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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08 08:41:41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34화 - 위험한 응원
[소설] 불멸의 게이머 34



34  위험한 응원


한편,
건호는 자신의 마우스의 버튼 감이 안 좋아졌으므로
새로운 마우스를 구입하기 위해서 시내에 나왔다.
그러나 건호의 마우스는 희귀했기 때문에 그것을 찾기 위해서 아나이스와 함께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다.
그리고 건호는 자신의 마우스를 찾자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자 난 됐고. 이제 아나이스 살 거 사러가자.”

아나이스는 놀랐다. 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자신의 입장에선 자신이 구입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물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뭘 사?“
“옷이나 뭐... 아나이스 사고 싶은 거.”
“왜?”
“그동안 나한테 잘해줬는데... 난 해준 게 없었잖아.”

그 이유를 듣고 아나이스는 한 번 더 놀랐다.
지금 건호가 감사의 표시로 아나이스를 위해서 선물을 사준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나이스는 거절했다.

“...아냐. 난 그런 거 받아선 안 돼.”
“왜?”
“난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어.”

아나이스는 건호에게 지금 뭔가 받을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나이스는 그냥 건호가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랐다. 건호는 조금 고민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래 아나이스가 나한테 잘해준 게 아니지...
처음에 아나이스와 게임해서 돈 다 털리고 아수라성에.... 패러독스... 시안 3형제...
아나이스 때문에 몇 번을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내가 정말 운이 좋아서 그렇지 아나이스 옆에 있다가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정말 신기해.”

건호는 그렇게 긁으면서 슬쩍 아나이스의 눈치를 보았다.

“......”
“......?”

결국 아나이스는 반응이 없었고 다시 말문을 먼저 연 것은 건호였다.

“아나이스 왜 그래? 발끈해서 막 대들어야지. 좀 이상해 아나이스.
아무튼 가자. 부담 가지지마. 어차피 밖에 나온 거잖아.”

건호는 아나이스의 손을 잡아 끌었다.

건호는 그렇게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아나이스에게 흰색 롱스커트 원피스를 고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아나이스가 입었던 옷들은 어느 정도는 아나이스의 각선미를 강조한 검은색 계열의 옷들이었지만
이 옷은 달랐다. 흰색이었고 긴치마. 어찌 보면 수수한 것을 넘어서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그런 옷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이었다.
탈의실에서 아나이스가 그 옷을 입고 나오자 건호는 입이 벌어졌다.

“아나이스...”

건호는 새로운 아나이스의 모습에 놀랐고 점원도 동의했다.

“너무 이쁘세요...”

백색의 미인. 건호의 눈에 그 옷이 원래 아나이스의 옷이었던 것처럼
아니 원래 아나이스는 그런 옷을 항상 입어왔던 사람처럼 아나이스와 너무 잘 어울렸다.

“나 괜찮아?”

아나이스도 반신반의 하다가,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에 살짝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건호는 또 다시 말했다.

“아나이스 꼭 천사 같아...”
“.....”

.하지만 건호의 그 말을 듣자 아나이스는 갑자기 표정 바꾸었다.

“나 옷 마음에 안 들어...”

라고 말하면서 아나이스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 가계를 나왔다.

아나이스는 결국 몸에 좋다며 무슨 이상한 건강보조제를 구입했고
건호가 바라는 아나이스에게 어울리는 ‘선물’같은 것을 사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왠지 말도 줄고 서먹해지며 정처 없이 걸었다.

----

정처 없이 걸었던 아나이스와 건호가 온 곳은 彼岸(피안)의 다리였다.

“......”
“......”

저번에 건호와 아나이스가 마르두크는 유골을 뿌리기 위해서 왔을 땐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장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완전히 취해서 궁시렁 대고 있었다.
뭐 시끄럽진 않았지만 건호와 아나이스는 그 사람들을 조금 피해서 반대편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호는 가슴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졌다. 자신이 아나이스에게 해준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해주고 싶은 게 있었지만, 자신이 그것을 해주기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아나이스 여기 지옥... 헬게이트에서 나갈 방법은 있는 거야?”
“......”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을까?”

아나이스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넌 이미 나를 충분히 도와줬어. 더는 필요 없어.”
“무슨 소리야? 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걸.”

건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나이스는 나직히 말했다.

“아냐... 건호 넌....”

그때였다.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이 이 사람아!!!”

피안의 다리에서 궁시렁대던 장년 중에 하나가 다리 난간 위에 올라선 것이었다.
건호도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분명히 그건 자살 기도였다.

