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진화심리학자의 글에서 이러한 맥락의 글을 읽은 바 있습니다. 우리는 범죄자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만 반대로 평범한 이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지는 말하지 않는다고. 1929년, 사람들은 실업률이 치솟고 물가가 널뛸 때 범죄율이 폭등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1932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문자 그대로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었습니다. 1977년 뉴욕 전체에서 정전이 발생하자 폭동과 약탈이 일어납니다. 2023년 아이티에서는 중앙정부의 부재로 어제까지 평범한 시민들이었던 이들이 갱단에 가입하고 누군가를 살해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긋난 소수의 특별한 일탈이었던 범죄들이 나의 일상이 된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존엄하게 죽어갑니다. 아이슈비츠에서 자신의 굶주림과 다가온 죽음에도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을 먼저 생각하던 이들을, 생존자들은 보고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그렇게 고결하지 못했습니다. 독일인만큼, 때로는 그들보다 유대 동족들을 악랄하게 탄압하던 카포들이 있었고, 간수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옆사람을 밀고하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고난이 우연히 내 곁을 찾아왔을 때 그를 감내하고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건 소수였습니다.

1939년 안준생이란 조선인이 경성의 박문사(博文寺)를 방문해 흠향합니다. 다음날 조선호텔에서 이토 분키치(伊藤文吉)를 만나 자신의 아버지가 그의 아버지를 죽인 것에 대해 사죄합니다. 안준생이 말한 죄는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사건이었습니다. 안중근의 아들이,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사과한 것입니다. 박문사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곳은 이등박문을 기리는 곳이었습니다. 안준생은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조선인과 독립운동가들에게 소리칩니다. 아버지는 영웅이지만 자신은 장삼이사에 불과하다고. 안준생은 일제의 계속된 시찰과 감시와 관리에 일상이 무너지고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의 형 안문생은 어릴 적 누군가에게 독살당했습니다. 자신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직업조차 가지기 어렵고 암살의 두려움에 떨어야했습니다. 안준생은 지탄받을지언정 살아남았고 그의 아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가 되어 일가를 이룹니다.

처음 안준생에 대해 알았을 때 젊었던 나는 그에게 손가락질하는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1939년의 안준생은 만으로 32살이었고 그와 비슷한 나이가 된 저는 그 손가락을 슬그머니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그의 상황에 놓였을 때 그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는 나의 도덕적 고결함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질거라 확신했지만 늙은 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고결하지 않은 이임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단지 어떤 상황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악행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한쪽이 범죄자라면, 다른 한쪽이 입양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졌을지라도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부모가 범죄자라면, 알콜중독자라면, 아동학대를 했다면 자식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자란 지역이 범죄율이 높다면, 주변 집단이 폭력적이라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심지어 한 연구에서는 못생긴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우연히도, 제가 기여한 바는 전혀 없거나 거의 없지만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 있지 않아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을 피했습니다. 동시에 나의 환경과 유전자와 상황이 저에게 범죄를 하도록 유도하지 않아 가해자가 되는 것도 피했습니다. 이는 저에게 안도감을 주지만 불안함을 선사합니다. 이 행운은 언제까지 갈까? 만약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친구가 내 곁을 떠나가고, 실직을 하고, 병에 걸린다면? 내 이성을 잡아주고 있는 전두엽이 사고와 질병으로 제기능을 못한다면? 나는 그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나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