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15 16:44:11
Name 항즐이
Subject [경기감상문] Practice Makes Perfect.
서지훈선수가 4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훌륭했던.. 아니 완벽했던 경기 운영보다는 상대

선수의 시야에서만 경기가 되풀이되어 이야기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서지훈 선수나 이윤열 선수에게 안타까운 점은 비단 인기 뿐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 매니아 팬의 부재라는 것도 있네요.

이윤열 선수의 그랜드 슬램에 이르는 드라마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지만, 서지훈 선수의 경기를 논하는 것이 지금은 시급하다고

느껴지네요. ^^;;


(사실, G.O. 팀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 때문에라도 제가 글을 쓰는 건 주저하고 있었는데.. ^^;; )


<들어가기에 앞서, 임요환 선수의 벌쳐 사용 회피에 대해>

임요환 선수가 스스로 말했다 시피, 2003년도의 테테전은 "벌쳐싸움"입니다. 벌쳐싸움은 다음의 몇 가지 경우를 결과로 수반하게 되

죠.


1. 벌쳐 VS 벌쳐

1-1. 벌쳐싸움의 물량에서 밀린 경우, 경기가 쉽게 기울어 극복할 수 없습니다.

1-2. 두 선수 모두 벌쳐를 소수 사용 후 테크를 올린 경우, 테크를 빨리 올린 쪽이 유리해지고, 이후는 골리앗, 탱크골리앗, 탱크,

드랍쉽 간의 가위바위보가 중반의 우위를 바꿉니다. (결국 크게 영향이 없습니다.)


2. 벌쳐 VS 골리앗

벌쳐를 다수 생산한 상대에 대해 골리앗을 생산한 경우에는, 타이밍이 문제가 됩니다. 골리앗으로 충분히 벌쳐와 마인을 상대할수

있게 되어 진출하려는 단계에서 상대가 탱크 조이기를 성공했느냐, 혹은 골리앗 쪽이 드랍쉽을 사용하느냐 등이 결과를 달리 할 수

있습니다.

2-1 마인 조이기에 당한 경우나, 마인은 제거하였으나 골리앗이 적은 문제 등으로 인해 탱크 조이기가 성공하게 된다면, 골리앗 쪽

이 굉장히 불리해집니다.

2-2 패스트 골리앗 드랍이 성공을 거둔 경우, 입구를 잘 막았다면 골리앗 테크쪽이 유리해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드랍쉽 4골

리앗 드랍이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2-3 골리앗 테크 쪽이 역벌쳐를 통해 마인 제거후 탱크 조이기 타이밍에 다수 벌쳐러쉬를 감행한 경우, 이윤열 선수와 임요환 선수

의 핫뷁배 노스탤지어 경기에서처럼 역벌쳐쪽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 잠시 존재하지만, 용이하지 않습니다. 역벌쳐는 골리

앗 테크 뿐 아니라 탱크 테크에서도 가능합니다.


3. 벌쳐 VS 탱크

3-1 온니 2팩 탱크는 거의 가능성이 없지만, 1-2에서 온니 탱크로 전환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이 경우, 벌쳐의 난입을 막기가 힘들

고, 벌쳐에 의한 마인 조이기를 얼마나 빨리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되어 주도권은 역시 벌쳐 쪽에 있습니다. 벌쳐의 마인조이기를 풀

고, 벌쳐+탱크 혹은 벌쳐소수+골리앗+탱크로 진격을 하더라도 상대가 탱크를 갖출 충분한 시간이 생깁니다.

3-2 탱크 드랍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_-;;


한쪽이 벌쳐를 사용한 경우의 몇 가지 양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생각나는데로 정리한 것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네요. ;;

최근의 테테전은 양상이 매우 다양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직접 보거나 리플레이를 본 몇몇 선수들의 플레이뿐입니다. ^^;;


아무튼, 임요환 선수는 다른 경우보다 1-1의 경우를 피하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1-1에 있어서, 서지훈 선수의 물량은 확실한 승부를 낼 수 있는 정도이니까요. 제가 지켜본 바로도, 이윤열, 전상욱 선수와의 연습

에서 1-1의 상황이 되었을때, 밀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못했습니다. 더우기, 상대 벌쳐를 일점사하는 컨트롤도 좋았습니다.

