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3/05/30 18:53:15
Name 다시마두장
Subject (장문의 넋두리) 헤어짐은 언제나 슬픕니다.
피지알 자게의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이런 이야기를 쓰기 위해 처음으로 누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양가 없는 넋두리지만, 순전히 제 감정의 해소를 위해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너른 마음으로 양해해주십사 하는 말로 시작을 하겠습니다.
(제 지인들이 혹여라도 제 여과없이 무너져있는 모습을 볼까 부끄러워 고양이의 이름을 적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 날이 오고 명복을 빌고자 하는 날이 오게 되면 그 때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진과 이름을 올릴까 합니다.)


제 반려 고양이가 약 7시간 전 동물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계속  차오르는 흉수(Pleural effusion) 때문이었습니다. 엑스레이나 초음파를 찍어보지는 않았지만 흉수의 원인은 심장병이나 암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더군요. 희박한 확률로 단순 폐렴일 수도 있고 이 경우 치료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드문 경우라 앞선 두 이유가 맞을거라 했습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통한 검사비만 4~500만원(캐나다 현지 가격)인데, 그렇게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봐야 치료할 수 없는 병명만 알게 되는 셈이 될테니 차라리 흉수만 빼줘보고 이별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 그런 말을 듣고, 흉수 제거와 후속 조치를 위해 우선 24시간 입원을 시켜놓은 상태고, 최대한 미루고 미뤄 이번 주말쯤 안락사를 준비하려 하는 중입니다.

고양이가 갑자기 밥을 안 먹고 시름시름 하기에 찾아간 동네 동물병원에서는 피 검사, 소변 검사 결과를 두고 '흔히 나이 많은 고양이들이 겪는 신장 문제다'며 잘 돌보면 괜찮을 거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하길래 잘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녀와서도 차도는 없고, 기운이 없어 널브러져 누워있을 때 호흡이 가쁘길래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가보니 저런 이야기가 나오네요. 이렇게 큰 문제일 줄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를 조금이라도 먼저 했을텐데... 괜시레 야속함을 느낍니다.



제가 고양이를 만난 건 약 14년 전, 20대 대학 시절 즈음이었습니다. 친구가 여행을 가 맡게 된 고양이가 너무 착하고 귀여워 반해버린 저는, 고양이의 마력에 빠져 두 살이 조금 넘은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습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딘가의 언어로 그 이름이 '호기심'을 의미한다 했는데, 첫 날부터 집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걸 보고 퍽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굉장히 멘탈이 약합니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머지 않아 제 인생에 큰 굴곡이 찾아왔습니다. 그간 계획해왔던 인생 계획이 뒤틀리는 이 사건에 저는 정신과를 찾아다닐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고, 눈물바다는 기본에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아무것도 모르고 제 옆에서 저를 멀뚱히 바라보는 고양이를 안았습니다. 참 우습게도 그 작은 몸에서 나오는 체온이, 그리고 부드러움이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더라구요. 곧 불편하다며 발버둥치는 고양이를 안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집 고양이는 천사같던 친구네 고양이와는 달리 까탈스러운 편이었습니다. 고양이 중에서도 상고양이 성격이라, 세상 순했던 친구의 고양이와는 달리 자신의 몸을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얼추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하기까지 거진 2년이 가깝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끝내 친해졌을 때 더욱 각별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첫 번째 병원에서 '그냥 아플 뿐이다'라는 진단을 받아 아직 고양이에게 죽음이 다가왔음을 알지 못했던 며칠 전의 아침, 힘없이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고양이의 옆에 나란히 누웠더니 그 아픈 와중에도 좋다고 고롱고롱 소리를 크게 내는 걸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내가 너를 의지해 살았듯, 나도 너에게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은 사람'인거구나 하는 생각이 반, 말 못하는 저 조그만것이 날 이렇게 의지하는구나 하는 가여이 여기는 마음이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시간 전, 고양이의 건강상태를 설명하던 의사의 입에서 끝내 시한부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자연스럽게 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주위에서 반려동물을 보내는 경우를 보며, 그리고 인터넷의 글들을 읽으며 그 끝이 언젠가 찾아오리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는데 막상 닥치니 현실감이 안 느껴지기도 하는 동시에 앞으로 그녀가 없을 현실에 대한 감각이 무섭도록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내심 '우리 고양이는 잡종이라 튼튼해서 여지껏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살았어. 그러니까 20살까지도 살 수 있을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그간 외면해온 현실 앞에 머릿속 꽃밭은 무참히 깨져버렸습니다.

