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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25 18:59:19
Name nickyo
Subject [일반] [라쿠고]nickyo의 고전! 옛날 이야기 2탄 - 석 장의 서약서(2)-完
저는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조회수가 400.........도 한참 안되네요..
우울해요...

혹시 석 장의 서약서 (1)을 안보신분은 꼭 보고 오세요. 앞을 모르면 오치맛이 떨어집니다.

석장의 서약서 (1) -

https://pgr21.co.kr/zboard4/zboard.php?id=freedom&page=2&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9778

부록으로 하나. 라쿠고 라는 의미는 '떨어질 낙'자를 써서 낙어라는 것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이 낙어는 짧은 이야깃거리(30분전후의)를 가지고 하는 1인극인데, 이 라쿠고의 재미란 바로 '오치(떨어짐)'에 있습니다. 결말이라고도 하지요. 라쿠고는 빵 터지는 웃음대신에 오호..허허 라는 여유로운 웃음을 주는데, 이 웃음이 바로 오치에서 드러납니다. 기승전결에서 기승전까지 기세좋던 이야기가 결에서 한두문장으로 반전이나 허무함, 말장난으로 확 결말로 추락,떨어지는것. 그게 바로 라쿠고의 맛이고 '오치'라고 불리지요.

그럼 다시 본문 이어가겠습니다.
이거 쓰는거 꽤 긴데.. 힘 좀 내게 호응좀 주~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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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코: 어이, 이봐이봐들! 지금 어쩌고 저쩌고 내 얘기 한 것 아닙니까?

도편수: 아니,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안했어.

긴코: 제가 들어올 때 제 얼굴을 보고 "수다쟁이 긴조가 왔다"라고 했잖아요? 뭐야, 제가 그렇게 떠벌이 수다쟁인가요? 아무리 도편수라지만 이건 너무한데요? 에도사람들에게 다 떠벌려야겠어!

도편수: 어이어이, 긴코! 내 얘길 좀 잘 들어보고 화를 내게나. 성격도 급하지.. 누가 자네를 수다쟁이라고 했다고 그러나. 한코가 나한테 와서는 여자에게 속았다고 억울해 하길래,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타이르던 중이었어. 그 중에 자네가 들어와서 그냥 "긴조가 왔다" 라고 말한 것 뿐이야! 누가 자네에게 수다쟁이라고 하던가?!

긴코: 아, 그런건가요? 말을 빨리 하셨어야죠~ 그건 그렇고, 한코 자네는 무슨일이야? 여자한테 속았다니?

한코: 실은 여자에게 서약서를 받았는데..

긴코: 서약서를 받았는데, 그게 어떻다는 거야?

도편수: 그게 믿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

긴코: 서약서를 믿을 수가 없다니? 왜? 어떤 서약서이길래 그러는 거야? 어디 좀 보여줘봐. 흐음.. 이런 걸 받고 기뻐하고 있었단 말이야? 자네 같은 어수룩한 사람은 처음 보네! 자네 아마 오래오래 장수하며 살걸? 걱정 없이 잠도 잘 자지? 낙천적인 성격이 참 부럽구만. 여자한테 이런 걸 받았다고 기뻐하기는..후후 어리석단 말이야 자네도. 음.. 어디 좀 자세히 읽어볼까? 고리타분한 말투성이군. "나는 내년 3월 새해가 되면 당신과 부부가 될 것을 서약함..., 요시와라 에도...쵸 2....번지 기....세가와? 기세에가와아아?" 이..이봐 한코! 이 여자 원래 신주쿠에 살던 여자가 아닌가!?!

한코: 응 그래.

긴코: 나이는 스물 네 다섯 살 정도고?

한코: 응. 응.

긴코: 코는 삐쭉 높고?

도편수: 눈이 두 개고...

한코: 입은 하나.....당연하죠! 눈이 한개면 제가 좋다고 했겠습니까?!

긴코: 도편수님은 좀 가만히 계세요... 하얀 피부에 오른쪽 눈 아래에 점이 있지?

도편수: 응 응, 맞아. 나 참, 딱 보니 이거 서약서가 또 한 장 나오겠군.

긴코: (품에서 곱게 접은 서약서를 꺼내며) 혹시, 이 이 유녀 아냐? 너한테 서약서를 써준 여자가.

도편수: 드디어 또 한 장이 나오는구나..

긴코:(얼굴이 울그락 붉그락하며) 이런 나쁜 계집! 에이 더 이상 못 참겠다!!

