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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11/15 07:56:54 |
Name |
한니발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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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So1 <1> |
Prologue.
「If they ever tell my story, let them say…
…I walked with giants.」
그 모든 것이 모두를 전율하게 했다.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아니.
설령 각본이라도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는 없었으리라.
얽히고 얽힌 인연들이 칼을 맞댔다.
가장 예측하기 힘들었으며 가장 보고 싶었던 승부가 이어졌다.
승리자가 있었고 패배자가 있었음에도,
또한 먼저 물러난 자가 있었고 남은 자가 있었음에도
나는 그들 모두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낭만시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들이 여기서 일제히 조우함으로써 과거를 품었고
또한 그들 시대의 종언과, 그들의 뒤를 이을 그릇들을 내보임으로써 미래를 품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음으로써 스스로는 현재로서 영속(永續)하므로 -
그러므로 우리는 그를 전설의 리그라 부른다.
또한, 소원(Wish)이라 부른다.
우리는 어쩌면, 그와 같았던 순간이 다시 도래할 것을, 지금도 꿈꾸고 있는 것이다.
16인
「종족분포: 테란 4 (2시드 포함) / 저그 7 (1시드 포함) / 플토 5 (1시드 포함)」
이전 시즌 에버 2005 결승.
투신(鬪神) 박성준의 맹공은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결국 이병민이 분투 끝에 그에 굴복함으로써 테란은 사상 처음으로 스타리그 결승에서 저그에 의해 패퇴했다.
그리고 그러한 투신의 기세를 잇기라도 하듯 저그는 무려 7명에 달하는 진출자를 달성했다. 항상 가장 소수였던 프로토스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그들의 무대 위에 다섯 명의 진출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테란의 몰락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 보였다.
임요환에서 이윤열으로. 이윤열에서 최연성으로. 이른바 황실의 계보와 함께 테란은 거의 항상 최다수의 스타리거를 확보해왔다. 그러한 테란이 스타리그의 최소 종족으로서 겨우 네 사람. 게다가 그 중 두 사람은 전대회 시드인 이병민과 서지훈임을 감안한다면, 단 두 사람만이 스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임요환과 최연성이었다.
스타크래프트 - 하나의 세계를 속이고, 뒤엎었으며, 정복한 두 사람의 사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이 이어질 파란의 첫 번째 전조였던 셈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른바 신(新) 3대로 불린 세 사람의 젊은 신예 프로토스.
이들이, 파란의 두 번째 전조였다.
실리와 명분
챌린지(Challenge) 리그 우승을 통해 올라온 스타리그 4번 시드 오영종. 당시에는 모든 게임단을 통틀어 최약체로 분류되던 PLUS 소속. 일명 ‘질럿공장장’으로 물량에 있어서 뛰어나단 평가를 받고 있었으나 스타리그는 첫 진출인 그야말로 무명의 신참자이며 말 그대로의 챌린저(Challenger)였다.
그러나 그가 4번 시더(Seeder)로써 행사한 권리는, MSL의 패자이며 에버 2004 스타리그 우승자로써, 가을의 전설을 무너뜨린 장본인 - 유일무이의 괴물(怪物) 최연성을 자신의 조에 끌어들인 것이었다.
실리인가, 명분인가?
스타리그 조지명식은 이 하나의 질문으로 결지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상대하기 쉬운 선수를 고름으로써 용이한 진출을 꾀하느냐, 아니면 모두가 인정하는 강한 선수를 고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길 것이냐.
승부는 항상 이길 가능성도 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리를 선택한다 해도 패한다면 그저 꼴사나운 것이고, 명분을 선택한다 해도 이기기만 한다면 부가적인 효과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즉, 어느 쪽이든 도박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스타리그 첫 진출인 오영종에게 어쩌면 「명분」의 선택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좀 더 각인시킬 필요성이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팀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실제로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팀을 부흥시키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임요환과 박성준이 실제로 그것을 증명해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하필이면 최연성이라는 것이다.
So1은 지금까지도 가장 화려한 선수진을 갖춘 리그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만큼 스타플레이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임요환이 있었고, 홍진호, 박정석, 조용호 등등.
그럼에도 오영종은 최연성을 선택했다. 과거 조지명식에서 최연성에게 승부를 걸었던 몽상가(夢想家) 강민과, 천재(天才) 이윤열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몰랐을 리 없었으면서도.
