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7/26 17:27:16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스타리그가 지겨울 때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스타리그가 지겨울 때

언어의 연금술사 ‘알렝 드 보통’은 그의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이 사랑을 한다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특정한 문화적 시기, 어디에서나 감상적인 마음을 찾아내 숭배하는 문화적 시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의 동기가 된 요인은 내가 아니라 바로 사회가 아니었을까? 다른 문화와 시대에서라면 내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무시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을까”

12년간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에 입학 했을 때, 세상의 모든 쾌락이 나를 안아 줄것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의 강제와 미성년의 울타리를 탈출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술, 담배, 여자, 당구장, 노래방 따위의 시시한 것들이었다. 그런 일상적인 것들에 하품이 나올 때 즈음, [투니버스]에서 시작한 <99‘ 프로게이머 오픈>은 “뭐 재밌는거 없나?”하고 두리번대던 내 눈을 정확히 관통 하였다.

“왜 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사랑 하는가”. 동기가 된 요인은 내가 아니라 바로 사회였을 수도 있겠다.


스타리그가 지겨울 때

너무 많은 경기, 너무 잦은 논쟁에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지루해지면, 나는 지난 동영상들을 들추어낸다.



이 엄청난 발전을 보라!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비주류 문화였다. 에이리언의 소굴에서 우주복을 입고 땀 뻘뻘 흘려가며 경기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선수들은 잡지 모델 뺨치는 비주얼을 뽐내고 있다. 스타리그의 오프닝이 진보하고, 음악의 선곡이 발전함에 따라 주류 문화로 도약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덩달아 뿌듯한 기분에 우쭐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스타리그 오프닝만큼 멋진 영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지만.




역사를 함께 나누어왔다.



소년도,



소녀도.

나보다 적게는 3~4살, 많게는 10년이나 어린 선수들. 그 작은 영웅들의 흥망성쇄에 울고 웃었던 건 비난 나뿐만이 아닐테다. 그들의 한 마디에 흥분했고, 그들의 한 손길에 열광했다.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온게임넷][MBC게임]이 만든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이다.




e스포츠를 위해 하나되다

‘중계권’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네들은, 방송사와 팬들을 농락했다. ‘선택과 집중’, ‘개인리그 예선불참’, ‘보이콧’ ... 이 지긋지긋한 단어들을 상대하기 위해, 오로지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존속을 위해 우리는 연대했다. 우리는 승리했을까, 개인리그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축배를 들 수 있을까. ‘프로리그 주5일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그네들은 미소 짓고 있지 않을까.



왜 나는 스타리그를 사랑하는가


참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 선수들을 응원하고, 질타하는 누군가, 리그 운영 방식에 대한 대안들을 쏟아내는 누군가, 선수의 전적을 정리하고 맵의 밸런스를 평가하는 누군가, 키보드로 실감나는 중계를 선보이는 누군가, 경기를 분석하고 선수의 특징을 잡아내는 누군가,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역사를 곱씹는 누군가, 동영상과 사진을 재구성해 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하는 누군가, 그리고 이들의 미소를 책임지는 유머게시판의 누군가. 스스로를 위해, 서로를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그 대단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다.

요리 만화 <화려한 식탁>의 대사 한 토막. “채식주의자는 풀 만 먹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을 죽이지 않는 사람들이다”(사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였다). 나는 프로리그의 축소를 지향한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작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프로리그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프로리그 주5일제를 주장하는 누군가 역시 ‘개인리그 무용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교집합과 여집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키보드에 얹은 손이 제 멋대로 흥분할 뿐이다. 그래서 '너'와 '나'가 아니다, '우리'이다.

“우리는 새로운 문화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라는 생각에 이르면 다시 한 번 게임 채널을 향하게 된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면? 훗,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최후의 수단, ‘우리’의 서지수양!