도편수: 어허 긴코 긴코 이봐. 이봐! 한코, 긴코좀 말려봐. 긴코가 부엌에서 식칼이라도 들고 나오려나봐. 위험하니까 어서 말리라고!

긴코: 식칼이 아니라 와사비 강판이에요!

도편수: 아니 강판으로 어떻게 하려고?

긴코: 화가 치밀어 오르니까, 어서 가서 그 년 콧등을 갈아서 납작하게 해주려고요.

도편수: 이봐 이봐, 그러지 말구 좀 기다려봐. 사실 나도 똑같은 서약서를 받았다네..

긴코: 뭐? 도편수님도요?

도편수: 응.

긴코: 그럼 세 사람 모두 속았단 말이에요? 이 서약서, 저에게는 그냥 일반 서약서가 아니에요....

도편수: 흐음, 뭔가 상당히 얽히고 설킨 복잡한 사정이라도 있단 말인가?

긴코: 네. 맞아요! 사연이 정말 많다니까요. 지난 10월 말이었어요. 제가 요시와라 근처에 일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술 한잔을 했어요. 얼큰하게 취한 김에 요시와라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결국 들어간 집이 아사히라는 유곽이었어요. 거기서 만난 여자가 기세가와인데요, 그 여자가 저에게 매달리면서 첫 눈에 반했다고 아내로 맞이해 달라며 달라붙는거 아닙니까? 저는 처음에 이 여자가 무슨 헛소리를 하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저에게 너무 상냥하게 해 주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두 번 세 번 다니는 중 어느 날, 그 날이 잊혀지지도 않아요. 작년 섣달 스무여드레 날이었어요. 그 여자로부터 저에게 편지가 한 장 왔는데, 상의할 일이 있으니 빨리 와달라고 해서 급히 달려갔지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이번 연말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200냥을 꼭 준비해야 하는데, 당신이 저를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사람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부디 200냥만 마련해 주세요. 그 정도 돈이라면 들어줄 손님이야 많겠지만 당신 아닌 다른 손님에게 돈을 받으면, 나중에 당신과 살림 차리게 되었을 때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 않겠어요? 소녀는 당신만을 진심으로 사랑한답니다. 당신이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정도는 융통해 주실 수 있겠지요? 진정한 사랑은 돈이 오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라며 울먹이는 소리로 기대오는데..

한코:응. 응.

긴코: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은 했는데, 수중에 200냥은 커냥 단돈 50냥도 없었드랬죠.

한코: 거 참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버렸군. 그래서 어떻게 했나?

긴코: 그래서 우에노에서 남의 집 종살이를 하는 누이동생에게 가서 억지로 눈물을 흘리며 "실은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의원에 갔더니 의원님이 입원을 하라 하시는데, 입원비가 200냥이란다. 어떻게 좀 마련해 줄 수 없겠니? 나는 요즘 형편이 어려워서 말이야..."라고 부탁을 했지. 그러니까 누이동생이 깜짝 놀라면서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오빠 조금만 기다리세요." 라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자기가 주인에게 기모노를 다 드리고 월급까지 가불해서 겨우겨우 200냥을 빠듯히 마련해 주는거 아니겠습니까.

한코: 허, 그래서?

긴코: 나는 그걸 기세가와에게 건네준거야. 그 계집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정말 정도 많으신 분이세요. 저는 반드시 당신과 결혼하여 부부가 될 거에요"라며 써 준 것이 바로 이 서약서라네. 뭐야, 여자에게 속은 나야 어쩔 수 없다해도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일년 내내 춥건 덥건 남의 집 종살이 하는 누이동생을 생각하면 불쌍해서 눈물이 절로 나네.

한코: 그렇군. 사정을 들어보니 참 안됐....기는 커녕 에라 이 수다쟁이야! 어머니를 핑계로 누이동생까지 자네가 정신이 있긴 있나? 이 경솔한 인간 같으니 쯧쯔..

긴코: 그래서 더욱 속은 걸 생각하면 화가 나 죽겠네... 내 이년을..

한코: 맞아. 당연히 화가 나지.

긴코: 누이동생에게 정말 미안하지.

한코: 미안해야지 암.

긴코: 정말 안됐어.

한코: 그렇지?

도편수: 어이, 긴코. 자네도 그렇게 당했으니 어때? 우리 함께 기세가와년을 혼내주지 않겠는가?