“이봐 뭐하는 짓이야....”
“더러운... 지옥.... 이번엔 내가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내렸다.  
풍덩.

“이봐요!!!”

건호가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뛰어든 사람의 친구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고 자신의 친구가 물에 빠졌는데도 그냥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건호는 말했다.

“구해야죠? 왜 가만히 있어요?”
“필요 없잖아... 저 녀석은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이야.”
“죽길 바라니까 내버려 둔다고요?”
“그런 말이 아니잖아...”

건호는 얼른 피안의 다리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다리 아래에 구명보트와 공기 튜브같은 것이 보였다. 건호는 말했다.

“죽기를 바란다고 해서 죽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죽는 건 잘못된 일이예요.”

자살자의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은 건호의 팔을 잡았다.

“이봐... 여긴 지옥이고 저 사람은 인간이라고...”

건호는 시간이 급했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구하지 않을 거면 놔. 내가 구할 거니까!”

건호는 그를 뿌리치고 ‘아나이스 도와줘!’하며 피안의 다리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

잠깐 급박한 시간이 지나갔다.
생각보다 물살이 빠르지 않았고 그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강가로 흘러오는 바람에
건호는 구명보트를 멀리 띄우지 않고 튜브를 통해서 아나이스와 함께 그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이봐요 아저씨!!! 술 좀 깨고 일어나요!”

건호와 아나이스는 물에 빠진 사람을 흔들어 깨웠다. 그 사람은 입에서 물을 뱉어내면서 괴로워하더니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정신을 차리더니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죽지 못하는 건가?”

자살자는 실망했고 아나이스는 그게 못마땅해서 눈을 흘겼다.
하지만 건호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도 생전에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에

“죽지 못해서 원망스러운가요? 제가 아저씨를 꺼냈습니다. 날 원망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세요.”

건호는 과거 세일즈맨테란이 자살을 하려던 자신을 만류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세일즈맨테란이 자신을 살린 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자살기도자 사내는 말했다.

“뭘 생각해 보라는 건가?”
“죽어선 안돼요. 죽는 건.... 나중에라도 죽을 수 있지만. 오늘을..”

건호는 거기까지 말하고 말문이 막혔다. 건호는 무슨 말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호의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어떤 관념이 떠오르고 있었다.

‘죽어선 안 돼.’
‘죽는 건 나중에라도 죽을 수 있지만 오늘을 사는 건...’

건호가 히로스와의 게임과 자신의 악몽에서 떠올렸던 그 말의 숨겨진 그 전부를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뭔가? 오늘이 어쨌다고?”

그 사내는 역정을 내며 물었고 건호는 자신의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그래요...”
“......?”
“....죽는 건 나중에라도 죽을 수 있지만... 당신이 오늘을 사는 건 오늘만 가능하다고요........”
“......”
“그러니까 죽지 마세요. 당신에게 오늘 지금... 그건 지금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죽지 말아요.!!!

건호는 절박하게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당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버리지 말라고요!”

건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흥분하여 그 말을 했다.
적어도 건호 입장에선 세일즈맨테란이 자신에게 해준 말과는 달랐지만,
지금은 왠지 이 말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건호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거렸다.

“......?”

자살기도자 사내는 지금 자신이 건호를 위로해야 하는 처지인 것인지 헛갈렸다.
하지만 아내 몸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맞는 말을 찾아서 했다. 사내는 옷에서 물을 털어내며 일어났다.

“아직 모르니?”
“......?”
“...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우리에겐 모두 불가능해. 여긴 지옥이야.... 그러니까 우리에겐 오늘이란 것도 없다고...”

건호는 그 사내의 말이 이상했다. 건호는 이상하게 비슷한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왔다. 건호는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모르겠어?! 여긴 지옥이고 우린 인간이란 말이야!”

드디어 그 사람은 술냄새가 나는 입으로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그 때 아나이스가 건호의 손을 ‘탁’ 잡았다.

“건호야”

아나이스는 건호를 잡아끌었다. 그 사내가 헤꼬지라도 할까봐 걱정하는 것처럼
건호를 그 사내에게서 떼여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건호는 거부했다.

“무슨 말 이예요? 그게...”

그제야 사내는 안색을 바꾸었다. 역정을 내는 게 아니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건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정말 모르는 건가? 모르면 내가 알려줄게.”
“예?”

건호는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그때 아나이스는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더 듣지 마!”