한줄요약.
스타크래프트라는 취미, 좋지 아니한가.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7-31 21:3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07/26 17:31
수정 아이콘
한줄요약 동감입니다~
낭만토스
07/07/26 17:56
수정 아이콘
온게임넷 PR 이윤열선수 인터뷰할때 울컥 했습니다.
the hive
07/07/26 18:01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가 지겨워지면 다른게임리그를 보면 됩니다. 문제가 되는건... 협회가 그동안 스타크만 띄워줬었다는 것
信主NISSI
07/07/26 18:05
수정 아이콘
흠... 시즌분리 시즌분리 시즌분리 시즌분리...
07/07/26 18:0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제2의 게임리그는 국산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스타도 국민게임 국민게임 하지만 결국엔 미국에서 만든 게임이거등요~
우리가 만든 게임으로 게임리그를 발전시키는 협회가 보고 싶네요..(그래서 개인적으론 카트리그가 참 기특합니다^^)
p.s 개인적으로 저 PR에 서지훈선수의 "엄마 사랑해요.."가 나왔으면 더더욱 감동적이었을텐데...;;
07/07/26 18:10
수정 아이콘
지겨우면 공부하고 일하기
이쥴레이
07/07/26 18:14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우승하면 스타리그 제 2의 전성기 입니다!
07/07/26 18:27
수정 아이콘
워3 방송을 잘 안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자주해주고... 두개 보다보면 지겨울일도....
그런데 서지수 선수는 왜저러는 건가요~?
문근영
07/07/26 18:34
수정 아이콘
역시 글 잘 읽고 갑니다
dkTkfkqldy
07/07/26 18:43
수정 아이콘
역시 글 한번 끝내주게 잘쓰시는군요 -_-b
07/07/26 18:51
수정 아이콘
항상 공감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슴에 와닿는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The_CyberSrar
07/07/26 19:3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동영상이 압권..뭉클했네요
하리하리
07/07/26 19:40
수정 아이콘
저 PR동영상은 볼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로 시작해서 끝날때쯤엔 눈시울이 붉어지는군요 ㅜㅜ 진짜 온게임넷은 저런걸로 사람감동시키는 재주가 너무 넘치는듯
은하수
07/07/26 19:59
수정 아이콘
너무 너무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동영상 완전 감동입니다.
07/07/26 20:10
수정 아이콘
아.. 지난간 세월이 주마등처럼...ㅠ.ㅠ 진짜 어떻게 보면 8년을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네.. 평생 이토록 오랜 기간 허우적 댄 취미가 있던가?
07/07/26 20:46
수정 아이콘
정말 온겜은 동영상 하나는 잘 만드네요.
챨스님
07/07/26 23:34
수정 아이콘
아~ 윤열 선수 !!! 이래서 팬입니다!!! 취미로 스타 좋죠 ^^
07/07/26 23:58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먹어보니개미
07/07/27 15:07
수정 아이콘
추게로 가야죠~!! vs협회 동영상보니 울컥하네요..홍진호선수 우승...아 그런데 vs협회 동영상 배경음악 제목이머죠?↓
07/07/27 15:11
수정 아이콘
더욱 험난한 도전.. 듀라셀이 책임집니다.
The Greatest Hits
07/07/27 16:28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라는 취미 좋지 아니한가? 아니요...좋습니다.
10년째 취미 이상으로 함께하고 있죠.
추게로~!
M.Ladder
07/07/27 19:53
수정 아이콘
먹어보니개미님// 뒷부분 음악 말씀하시는거죠? 류이치 사카모토의 레인 입니다^^
07/07/27 22:02
수정 아이콘
저에게 최고의 취미
스타를 보고 스타를 하고 스타를 느끼며
친구들과 1시간 넘은경기를 하면서 제자신을 뒤돌아보기도하고..
멋진글 잘읽었습니다!
07/07/27 22:34
수정 아이콘
저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현재를 단순히 "우리"가 만들었다고 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현재를 "방송사"들이 혼자서 만들었다고 하는것도 반대합니다.

"우리"중 누구도 해내지 못할거라 믿었던 리그를 뚝심있게 끌고 온것은 분명히 그 방송사였고, 그 방송사가 지치지 않도록 훌륭한 경쟁파트너가 되어준 다른 방송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방송사들이 스스로도 '이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배팅에 열광하고 또 그들에게 생명력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주었죠.