긴코: 혼내주자고요? 어떻게요? 도편수님?

도편수: 둘 다 이리 와보게 (속닥속닥)

해설: 이렇게, 여자에게 속은 세 남자가 한 유녀를 골탕먹일 계획을 짭니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유곽의 주인에게 부탁하여 기세가와를 그 앞 찻집에 도편수 혼자 불러내는 척을 하고는 나머지 둘은 방에 숨어있다가 놀래켜 주는 것이지요. 사내들은 금세 신이나서는 유곽으로 향합니다.

도편수: 안녕하쇼.

여주인: 어머나, 어서오세요. 도편수님 요새는 통 얼굴도 안보이시구, 저희 집 아이가 도편수님이 안온다고 섭섭해 했어요. 하루 종일 도편수님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도편수님께서 자주 찾아주지 않아서 슬퍼요"라고 울먹이더라구요.

도편수: 흥, 연극을 하는 구먼.

여주인: 어머 무슨 말씀이세요.

도편수: 자세한건 되었고, 요 앞 찻집에 방을 잡아놨으니 그쪽으로 기세가와를 불러주게.

여주인: 알겠어요. 바로 준비시켜 보낼게요.

해설: 이렇게 여주인이 기세가와를 부르러 간 사이, 도편수는 재빨리 찻집에 와서 긴코와 한코에게 숨을 곳을 알려줍니다.

도편수: 자, 자 이제 올때가 됐어. 이봐, 한코 자네는 저 옷장 속에 들어가 있게. 그리고 긴코. 자네는 이 병풍 뒤에 숨어있게나. 그리고 내가 너희를 부를 때까지 절대로 멋대로 나오면 안돼. 알았지? 내가 나오라고 할 때 까지 숨어있으라고.

긴코&한코: 알겠습니다 흐흐.

해설: 긴코와 한코가 숨어 들어가자마자, 똑똑 하더니 요염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한 여인이 들어오니 그것이 바로 기세가와란 여자였습니다.

기세가와: 어머, 도편수님이 왠일이세요?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모질게도 저에게 발길을 딱 끊으시더니. 가끔 좀 들러주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요. 정말 쓸쓸했다고요. 내년 3월, 도편수님과 함께 부부가 되는 날까지 너무나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도편수님께서 저를 찾아주시지 않으면 저는 살맛이 나지 않습니다. 재미가 하나도 없다구요.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으시네요. 찡그린 얼굴을 하시고....

도편수: 원래 생겨먹은게 이런 걸? 내 얼굴은 이렇게 찡그린 인상이잖아.

기세가와: 어머나, 제가 한 말이 좀 거슬리셨나 봐요.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도편수: 아무 일도 없어!

기세가와: 어머 정말 무슨일이 있으셨나봐. 괜히 저한테 화풀이를 다 하시구..

도편수: 화가 안나게 생겼어? (서약서를 집어던지며) 이걸 좀 보라구!

기세가와: 어머, 이거 편지 아닌가? 제가 드린 서약서잖아요?

도편수: 서약서라고? 그게? 나는 광고 전단지인줄 알았지. "결혼해 드립니다~" 같은 전단지 말야

기세가와: 뭐라고요? 광고지라고요? 예, 알았어요. 도편수님, 소녀한테 실증이 나셔서 이렇게 심술궃게 구시는 거죠? 틀림없어요. 사람들이 모두 그러더라고요. 도편수님 조심하라구요. 당신 꽤나 바람둥이인데다가 전에 뭔가 사연이 있던 유녀가 요즘 다시 달라붙은 것 같다고 주의하라고 하던데요? 남들은 저에게 "타다 남은 나무가 불이 더 잘 붙는다. 여자가 질투를 하지 않으면 남자들은 김빠진 맥주처럼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등등 어쩌고저쩌고 한마디씩 하지만, 저는 당신을 믿었어요. 그 사람들에게 막 대들고도 싶었지만, 당신에게 괜한 핀잔 들을까봐 꾹 참았다구요. 그런데, 그런데... 저는 목숨 걸고 써 드린 서약서를 이렇게 취급하시다니. 정말 너무하세요..흑흑흑....

도편수: 이봐, 울어봤자 아무 소용없어. 눈물이 잘도 줄줄 흐르는구나. 목숨을 건 서약서? 넌 목숨이 셋은 되나보지! 목숨이 하나라면 서약서도 한장만 써야 할 것 아냐!!