최연성은 담담하게 그를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조지명식 내내 자신을 ‘신인 티를 갓 벗어난 선수’라고 칭하며 그답지 않은 겸손함도 보였다. 그러나 최연성이 한 명의 프로게이머로써 보여주었던 자긍심 - 어쩌면 오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 을 생각한다면 그가 어떠한 심정으로 이 젊은 신참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받아들였을 것인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신(新) 3대 프로토스로 영광의 길(Royal Road)을 노린 신참자 - 박지호는 조용호를 선택했다. 프로토스에게 일 년에 세 번 진다는 조용호. 이 또한 대담무쌍한 지명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4번 시더(Seeder)의 대담무쌍한 출사표는 박지호의 패기만만한 선택까지도 평범하게 보이게 할 정도의 힘이 있었다.
이 외, 최연성은 홍진호를 지명했으며 - 이는 당시 프로리그 최고의 라이벌이던 KTF 매직엔스와 T1의 신경전이 빚어낸 결과였다 - 그 때까지 홀로 프로토스를 지켜온 영웅(英雄) 박정석은 자신의 뒤를 잇게 될 프로토스의 신성을 시험해 보겠다는 듯 신(新) 3대의 마지막인 송병구를 지명했다.
예고 : 엘 이네스테라도 <예측할 수 없는 자>
「우리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그 예측할 수 없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다음엔 어떤 일을 저지를지 궁금했다.」
- Ross Leckie, 「스키피오(上)」
시작은 박지호였다.
스타리그 16강 2주차 - VS 조용호 in 815.
그 때까지 박지호의 플레이란 ‘짓밟기’였다. 일체의 가공을 배제한 압도적 순수 물량의 포화. 러커가 등뼈를 내보이면 질럿은 러커를 밟아 죽이고, 마인이 기어 올라오면 질럿은 마인을 밟아 부수고, 뮤탈리스크가 날개를 퍼덕이면 질럿은 묵살하고 크립을 향해 내달려 앨리를 노린다. 오로지 전진, 전진, 전진 - 그것이 박지호였을 터. 그래서 붙은 이름이 ‘꼬라박지호’였고, 그래서 붙은 이름이 ‘질럿 스피릿’이었던 것이다.
그런 박지호가 프로토스의 오랜 숙적인 카우보이(Cowboy) 조용호를 상대로 선보인 것은 철저한 맵 분석에 바탕을 둔 전략적 급습이었다. 박지호는 일찌감치 포지와 파일런을 건설하여 조용호의 언덕 입구를 틀어막고, 캐논 러쉬를 감행하여 저그의 앞마당을 파괴함으로써 사실상 승부를 확정지었다.
극도로 한정된 지형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완벽한 전략. 박지호는 철저한 맵 분석과 전략의 연마로 이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상맵이 아니라 스피릿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것은 이 So1에서 프로토스의 신참자들이 보여줄 혁명적(!) 성장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오영종은 신예답지 않은 팬들의 환호와 함께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오영종 스스로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아마도 조지명식이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뮤탈리스크를 즐겨 사용하는 김준영의 스타일을 간파해내고, 아콘과 커세어로 방어해낸 뒤 무난하게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승리의 원인은 성공적인 뮤탈리스크 방어, 그리고 다크템플러를 활용한 멀티 견제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죽음의 신은 그의 두 번째 전장에서 강림했다.
볼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다 -
프로토스의 지상 백병전의 꽃인 질럿과 드라군은 적어도 이 경기에서만큼은 조연이며 미끼에 불과했다. 오버로드가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며 망토를 휘날리면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다크템플러를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저그는 무력했다.
영구 클로킹으로 무장한 급습의 유닛. 그것이 다크템플러다. 그러나 오영종은 그 다크템플러의 데미지에 주목했고, 그 화력만으로 저그의 대부 홍진호를 압도했다.
‘질럿공장장’이 ‘사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이제 시청자들은, 그리고 모든 스타리거들은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과 함께 2승 고지를 확보한 이 젊은 신예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기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수비적이라는 질문에 대해) 여기서 내 스타일대로 공격적으로 하면 답이 없다. 맵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맵이 바뀌면 전략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2005년 8월 19일, 이주영과의 16강 경기 후
노련한 천왕(天王)은 당시 프로토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적응과 변화.
815와 R.O.V.라는 초유의 전장. 테란 제국의 대 프로토스용 전가의 보도(寶刀)인 FD. 리그를 점령한 7인의 저그. 극복해야 할 요소는 사방에 산재해있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이 부분에서, 프로토스의 젊은 신예들은 성큼성큼 앞서 나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잃어버릴 과거의 명성이 없었고, 매달릴 두 번째 이름이 없었다. 이제 그들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엘 이네스테라도」인 것이다.