아나이스는 과격하게 힘을 주어 건호를 끌어 당겼다.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끌리면서
그 사내의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그 사내는 다시 말했다.

“너 왜 아직 모르는 건가? 아직도.....”
“말하지 마!”

아나이스는 사내에게 고함을 지르고 온힘을 다해서 건호를 끌어 당겼고
그 사내는 아나이스의 소리에 기가 질려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건호는 아나이스에게 억지로 끌려가고 있었다.

----

건호와 아나이스는 서로 소리를 지르고 싸우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헬게이트 시티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자주 가는 한적한 공원으로 걸어 들어왔다.
아나이스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고 건호는 그 옆에 앉지 않고 자신의 분을 삭이면서 이렇게 저렇게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나이스 대체 왜 그랬어?”
“......”
“아직도 뭔가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건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건호도 언성이 높아졌다.

“뭐야! 대체 뭘 숨겨? 어서 말해봐!”

건호가 알고 있는 한 지금 아나이스에게 가장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 다짐한 듯한 얼굴로 조용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건호야. 결승전에서 지면 어떻게 할 거야?”

생각과는 다른 대답이었다. 건호는 의외였다.
하지만 지금 아나이스는 건호를 속이려는 눈빛도 아니었고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표정도 아니었다.
적어도 건호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건호는 물었다.

“그건 무슨 말이야?”
“지면? 그 다음은?”
“......”
“넌 승리한 다음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거야. 사실 다들 그래.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 다음만 생각해...
하지만 건호야... 그건 안 될 수도 있어."

건호는 아나이스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에 동의할 수도 없었다. 건호는 반대했다.

“그래... 지옥테란은 강해.... 하지만 난 이길 거야... 이겨야 하고.”
“그래 넌 항상 이겨왔지.”

아나이스는 조금 서글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건 네가 원하는 미래였고... 넌 그걸 이뤘어. 하지만 진짜 미래는 한 가지가 아냐.
원하지 않는 미래도 분명히 존재해. 하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않아. 그래서... 그런 미래를 만나면...  사람은 절망하게 돼.”
“왜 그런 말을 해?”

건호는 아나이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미 건호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나이스는 말했다.

“이제는 원하지 않는 미래라도 상상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야.....
내가 숨긴 건 그거야. 넌 패배할 수 있어. 아니... 패배할 게 분명해. 어떻게 되건.
넌 반드시 져. 난 네가 그걸 생각하지 못하도록 얘기하지 않았어. 한 번도...”

건호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아나이스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아무리 건호가 아나이스를 모른다고 해도 이것만은 확실했다. 그래서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건호는 다시 물었다.

“내가 진다고?”

아나이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호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 그동안 잘했어... 그런 얘기라면 하지 않는 게 역시 좋았어. ...
지금도 듣지 않은 것으로 할 게. ......난 지지 않을 거야. 절대로.
지옥테란이 아무리 강해도... 꼭 이겨낼 방법을 찾을 거야.  
난 지지 않아! 반드시 다시 살 거고.... 세일즈맨테란 형을 만날 거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그들은 아나이스는 옥탑방으로, 건호는 연습실로, 서로 헤어져 잠을 청했다.

----

심해의 잠수함. 그리고 말콤박사의 서재 말콤박사는 곁에 있는 지옥테란이 조금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리고 지옥테란에게 말을 걸었다.

“꿈이라도 꾼 건가?”
“......”

여간해서 대답을 하지 않은 지옥테란을 상대로 말콤박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고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마치 식물인간 환자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는 의사처럼

“뭔가 기억이라도 돌아왔나?”
“......”
“넌 기억하고 있었을 것 아닌가?”

지옥테란은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뭐가 쳐보려고 했다.
하지만 손을 부르르 떨 뿐 아무것도 타이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말콤박사는 다시 실망한 표정으로 하지만 인자함을 잃지 않고 말했다.

“그래 쉽게 될 리가 없지. 기억에 돌아오면 넌 더 이상 기계가 아닌데...”

말콤박사는 표정을 바꾸고 자신의 서재에서 나갔다.
말콤박사는 잠수함 내에서 작전실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덩치를 포함해 몇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특히 덩치가 어울리지 않게 컴퓨터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말콤박사는 덩치에게 물었다.

“경과는 어떤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그것의 통제를 벗어나면 쿼크 반응로는 떠오를 것입니다.”
“좋아.”

말콤박사의 표정은 단호했다.

“지옥 헬게이트 시티의 역사는 이번에 끝난다.”