기세가와: 그야 당연하죠. 서약서는 한 장 뿐이에요.

도편수: 거짓말 마! 너, 종이 가게하는 한코에게도 써 준거 다 알아.

기세가와: 한코라니요? 그런 사람에게 제가 서약서를 써주었겠어요? 그 사람 얼굴은 허여멀겋고 몸은 물에 퉁퉁 불은 밥풀떼기 같아서 정말 싫어요. 그런 사람에게 누가 서약서를 써 줬다고 그러세요?

도편수: 그래? 진짜야? 한코에게 서약서를 써 준 기억이 없단 말이지?

기세가와: 당연하지요!

도편수: 어이, 물에 팅팅 불은 밥풀떼기, 이리 나와 봐!

한코: 이.. 이년이? 내가 물에 퉁 퉁 불은 밥~풀떼기라고오???

기세가와: 어머나 깜짝이야! 거기에 들어 계셨어요?

한코: 어디에 들어 있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 말이지? 나를 아주 감쪽같이 잘도 속였겠다.

도편수: 기세가와, 너 표구점하는 긴코에게도 서약서 써줬지?

기세가와: 뭐라구요? 표구점 수다쟁이 긴코요? 정말 기가 막히네요. 소녀가 그 수다쟁이한테 서약서를? 그 사람처럼 주접스럽고 시끄러운 인간은 못 봤다니까요. 누가 그런 사람한테 서약서를 써 줘요?

도편수: 어이! 주접스런 인간! 어서 나와 봐!

긴코: 네 이년! 기세가와. 뭐라고? 주접스럽고 시끄러운 놈??

기세가와: 어머? 긴코씨, 거기 계셨어요? 오랜만에 뵈니 세련되고 말끔해지셨네요.

긴코: 이게 어디서 수작이야? 이젠 더 이상 못 참겠다. 이리 와!

기세가와: 어머머, 절 때리시려구요? 좋아요. 자, 어서 때려보세요. 때려 죽여 달라고요!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는데요. 제 몸은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곽 주인님에게 속해있는 처지에요. 증서에도 확실히 써져있고요. 주인이 돈으로 저를 샀으니까, 저는 팔려온 몸이에요. 그러니까 소녀를 때리시려면 일단 돈을 주고 빼내셔야 할걸요? 그 다음에 때리든 죽이든 마음대로 하세요! 저를 빼내어 보시라구요!

긴코: 돈이 있어야 빼내든지 말든지 하지.

기세가와: 그런데 왜 손은 쳐들고 있어요?

긴코: 어? 아, 이건 널 때리려는 것이 아니라.. 음...

기세가와: 그럼 뭔데요?

긴코: 오늘 밤에 이 정도 되는 주먹밥이나 좀 먹어볼까 하고...

기세가와: 정말 우습군요. 여기서 나가게 해 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도편수: 한코, 긴코! 잠깐 기다려 봐. 내가 담판을 짓도록 하지. 어이, 기세가와. 어차피 몸으로 먹고 사는 주제에 웃기는 소리 하지말아. 너희들이 손님을 속여가며 장사하는 건 우리도 다 안다구. 하지만 단지 우리가 너에게 속았다는 것 만으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건 아냐. 네가 사람을 속이는 방법이 너무 괘씸하고 기분 나빠서 이렇게 따지고 있는거라구! 정말 유능한 유녀라면 이런 식으로 손님을 속이지는 않아. 탄로 날 거짓말을 하면 죄가 되는 법이야.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잖아. "거짓 서약서를 쓰면 구마노 성지의 까마귀가 세 마리씩 죽는다"라고..

기세가와: 어머, 그래요? 세 마리나 죽는다구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거짓 서약서를 더 많이 써서 이 세상의 까마귀를 모두 죽여 없애야 겠네요.

한코: 까마귀를 전부 죽여 버린다고? 까마귀한테 무슨 원수진 일이라도 있냐?

기세가와: 그런건 아닌데요. 아시다시피 저는 밤 늦게까지 일하는 몸이잖아요. 안 그래도 아침마다 까악까악 대는게 시끄럽잖아요.

긴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다 죽여버린다느니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는건가?

기세가와: 그게, 까마귀가 전부 없어지면... 느긋하게 아침 늦잠이나 자보려구요.

도편수: 고작 늦잠이나 자기 위해서 거짓 서약서를 쓴단 말인가?

