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8/11 19:20:28
Name white
Subject [잡담] MBC 게임 스타리그 예선 결과를 보고 그냥....끄적임.....
어제 MBC 게임 스타리그 예선에서 박서가 2:0으로 완패하고
탈락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차기 리그가 아니라 그 다음리그 까지도 MBC 게임 스타리그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으로 어안이 벙벙해 지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얘기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가슴은 항상 머리 보다 더디다"

어느 노래 가사에도 이런 구절이 나오더군요.

제가 딱 그런 경우더군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인식했지만 마음은 그 사실을 따라가 주지를 못하는…..
무언가 잘못 되었을 것 같고, 여전히 믿을 수가 없고.

아니나 다를까, 그 얘기가 나오니 또 한번 여기저기서 많은 얘기들이 쏟아지더군요
빡빡한 스케줄에 힘들었었나 보다는 얘기부터, 다녀오신 분 말씀으로는
계속 피곤한지 잠을 자더라, 경기가 굉장히 빨리 끝났었다 라는 얘기 까지….

하지만, 누가 머래도 진 것은 진 것 이고, 탈락은 탈락일 뿐입니다.
아무리 거창한 이유를 대 본들, 결과가 달라질 수 없고, 결과가 미화될 수는 없죠.

그런 마음은 잘 갖지 않는 편인데,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참으로 실망스럽기도 하더군요.
아마 경기 결과 보다도 두 시즌 동안이나 그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속상한 마음이 더 컸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그가 메이저 리그에 올라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적이 있던가….
늘 리그에 올라왔었고, 떨어졌어도,
다음시즌에 올라올 예선에서 그는 또 늘 0순위 였었고...

8월 9일 온게임넷 프로리그 팀리그 마지막 결승진출 팀을 가리던 격전의 장
저는 그날 현장에 있었습니다

솔직히, 한 팀을 응원하러 갔다기 보다도
박서를 보러 갔습니다 ㅡㅡ;;

그가 요즘 너무 불안해 보였는 데다가 겜프(?), 껨프(?) 여하간.. 댕겨온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최근 허부적(^^;;) 대는 모습 안타까웠는데
어차피 나올 것은 뻔하니 가서 응원이라도 해야 속편 하겠다..고 생각했죠
(좀 오버 일까요? ^^;;)

여하간, 이렇게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제가 늘 그렇듯이 도착하니 이미 2시가 넘었고
역시나 사람들은 많고, 친구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먼저 가있겠다던 동생녀석은 경기 내내 전화를 해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더군요.

도저히 안되겠어서 아예 친구는 커피 사주고 가방에 들어있던 책까지 쥐어주며
커피숖에 모셔두고 (ㅡㅡ;;)
혼자 잘 보이지도 않는 경기 낑낑 대고 보다가, 전화 하다가, 친구한테 갔다 왔다가...
경기가 끝나고 났는데 멀 봤는지 도통 헷갈리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가서 본 경기임에도 다음날 재방송을 다시 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산만하기 그지없고 해설도 없이 본 경기와, 집에 앉아 보는 경기는
히딩크 감독이 하신 말씀처럼 하늘만큼 땅만큼 (^^) 다르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그곳에서 보다 더 눈에 쏘옥 들어오는....
바로, 김정민 선수 팬들....

김정민 선수가 팀플 두번째 경기를 펼치려 자리에 앉는 모습 조차도
현장에서는 그리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워낙 산만하게 경기를 보고 있기도 했지만
그가 자리에 앉고 셋팅 하는 모습까지도 쭈욱 지켜볼 만큼
그날 참석했던 선수들 중에
그에게 유독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팬들.....플래카드로 선수들 얼굴을 다 가리며 (^^;) 응원하던 그 팬들을 보며
저는 저도 모르게 가슴속이 또 한번 싸아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정민 선수…..아주 많은 얘기들을 쏟아내던 그의 모습을 저는 아직도 기억 합니다.
경기할 때의 진지한 모습 만큼이나 경기석 밖의 너무도 순수하고 천진한 모습에
한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었죠.

그에게 흔히 말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라는 표현을 쓰기에
적절할 시점을 정확히 찾지를 못하겠습니다. 잘하던 모습이 눈에 밟혀서 그런가...
아니면 그런 시간이 생각보다 좀 길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그가 나오면 저는 아직도 무언가를 보여 줄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을
늘 갖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구요.

최고의 플레이로 우리에게 테란의 정석 플레이는 이런 것 이다 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 주었던 그가, 오히려 한때는 박서보다도 다른 쪽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옹호를 받았던 그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으며 경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없게 되면서 어떤 분이 말씀하셨듯,
그는 제 기억 속에서 추억 속의 최강자가 되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 김정민 선수의 팬들은 저에게 그가 아직도 현재 진형형 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그렇게 쉽게,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지요.