암 투병하는 고양이를 끝까지 연명치료하다 보낸 여자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하며 여자친구에게 '똑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내 욕심으로 고양이를 고생시키는 건 이기적이니 편히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고, 나는 그리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현실은 역시 다르더군요. 저도 '혹시라도'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고, 지금까지도 '단 한 달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욕심을 내서라도 보고싶다'는 마음에 더 연명을 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원을 시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고양이를 안았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는, 그리고 너무나도 멀쩡해보이는 귀여운 얼굴을 보고 짜증이 나 눈물이 또 터졌습니다. 왜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건데. 그러니까 더 포기하기가 싫잖아. 이게 맞는거야? 사실은 계속 살 수 있는거 아냐?



검색을 해보니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던데, 하나같이 제 지금 상태와 맞아떨어지더군요. 고양이에게 못 해준 일들만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지난 몇달 간 이상하게 고양이가 저에게 들러붙는 일이 많았습니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으면 계속 옆에 와서 제 다리를 툭툭 치거나 책상에 올라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길 상대해달라며 이리저리 어필을 했습니다. 그동안은 절대 안 하던 행동이기에 '야, 같이 한 지 15년이 되니 그 도도했던 애가 드디어 나한테 이렇게 들러붙어오네' 하며 기분이 좋으면서도, 하필이면 지난 두어달이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이었던지라 많은 경우 간식을 몇 개 주고 마무리를 하곤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돌이켜보니 얘가 몸이 안 좋아 불안하니 나를 계속 찾은건가, 나는 '지금은 내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는 핑계를 대며 귀찮아했을 뿐이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이며 자기개발이야 당장 안 한다고 죽는 게 아닌데, 생명이 다 해가는 아이의 한정적인 시간보다 그런 것들을 우선했음에 까마득한 후회가 몰려옵니다.

장난감이며 사료며, 그깟 한두푼 아낀다고 고급품이 아닌 걸  샀던 게 후회되고, 무엇보다 물 멀쩡히 잘 먹는데 굳이 필요가 있겠냐며 다른 집들 다 쓰는 고양이 분수를 안 사줬던 게 후회됐습니다. 아이러니 한 게, 요새들어 물을 잘 안 마시는 것 같아서 주문했던 고양이 분수가, 하필이면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입원시키고 오니 집 문 앞에 도착해 있더군요. 환불 안 할거라고,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은 쓰게 해줄거라고 엉엉 울며 포장을 뜯었습니다.



저는 가까운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내는 경험이 처음입니다. 부모님도 모두 잘 계시고, 굳이 따지자면 중학생 무렵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경험이 있긴 했지만 철들고서는 왕래가 그리 잦지 않았습니다. 굳이 눈물겨운 이별의  경험을 떠올려보자면 태평양을 가운데에 두고 장거리연애를 하게 됐을 때 펑펑 운 경험이 있지만 그건 마음만 먹으면 다시 만날 수 있는 헤어짐이었고, 실제로 돌이켜 보니 별 것 아닌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을 잃기도 하는 마당에 내가 고작 반려동물 하나 가지고 이 호들갑을 떠는 건 그래서인가, 역시 나는 멘탈이 너무 약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반려동물을 파양하는 사람들은 좋겠다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정이 들어서 저럴테고, 이렇게 슬픈 끝을 보지 않아도 될테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무딘 사람들이라 저런 일을 자행하는거니 이런 가슴아픔을 안 느끼지 않을까 하고요.

