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08 18:51:11
Name 세이시로
Subject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처음 스타를 보기 시작한때는 물론 녹화방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열기가 뜨겁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여러 게시판을 출입한것도 아니고 해서 방송이 있는 날이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경기를 볼수 있었습니다.
  
점점 매니악 해지면서 여러 게시판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게시판들에는 어김없이 경기 결과가 미리 나와 버렸습니다. 정규방송때는 정말 안타까운 눈빛으로 화면을 쳐다보는 수밖에 없더군요. 프리챌배 때 결승전 결과가 게시판에 먼저 나와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것도 기억나네요. 그때문일까요? 다음 리그인 한빛배부터는 사상 최초로 생방송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지요. 이제 경기 결과를 미리 아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개국된지 얼마 안되어 전 채널을 방송하던 저희 지역 케이블사가 유료로 방송을 전환한 것이죠(광고채널이 다수를 차지하는 빈약한 기본형 옵션에는 온게임넷은 절대 끼지 않더군요...). 유료가 된 후에도 얼마동안 저의 호소로 온게임넷을 계속 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1이 지나면서 비교적 개방적이던 집에서도 결국 케이블을 끊고 공부를 주문하더군요. 바로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시작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후로 저는 VOD로 방송을 볼 수밖에 없었고 게시판과 팬카페 출입을 계속하는 한 대부분의 경기결과는 다 알게 되더군요... 슬펐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봤습니다.

그러다가 고2말부터 집에서 들어오는 압박도 더욱 강해졌고 급기야 2001스카이 때부터 스타방송을 아예 안보게까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모르겠습니까? 저보다야 덜하지만 스타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곁에 있고, 궁금증을 못이겨 한번씩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온겜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데 말입니다. 결국 2001스카이배, KT왕중왕전, 네이트배는 이렇게 저에게 있어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임요환 선수의 패배가 더욱더 큰 쓰라림을 안겨줬죠)

고3이 얼마간 지나고 2002스카이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고3생활의 여유에 익숙해진것일까요? 저는 어느순간부터 다시 VOD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게시판 등의 출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너무나도 멋진 경기들을 아무 방해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연승에 감격했고, 박정석 선수의 외줄타기에 조마조마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추석때였습니다. 추석 기념으로 지역 케이블사에서 연휴기간동안 전 케이블을 개방한 것입니다. 별 생각없이 튼 온게임넷에선 4강전 <박정석 vs 홍진호>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너무나도 몰입한 대회였고, 임요환과 박정석의 결승이기에 반드시 결승에 가고 싶었지만, 지방에 사는 고3이란 여건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결승전이 열렸고, 이미 엄청나게 성장한 스타리그는 스포츠 신문에까지 대문짝만하게 실렸습니다. 반 아이들이 전해주는 결승전 결과에 수능을 얼마 앞두지 않은 저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수능을 치고 입시준비에 서울에 올라온 저에게 무엇보다 기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메가웹 스테이션에 직접 갈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큰 소원중에 하나가 이루어진 날, 그날은 파나소닉배 3주차였을 겁니다. 그날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게이머들을 직접 보고, 싸인도 받았습니다. (몇달뒤에 스플래쉬이미지 란 사이트를 알게 되어서 사진들을 보다 보니 그날의 요환님 사진 옆에 저도 있더군요;) 게다가 나이가 되어서 실시간 방송을 직접 볼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서울에 살고 있는 지금, 저의 방송보기는 옛날과는 많이 다릅니다. 경기는 실시간으로 보고, 혹 못봐도 그날밤 재방송, 그것마저 놓쳐도 유료VOD로 보면 됩니다. 게시판과 팬카페는 잠깐만 참으면 됩니다. 결승전도 직접 갈수 있어서 그 감동을 더욱 크게 느낄수도 있습니다. 가끔 실수로 혹은 주변친구에 의해서 경기결과를 미리 알아버리기도 하지만 옛날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재경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벌써부터 어떻게 되었느니 하는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 았으면 알았어도 진작에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감동...그것을 빼앗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기결과를 미리 알아도 재밌다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여러분과 함께 했던 모든 명승부들을. 과연 경기결과를 미리 알고 봐도 그 경기들이 그렇게 명승부로써 여러분의 가슴속에 남았겠습니까? <임요환 vs 도진광>의 경기를 못보고 "임요환이 역전해서 이겼고, 명경기였다" 라고 해도 그게 명경기가 되겠습니까? 눈물을 쏟을 뻔한 감동이...그 감동이 없는 것이 됐을 것입니다.