그렇기에 신(新) 3대라는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16강은 그들 무한한 가능성의 예고에 지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예고 : A.O.E. <제국의 시대>
CKCG - 임요환과 최연성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고, 주훈 감독이 온게임넷과 전 팀 감독의 양해를 구한 끝에 일정은 조정되었다. 두 사람의 경기는 모두 4주차 이후로 미뤄졌다.
그렇다 해도 남은 두 사람의 테란 - 서지훈과 이병민은, 손 놓고 프로토스와 저그의 질주를 보고만 있을 위인들은 못되었다.
이병민은 박정석을 상대로 포르테에서 승리를 거뒀고, 서지훈은 패기만만한 박지호의 질주를 마찬가지로 포르테에서 저지했다. 특히 서지훈은, 머린과 탱크와 벌쳐로 구성된 병력을 통한 압박을 선보였다. So1의 테란들에게 주어진 제국(帝國) 전가의 보도 : FD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을 터. 박지호는 깜짝 캐리어를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서지훈은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캐리어를 패퇴시켰다.
그리고 4주차. 마침내 임요환과 최연성이 돌아옴으로써, So1의 테란들은 본격적으로 대반격을 개시한다.
조의 유일한 프로토스인 안기효를 상대로 임요환은 FD의 완성을 시험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박정석과 신(新) 3대라는 적수를 남기고, 그에게는 대 프로토스의 칼날을 갈아두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안기효는 그러한 여유를 용납지 않았다. 임요환은 다크템플러에 의해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이후, 그는 노련한 운영을 통해 안기효의 지상 병력을 몇 번이고 R-POINT의 사지로 유인한 뒤 섬멸하기를 반복했다. 안기효는 독이 오른 듯 들이대기를 반복했으나, 결국 ‘공동묘지 프로토스’라는 오명과 함께 다 잡은 승리를 내주어야 했다. 뒤이어 벌어진 투신 박성준과의 대결에서는, 신출귀몰한 드랍쉽으로 ‘임요환 클래식’을 지휘하며 승리를 거둠으로써 8강을 확정지었다.
아직까지 저그전에는 그의 클래식이 활약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었다.
한편 이병민은 송병구를, 서지훈은 조용호를 격파하여 2승 1패를 확보했다. 비록 재경기를 벌이긴 했으나 이병민은 박정석과 이주영을 연파했고 서지훈은 박지호와 변은종을 연파함으로써 두 사람 모두 2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최연성.
그 때까지 패배를 거듭한 ‘대인배’ 김준영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그 출발은 불안했다.
뒤이어 ‘대부’ 홍진호는 가스 취소를 통해 미네랄을 파내는 전략으로 최연성의 입구 막기를 무력화시켰으며, 쉬지 않고 저글링-러커-뮤탈리스크를 몰아치며 ‘폭풍’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연성은 방어로 일관하며 홍진호의 공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홍진호의 자원이 말라가자, 그는 3팩토리에서 확보한 탱크로 맵을 뒤덮어버렸다.
이제 승부는 오영종과의 마지막 일전에서 갈릴 것이었다. 그는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겠다.’며 인터뷰에서는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승리하면 조 1위 진출.
실패하면 재경기.
이미 8강 진출을 확정짓고도 패왕을 꺾어 조지명식의 약속을 지키겠노라고 호언한, 성큼 커버린 챌린저(Challenger)와의 결투는 그러한 가운데에서 시작되었다.
- So1 스타리그 16강 6주차 D조 최연성 VS 오영종 in R.O.V.
오영종이 꺼내든 필살의 카드는 ‘사신’이 아니었다.
라이드 오브 발키리즈의 미네랄 입구를 뚫음으로써 양 방향으로 전개하는 질럿 난입을 통한 승부. 그야말로 패기만만한 프로토스의 신예가 고를법한 정면전 전술이었다.
결과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방어해버린 최연성의 승리였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주변을 메운 팽팽한 긴장감이 허망할 정도로.
“연습 때부터 내 옆에 미네랄을 뚫고 질럿으로 난입할 줄 알았다. 연습 때도 그걸 중점으로 연습해서 잘 막아냈다.”
“(최연성을 지명하는 패한다는 징크스에 대해) 나에게 게임을 잘 할 수 있도록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다.”
-2005년 9월 16일, 오영종과의 16강 경기 후
한 마디로, ‘다 알고 있었다.’다.
더블 커맨드와 방어는 최연성의 특기 중 특기다. 아마도 전가의 보도 FD가 가장 체질에 맞는 선수도 최연성일 터. 최연성은 스스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고, ‘막기만 하면 이긴다’라는 생각으로 이 젊은 도전자가 고안해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전술을 찾아내었을 것이다.
