본이고, 결국은 그 자신의 아바타이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
저는 그 악명을 바탕으로 게시판과 커그,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욕 먹을 짓은 하면서도 욕 먹는 것은 못견디는'
그런 심약함을 보여주는 재능있는 신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찜찜해요.

4드론 째수저글링으로 성공하건 실패하건,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었죠.
하지만 일관성과 맵핵은 켜지 않는 염치를 가지고 꾸준히 활동했다면,
'전설적 노매너'이자 '배넷의 활력소' 라는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인데
요새 악동들은 너무 마음이 약해서 탈이라는 것이죠.

아바타 하나 골랐으면, 어떤 '탈'을 쓰고자 한다면 꾸준히 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삶이 무료해진 30대에게 가끔 한소리 할 재미도 유발하고, 별로 나올 것은 없지만 좋은 말 할 기회도 주시기를.

제가 하고픈 말은 이거랍니다.
"악동들이여, 좀 더 끈끈함을 가져 주시길. 나이 먹으면 '숏타임'은 재미가 없으니까요."

식용오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오이님..^^a
머라 덧붙일 말이 생각나지가 않네염..
아직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리..^^;;
에류디션
02/07/18 13:21
수정 아이콘
"The greatest risk in life lies in not taking one."
-Charles Schwabb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193 [잡담] 은별님,수시아님 그리고 재방송 ^^ [3] homy1425 02/07/19 1425
4192 쏨방개의 일기~! [3] 쏨방개1253 02/07/19 1253
4191 플게머님들 ID를.. [2] 하이퍼1726 02/07/19 1726
4190 아직까지 하고있는 스타크래프트........ [8] k'bono1328 02/07/19 1328
4188 윤여리 선수 HalfDead1319 02/07/19 1319
4187 프로게이머로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6] 랄랄라1621 02/07/19 1621
4186 kpga 프로토스 전멸하다. [11] 공룡2041 02/07/18 2041
4185 혹시 임요환 선수..... [2] 너노2199 02/07/18 2199
4184 오늘 wcg에서의 게임.. [1] 낭천1397 02/07/18 1397
4183 온겜넷 워3리그 해설자 한명 바로 서광록씨 였군요~ [6] 권병학1561 02/07/18 1561
4179 ITV 워크래프트3 [4] 밀가리1358 02/07/18 1358
4178 겜티비 리그..황제, 여신의 섬에서 패퇴하다. [20] 서정근1872 02/07/18 1872
4177 헐... [6] kascheii1642 02/07/18 1642
4176 인기투표. [89] 이재석2385 02/07/18 2385
4175 쏨방개의 스타 체험기! [12] 쏨방개1388 02/07/18 1388
4174 CU@KPGA... [7] 삭제됨1616 02/07/18 1616
4172 아싸~ [1] Madjulia1325 02/07/18 1325
4171 "Boys, Be stable" [2] 식용오이1417 02/07/18 1417
4170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9] 은하늘이1398 02/07/18 1398
4169 [잡담] pgr21.com 1년전 [5] 수시아1391 02/07/18 1391
4168 <잡담>나의 성장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2] Zard1621 02/07/17 1621
4167 이번주 지피플... [2] 룡우-_-1391 02/07/17 1391
4164 앗 나의 실수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 최다연패기록은 [7] 랜덤테란1480 02/07/17 148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