----

그리고 결승전 상견례 날이었다.
오늘은 아마트라가 어디선가 차를 하나 가지고 나타났다.
평소처럼 헬게이트 시티 시내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건호는 아나이스를 아무 말도 없이 하루 만에 만났기 약간 서먹서먹했지만 먼저 말을 걸었다.

“아나이스 잘 지냈어?”
“응 너는?”
“나도...”

이 대답을 통해서 둘은 모든 갈등을 해결한 상태는 아니라도,
일단 갈등을 봉합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았다.
아마트라는 건호와 아나이스 사이가 약간 서먹해진 것을 보고 놀랐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자 가자. 오늘은 매우 바쁘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아마트라가 가져온 차에 올랐다.

----

아마트라는 도시의 외곽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건호는 결승전 상견례를 한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마트라는 설명했다.

“게이트 아일랜드라는 섬으로 간다. 거기가 결승전 대회장이지.”
“헬스테이션에서 결승전을 하는 게 아니구나.”
“그래.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니까.
그리고 게이트 아일랜드는 카르마와 연결되는 신전이라고 할 수 있지. 그래야 소원을 빌 수 있고.”
“신전....”

건호는 놀랐다. 결승전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아직 지옥테란에 대한 해답은 없지만. 결승전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마트라는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듯 말했다.

“참... <기억복원>을 위한 마법사는 오늘 비행기로 헬게이트 시티로 오는데 결승전 상견례가 끝나면 만날 수 있다.
가급적 결승전 상견례 전에 만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건호는 뭔가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서 물었다.

“혹시 <기억복원>을 행하는 마법사는 다른 종류의 마법치료도 가능해? 암시나 뭐... 이상한 최면이라든지...”
“왜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마트라는 약간 걱정스레 물었고, 건호는 약간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

“그냥... 요즘 이상한 꿈도 꾸고... 없었던 기억인데 뭔가 기억나기도 하고 헛갈리는 게 있어서... ”
“그래 그게 어떤 마법에 의해서 조작된 거라면 다 고칠 수 있을 거다.”

그 말을 들으니 건호는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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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아일랜드
헬게이트 시티와 인접해 있었고 섬은 작았다. 그러나 그 섬전체가 거대한 경기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경기장이면 평지에 둥글게 벽을 지어 올리면서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되지만
게이트 아일랜드는 평지에 거대하고 깊은 구멍을 파내면서 거기에 공간을 만들었다.
따라서 경기장은 관중석은 원의 넓이 뿐 아니라 상하차이도 거대했다.
그 경기장 한가운데 마치 제단처럼 게임의 메인 스테이지가 보였다.
그 메인스테이지는 경기장의 양쪽을 가로지르는 마치 다리와 같은 것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외나무다리의 한 가운데 4각의 링이 설치된 것처럼 보였다.

“대단해...”

건호는 그런 건축물을 본적이 없었다.
야구 축구 같은 육체스포츠를 위한 넓은 운동장이 아닌 가운데로 집중된 무대와 거대한 관중석이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복싱경기장의 변형이나 혹은 검투사들이 싸우던 콜로세움의 미래적 변형처럼 느껴졌다.

“게임부스는 없어? 완전히 오픈형이네?”
“게임 시작되면 마법에 의해서 메인스테이지 밖의 소리와 빛을 차단된다.”
“관객들은 그냥 선수들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고?”
“그래...”

사실 이제껏 게임을 해왔던 게임부스라는 공간은 폐쇄형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다르다. 완전한 개방된 공간으로 정말 자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이기면 환호를 온몸으로 받을 수 있겠군”
“그래.”

건호는 그런 느낌이 상상했다. 그리고 아마트라가 말했다.

“그리고 이 게이트 아일랜드엔 엄청난 비밀이 있지.”
“뭔데?”
“바로 이 섬의 지하에 쿼크 반응로가 있다.”

건호는 기분이 계속 좋았다가 불안해졌다. 일이 잘못된다면 아마 이곳부터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무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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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트라는 게이트 아일랜드 지하의 사무실에 수속을 하고 있었다.
결승전 상견례는 결승전에 오르기 전 ‘서약의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서약의 시간’을 통해서도 카르마에 소원을 비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약의 시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결승전 홍보를 위한 인터뷰와 홍보물 촬영 등도 모두 오늘 진행 된다.
그런데 아마트라가 수속을 모두 마쳐도 ‘서약의 시간’은 이곳 신전에서 정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기다려야 했고 그래서 시간이 남았다.
아마트라는 계속해서 <기억복원>을 위해서 여러 일정을 조정하느라 누군가와 계속해서 통화를 하느라 자리를 비웠고
건호와 아나이스 둘이서 신전의 복도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약간 서먹한 공기가 흐르다가 건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나이스.”
“응.”
“나도 조금은 생각해 봤어. 내가 지는 경우에 대해서...”
“아니 그 말은.... 내가 미안해.”