기세가와: 사실.. 소녀는 어렸을때 팔린 몸이오나, 얼마전에 어머니를 찾았어요. 그 어머니가 이미 병에 걸려 의방에 입원해 있지 않으면 아니되지 않더랍니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날 판 어미라 할 지라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서 매년 200냥씩을 입원비로 내야했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짓 서약서를 쓰게 된 것이랍니다..

긴코: 그렇다면 그때 그 200냥이란 것이..

기세가와: 소녀를 용서해 주세요..

도편수: 허허, 그런 뜻이 있었다니 어째 골탕을 먹이려는 우리가 부끄러워 지는구먼.

한코: 그러게 말입니다..난 그것도 모르고..

긴코: 내 속은건 분하지만.. 참 딱하구먼..

기세가와: 그렇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세분께 다시 서약서를 써 드릴게요. 소녀 기세가와는 앞으로 세분만을 사모하며 세분의 부인이 될 것을 맹세한다구요.

도편수: 셋 다 남편을? 허허 그게 말이나 되는가?

기세가와: 그럼요! 저는 이래뵈도 밤에 일하는 여자인걸요.

긴코: 그렇다면 내 서약서 뒷장에 써주게. 자!

도편수&한코:나도 나도!

해설: 그렇게 기세가와는 세 남자의 부인이 된다는 서약서를 정성들여 써 줍니다. 이 멍청한 남자들은 다시 서약서를 받아들고는 히죽히죽 웃고있지요.

도편수: 어디보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먼. 우리는 이제 돌아갈 것이니 기세가와 자네도 유곽에 돌아가야겠구먼.

기세가와: 어머, 그렇네요. 소녀는 그럼 이만..

긴코: 늦게까지 미안하이 기세가와!

기세가와: 아닙니다요. 덕택에 까마귀가 아홉마리나 더 죽었으니 오늘은 편안히 아침늦잠을 푹 잘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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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재미는 '어수룩한 남자들' 과 꽃뱀 기세가와가 한창 싸우다가 한 순간 말장난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웃음은 그렇게 딱 정해진 것처럼 나오지 않지요. 정서에도 좀 맞지 않고.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추가를 해 보았습니다. 원작의 오치는 기세가와: 그게, 까마귀가 전부 없어지면... 느긋하게 아침 늦잠이나 자보려구요. 요 부분입니다만, 저는 그 뒤를 추가해서 멍청한 남자들이 한번 더 속아버리는 이야기를 붙여 넣었지요. 어쨌든, 이 삼매기청이란 작품은 '거짓 서약서를 쓰면 까마귀가 죽는다'라는 걸 통해서 심각한 상황에서 한번에 이야기의 분위기를 추락시키는 오치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관객들은 어차피 극 중 내내 이 남자들이 얼마나 어수룩한지를 다 알고 있기때문에 마지막에 여유롭게 그러한 이야기의 오치에 따른 여운을 상상하며 웃을 수 있는 것이지요. 라쿠고는 상상의 맛이 생생히 살아있는 예능이거든요.

아 손가락 아프다. 그럼 3탄으로 찾아올게요.

근데 조회수랑 반응이 너무 없어서.. 이야기가 좀 길기도 하고..안타깝네요. 재미들 없으신가봐요.. 저만 재밌나..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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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5 19:1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라쿠고 자체가 라쿠고가의 손짓과 표정, 연기를 보면서 즐기면 그 재미가 배가 되죠
그래서인지 단순히 라쿠고를 글로만 읽다보니 재밌긴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특히 오치가 있는 부분을 살리냐
못살리냐가 라쿠고가의 능력을 가늠할수있는 부분이다보니 텍스트만으로는 그 재미(오치가 있는부분)를 표현하시기 힘드실꺼같습니다.

