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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21 20:42:19
Name Judas Pain
Subject 날라는 웃지 않는다
2003년 7월 19일


습기에 젖은 한강근교의 여의나루, 밤은 어느새 불투명한 회색의 오후를 짙은 명암으로 물들인채

별도 빛나지 않는 서울 하늘을 무심하게도 가로지른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들..



경기가 종반으로 치닫을 수록 더욱더 차분해지는 날라의 손놀림과

더욱더 현란하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나다의 개인화면...


'괴물' 이윤열은 짐레이너스 메모리에서 앞마당 멀티를 깨고 본진으로 난입하는 캐리어와 드래군에

다크템플러의 악몽과도 같은 수차례의 암살테러에서도 허용하지 않았던 GG를 치고 만다


겜비씨 2003 스타우트배 1st스타리그 강민 우승



폭죽이 터지고 환호성이 울린다, 그러나 날라는 웃지 않았다, 그날 단 한번도




... ....





네, 강민이 우승했습니다


승부사 임요환과의 위너스 4강 혈전 이후

여러분 모자를 벗으십시오, 천재가 나타났습니다'란 글로 그의 가능성을 찬사했지만

어쩌면 그는 이미 완성되어 있던 선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결승이었던것 같습니다



기술이 아닌, 기량의 측면에서 말입니다



최소한 제 상식의 선에서 첫 방송 메이져 대회에 오르자 마자 결승무대에 서는 대 파란을 연출한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또 우승(을 거머쥐었음에도)조차도 안중에 없다는 표정을 짓는 선수는 본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어떤 패기 넘치는 루키의 자신만만함이라기 보다는

차리리 기적을 행하는 예언자의 당연스레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는 초연한 표정에 가까웠던것 같습니다




담담한 준비전의 인터뷰와 차분하고 치밀한 경기내용 그리고 담백한(아니 무심한) 우승소감...



강민은 집중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입니다

그의 리플레이를 bwchart로 살펴보신분은 알겠지만 그는 일반적인 게이머와는 달리

초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증가하며 그것이 끝까지 유지되는 선수입니다



(강민선수의 평소의 어벙한 모습은 집중력이 강한 천재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얼빠짐'입니다-_-...)



허나 그 몰입의 상태가 완전한 결말이 난뒤에도 풀리지 않는다는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120%의 집중상태를 처음으로 갖는 메이져 대회 그리고 처녀 결승에서 발휘할수 있다는것도 놀라운일이었습니다만)


어째서일까요, 이것은 그가 그토록 바랬던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단 말인가요

그 자신이 컨트롤 할수 있던 기적이라 생각하는 것일까요


과거 어렸을적 같은 겜방에서 동고동락했던 후배이자 현존하는 스타크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어버린 윤열군과

불운한 천재로서 2년간 스타를 쉰뒤 재야를 떠돌았던 자신과의 운명의 엇길림의 해후가



이 정도의 미적지근한 승부로는 납득할수 없다는 것일까요



-어떤 분이 언급해 주신 애기지만 이 두선수는 은하영웅전설의 히어로

압도적인 전략의 운영과 무리없는 전술의 라인하르트와

압도적인 전략의 허점을 뛰어난 전술적 감각으로 파고드는 얀 웬리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물론 나다와 날라의 수려한 외모가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_-)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타에 있어 이 두 선수는 두 영웅에 못지 않은 역량과 운명을

스타리그라는 중력에 저당잡힌것 같습니다-





수십만의 관중이 환호하는 무대에서 좀더 완전한 컨디션의 나다와 어떠한 핸디도 가지지 않은채 붙어야만

그는 납득할까요?  그제서야 그는 긴장한 표정을 지을까요

그때 그가 이기거나 혹은 패할때야 비로서 그의 눈물을 볼수 있을까요



보고 싶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가늠할 수 없는 야망을(혹은 전혀 야망이 없는지도 모르는)
지닌 한 천재가 완전 연소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다가올 꿈의 무대, 온게임넷에서 두 선수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이 두 거침없는 천재들에게 더 많은 고난과 더 많은 찬사를!






날라는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로토스는 좋은 종족입니다. 배신하지 마시고 계속 지켜나가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전 이렇게 말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강민은 좋은 선수입니다 배신하지 마시고 계속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대한것 이상을 보여줄 선수입니다'







p.s-1
강민 선수, 결승 후 조금 지쳤겠지만...
종이를 든채 강민선수의 싸인을 기다리는 어린팬들을 무대가 정리될 때까지
관계자와 애기하고 있는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조금더 평소의 소탈하고 넉넉한 모습을 보이는건
신경을 무척 소모해버린 뒤나, 자신의 개인사를 중시여기는 강민선수에게는 지칠 일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p.s-2
예전의 글에서 강민선수에게 꽃밭토스나 콧물토스-_-;;가 아닌 격에 맞는 새로운 닉네임이 필요하다고 적은 뒤에