건호는 아나이스가 정말 미안해하는 얼굴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더 미안해졌다. 하지만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아냐... 그래도 어쨌든 난... ”

건호는 다짐하듯이 말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그때까진 응원해줘... 져도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할거니까.”

건호는 아나이스를 바라보았다. 아나이스는 말했다.

“그래. 당연히 그럴 거야.”

건호는 손을 내밀었고 둘은 다시 악수를 하였다. 건호가 웃었고 그러니 아나이스가 따라 웃었다.
건호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자 이번엔 아나이스가 먼저 건호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건호야 악몽을 꾼다거나... 암시에 걸린 것 같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응 그거?”

건호는 괜히 아나이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친 게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러웠지만,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지옥테란 말인데... 사실 처음 볼 때부터 좀 이상했어.”
“뭐가?”
“뭔가 신경 쓰인다고 할까?”
“어떤 점이...”

건호는 스스로 조금 불길한 느낌을 받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옥테란이 처음 인터뷰 했을 때... 게임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밝힌 적이 있잖아...”
“그게 뭐? 전혀 엉뚱한 말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말이지...”

그때였다. 누군가 건호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임건호.”

건호가 고개를 돌리니 히로스가 서 있었다.
히로스는 손에 간단한 메모지 한 장을 들고 건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누가 먼저 말을 할까하다가 건호가 먼저 말했다.

“무슨 일이죠?”
“너의 결승전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히로스의 표정엔 장난기가 전혀 없었다.

“.....”

히로스는 건호와 아나이스가 자신의 말을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자.
다른 설명 없이 메모에 적힌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임건호 너를 사랑한다. 너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 그래서 나 역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한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고 돌아봐 주길 바란다.
언제나 그들은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번 결승전도 너의 승리가 될 것이다. 임건호. 화....이.....팅!”
“으아아아악!!!!!”

건호는 완전히 굳었고 아나이스는 비명을 질렀다. 아나이스는 절박하게 말했다.

“뭐야... 당신...? 당신 미쳤지!!!?”
“안 미쳤다.”

히로스는 장난기 있는 표정도 아니고 오히려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나이스는 갑자기 공포를 느꼈다. 건호는 완전히 얼어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안 미쳤는데 이래?”
“이건 나름대로 억울한 사연이 있다. 아무튼.... 임건호.”

히로스는 메모를 구겨버리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건호를 보고 말했다.

“진심으로 행운을 빈다. 지옥의 인간으로서의 너에게...

그렇게 말하고 히로스는 뒤를 돌아서 걸어갔다. 아나이스는 히로스가 사라지자. 약간 안심이 되었고 건호는 조금 시간이 지나자...

“우하하하 뭐야....!!!”

라고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건호는 허리를 꺾으며 웃었다.

“저 아저씨 완전히 이미지 구기네... 캐릭터 진짜 불쌍하게 됐다...”
“그렇지 처음엔 되게 카리스마 있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렇게 건호가 한바탕 웃고 나서 아나이스는 다시 기억을 떠올려 건호에게 물었다.

“아까 지옥테란 인터뷰... 뭐가 마음에 걸린다는 거였어?”
“아냐. 생각해보니까. 전혀 마음에 걸릴게 없어. 그냥 바보 같은 인터뷰였는데.... 하하하”
“정말?”
“그래.... ”

아나이스는 갑자기 기분이 풀어진 건호를 보더니 자신의 마음도 풀렸다. 그때 신전의 사제가 나타났다.

“시간이 되었소... ”

건호 아나이스 그리고 아마트라가 신전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말콤박사와 지옥테란 일행도 그곳에 나타났다.

“임건호 선수 오랜만이군.”

말콤박사는 언제나처럼 인자하게 웃었다.

그리고 ‘서약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히로스의 어이없는 응원 덕분에,
건호는 갑자기 모든 불안감이 일거에 제거된 상태로 그 시간에 임할 수 있었다.
‘서약의 시간’을 통해서 건호는 카르마의 정체, 소원을 비는 방법,
자신이 빌 수 있는 소원의 종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건호는 생각한다.

‘반드시 이긴다.’

