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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20 00:11:48
Name nickyo
Subject [일반] [라쿠고]nickyo의 고전! 옛날 이야기 1탄 -고양이밥그릇.
안녕하세요 nickyo입니다
예전부터 일본의 전통예능인 라쿠고(흔히 생각하는 만담)에 대해서 어릴적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같은 담담한 재미를 느꼈었지요. 그래서 고전도 찾아보고, 드라마도 찾아보았지만 일본내에서도 전통예능이라 상당히 마이너한 위치에 서 있는 듯 싶더군요. 한국에서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이참에, 제가 자주 반복해 보는 라쿠고 공부용 드라마 '타이거&드래곤'(각본 쿠도 칸쿠로 2005년작 주연 오카다 준이치 나가세 토모야 이토 미사키)에 나오는 대표적 라쿠고 고전을 한국에 조금 맞게 용어를 바꿔서 글로 써 볼까 합니다.
생각보다 짧고 재미있으니 쭉 읽어봐 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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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울이 한성이라고 불렸을 무렵, 고물상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만..
요 고물상이라는 것이, 값어치 있는 물건을 싸게 구해서는 다른 사람한테는 비싸게 파는 그런 장사란 말이죠.

"허어..  아무리 전쟁이 사라졌다곤 해도, 천하가 태평하다곤 해도 투구를 뒤집어선... 화분으로 쓰고 계시다니오.. 이래서야 심어져 있는 꽃이 가여울 지경이다... 가끔 제가 값비싼 화분을 갖고 다니니 이 화분과 그 낡아빠진 투구를 바꾸시지 않으시렵니까?"

이렇게 값비싼 투구랑 싸구려 화분을 묘한 말솜씨로 바꿔치기 해 버린다 이 말입니다. 헌데 후에 이 화분의 가치를 알아보면 유명한 갑옷 장인의 작품이었다거나 그렇죠. 그것 참 장난스런 이야기지요.

어느날은 이 고물상이 산마루에 자리잡은 주막집에 목이나 축일까 하여 들어가니 고양이가 있더이다.

"오, 주인양반 고양이를 기르는가..세마리나 있구먼.."

"그렇습죠, 헤헤 수컷 둘에 암컷 한 마리를 기르고 있습니다요."

"허허 거참 귀엽게 생긴 놈일세.. 이리 와 보렴 이리 와보렴"

-냐~ 냐~

"아이고 나리, 될 수 있으면 그 고양이는 건드리지 않으시는게 나을 것입니다요.. 애초에 들고양이라 버릇이 안들어서 할퀴고 도망가곤 한답니다.."

"허허 괜찮소.. 내 고양이를 무척이나 귀여워 한다네.. "

-냐~

"에이구 이녀석아 이리온, 나릿님의 술상이라도 더럽히려면 어쩌려느냐"

하며 주인장은 고물상의 품 안에서 고양이를 받아듭니다. 고물상은 약간은 아쉬워 하며 나온 술상에 술을 한잔 따르고는 주인장이 고양이 밥을 주려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지요. 그 순간, 고물상은 고양이 밥그릇을 보며 개구리마냥 눈이 휘둥그래 졌습니다.

'허...허어.. 저것은 청의 유명한 자기종지가 아닌가..!범상치 않은 물건이로다.. 300냥이라 해도 금세 팔려나가는 값비싼 물건이 아닌가..'

'저 비싸고 귀중한 그릇을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다니.. 이 곳 주인장은 그 값어치를 모르는 모양이구만 흐흐..좋아..그렇다면..'
고물상은 음흉한 미소를 띄며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밥을 먹고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주인장에게 보란듯이 고양이를 귀여워 해주기 시작하지요.

"요 녀석 참으로 귀엽게 생겼구만.. 낯도 가리지 않고 정이 가는구나.."

-냐아~

"그 고양이 녀석도 나리가 자기를 좋아해 줘서 좋나봅니다."

"그렇구먼 허허 역시 고양이란 참으로 똑똑하고 귀엽구먼 허허.. 주인양반 그래서 말인데 내 이 고양이가 참으로 마음에 드니 이 고양이를 내게 주지 않겠나?"

"고양이를..말씀이십니까?"

주인장이 약간 망설이는 듯 하자, 고물상은 재빨리 눈치껏 조건을 던지기 시작하지요.

"물론 공짜로 달라는 것은 아니오. 어디보자.. 석냥을 쳐 드리겠소, 고양이 밥까지 함께 석냥을 쳐 드리지요."

금전 석냥이라는 말에 주인양반은 놀란듯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나..나리 이런 더러운 고양이를 석냥이나.."

그러자 고물상은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주인양반에게 말합니다.