그는 그가 자긍할만한 실력의 소유자임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이미 진출을 확정지은 오영종이 ‘감히’ 최연성을 재어보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테란은 그렇게 4인 전원이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So1 스타리그 최다진출종족 저그의 참혹한 몰락과는 대비되는, 제국의 영광이라 할 만한 성과였다.
패퇴 : 왕의 매듭
「“알렉산드로스가 정말 세계의 대왕(Magnus)이라면 저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칼을 빼어 매듭의 한 자락을 내리쳤다. 매듭은 잘라져 쉽게 풀렸다.」
- 플루타크 영웅전 <Alexandros Ⅲ Magnus>
삼성전자 칸의 주장 변은종은 조에서 가장 먼저 2승을 확보했다.
때로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의 스트레이트.
때로는 양쪽을 번갈아가며 정신없이 들이치는 훅.
가드를 꿰뚫는 일직선의 우직한 파괴력.
완전무결한 세련미를 갖춘 서지훈을 상대로 엘리전 :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들이고, 컴샛 스테이션을 부수는 기지를 발휘하여 패배를 안겼다. 조용호를 상대로는 능수능란한 저글링 운영으로 사방에서 포위하여 전멸시켰다.
삼성전자칸의 첫 우승을 완성시켰으며, 줄곧 약체팀이었던 삼성전자 칸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변은종 - 박성준 - 송병구 등이 주축이 된 변은종 신체제다. 그 중 신예인 박성준과 송병구가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은종은 모든 상대들을 상대로 야수처럼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며 분투했다.
박지호는 그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이른바 ‘스피릿’. 맹렬한 공격성을 드러내며 몰아치는 박지호의 모습은, 뒤에 보여줄 변화와는 조금 동떨어진 것이었다. 변은종은 재경기까지 승부를 내주며 고배를 마셨다.
저그의 대부 홍진호. 그의 16강 경기는 세 경기 모두 화제가 되었다. 한빛의 에이스 김준영을 상대로 벌인 일전에서는, 플레이그와 스탑러커, 액시드 스포어에 인스네어가 난무하는 사상 초유의 저저전을 벌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신(新) 3대 오영종 상대의 경기에서는 ‘사신강림’의 번제가 되었고, TG 삼보배의 적수 최연성을 상대로는 거침없이 밀고 드는 탱크 웨이브 앞에 ‘장판파’라는 굴욕적 명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최연성은 아마추어 때 즐겨 쓰던 전략이라고 간단히 소감을 밝혔다.
그로써 남은 두 천왕의 마지막 결투를,
그리고 그 일평생 최고의 숙적이 손에 넣을 영광을, 또한 좌절을, 그는 또다시 그저 지켜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이주영은 가까스로 재경기를 만들었지만 결국은 이병민과 박정석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삼성전자칸의 박성준은 신예의 티를 벗지 못한 채 모든 경기를 상대에게 끌려 다녔다. 저그의 거목으로써 울트라리스크의 시대를 열었던 조용호는 젊은 신예 박지호의 급습과, 서지훈의 레이쓰 등을 상대로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오로지 투신(鬪神) 박성준만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미, 전장은 프로토스와 테란의 양대 구도가 되어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제국의 부활을 향해 진격하는 네 사람의 테란. 가을의 전설 - 영광의 길을 향한 프로토스 신예들의 맹공.
분명 So1의 맵은 저그에게 있어서 그닥 좋지 못했다. 3해처리 강제 맵’이라 불리는 일단의 맵들로 구성 - 실제로 유일한 진출자인 투신조차 테란과 대적하여 승리를 거둔 바는 없었다.
하지만 프로토스는 테란의 FD를 대적해야 하지 않았던가?
테란은, 리그 시작만 해도 단 두 명의 진출자만을 배출한 최소 종족이 아니었던가?
앞에서도 말했다. So1은 낭만시대의 종언과, 뒤이어질 미래가 조우한 리그라고. 프로토스의 영웅이 말한 것은 비단 프로토스에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그는 이루지 못했고, 나머지 두 종족은 이루었다. 다만 그 차이였다.
저그에게 떨어진 3해처리 운영의 과제. 이 고르디움의 매듭, So1에서는 결국 풀리지 않았다.
저그는 자신들의 마그누스를 기다려야 했다.
철과 피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남자를.
대기만성
1
당시 한빛은 이미 몰락의 가도를 걷고 있었다.
'한빛 스타즈’라고 하면 과거 IS와 함께 스타크래프트의 세계를 양분했던 명가(名家)다. 그러나 박정석, 변길섭, 나도현 등 한빛이 배출한 기라성같은 선수들은,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그나마 남은 ‘공공의 적’ 박경락은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신생(新生) 한빛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몰락한 명가라고 말해야 할까. 김준영은, 그러한 팀의 에이스였다.