모든 불안감이 사라진 건호는 앞선 히로스의 응원이 고마웠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예상할 순 없는 게 당연했지만 히로스의 이 응원으로 건호는 엄청난 불행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

몇가지 키포인트

1.
이번화의 제목 '위험한 응원'

2.
“아나이스 꼭 천사 같아...”

천사를 보기전엔 함부러 말하지 않는 게....

3.
다음편 소제목 <마지막 5분>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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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사리
09/07/29 09:33
수정 아이콘
선댓글 후감상 잘보겠습니다.
꼽사리
09/07/29 09:42
수정 아이콘
딱히 이번엔 히로스처럼 별로 고민할게 없었나보군요. <안티매지컬>스킬이다보니까 딱히 파해를 하려고해도 스킬자체를 안쓰니...
왜 저는 지옥테란이 첫화에 나오던 세일즈맨 테란일꺼라는 생각을 하게될까요 그건 알수없습니다.
...히로스 X팔리겠네요 사랑한다는응원을하고..그런데 ..검게 칠해진 '지옥의 인간'...이건 조금 생각해봐야겠네요.
세이시로
09/07/29 09:52
수정 아이콘
뭔가 장치가 많이 깔리는 화네요.
그나저나 저 응원은 전설의 나도현 격문...
꼽사리
09/07/29 09:54
수정 아이콘
한개 더 적어보자면 역시 라데온도 주목해봐야합니다 불멸의게이머 소설초반에 아나이스가 라데온과 관련이 있고 라데온이 아나이스에게 건호를 잘 지켜주라 라고 헀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다 나오겠죠 ..
돈키호테의 꿈
09/07/29 09:55
수정 아이콘
히로스.... 갑자기 나도현 선수의 '응원 격문'이 생각나는....
그치만 이건 뭔가가 뒤에 숨겨져 있나 보군요.
09/07/29 09:58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꼭두각시 서커스는 이거 완결되고 봐야겠습니다.
09/07/29 10:38
수정 아이콘
뭐 이리 미치도록 재밌는 팬픽이 다 있죠?
09/07/29 10:38
수정 아이콘
어후.. 남자한테 저런말 들으면 진짜... 맙소사
zephyrus
09/07/29 12:37
수정 아이콘
저도 오랜만에 나도현 선수를 떠올렸네요;;;

아. 어제 개편된 온겜홈에서 제노스카이를 봤으니 오랜만은 아니군요-_-;;
Humaneer
09/07/29 12:38
수정 아이콘
저도 왠지 세일즈맨 테란이, 우찌우찌 죽게되어 지옥에 와서 지옥테란으로 변신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니저그
09/07/29 13:07
수정 아이콘
대부분 사람들이 지옥테란=세일즈맨테란 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서도.. 이 소설은 뭔가 복선도 많고 제 예측이 항상 틀려서 과감히!!! 말콤박사가 세일즈맨테란! (이건 아닌가;;;)
09/07/29 13:30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복선들이라고 몇가지 짚어주신 부분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네요.
그전에 나도현 선수가 떠오르긴 합니다만...^^;;

꼭두각시 서커스를 글쓰신분이 말씀하시고나서부턴 영 스토리 전개과정을 투영하게 되네요.
생각없이 넘어가야겠습니다.
실루엣게임
09/07/29 14:47
수정 아이콘
나도현 선수가 먼저 떠오르는건 어쩔수 없긴 한데.. (..)
뒤의 히로스와의 게임 부분을 다시 읽고 보다보니, 혹시 "인간은 악마에게 이길 수 없다"가 인과율 아닐까요?
웬지 가능성 있어보이는데.. [..]
불멸의저그
09/07/30 09:00
수정 아이콘
지옥 결승전 경기장이 그렇게 웅장하다니,, 골로세움의 미래적 변형이라~~ 캬하~~
저런 곳이 지옥이라면 꼭 지옥가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네요..
도저히 아나이스와 이루어질수 없는, 어울리지도 않은 관계임에 분명한데, (연상과 연하, 다혈질대 소심, 백색의 미인과 게임방 폐인)
이야기는 자꾸 묘한 관계로 이끌어가네요.. 과연 이런 어색한 분위기.. 묘한 분위기.. 이거 이거 수습이 될지.. 이거 이거 불안 불안 하네요.. 하하하
09/07/30 22:41
수정 아이콘
나도현 격문(...)
꼽사리
09/08/09 15:28
수정 아이콘
보기 좋으라고 빨간색 +를 심어드리겠습니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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