1-1을 피하게 된 임요환 선수는 1-2를 중심으로 생각 했던 것 같습니다. 3경기 모두 온니 벌쳐의 초중반 운영을 하지 않았던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의 이유라면, 임요환 선수는 서지훈 선수의 스타일을 벌쳐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서지훈 선수는 공식

전에서 벌쳐싸움을 가져간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임요환 선수는 상대의 스타일을 매우 깊이 연구하고, 그에 맞는 초중반 전략 운영으로 통해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주도권을 쥐고 경

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입니다. 따라서, 그 전략이 어긋나는 경우, 끌려가는 경기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지는 경기가 꼬이는 내

용일 때가 많은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반대로 이기는 경기는 상대가 매우 꼬이는-_-;;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서지훈 선수의 경기내용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1차전>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가 전혀 나쁘지 않았다. 라고 말할수 있는 경기 입니다. 임요환 선수의 초반 전략은 아주 좋았습니다. 가로의

짧은 러쉬거리를 이용해서, 원 멀티후 서지훈 선수가 탱크 골리앗을 이끌고 러쉬를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임요환 선수는 이런 예상을 바탕으로 전진의 거점인 언덕 지역을 탱크와 레이스로 장악하려고 합니다. (레이스는 초반 견제, 정찰

후 언덕 점령의 보조유닛으로 사용됩니다. ^^. 서지훈 선수의 드랍이 오기 전까지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었죠)

사실, 지상으로 전진을 가려 한다면, 그 지역은 상당히 까다로운 요충지입니다. 언덕 탱크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돌아가는 것은 귀찮

은 컨트롤을 유발하고, 파괴하고 가려 한다면 나름대로 손해를 보면서 시간의 손실도 생기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을 벌어 하나 더 많은 멀티를 통해 상대의 초조함을 유발하고, 동시에 더 많은 물량으로 서지훈 선수를 제압하려

한 것이겠지요. (같은 멀티를 먹고 서지훈, 이윤열 선수와 물량전을 벌이겠다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_-;;)

하지만, 서지훈 선수는 연습한 그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더군요. 엄재경 해설께서 설명해 주신대로, 기요틴에서 언덕 탱크는 그다지

두려운 공격이 아닙니다. 임요환 선수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서지훈 선수는 징검다리식 드랍을 열심히 연습했고, 그 방

법이 상대에게 상당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덕을 사이에 두고, 상대가 있다고 했을때, 언덕 아래에 우선 탱크를 둡니다. 그리고 드랍쉽을 이용해 언덕 위에 탱크를 두대 정도

올려두고, 다시 상대쪽 언덕 아래로 탱크를 드랍합니다. 메카닉의 탱크 전진과 같은 모양이 되는데, 상대는 언덕 위의 탱크나, 언덕

너머의 탱크까지는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에, 쉽게 막으려 들다가 큰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그러한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임요환 선수에게 실수가 있었다면, 상대의 공격 병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이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임요환 선수는 예의 2탱 드랍정도로 생각하고 SCV를 동원해 수비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수비는 실패로 끝나고, SCV의 손실을 입습

니다. 동시에 레이스는 언덕 지역의 탱크나 드랍쉽을 견제하기 위해 귀환하지만 오다가 골리앗에 뜻하지 않은 커트를 당하게 되고

말죠-_-;; (개인적으로 좀 난감한 장면..)

SCV의 일차 수비가 실패로 끝나자, 서지훈 선수는 자기가 연습한 패턴이 발생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는 추가 병력의 증강,

그것으로 첫번째 멀티가 파괴되면서 이미 게임은 기울어 버렸습니다.

팽팽한 상황에서, 수비에 자신이 있던 서지훈 선수가 준비해 온 기습 공격 한 방. 복잡다단한 전략보다는 한 두개의 강력한 전술을

숙련된 수준으로 연습했던 서지훈 선수의 공격이 돋보였습니다.


<2차전>

2차전은 어떤 분이 말씀하신대로 정찰이 큰 승부를 갈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찰을 통해 서지훈 선수가 벌쳐의 사용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왜 임요환 선수가 벌쳐를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던 이유들 때문인 것 같은데요. 다리 지형으로 인해 상대가 골리앗을 하면서 앞마당을 빠르게 시도할 경우 막기가 힘들다는 점 때문일까요.. 이윤열 선수와의 경기 때문일까요..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임요환 선수는 벌쳐를 사용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 같습니다.

서지훈 선수는 반대로 벌쳐 싸움을 집중적으로 연습했습니다. 제가 본 경기들은 모두 벌쳐-_-;; . 노스탤지어 맵은 벌쳐 후에 다리 앞에서만 조여져도 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집중적인 생산과 전투시의 컨트롤 연습을 통해 벌쳐싸움을 승리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더군요. (물론 상대의 테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습니다만^^;;)

서지훈 선수의 벌쳐 조이기가 성공한 후에는, 사실 임요환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탱크 조이기에 맞서기 위해서 탱크는 반드시 필요했고, 개스 부족으로 드랍쉽을 다수 활용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벌쳐와 드랍쉽의 동시 사용을 말씀하신 분이 있었는데, 두가지는 타이밍이 무척달랐습니다. 벌쳐가 달려오던 타이밍에는 본진의 팩토리 숫자가 꽤 많았고, 두가지를 동시에 시도했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었습니다. 벌쳐의 공격과 동시에 날아오는 드랍쉽을 마인으로 확인했다면, 전진해서 조이고 있던 병력을 일부 뒤로 돌렸겠죠.

