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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0/19 21:11:02
Name Starry night
Subject 오늘 복싱 경기 보셨습니까?
오늘 새벽에 있었던 복싱 경기 보셨습니까?

아마도 그 경기가 있었던 것 자체를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오늘 새벽 우리나라의 지인진 선수와 영국의 마이클 브로디 선수가 페더급 세계타이틀 매치
를 벌였습니다. 시간대가 새벽이니까, 물론 외국에서 했겠죠? 마이클 브로디 선수의 홈 링인
영국에서 벌어졌었습니다.

저는 오늘 일이 있어서 이 경기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 시작하기 전에 TV를 켜고
여기저기 채널을 바꿔가면서 뉴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린 결과, 30분만에 지인진 선수가 타이
틀 획득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하지만 달랑 한마디 뿐이더군요. "지인진 선수가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라고..-_-;;)

당연히 기분이 업된 저는 역시 지인진! 이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답니다. 우리나라가 1년
이 넘게 있었던 노챔프국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지인진 선수에 대해서 조금 소개
하자면, 타이틀을 획득하기 전에는 세계 랭킹 1위였고, 과거 페더급을 양분했던 거목 중 하
나인 에릭 모랄레스와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했던 선수입니다.(현재 모랄레스는 슈퍼 페더
로 월장했구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계 정상급에 가까운 선수라 불리는 선수입니다. 이렇
게 만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있는 선수가 타이틀을 획득했으니 경사가 이만저만 난 것이
아니었겠죠.

일보는 도중에 경기 내용이 하도 궁금해서 제가 아는 복싱 사이트에 여기저기 들어가 보았
습니다. 아아, 그러나 이것이 왠일? 2-0 판정승으로 이긴 경기가 1-0 무승부 처리가 되었다
는 겁니다. 무승부이므로 당연히 지인진 선수는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구요. 2회에 다운까지
빼앗았고, 상대 선수는 경고까지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승부라는군요. 혹시 다운은 럭키 펀
치가 아니었나, 경고는 단순히 경고였고 감점까지는 아니었나 싶어서 온갖 글들을 다 읽어
보았는데, 다운은 정확한 가격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감점도 확실하다더군
요.. 그 이후의 상황에서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다고 하구요... 이런이런...

외신에 의하면 WBC 회장이 개입하였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자세히 알진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회장이 자신이 직접 스코어를 고치라는 명령을 했다는 것 뿐. 1회 상대 선수가 감점을
당한 것에 무언가 착오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지인진 선수는 90일 안에 재경기를 치러야 한
다는군요... 지금 복싱 게시판에서는 난리가 났죠. 벨트를 도둑맞은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부
분이고, 제소해야한다는 말도 있구요.(니가 부커진이야?! -_-;;)

이 경우는 제게 이런 경우와 비슷하게 다가오는군요. 가령 김동수 선수가 세계 대회 결승전
에서 외국인 저그 유저와 맞붙었다고 합시다.(물론 외국에서) 김동수 선수가 저그 입구에 질
럿 홀드 해놓고 저그를 압박하고 있는데 저그 선수가 드론 밀치기를 감행, 입구를 뚫어냅니
다. 그 이후 양 선수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김동수 선수가 승리합니다. 그러나 대회 주관사
가 갑자기 나타나, "드론 밀치기는 명백한 버그행위이다. 사실 그 때 경기를 중단시켰어야
옳다. 그러므로 양 선수는 90분 안에 재경기를 실시해야 한다."

좀 억지 비유이긴 하지만.. 허탈한 마음이 앞서네요. 일부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챔
프가 나오는 것보다는 영국에서 나오는 것이 더 상품성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군요. 지
인진 선수가 챔프가 되면 침체된 복싱계가 살아날 줄로만 철석같이 믿고 있던 팬들은 이제
불쌍해서 어쩐답니까.(저는 나이롱 팬이므로 제외;;;) 아니 그보다 청춘을 다 바쳐서 벨트 하
나만 바라보고 온 지인진 선수는요...(그가 이제 우리 나이로 31세입니다.)

그냥 복싱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할 줄은 전혀 모릅니다.-_-;;;)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
어 봅니다. 흐음...