양로원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는 사람이 죽는것도 많이 보다보니 고양이의 죽음은 덤덤하게 받아들여지신다 하십니다. 저도 이별을 많이 경험하다보면 이런 일에 무뎌질 수 있는걸까요?...



집에 오니 밥그릇, 화장실, 캣타워 등을 보고 눈물이 또 쏟아지더군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두드리면 또 눈물이 나오고의 반복이었습니다. 저걸 도저히 치울 자신이 없습니다. 그 흔적마저 사라지면 버티기가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아픈 걸 보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무의식중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지난 며칠 잠을 제대로 안 자고 고양이와 보냈는데, 안락사를 하는 그 시점까지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이젠 마우스 휠에 털이 껴 고장나는 바람에 1년에 한 번 마우스를 갈 일도, 방에 언제나 털이 풀풀 날릴 일도, 털범벅이 되는 바람에 검은 옷을 못 입을 일도, 방바닥의 엄한 물건을 보고 고양이인줄로 착각해 깜짝 놀랄 일도, 안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다그칠 일도, 그러면서도 슬쩍 들여보내 신나게 모험하는 걸 볼 일도 없어지겠습니다.

그러나 그 체온이, 그 냄새가, 그 감촉이, 그 소리가, 언제나 돌아보면 있던 그 자리에 있던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워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방 어딘가에서 나는 부스럭 소리에 한 번 돌아보고, 캣타워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을 것 같아 괜히 한번 보고 했네요.



안락사... 계획된 이별시간이 있으니 조금은 더 계획적으로, 덤덤하게, 시원하게 보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임의로 정해진 카운트다운이 있다는 것 역시  또다른 종류의 슬픔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 안락사 후기,  펫로스 신드롬 등 이런저런 정보를 뒤져보며 이 슬픔을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우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최대한 즐겁게, 이기적이지만 저 자신을 위한 추억을 만들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발도장 액자도 만들고, 유리병에 털도 조금 잘라 보관하고요.

혹시 오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해보신 피지알 회원분들이 계시다면 그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앞으로 고양이를 어떻게 추억하면 좋을 지(상기했지만 각종 고양이 물품을 못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액자며 털 들어간 유리병도 만들려 하고 있고요), 혹여 수의학 지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제가 이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해도 괜찮을 지 등에 대해 조언해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까 하도 울어서 그런지 계속 밤을 새는 바람에 머리가 멍해서 그런지 글을 다 쓰고 난 지금은 오히려 눈물이 그쳐있습니다. 이 건조함이 계속 갔으면 좋겠는데 자고 일어나서 말짱해진 정신으로 현실을 마주하면 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14시간 후 쯤에 고양이를 데리러 가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의연한 마음이 되어있기를 바래봅니다.

안그래도 글재주가 없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정신없는 글이 된 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감정적으로 써갈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11-19 11:4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고오스
23/05/30 18:58
수정 아이콘
글만 봐도 고양이와 글쓴이 분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했는지 잘 느껴지네요 ㅠㅠ

요즘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많이 생겼고 자녀같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사람 장례식 처럼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뤄서 넋을 기립니다

이쁜 고양이 잘 보내주시고 수목장을 하든 화장을 하든 외롭고 힘들 때 한번씩 방문하셔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세요