"주인양반, 사실 말이야 나는 가족이 없네.. 그래서 얼마전까지 고양이를 기르는 낙으로 살아왔네만, 그 고양이가 죽어버렸지 뭐요.. 그래서 상심하던차에 이 고양이를 만난것이오.. 꼭 좀 내게 주실 수 없겠소?"

"사정이 그러하시다니.. 석냥이나 주시는데 저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런 때묻은 들고양이를.."

주인장이 고양이를 넘겨주자 고물상은 기꺼워하며 고양이를 품에 품습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바로 고양이가 아닌 다른것이었지요.

"허허 고맙소 고마워. 내 아주 예뻐해 주리다. ..그런데 말이오, 이 고양이 밥그릇이 이것이오?"

고물상은 모른 체 고양이의 밥그릇을 들어보이며 청의 자기인지를 아나 주인장을 떠 봅니다만, 주인장은 모르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예..그렇습니다만.."

"허허, 주인장도 알겠지만 자고로 고양이란 놈은 밥그릇이 바뀌면 먹이를 잘 못먹는다 하지 않소. 이것도 내 받아가리다"

"아.. 종지라면 여기도 있습니다요 이 깨끗한 새걸로 가져가시지요.."

그러나 고물상은 손을 내저으며 말합니다.

"이보게 이보게, 밥그릇이 바뀌면 밥을 잘 못먹지 않는가."

"아닙니다요 나리, 저녀석은 이 그릇에 줘도 밥만 잘 먹을 것입니다요."

하며 주인장이 재빨리 그릇을 바꿔주자, 고물상은 속이타서 그만 발끈하고 맙니다.

"이보게 주인장! 내 이 고양이를 석냥이나 쳐 주건만 어찌 그 낡아빠진 종지 하나를 못주는가??!"

그러자 주인장은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답하지요.

"낡아빠진 종지라 하셨습니다만 나리..

이 종지는 청에서 들어온 아주 귀한 종지로 시장에 내면 200~300냥은 족히 하는 자기입니다.."

그러자 고물상은 크게 당황하며 새빨개진 얼굴로 말을 더듬으며 물어보지요. 행여라도 자신의 음흉한 속내가 들켰을까 싶어서요,

"뭐,,...뭣이오!?! 내..내 그런줄은 몰랐소! 꿈에도 몰랐어!! 그런 귀한.. 허, 헌데 그 같이 비싸고 귀한 종지를 한낱 지저분한 들고양이를 데려다 밥먹이는 그릇으로 쓴단 말이오!?!?"

그러자 주인장은 약간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합니다.














"그것이 재밌게도 말입니다 나리.. 이 종지를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다보면....

가끔씩 고양이가 석냥에 팔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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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고전적인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는 짧은 이야기.. 전 이게 참 좋더군요. 크크, 짜잘한 단어만 한국적으로 바꿨을 뿐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마 10회전후에서 끝날거 같네요. 제가 그나마 이렇게 글로라도 대충 옮길 수 있는 고전이 그정도 뿐이라..

어떻게 흥미롭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네코노사라'를 실제로 듣고 보고 싶으시다면, 일본드라마 타이거 & 드래곤의 7화를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그럼,전 여기까지. 좋은 저녁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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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0 00:18
수정 아이콘
주인장 고단수네요. ^^
10/02/20 00:43
수정 아이콘
오옷~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본 일드가 타이도라인데요. 이렇게 보게 되네요!
집에 라쿠고 책도 샀답니다. 가끔씩 보는데..

* 다음 이야기는 삼매기청으로!
10/02/20 00:44
수정 아이콘
라쿠고란게 이런 느낌이었군요,
정말 어른들이 뜨근한 아랫목에서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10/02/20 00:54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군요...... 우와.
R U Happy ?
10/02/20 01:05
수정 아이콘
아하 ~ 이런 글이었군요. 재밌어요 ^^

그대 ~ 또 이런글을 올려주지 않겠는가 ? :)
10/02/20 03:15
수정 아이콘
타이도라 정말 재밌죠
쿠도칸이 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재밌죠

타이거&드래곤 꼭 한번 보세요!!!
10/02/20 03:21
수정 아이콘
저는 타이도라 다음은 키사라즈와 맨하탄입니다 흐흐.
아홉꼬리여우
10/02/20 10:37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근데 이 유머는 제가 좀(?) 어렸을 때 읽었던 미국 유머집에 있던 거였는데
일본 전통 만담이었나요?
미국 유머를 가져다 일본 전통 유머로 각색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님 그 반대였는지도 모르겠지만요^^
10/02/20 11:45
수정 아이콘
아홉꼬리여우님//저도 잘 모르겠지만 일본의 전통고전중 대표적인 이야기라 일본게 아닌가 싶어요.. 미국은 전통문화라고 하기엔 역사가 짧으니..
닥터페퍼
10/02/20 13:49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타이도라 다시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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