김정민 선수도 알고 있겠죠.
아직도 아니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플레이를 기다리고 있는지를요.
아니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를요...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그를 여전히 불타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일 수 있을 테구요

pgr을 좋아하는 이유 중 그런 것 이 하나 있습니다.
내 기억 속 저편에서 가물거리려 하는 선수들을 아직도 그리워 하고 기다리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분들을 통해 그들의 소식을 듣고, 언젠가 그들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을 수 있다는 것.

본선무대에서 내려가 예선에서 경기를 치루고,
예선에서 조차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에게
그래도 괜찮다며 기다리겠노라고 말씀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신 다는 것.

응원하는 선수가 예선에서 떨어졌습니다.
다음도, 그 다음 리그에도 나오지 못한다고 하니,
참으로 어디 가서 툴툴거리며 떼라도 쓰고 싶은 심정 입니다.
어쩌면 배부른 투정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다른 메이저에는 올라와 있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한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에게 당사자인 선수는 항상 특별한 존재이니,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렵니다.

그가 맘 편하게 졌을 수 있도록, 그리고 어서 떨쳐 버리고
다음 경기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이 그를 주저 앉고 싶어도 앉을 수 없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보렵니다.

내가 그를 응원하는 이유, 많은 분들이 각기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유와 같은...
이기기 때문에 응원하는 것이 아닌....
늘 잊지 않으렵니다.

꼬리말 1. MBC 게임 스타리그 예선에 통과하신 많은 선수들과 응원하시는 분들
축하 드립니다. 앞으로 배아파서 MBC 게임 스타리그는 어찌 볼지 모르겠습니다.
아…벌써부터 배아프다 ㅠ.ㅠ

꼬리말 2. 우연히 어느 게시판에 갔다가, 김정민 선수에 대해 그야말로 성토 아닌 성토를 한 글을 보았습니다.
정말 너무나 화가 나서 머리 속이 다 하얘지더군요.
그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아직 보여줄 것이 그리고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 누구도 섣부르게 그에 대해 함부로 말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민 선수 파이팅 입니다!

꼬리말 3. 세중에 직접 갈 일은 몇 달간은 없겠군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원 ㅡ.ㅜ

꼬리말 4. 역시 오늘도 횡설수설 이군요…..죄송합니다. (__)

꼬리말 5. 제목 수정하였습니다. 다시 보니, 어찌나 쓴글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성의해 보이던지...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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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혀뉘~
03/08/11 20:00
수정 아이콘
저도 몹시 안타깝죠...스타게를 이끌어왔던 황제를... mbc게임이 욕을(?)
많이 먹었고 온게임넷에 무시된다 해도 큰 메이져 대회임에는 틀림이 없는 이 리그에서 볼 수 없다는.... 아마 마이큐브배 또는 그 뒤 대회를 마치고 박서는 군대에 간다고 합니다..... 아아~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네요..
하지만 아직 마이큐브배가 있잖아요~ 힘내시고 현재 그의 모습에 열광합시다^^;;
03/08/11 20:00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 2경기 엘리미네이션 되었군요..
뮤탈 vs 골리앗 부대 싸움보나 싶었는데...
요환선수로썬 더욱 아쉬웠겟군요..물론 그싸움 이긴다는 확신은 없엇지만요..
심소명선수도 대단한데요...기대가 됩니다.
리로디드
03/08/11 21:20
수정 아이콘
white님... 그냥 기다리겠다고, 그렇게 맘 정리하신 듯하지만, 실제론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파하시는지 글에서 느껴집니다. 동병상련이라 그러할까요? 프로리그, 솔직히 임선수의 승리에 조금은 자신이 없었습니다. 겜프에서 돌아오자마자 경기라니... 그런데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더니, 결국 일요일에 예선탈락소식이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임요환, 이재훈, 박정석 이 세 선수가 모두 탈락했답니다. 거참, 꼭 누가 골라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네 압니다. 사실 떨어진 선수들 누구 하나가 안타깝지 않은 이가 있겠습니까? 그저 제 눈에 딱 그 세 선수의 이름만이 들어온 걸 테지요.
그래도 아직 osl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드네요.
박정석, 임요환 두 선수가 동반 진출할 수 있을까요? 겜비씨에서 둘 모두를 떨어뜨렸으니, 이번엔 두 선수 모두를 올려보내라고 님처럼 누군가를 붙잡고 조르고 싶은 심정입니다.(박상익, 도진광 선수의 팬분껜 죄송합니다-_-;;)
겜비씨 소식을 듣고 난 후라 앞으로 남은 16강 두 경기를 정말 가슴 졸이며 볼 것 같습니다. 너무 긴 공백 기간... 아아.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white님 글에 기생해서 저도 아쉬운 마음 주절거려보았습니다.
white님... 우리 같이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지요. 같은 마음을 모으면 힘이 되지 않을까요?(다른 분들이 눈살 치푸리실까 걱정되네요. 그래도 함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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