저는 그래서 두 축간의 상호작용이 참 좋았습니다. 어느 한쪽도, "나 혼자"했다. 라고 한다면 그건 참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 끼어든 누군가들이 조금 많이 밉습니다.
jinojino
07/07/27 23:06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서지수선수 영상에 나오는 한번 더 ok 가사 너무 야해요..
돌은던지지말
07/07/28 11:11
수정 아이콘
그립네요. 항상 팬들을 설래게 해줄수있었던 저 두분 콩과벙(두분다 팬입니다) 임진록........... 다신 개인리그에서 볼수없는건가요?

그래서인지. 서로 주먹질하는 2004에버 오프닝이 두분이 눈을 부라리는 아이옵스가 항상 이야기를 만들어줬던 스타리그가 그립네요. 3연벙 했다고 까고 16강임진록에서 또 벙커링했다고 까고 까도 까도 재미있는 스타리그가 그립네요.
07/07/28 12:01
수정 아이콘
여러분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끝까지 응원하실거죠~? 에서 매번 감동이..
07/07/28 13:59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가 눈물을 보일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해버렸네요.
역시 저는 뼛속까지 이윤열 선수를 좋아하나봅니다.
sad_tears
07/08/01 18:48
수정 아이콘
내가 스타에 빠질 수 있었던건. 황제와 이윤열이 공존하며 그들을 응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트
07/08/02 18:13
수정 아이콘
깔끔한 영상정리, 푹 빠져버렸네요...
좋은 추억은 영원하리라 믿어요... 그리고 더 좋은 미래가 함께 하리라는 믿음도~~~
정말 글 너무 잘 쓰시는거 아니에요?
07/08/13 19:40
수정 아이콘
SYLENT님 글도 끝내주고, 온껨넷 동영상도 끝내주고,, 서지수 선수도 끝내주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67 [sylent의 B급칼럼] 스타리그가 지겨울 때 [31] sylent13087 07/07/26 13087
564 [팬픽] Desert Moon [8] kama8341 07/07/21 8341
563 기업중심의 협회가 보여주는 전략에 관하여 [19] Judas Pain10611 07/07/20 10611
562 피지알을 애독하는(?) 수험생들에게~ [16] ISUN9013 07/07/19 9013
560 악마에게... Stay hungry... Stay foolish... [17] 아브락사스11001 07/07/18 11001
559 오프모임 후기 [45] [NC]...TesTER10762 07/07/16 10762
557 (수정,추가) 4대프로토스와 신 4대프로토스, 그리고 프로토스의 역사 [46] 흑태자15887 07/07/16 15887
556 세상엔 세가지 종류의...... [5] 김연우210666 07/07/15 10666
555 [응원글] 까짓- 조금 더 합시다. [26] My name is J8811 07/07/14 8811
554 전진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남자. [5] 파란무테10095 07/07/13 10095
553 "님은 한 놈만 맡으삼" [26] 7drone of Sanchez14758 07/07/11 14758
552 이기는것. 그것을 이뤄내는 이스트로. [16] 信主NISSI10278 07/07/10 10278
551 대기만성형. 변형태. 드디어 완성을 눈앞에 두고. [25] Leeka11826 07/07/08 11826
550 e스포츠(스타부분), 결정적이었던 그 순간 [12] Ace of Base9532 07/07/07 9532
549 '스갤의 희화화'와 'PGR의 훈장질' [46] 아브락사스14142 07/07/04 14142
548 길들일 수 없는 한빛의 늑대 - 윤용태 [12] 점쟁이10268 07/07/04 10268
547 송병구, 무결점을 향한 충동 [35] Judas Pain11769 07/07/03 11769
546 [스타리그 8강 2주차 후기] 4세대 프로토스, 송병구의 역습. [22] 회윤14200 07/07/01 14200
545 나의자랑이스트로,내고향의자랑 이유석선수 [18] Ace of Base10947 07/06/28 10947
544 서브리그, 그리고 팀단위리그의 도입. [8] 信主NISSI8654 07/06/28 8654
543 20대와 30대. 그리고 넘사벽. [72] OrBef14655 07/06/26 14655
542 The Game won't stop [10] Ace of Base8868 07/06/26 8868
541 2007년 PgR21 상반기 설문조사 결과. [34] 메딕아빠9355 07/06/23 935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