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리스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 제가 어렸을 적에 있던 일입니다.
저는 저와 두 살 차이나는 저희 언니와 함께 밤 늦게 집으로 오던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이사를 가서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옛날에 살던 집과 그 주변은 저녁 7시 정도만 되어도 주변이 어둑컴컴해져서 오싹한 느낌이 드는 골목길이었습니다.
만약 가로등이 켜지지 않으면 말 그대로 어둠의 거리를 걷는 것 같았죠.
그리고 저는 집으로 들어가다가 그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당시 저희 집은 지하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문을 열고 나서도 계단을 2, 3칸 내려가야만 했죠.
그 계단을 내려오면 두 개의 문이 보이는데, 그 중 오른쪽 문이 우리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옆에는 또다른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올라가면 사용하지 않는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 공간에는 옛날에 누군가 버린 매우 낡고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의자가 정면을 향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따라 그 의자가 신경에 쓰였던 제가 집에 들어가면서 그 의자를 올려다 봤던 것입니다.
그 의자에는 하얀 소복을 입고 검은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를 가진 어느 이상한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여자가 귀신인지도 모르고 언니에게
[언니, 저기 어떤 여자가 앉아 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제가 가리킨 곳을 보았지만, 언니에게는 낡고 허름한 의자만이 보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니 역시 오싹한 한기 같은 것을 느끼기는 했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언니는 그저 멀뚱멀뚱 바라만 보며 제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여자가 벌떡 일어서서는 우리에게 한 발자국씩 빠르면서도 느리게 걸어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언니에게
[언니! 저 여자가 우리한테 오고 있어!] 라고 말했고, 언니는 그제서야
[위험하다!] 는 생각에 저를 들쳐 업고 집으로 뛰쳐 들어갔죠.
지금 와서야 생각나는 거지만, 당시 우리 동네 옆 동네에는 불타 없어진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다른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곳에서 장난 치고 놀곤 했었는데, 혹시 그 집과 이 사건이 연관된 건 아니었을지 불현듯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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