p.s 이 경기의 승자는 안토니오 바레라와 매니 파퀴아오 전의 승자와 통합전을 갖기로 했다
는 군요. 모랄레스가 없는 페더급의 실질적 최강자인 바레라와 경기가 성사되었다면, 지인진
선수로써도 꽤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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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19 21:13
수정 아이콘
권투를 잘 모르지만, 이 글이 사실이라면 정말 안타깝네요...
네버마인
03/10/19 21:34
수정 아이콘
흔히들 권투를 배고픈 스포츠라 하죠. 돈킹이 프로모터하는 세계적 경기를 제외하고
국내 경기에서 목돈 움켜쥘 수 있는 선수는 이제 손에 꼽기는 커녕 거의 없을 겁니다.
저는 권투를 아주 싫어 합니다. 어렸을 때
티비에서 애국가 나오길 기다릴 때, 특별히 신인왕전 같은 거 때문에
일찍 시작하면 정말 할 일이 없어서...심심해서 그걸 보곤 했었죠.
개도국 사람들이 무슨 분풀이라도 하듯 권투에 매달렸던 그때.
그 시기가 지나고 이제 사람들은 더이상 권투에 관심이 없습니다.
사각의 링에 선수 둘을 세워놓고 한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
비로소 환호하는 사람들...권투에선 인간의 본성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치가 떨릴 정도로 싫었습니다.
내일의 죠도 사실 같은 이유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 태워 버렸어, 전부 다....
퉁퉁 부은 눈으로 그렇게 말했던 그를 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살기 편해지면...사람들은 몸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마음이 떠나죠.
저 역시도 이제 권투에 전혀 관심도 없으면서 새삼 저 글에 이렇듯
가슴이 메어지는 건 왤까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괜히 코끝이 시큰해질 만큼
그렇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저걸 위해 자신의 일생을 걸었을 선수도 있을텐데...
세상을 산다는 건...정말 뭘까요. 가끔 알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너무나 간단하게 뒤집혀 버리곤 하거든요.....
불가리
03/10/19 21:37
수정 아이콘
모랄레스와의 석연찮은 판정패 이후에 참 오랫동안 기다려서 타이틀전을 가졌는데, 복싱매니아로서 너무도 안타깝네요. 꼭 챔피언이 되어서, 실질적인 이 체급 최강자인 안토니오 바레라와의 멋진 대결도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지인진 선수 이제 나이도 적지 않은데, 90일 이내 재대결이라니... 참......
Narnia_narA
03/10/19 22:19
수정 아이콘
오늘 아침 두 눈으로 똑똑히 봤씁니다. 분명 경기는 지인진 선수가 많이 유리했습니다. 다운도 1번 뺐었고 레프트로 굉장히 많은 타격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KO는 안되서 판정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때부터가 진짜 열받는 상황입니다.
아마 점수 매기는 심판이 3명정도인 것 같았는데 시합끝나고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WBC회장까지 온데가 홈인 영국이기에 오노처럼 어떻게 이겨야 하긴 하겠는데 볼펜으로 채점지에 써놓아서 수정이 힘든데다가 계속 카메라가 점수를 비추니 시간을 끌고 있더군요. 빨간색이 브로드 선수 채점표가 그 옆에 붙어 있던 야광색 채점표가 지인진 선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시간을 끌다가(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잠시후 회장인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고위직으로 보이는 인사가 링에 올라와서 채점표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 때 심판들의 당황한 그 표정이란..-_-;; 그리고 채점표를 모아 자신이 스스로 하나씩 점수를 불러가며 계산을 하더군요. (12, 10, 9 ... 이런식으로)
잠시 후 결국 판정승으로 지인진 선수가 이기자 갑자기 썰렁해지는 관객석.. 그래도 전 확실히 영국이 미국보다 낫구나.. 신사의 나라라서 그래돟 공정하게 게임 운영하는구나 했습니다.. 만 결국 신사의 나라답게 뒤에서 호박씨 까며 게임결과를 맘대로 바꾸는군요.. 정말 지인진 선수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강대국들 대단합니다.. 대단해..
마요네즈
03/10/19 22:35
수정 아이콘
전 새벽에 일어나서 실제로 그 경기를 보았습니다..
초반에는 다운도 뺏어내고, 상대방 경고까지 뺏어낸 지인진 선수의 우세.. 중반에는 브로디 선수의 거센 반격으로 인해 브로디 선수의 우세, 그리고 후반에는 지인진 선수의 맹공격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다시 우세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2R에서는 어느정도 서로 주먹 맞교환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저는 지인진 선수가 이겼을거라 생각했는데.. 경기가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판정이 10분정도 유보되더군요.. 그러면서 카메라는 계속 심판진들이 라운드마다 포인트체크를 한 채점지를 계속 보여주고,, 그래서 왜 저러냐 의아하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도 결국 지인진 선수의 판정승으로 결과가 나와서.. 오늘 하루 깔끔하게 시작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었는데..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니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겠네요.. 역시 홈타운의 영향이란 간과할 수 없는 건가봅니다.. 그래도 그런 주위환경이 열세인 상황에서도 열심히 싸워준 지인진 선수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습니다.. 재경기에서 모두들 보는앞에서 당당히 멋지게 KO승을 거두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정말 모랄레스와 리매치 해야되는데 -_-+ 그럴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오늘 경기 두고두고 아쉬움에 남을 것 같네요..
보노보노
03/10/19 23:00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욕 나오네요.
지인진 선수 정말 잘 싸웠는데... 강대국들은 다 이런건가요?
눈물이 나오네요.
언덕저글링
03/10/19 23:09
수정 아이콘
정말 지인진선수는 상대선수에게 싸우자고 하는데도, 상대선수는 계속 허리를 숙여서 싸움을 피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심판은 지인진 선수가 위에서 눌렀다고 감점시켰죠. 그래놓고도 진 경기를 저런식으로 만들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높이날자~!!
03/10/20 01:23
수정 아이콘
어이 없네요

읽으면서 계속 욕나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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