서지훈 선수가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점이었네요. 조이고 난 후 무리하게 멀티를 가져가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의 멀티를 억제하고 드랍이나 벌쳐등의 역습을 차분히 막으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경기를 유지해 가는 운영이 돋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중반 부터는 좀 재미없었던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_-;; 임요환 선수가 상대가 아니었더라면, 조여진 이후에는 정말 재미없었을 수도-_-;;;)



<3차전>

3차전은 저도 잘 이해가-_-;; 3차전 정도에서는 벌쳐를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한가지 확실한건 벌쳐가 난입하던 그 타이밍이 임요환 선수가 못막을 만한 타이밍은 절대 아니었다는 겁니다. 서지훈 선수가 순간적으로 상대 병력이 입구를 내준 타이밍을 파고들었던 거죠. 원래 임요환 선수의 장기인듯 한데..^^;;

2SCV를 동원한 배럭 게릴라-_-;; 는 배럭 지은 타이밍도 그렇고.. SCV가 극초반에 하나 나오고, 또 하나의 SCV가 나왔다는 점.. 서플을 하나 더 지은 점.. 까지 해서 초반 치고는 제법 자원 손실이 있었습니다. 배럭 게릴라에 치를 떨었을 서지훈 선수가 충분히 대비했던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임선수로서는 초반 배럭 게릴라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엄청나게 유리해지는 전술이니까요. 하지만, 서지훈 선수도 꽤나 집요하게 잘 막았습니다.

서지훈 선수를 상대로 초반의 자원 손실이 물량전에 대한 부담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겁니다. 최소한의 시간 지연으로 벌쳐의 공격과 마인조이기를 뚫고 자신이 다시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했었지만, 서지훈 선수의 타이밍 좋은 공격에 뜻을 접고 말았군요.





서지훈 선수는 이번 4강전을 통해서 테테전이 한단계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올림푸스 스타리그를 통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강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노스탤지어 강도경 선수와의 경기, 기요틴 박상익 선수와의 경기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생산력은 더욱 강화되어 (제 생각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 되어버렸고, 중심 전략과 그를 위한 중요 전술들을 충분히 연습해 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정민 선수와의 비교는 불가피 한 것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김정민 선수가 예전에 보여주었던, 주도권을 잃지 않는 51% 우위의 게임 유지가 서지훈 선수에게는 51->55->60으로 조금 템포가 빨라진 듯 합니다.

초반의 우위를 승리로 이어주는 중요 공격 전술들의 완벽한 운용과 뛰어난 생산력, 서지훈 선수의 상승세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기대합니다, 결승전에서도 분명히 그는 우리를 "압도할" 경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시 모르죠 레이스라도 한 50기..-_-;;)

결승전이 기대되네요. 더욱이 상대라 대테란전 스페셜리스트 1,2번의 저그유저들이니.. +0+ (누가 2번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Practice makes Perfect.
                           ...Perfect Terran Xel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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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as Pain
03/06/15 17:34
수정 아이콘
.... 훌룡한 통찰입니다
FreeZone
03/06/15 17:35
수정 아이콘
닉네임에 걸맞게 퍼펙트한 모습을 결승전에서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Judas Pain
03/06/15 17:50
수정 아이콘
(51% 우위 유지, 승부에서의 비결 중얼중얼...)
불가리
03/06/15 17:56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
03/06/15 19:03
수정 아이콘
분석글 감사합니다. 그날 경기의 의문점들이 풀리는군요.
03/06/15 19:16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미 지난 일요일 광주방송 결승에서 변길섭선수를 상대로 신개마고원에서 펼친 경기에서도 임요환선수는 초반에 벌쳐를 운용하지 않았습니다.
변길섭선수의 벌쳐를 탱크를 이용해서 막고,
후에 탱크와 골리앗으로 체제전환을 하며 멀티를 준비하던 변길섭선수에게 업그레이드된 벌쳐로 피해를 주려고 했던...
황제의 테테전은 더 지켜봐야겠네요..

p.s. 서지훈선수의 결승 진출을 축하드립니다.^_^
남자의로망은
03/06/15 19:38
수정 아이콘
xellos 의 결승 진출을 축하하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03/06/15 21:18
수정 아이콘
제가 pgr에서 보기를 원했던 글이군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요즘 생각없이 write를 누르시는 분들..
왜 자유게시판에 내 맘대로 쓰는게 뭐가 문제냐는 분들..
비슷한 글이 위아래로 있는데 댓글이 아니라 글로 또 쓰시는 분들..
이글을 읽고 한 번 생각을 해보심이~~~
아무튼 서지훈 선수의 결승진출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03/06/15 22: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그러나 생각없이 댓글 다는 일부 분들
03/06/15 23:13
수정 아이콘
Pgr21에 이런글들이 연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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