엠비씨리그가 끝날 쯤이면 자연스레 붙여지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에 이르러 오히려 명확한 하나를 찾는 일이 더 힘들어지게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막상 말을 꺼낸 장본인도 아직까지 필이 꽃히는 닉네임은 떠오르지가 않는군요


온게임넷의 입성 후, 결승까지 올라간 뒤에도

명확한 하나의 닉네임은 붙여지기 어려울지도 모르곘습니다



사람들이 날라에게 기대하는것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날라가 너무 많은것을 보여주는 탓인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김동수 해설은 강민을 프로토스의 기존의 연장선상에 있는 선수로 봐야할지

아니면 새로운 세대로 봐야할지 무척 고민스러운 존재라는 글을 쓰셨습니다


그만큼 강민 이후 프로토스의 개념이 무척이나 진보했다는 뜻이라 생각할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강민은 기존의 연장선상의 가능성의 줄기에서 보기 드물게 급격하게 진화해버린 타입이 아닐까 합니다
프로토스 전체의 역사에 있어서는 오히려 너무 늦어버린 패러다임의 변화겠지만 말입니다-



그의 부드러우면서 과감한 운영방식과 새로운 플토 메카니즘의 해석,

그저 생산비용도 업그레이드도 비싸기만 하고 컨트롤의 효과도 적은듯 했던(그래서 물량만 중시했던) 플토유닛들의 감각적 전술활용 등등

초기에 엽기,변칙이라 불렀던 그의 창의적 전략,전술(물론 그는 '내가 정석이다'라고 했지만 말입니다)들이

지금 플토유저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주도해나가고 또 현실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요



일단은, 강민선수를 소개하는 코멘트 정도로서 이정도로 불러주면 어떨까 합니다


New World order(신세계의 질서)에서 착안한 코멘트인데

New protoss order, '프로토스의 새로운 질서, 강민' 이라고 말입니다





딱 맞는 닉네임은 과연 언제쯤 생겨날까요?

그가 온게임넷 결승에서 3-2의 스코어로 최강의 적을 격파하며 기적을 만들때즘?




최소한 그때가 되면 전 그를 기적의 프로토스, 미라클토스라 부를 생각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현실을 마법처럼 바꿔버린 기적의 사나이라고 말입니다
(그의 개인의 업적과 유연한 전략, 게임안에서 마법과 같은 감각적 전술 활용때문이 아닌
프로토스의 현실 그 자체를 바꿔버렸다는 점에서)



프로토스는 좋은 종족입니다, 암울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도 강민과 같습니다. 플토는 멋진 종족입니다 정말입니다-_-





p.s-3


아 벌써 세번째 덧글입니다-_-;;

김동수 해설은
(전 프로토스의 두뇌이자 리치식 압박토스의 원형을 창시한 플토의 아버지 같은 남자)

강민을 한때 알 필요도 없는 플토 유저라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경도 쓰지 않았고 말입니다(동수님 죄송...)

물론 지금은 그가 강민에게 거는 기대가 거의 저와 비슷하다는것을 확인할수 있는
글을 종종 보게 됩니다만...


과거 한때 전 플토를 거의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의 화풀이로 한 싸이트에서

드론 밀치기를 악랄한 버그로 간주하며 시비를 일으킨적이 있었지요

그때 전 플토의 새로운 개념의 혁신이 필요하다 주장했고
(그것의 가능성을 드론 밀치기같은 버그플레이가 죽여버린다는 애기였던듯 합니다)  

우연히 신인을 주목하라는 글에서 보게된 강민이라는 플레이어에게 기대한다는 말도 했지요


그때부터인듯 합니다 강민이라는 선수에게 평범한것 이상을 기대하기 시작한 것은 말입니다


제가 눈여겨 봤던 선수가 이 정도로, 제가 생각한것 이상을 보여주는것을 볼때

제가 느끼는 감흥을 아마도 강민 선수는 잘 이해 못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말 한마디 하고 싶어서 이렇게나 쓰잘데기 없이 글을 길게 늘어뜨려 왔군요



"강민 선수, 우승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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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토끼
03/07/21 20:49
수정 아이콘
He is 'the one'

어쩌면 그에게 필요한 이름은 이것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프로토스 일족에겐 말이다... the One...