부탁입니다. 제발, 재경기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아주세요. 결과는 안써도 추측성, 스포일러성 글이 벌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글들을 보고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이런 글을 적는 것은, 여기가 피지알이기 때문입니다...피지알은 적어도 여러 게시판 중 최후의 보루이고 스타 팬들의 자존심입니다. 그런 곳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5일동안 발을 끊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디 그 감동을, 설레임을, 자존심을 지켜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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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air~★
03/09/08 18:54
수정 아이콘
세이시로 님 말씀에 올인~~-_-+
03/09/08 18:59
수정 아이콘
"피지알이기 때문에" 라고 하셔도 5일씩이나 비밀로 한다는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고 보고 싶으신 분도 있지만 미리 알고 싶어 하시는 분도 있기 때문이죠.
전 재경기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게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03/09/08 19:00
수정 아이콘
homy님 저에게만 공식적으로 발표해주시면 안될까요? 쪽지로...ㅜ.ㅜ
As Jonathan
03/09/08 19:00
수정 아이콘
제발 피지알 회원님들을 귀하게 여겨주시기를 원합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이나, 저같은 하찮은 한 사람이나, 그리고 경기 결과에 대해 알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피지알의 여러 회원분들은 모든 경기결과가 글로 쓰여져 있는 그런 경기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2시간, 3시간.. 가슴졸이며 응원하는 선수의 진출을 기원하며, 그리고 같이 기뻐하며 같이 눈물흘리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밑에 있는 9606번 글과 같은 내용은 오늘 처음 피지알에 접속하신 분들에게 많은 스포일러성 글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자님들께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셔서 판단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항상 수고하십시요..^^
사고뭉치
03/09/08 19:00
수정 아이콘
너무나 궁금하지만...
결과를 알아도 재미있겠지만..
알고싶다고 여기서 외치기도 했었지만...
결국 여러 게시판을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확실히 알고 보면 스릴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궁금합니다... ㅜ.ㅜ

그냥 워3개막전에 집중하렵니다.
이중헌 선수 화이팅!! (^^;;;; 초난감 하군요... )
03/09/08 19:02
수정 아이콘
모두가 비밀을 지켜준다면 앞으로 또 이런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될 것입니다. 재경기가 벌어질 것이 예상가능한 4인 1조 시스템에 추석이 끼어 있는 것을 번연히 아는데도 '비공개'원칙을 내세우며 녹화한 경기의 결과를 통제하겠다는 심보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녹화방송 도중의 해프닝을 '가슴노출'이런 식으로 유출보도해서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닐텐데요.
hardcore_z
03/09/08 19:05
수정 아이콘
이런뜻을 담은 글을써서 막 올리려는데 컴이 다운되서 한창 열받아 있었
는데 벌써 올라와 있네요~정말 공감합니다~모두들 이제 그만 합시다~
개인적으론 쪽지로 얼마든지 알아보실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저도 그
렇게 알아버렸고요~'제가 응원하는 한선수는 올라갔고 한선수는 떨어졌
군요'이런류의 글도..물론 별뜻 없이(혹은 기쁘거나 슬퍼서)하시는 말씀
이시라도 다른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수 있으니 자제했으면 좋겠습니
다~더 나아가선 더이상은 재경기에 대한 글이나 댓글이 없기를 바랍니다
~최소한 이곳 피지알에서 만큼은요~
청개구리
03/09/08 19:07
수정 아이콘
저도 어느정도 참을성이 있다고 자부해 왔지만 재경기 결과는 정말 알고 싶어 미치겠네요. 어떻게 결과가 나온걸 5일 동안 참을수있나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메이저 리그도 인터넷이면 tv 중계보다 빨리 알수있는 시대에서요.?? ㅠㅠ
TheAlska
03/09/08 19:08
수정 아이콘
전 스포일러보다는 온게임넷의 처사에 짜증이 나는군요.
축구경기 끝내놓고 관중들에게 다음주에 녹화방송 할꺼니까 이야기 하지말아라. 라는 거 같군요
차라리 분당에서 재경기를 생중계하는편이 훨씬 좋았을텐데요.
hardcore_z
03/09/08 19:13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이번 재경기에 대한 온게임넷의 처사는 정말 실망이 크군요~완
전 폐쇄된 곳에서 경기를 할것도 아니였으면서 뭘 믿고 비공개를 장담했
었는지 의문스럽네요ㅡ.ㅡ;
'피지알은 적어도 여러 게시판 중 최후의 보루이고 스타 팬들의 자존심입
니다'<--정말 원츄!!입니다!!!
03/09/08 19:13
수정 아이콘
알긴 알았는데 이 정보가 거짓일 가능성도 생각을 해봐야 겠어요..
nobagday
03/09/08 19:47
수정 아이콘
왜 그렇게들 공개하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03/09/08 22:25
수정 아이콘
버릇처럼 들리던 까페에서 경기결과를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제목에 결과가 포함되어 있음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스스로도 모르게 제목클릭 후 읽어내려갈 때까지 무슨 정신이었는지-
...홀린듯한 기분이었습니다ㅠㅠ 궁금한건 정말 못참겠더라고요.
어딘지 모르게 패배한 느낌이 자꾸 듭니다...;;
아직 모르시는데 성공하신분들- 금요일까지 부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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