그리고 고양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는게 가장 고양이를 위한 길이라고 봅니다
다시마두장
23/06/01 19:10
수정 아이콘
위로가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제가 망가지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게 고양이를 위한 길일 것 같습니다.
조언해주신대로 가끔씩 고양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울적한 마음을 달래야겠네요.
23/05/30 20:04
수정 아이콘
아이고... 저도 몇년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적이 있어서 많이 공감되네요...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다시마두장
23/06/01 19:11
수정 아이콘
응원 감사합니다. 이별이란 건 정말 힘드네요.
롤스로이스
23/05/30 21:12
수정 아이콘
20년에 보낸 우리동생이 생각나네요.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한바가지입니다ㅠ 사진 많이 찍어두시고 평생 추억하는게 그들을 위하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다시마두장
23/06/01 19:15
수정 아이콘
말씀 감사합니다. '평생 추억'이라는 말씀이 정말 마음에 와닿네요. 제 인생의 큰 덩어리를 함께 한 만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3/05/30 21:15
수정 아이콘
고양이 키우고 싶다가도 이런 체험기 보면 또 무서워지고 그렇네요.
헤어짐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라...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운내시라고 댓글 남기고 갑니다 ㅠㅠ
다시마두장
23/06/01 19:16
수정 아이콘
15년동안 고양이 덕분에 행복했던 크기만큼의 슬픔이 한 방에 몰려닥친 느낌이네요.
응원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Arya Stark
23/05/30 22:02
수정 아이콘
저도 이래서 정말 키우기 싫었는데 어쩌다보니 키우고 있고,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지만 언젠가 올 이별생각에 가끔 먹먹해질때가 있네요 ㅠㅠ
다시마두장
23/06/01 19:21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와 안락사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결단에 의외로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앞으로도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꿀깅이
23/05/30 22:12
수정 아이콘
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애정에 냥이의 짧았던 15년 묘생도 행복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아니겠습니까만은 글 읽는 내내 먹먹함이 밀려오는건 어쩔 수 없네요
냥이는 떠났지만 소중한 추억들 남겨주고 갔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냥이와의 추억 되새기며 행복했던 그 시간만 기억하시는걸로 하시죠 ㅠㅠㅠ
다시마두장
23/06/01 19:22
수정 아이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이르게 고양이를 보낸 상황인데, 한참 슬퍼한 후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순간을 보니 도움이 되네요.
23/05/31 06:29
수정 아이콘
사진 하나만 간직하세요.
너무 많은 흔적은 곧 슬픔으로 덮쳐 올꺼에요.

저도 멘탈이 약한 편이라 이겨내야지 극복해야지 하면 잘 안되더라구요.

아파 할 만큼 아프세요.
이겨내려하지 말고 아파하세요.
슬픈만큼 아파하세요.

그래도
가끔 산책도 하시고
예쁜 옷도 입고
맛있는 것도 드세요.
재미있는 영상보고 크게 웃으시기도 하시구요.

그렇게 지내세요.

괜찮아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곧 나아질꺼에요.
다시마두장
23/06/01 20:26
수정 아이콘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고양이를 생각보다 훨씬 일찍 보낸 상황인데, 말씀하신 대로 슬픔을 그대로 마주하는 방법이 유효한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고양이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 고마웠던 부분을 얘기하고, 눈물을 나는대로 다 쏟을 때 마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네요.

방금은 말씀해주신 게 떠올라서 평생 몇 번 해보지도 않은 산책을 나가보니 이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반겨주는 고양이가 없어서 좀 울컥 하긴 했지만요 하하.

