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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28 19:13:54
Name VKRKO
Subject [실화괴담]UFO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PGR21(www.pgr21.com) abyssgem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20여년 전 서울 방배동에 살던 시절 집 옥상에서 UFO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체험이었죠.

그 때 날은 흐렸고, 시간은 오후 정도였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옥상에서 혼자 운동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문득 북쪽 하늘에 무언가가 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시선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곳에는 짙은 회색 내지는 검은색의 둥근 공 같은 물체들이 떠 있었습니다.



대략 옥상에서 직선으로 400m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았고, 200m 정도 상공에 떠 있는 듯 했습니다.

옥상에서 보기에는 3~4m 정도의 지름으로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그 물체가 아주 서서히 서쪽으로 날아가고 있더군요.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추진체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구형의 물체가 유령처럼 서서히 날아가는 데, 그런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희한한 것이었습니다.

표면은 금속 특유의 광택이 보이지 않아 마치 도자기가 돌 같더군요.

그것이 기구나 풍선 같은 것이라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난생 처음 UFO를 봤다는 흥분과, 혼자 UFO를 보고 있다는 은근한 두려움에 집으로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마침 집에는 부모님은 안 계시고 여동생만 있었죠.

저는 여동생에게 UFO가 나타났다고 말하고 같이 보자며 손을 붙잡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다행히 UFO는 서쪽으로 꽤 이동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그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여동생과 넋을 놓고 UFO를 보고 있자, 잠시 뒤 그 물체는 가속해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도 천천히 움직이던 것이 한순간 빨라지더니 서쪽 하늘로 빨려들어가듯 없어지더군요.



그런데 정작 이상한 점은 UFO가 아니라 그 이후 일어났습니다.

너무나 강렬한 체험이었던지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옥상의 풍경과 운동 기구들, 심지어 구석의 쓰레기마저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UFO를 본 직후 여동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어떻게 가족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가 전혀 생각 나지 않는 겁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UFO를 본 직후가 아니라 한참 후에야 가족에게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데, 이상하게 그 때는 같이 봤던 여동생이 대체 무슨 소리냐며 자신은 그런 걸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저만 바보가 되었었죠.

가족들 앞에서 바보가 된 탓에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한동안은 제가 낮잠 자다 꾼 꿈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고, 여동생도 서른이 넘어 서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요즘 이상한 점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올해 봄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식사를 했었는데, 마침 뉴스에서 UFO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본 여동생이 갑자기 20년 전 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신이 나서 제가 봤던 것들을 이야기했고, 여동생과 제 이야기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신기하다는 듯 경청했죠.



그런데 여동생이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언니랑 엄마한테 내가 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빠가 갑자기 그런 거 본 적 없다고 했잖아.]

저는 어이가 없어서 여동생에게 반문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가족들한테 이야기할 때 네가 못 봤다고 해서 내가 바보 됐었잖아.]

[응? 난 분명히 봤었는데?]

[아니, 내가 먼저 옥상에서 본 다음 널 데려와서 같이 봤던 거잖아.]



[맞아, 그래서 나도 봤는데 정작 오빠가 같이 봐 놓고서는 모른다고 했잖아.]

저와 여동생은 서로 바라보며 어안이벙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저와 여동생에게 모두 들었을텐데도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라 하더군요.



이 사건은 제가 살면서 목격한 유일한 UFO 이야기고, 제 인생에 가장 미스테리하게 남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저와 제 여동생의 정확한 기억을 복원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나 여동생의 기억이 무언가 잘못 된 것인지, 아니면 외계인이 우리의 기억을 조작한 것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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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8 19:14
수정 아이콘
덧글 많이 달리라고 제목을 앞으로 바꿨습니다.
기대해도 될까요 흑흑
11/10/28 19:39
수정 아이콘
옛다 덧글
은 장난이구 사실 간만에 들려봅니다
꾸준히 연재해주시는건 아는데
겁이 많아서 연재글읽으면 저녁에 잠을 못잔답니다 엉엉

이글은 그때, pgr에서 읽었는데 마침 또 이글을 보게 되네요 댓글로 봤었던가요...
신기했던 ufo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흐흐
11/10/28 21:19
수정 아이콘
이건 서로 기억을 잘못한거라고 생각한다면... 왠지 유.. 유머?

사실 UFO는 아니지만 예쩐에 저런 기이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오싹하더군요.
Abrasax_ :D
11/10/29 11:34
수정 아이콘
역주행 하고 있습니다.
근데 전 더 무섭고 과격한 것을 좋아해서...
11/10/29 12:04
수정 아이콘
이름순서변경의 첫 건의자로써 보상을...은 훼이크고 바로 피드백 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실제로 가족들하고 옛날얘기 해보시면 의외로 본문같은 일 자주 있습니다. 저만해도 저번주에 10년전 동생에게 빼앗겼던(...)이불얘기를 가족들과 하는데 아버지와 저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고 어머니와 동생은 원래부터 동생걸로 기억하고 있더군요... 덕분에 가족들끼리 오랜만에 옛날얘기 실컷 했습니다 크크
11/10/29 12:08
수정 아이콘
사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이 글 게재하고 나서 abyssgem님께 쪽지를 보냈는데, 3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확인이 안 됐다는 점...
abyssgem
11/11/02 21:02
수정 아이콘
헉! 정말 죄송합니다. 그 쪽지를 지금에야 확인했습니다. 제가 워낙 게을러서 로그인은 거의 안하고 눈팅만 하는 편이고, 어쩌다가 로그인을 해도 쪽지까지는 거의 확인을 안하거든요. 이번에 확인하게 된 것도 PGR 메인 페이지 연재란에 UFO라는 글자가 보여서 확인헀고요. 흑흑... 본의아니게 UFO에 3개월간 납치당한 셈이 되었군요.
감전주의
11/11/03 15:48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소름이 돋는 얘기였습니다.. 닭살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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