첫 스타리그도 아니건만 김준영의 플레이는 항상 멘탈리티의 2%가 부족했다. 특히 아쉬운 것은 홍진호를 상대로 한 선전. 거의 다 경기를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건만, 대부(大父)의 노련한 운영에 휘말리고 말았다.
최연성을 상대로 마지막 기염을 토해냈지만, 오영종이 최연성에게 패하면서 그조차도 소용없게 되었다.
“연습할 때 감독님이 4드론도 준비해보라고 이야기해서 4드론을 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할 만 했기 때문에 4드론은 안했다. 스타리그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4드론은 하고 싶지 않았다.”
-2005년 8월 26일, 최연성과의 16강 경기 후
개인리그 뿐이었던가?
이재균 감독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에결에는 김준영’을 고집했다. 김준영이 나올 것임을 뻔히 알고 있으니, 김준영을 준비하고 나온 상대와의 일전이 불리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럼에도 김준영은 계속해서 출전했다. 패배하는 에이스 - 역설이다. 그러나 김준영은 그런 선수였다. 경기를 보는 눈이 없는 나도 ‘조금만 더 자제해서 사용하면 훨씬 좋을 카드가 될 것을.’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러한 무리한 기용 - 혹은 절대적 신뢰라는 이름의 불합리 - 의 결과를, 이미 DAUM 스타리그를 거친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한빛이란 그런 팀이다.
김준영은 그 한빛의 에이스로서 자격이 충분했다.
2
세 사람의 젊은 프로토스 중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이가 누구냐 묻는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송병구라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는 챌린지 리그에서 ‘테란킬러’ 이재훈을 상대로 캐리어의 활약으로 우승, So1의 오영종과 마찬가지로 4번 시더(Seeder)로서 스타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젊은 프로토스 중에서 가장 늦게 활약한 이가 누구냐 묻는다면, 그것 또한 다름 아니라 송병구라 대답해야 할 것이다.
So1은 그에게 있어 시련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이전 자신의 데뷔 리그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에, 다시금 진출한 So1에서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의 첫 전장은 R-POINT, 상대는 GO의 이주영. 이미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서 대적하여 승리를 거둔 바 있는 상대였다.
전장은 저그가 10:4로 앞섰다. 그러나 프로토스가 거둔 4승은, 다름아니라 오영종과 박지호의 것이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같은 신(新) 3대인 오영종과 박지호는 화려한 데뷔를 치렀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며 나란히 영광의 길을 따라 성큼성큼 내달렸다. So1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성장하며 나아갔고, 이것은 같은 신(新) 3대인 송병구에게 조급함을 심었다. 요컨대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이주영과의 일전, 이주영은 히드라 리스크를 통해 사이오닉 스톰의 남발을 유도했고, 발업보다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를 먼저 마친 저글링들을 대량으로 유입시켜 송병구를 격퇴했다. 이주영의 실수보다는 송병구의 패배가 두드러졌다. 이로써 1패.
이병민과의 815에서의 일전. 송병구는 후에 ‘빠른 스타팅 멀티’라는 프로토스의 무기를 815에서 시전하며 이윤열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긴다. 그러나 우연치고는 너무도 가혹하게도, 11시 멀티를 건설한 송병구를 상대로 이병민은 투배럭스와 벙커링이란 카드를 내밀어 급습해버린다. 이로써 2패.
마지막은 천왕(天王) 박정석과의 대결. 드라군-리버를 사용한 전형적인 프프전 회전. 송병구는 중앙에서의 첫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리버 수를 앞세운 박정석의 역습에 그대로 밀리면서 패배했다. 3대 프로토스의 한 명으로, 오랜 시간동안 홀로 프로토스를 지켜온 영웅은 스스로 선택한 신(新) 3대에게 ‘아직 어리다’며 타이르는 듯 했다.
3패 탈락.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령관’ 송병구가 ‘전설의 리그’에서 거둔 성적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하지만 같은 신(新) 3대로서 So1의 주인공이었던 오영종과 박지호는 이제 적어도 개인리그에서는 완전히 물러났고, 반면 송병구는 이제야말로 시작이라는 듯 기염을 토하고 있다.
대기만성 -
커다란 그릇들에게 있어 ‘전설’의 전장은 담금질의 시기였었던 것이다.
So1에서 그들은, 그렇게 미래를 가슴에 품고 물러났다.
- So1 <2>에서 계속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2-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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