이런 문장이 머릿속을 강타하고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Judas Pain님의 이름을 보면서도 갖가지 생각이 들었구요... 사도 요한과 두번째 원죄를 저지른 유다, 그리고 아하스 페르쯔... 그냥 그런 생각을 하다 머릿속에 저 위의 한 문장이 떠오르더군요. 프로토스의 새로운 질서, the One...
As Jonathan
03/07/21 20:55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
제가 처음 접했던 곳은 온게임넷도, 겜비씨도 아닌,, MBC였던걸로 기억됩니다,,
WCG3번째 진출권 자리를 놓고, 마지막 대결을 했던 강민선수,,(틀리면 지적바랍니다..)
그때 그의 모습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이름은 특이하게도 저의 가슴에 박혔습니다,,

강 민,,
짧지만 강한 그의 이름,,
그리고 언젠가 온게임넷에서의 그의 모습을 보고 참 기뻐했었죠,,
내가 아는 사람이 나왔다고,,
하지만, 챌린지 2위를 뒤로 하고, 듀얼 탈락때까지,,
그는 그의 이름만 알려주었습니다^^

훗날, 이제 정석이라 불리는 엽기적 대 저그전과,, 정석중의 정석이라 불리는 대 테란전을 보면서,,
그는 이제 새로운 프로토스의 선구자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어떤 것이든, 스타에서는 어떤 종족이든,,
고여있으면 썩어버립니다,,;;
그리 되기 전에, 프로토스라는 종족을 정화시킨 그 이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아직 그는 프로토스의 한 사람이고,,
강 민 입니다,,^^
03/07/21 21:27
수정 아이콘
강민의 스타일리쉬한 면은 확실히 돋보였습니다만, 항상 그것을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해 단지 스타일리스트에 머무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멋진 상대를 맞아 멋지게 그 불안을 종식시켜 주셨지요^^.
앞으로 강민 선수의 앞날에 프로토스의 영광이 깃들기를 축원합니다.
에리츠
03/07/21 22:15
수정 아이콘
(제가 기억하기에) 동수님이 강민님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자신과 너무나도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라고 알고있습니다.


제가 강민선수를 볼때는 이 선수는 어딘가 믿음직스럽고 절대지지않을꺼같다는 느낌이듭니다. 임요환선수의 완벽한 컨트롤에서도 이윤열선수의 탄탄한 경기운영에서도 느낄수 없었던 그런느낌...

아직까지 기억합니다.
온게임넷챌린지리그에서 강민선수의 프로토스를 직접보고는
'이 선수 뜰거 같다. 이 선수 프로토스에서 한 획을 그을꺼 같다...'

(--예지능력인가?;)


잘 바꾸지도 않던 제 배틀넷 아이디의 info를 바꾸었습니다.

날라를 꿈꾸며...
항즐이
03/07/21 22:36
수정 아이콘
그날 강민 선수는 무척이나 인사할 곳이 많았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척들도 강민 선수의 바쁜 모습에 총총히 걸음을 돌리시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지켜볼때는 사인을 꽤나 많이 해 주었는데요. ^^
게이머들은 그날 다음 장소를 위해 불가피하게 자리를 떠야 할 때까지 어두운 조명아래서 제 등-_-이나 자신의 무릎을 기대고 무척 사인을 열심히 해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아직은 순박한-_- 그네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strolls
03/07/21 22:47
수정 아이콘
건담에서 보면 인류의 우주진출로 인해 생겨난 존재를..뉴타입이라고
지칭하는데...강민 선수는...프로토스의 뉴타입일까요..?^^
역대 프로토스최강자들의 뒤를 이어 전혀 다른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고
뉴타입토스..........그런데..갑자기 콧물이 연상되는건...쿨럭..-0-;;;;
Judas Pain
03/07/21 23:01
수정 아이콘
동수해설은 노코멘트입니다 제가 그글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우승자이다 보니 해주다보면 끝이없을 상황이었지요
또 우승자인만큼 인사할 곳이 많았을테고 말입니다

한손엔 종이, 한손에 펜을 든채 강민 선수의 등을 졸졸 따라다니면서도
극성스럽게 요구하지도 못했던 어린 팬들이 조금, 안쓰러웠다는 애기일 뿐입니다

후후.. 그러고 보면 그날 게이머 분들, 싸인해 주느라 개인시간을 다 보내셨죠

이쪽은 반대로 지쳐도 거절 못하고 계속 서서 싸인해 주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기묘진
03/07/21 23:19
수정 아이콘
'강민은 좋은 선수입니다 배신하지 마시고 계속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대한것 이상을 보여줄 선수입니다'
강민 선수가 우승 하고서도 마치 우승은 원래 내것이었다는 초연한 표정에 결심했습니다.
이 선수를 끝까지 응원하리...
nostalgia
03/07/21 23:32
수정 아이콘
그도 사람인지라 슬럼프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우승한 지금과 같은 성원 보내주세요. 기욤 화이팅! 재훈 화이팅! 용욱 화이팅! 태규2^^
허브메드
03/07/22 10:39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강 민 화이팅~!
불가리
03/07/22 13:26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강민선수. 그날 분실했던 마우스,키보드,패드가 든 가방 찾았는지 궁금하군요.
harisudrone
03/07/23 17:32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는 화려한 컨트롤이나 엄청난 물량을 보여주진 않지만 참신하고 독창적인, 그러면서 승리를 따낼수 있는 경기운영능력을 가진 선수 같습니다. 필승의 빌드를 개발해내고 그것을 100% 활용하여 승리를 따내는 선수. 그것이 바로 강민 선수인거 같습니다. 정말 멋집니다.^^ 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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