이 슬픔에 어서 무뎌졌으면 하는 생각, 동시에 이 감정이 바라지 않았으면 하는 양가적인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듯 잘 정리가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그럴수도있어
23/05/31 16:56
수정 아이콘
글 읽다가 글쓰신분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저도 눈이 촉촉해지네요. 잘 극복하시길 기도합니다.
다시마두장
23/06/01 20:45
수정 아이콘
말씀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신대로 잘 극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은때까치
24/11/19 15:49
수정 아이콘
저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남일같지가 않네요. 올리신지 1년이 넘었는데 현재 심경은 좀 어떠신지, 정리는 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ㅠㅠ
다시마두장
24/12/09 20:14
수정 아이콘
시간이 약이라고, 당장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일상 생활이 안될 것 같았던 깊은 슬픔이 옅어지고 감정은 추스려지더라구요.
다만 이따금씩 유튜브에서 아픈 동물 영상을 볼 때면 감정 이입이 심하게 돼서 눈물이 많이 나기도 하고, 가끔은 고양이가 꿈에 나타나 울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당장 오늘만 해도 '고양이가 알고보니 지난 1년간 기적적으로 살아있었는데 내가 그걸 모른 채 같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1년을 허비했더라'라는 생생한 꿈을 꿔서 가슴아프게 잠에서 일어났네요. 제가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반영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이런 일의 빈도도 줄어들고 슬픈 감상에 빠지는 일도 점차 줄어들거라 생각하며, 아름답고 즐거웠던 기억을 주로 반추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중입니다.
시랑케도
24/11/19 20:12
수정 아이콘
2묘 집사로서 ...먹먹하네요
다시마두장
24/12/09 20:17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합니다. 시랑케도님의 2묘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24/11/21 16:48
수정 아이콘
이번 7월말에 13년된 고양이를 보내줬습니다. 마찬가지로 원인 불명의 이유로 밥을 거부하고 3개월 동안 병마와 싸우다가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내심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생각에 안락사보단 끝까지 싸우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무엇이 정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날 밤, 좋아하던 캣타워도 못 올라가고 그 밑에서 얕은 숨을 내쉬며 숨이 명멸하게 가는 모습을 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알고 있었어요. 이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이 아이는 이제 돌아갔을 거라는걸. 지금도 마지막 모습이 가끔 떠오르지만 가급적 행복했던 기억으로 덮으려고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추천게시판을 재가동합니다. [6] 노틸러스 23/06/01 30538
3753 권고사직(feat 유심) [60] 꿀행성9832 23/07/30 9832
3752 가정 호스피스 경험기 [9] 기다리다8557 23/07/28 8557
3751 만년필 탄생의 혁신, 그리고 두 번의 뒤처짐 | 워터맨의 역사 [12] Fig.18282 23/07/26 8282
3750 교사들의 집단우울 또는 분노 [27] 오빠언니8537 23/07/22 8537
3749 초등학교 선생님은 힘든 것 같다... 아니 힘들다 [98] 아타락시아18407 23/07/20 8407
3748 제로 콜라 그럼 먹어 말어? [71] 여왕의심복13530 23/07/14 13530
3747 밀란 쿤데라, 그리고 키치 [10] 형리11711 23/07/13 11711
3746 [역사] 설빙, 샤베트 그리고 베스킨라빈스의 역사 / 아이스크림의 역사 [42] Fig.111751 23/07/11 11751
3745 중국사의 재미난 인간 군상들 - 위청 [26] 밥과글11736 23/07/10 11736
3744 펩 과르디올라는 어떻게 지금 이 시대의 축구를 바꿨는가. [29] Yureka11750 23/07/01 11750
3743 [기타] [추억] 나의 기억들 [10] 밥과글12143 23/06/19 12143
3742 [역사] 김밥은 일본 꺼다? / 김밥의 역사 [29] Fig.112523 23/06/28 12523
3741 자영업자 이야기 - 직원 뽑기에 실패하였습니다. [46] Croove12722 23/06/26 12722
3740 흔한 기적 속에서 꿈이가 오다 (육아 에세이) [14] 두괴즐13481 23/06/12 13481
3739 imgur로 피지알에 움짤을 업로드해보자 [8] 손금불산입13403 23/06/01 13403
3738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겪은 버튜버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감상기 [49] 잠잘까16267 23/06/14 16267
3737 아이가 요즘 열이 자주 나요 (면역 부채와 열 관리 팁) [62] Timeless15328 23/06/10 15328
3736 태양이 우주 짱 아니었어? (에세이) [42] 두괴즐15362 23/06/09 15362
3735 케이팝의 시대에 서태지 신곡을 기다리는 팬심 (음악 에세이) [55] 두괴즐13576 23/06/02 13576
3734 [역사] 청주, 약주, 정종의 차이를 아시나요? / 청주의 역사 [32] Fig.113343 23/06/01 13343
3733 (장문의 넋두리) 헤어짐은 언제나 슬픕니다. [21] 다시마두장16305 23/05/30 16305
3732 팀켈러 목사님이 지난 5/19 소천하셨습니다 [61] Taima15529 23/05/29 155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