학교에서 오사카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라쿠고가를 초청해서 실제로 라쿠고를 눈앞에서 본적이 있는데 , 드문드문 모르는 단어
가 나와서 못알아들을때도 있었지만, 라쿠고를 보는동안 너무 웃겨서 내내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무한도전 레전드급을 봤을때 정도로 웃었던거같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극이죠.
10/02/25 19:24
수정 아이콘
슈슈님// 아마 쇼후쿠테이 긴페이 라는 분이 아닐 까 싶습니다. 국내 공연을 몇차례 하셨고, 재일 3세시며 한국어 라쿠고 공연도 최초로 하신분이라고 알고있어요. 오사카쪽 스승중에 아주 유명한 스승의 제자로 이미 '신우치'라고 알고있지요(오사카에는 신우치제도가 없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부럽네요. 저는 드라마를 통해서만 봐서 나중에 일본 여행가게되면 꼭.. 라쿠고를 보려구요. 흐흐
10/02/25 19:27
수정 아이콘
nickyo님// 아. 쇼후쿠테이 긴페이 님 맞습니다. 이름 보니 기억이 나네요.
한국어 라쿠고로 하나, 일본어 라쿠고로 하나 이렇게 두개를 해주셨는데 두 개 다 정말 웃겼습니다. 하하.
아우디 사라비
10/02/25 19:39
수정 아이콘
만화등에서 일본 만담이 조금씩 나오길래 몹시 궁금했는데...

어쩐지 이 "라쿠코"의 느낌을 주금은 알것 같습니다...nickyo님// 이 잘 풀어 소개 해주신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 유키호..
10/02/25 20:06
수정 아이콘
재밌긴한데 타이거드래곤에 안나온 얘기가 더 궁금해요.
10/02/25 20:10
수정 아이콘
나, 유키호..님// 제가 한자 실력이 미천해서 번역된 라쿠고작품중에 타앤드에 안나온게 별로 없습니다.. 참고해서 다음 작품은 타앤드에 없는걸로 써 올리겠습니다. 사실 타앤드 0화에서는 오매기청이라 하여 현대판 삼매기청을 보여줍니다만, 그 원작인 삼매기청의 원본이 이렇구나 하는 정도로 즐겨주세요. 이것도 약간 제가 손을 본 것입니다만, 원래는 조금 더 깁니다. 중간의 일본식 개그코드에 맞는 잡담들을 좀 컷팅했지요.
10/02/25 20:07
수정 아이콘
아우디 사라비아님// 조금이라도 느끼셨다니 다행입니다. 윗 분이 말씀하신것처럼 텍스트로 즐기는데에는 한계가 있지요. 정말 재미있게 라쿠고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라이브 DVD는 좀 초보자에게는 적응이 힘드니 타이거&드래곤 이라는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배꼽 빠지게 재미있어요.
10/02/25 20:14
수정 아이콘
신우치라.. 그 초록색 라쿠고 책에 나오는 그분인가 보군요. 저도 보고싶군요 흑흑
10/02/25 20:24
수정 아이콘
자주 소개되지요. 쇼후쿠테이 긴페이씨 크크.. 인상도 선하고 좋은..
10/02/25 21:50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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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91 [일반] 사기꾼 형벌이 낮은 이유 [51] 멜로4860 24/06/29 4860 17
101790 [정치] MBC를 과연 지킬 수 있을까요? [28] 홍철4628 24/06/29 4628 0
101789 [일반] 한 달 전 글 A/S. 중국에서 입국 후 신분을 세탁한게 확인된 앨리스 궈 필리핀 시장 [7] 매번같은3868 24/06/29 3868 4
101788 [일반] 삼국지 장각 시점에서 본 황건적의 난 [1] 식별2697 24/06/28 2697 7
101787 [일반]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엔화 [65] 及時雨8163 24/06/28 8163 0
101786 [일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주식 사기범 이희진 근황 [52] GOAT7947 24/06/28 7947 6
101785 [일반]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 써 이, 별 태/나 이 등 [7] 계층방정2147 24/06/28 2147 5
101784 [정치] 김진표 전 국회의장 "尹, '이태원참사 조작가능성' 언급" [106] 빼사스14379 24/06/27 14379 0
101783 [일반] <핸섬가이즈> - 오묘하고 맛깔나는 (호불호는 갈릴) B급의 맛.(노스포) [16] aDayInTheLife3740 24/06/27 3740 4
101782 [일반] 물고기 입속에서 발견된 쥐며느리? [19] 식별7067 24/06/27 7067 11
101781 [정치] 美 6개 경합주 유권자 "민주주의 위협 대처, 트럼프 > 바이든" [29] 베라히6456 24/06/27 6456 0
101780 [정치] 최근 핫한 동탄경찰서의 유죄추정 수사 [436] wonang14726 24/06/26 14726 0
101779 [일반] 육아 1년, 힘든 점과 좋은 점 [59] 소이밀크러버4206 24/06/27 4206 37
101778 [일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스포유, 전편 보신분은 스포무) [9] 헝그르르3598 24/06/27 359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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