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6/07 13:22:42
Name 烏鳳
Subject 개인적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세계관
#0. 들어가면서

요 며칠 피쟐 자게를 보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서 몇 자 두들깁니다. 아마 제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가 좀 나올 텐데요. 주절주절하는 저의 예전 시절 이야기를 읽으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그냥 패스하셔도 무방할 잡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아버지와 달빛철도

저는 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교 시절을 광주광역시에서 자랐습니다. 뭐 나름 순혈 전라도 사람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초등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해태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이었고, 5월만 되면 광주 금남로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최루탄 가스가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5월만 되면 남아있는 CS탄 가스를 맡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등교하고는 했습니다.

그 때 그 시절, 초등학생 때엔 껌을 사더라도 해태껌을 샀지, 롯데껌은 안 샀습니다. 염종석 선수의 호투로 해태가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좌절했던 해에는 조금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코카콜라는 전주공장이 있어서 마시지만, 칠성사이다는 안 마셨습니다. 뭐 어떻게 보면 야구의 제과업계 라이벌 구도를 충실하게 따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그리고 그 이유가 더 크기도 하겠습니다만), [경상도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반감]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 세계가 바뀌었던 계기가... 아버지와 같이 떠났던 경상도 일대 여행이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사진 교수이셨는데요. 방학이 되면 일정을 잡고 국내 촬영여행을 떠나시고는 했습니다. 제가 겨울방학 때 거기에 끼었던 거죠. 약 열흘간 광주에서 거제도와 충무, 주남저수지를 지나, 경주, 안동, 대구를 거치는 코스였습니다. 이름없는 산야에서 사진을 찍고, 명승지도 둘러보고, 밥도 먹고 잠도 잤습니다. 경주로 갔던 수학여행과는 다르게, 동네 주민분들, 식당하시는 분들과 계속해서 마주치고 인사하고 돌아다녔던 것이죠.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알겠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경상도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반감]은 진정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는 문자 그대로의 막연한 반감이었다는 것을요. 90년대 초반 거제도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초등학생이 들어와서 물건을 계산하고 인사할 때, 주인 아주머니의 '너 전라도에서 왔니?' 하는 물음이 전라도 사람을 배척해서가 아니라 신기해서 라는 것을, '멀리서도 왔다' 하시던 주남저수지 인근 식당 사장 할머니가 서비스로 칠성사이다 하나 내 주시는 게 나름대로의 환영인사임을, 결국 경상도 사람이나 전라도 사람이나 똑같은 사람임을 그 때 알았습니다.

그 뒤로는 롯데껌이든 칠성사이다든 잘 사먹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감사드리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경상도를 여행했던 그 경험이 제겐 가장 고맙고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달빛철도의 건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금남로를 걸어본 대구 아이가, 동인동에서 찜갈비를 먹어본 광주 아이가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만 망국적인 지역감정도 차츰 희미해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2. '일본은 없다'와 다나카 요시키, 그리고 대학생 때의 한일교류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전여옥 씨의 '일본은 없다'가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책이 나오기까지 이면의 이런저런 시빗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는 했습니다. 다만, 중학생 시절 읽었던 생생한 일본 경험은 꽤나 재미있었고 또 흥미로웠습니다. '전철에서 일본 시민들은 책을 읽는다더라' 하는 소문의 실체가 사실 만화책과 잡지라는 것을 그 때 알았죠. 반면, '일본은 없다' 책이 지나치게 일본을 까고 있는 것 아니냐... 하면서 나온 '일본은 있다'도 읽어봤습니다. 사실 책으로서의 재미는 덜했지만 말이지요.

그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것이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창룡전도 읽었죠(창룡전은 고등학생 때였나 싶기도 합니다.) 당시 처음으로 접했던 은하영웅전설은 을지서적에서 무허가로 발간한 해적판(?)이었던 지라 후일담이라든가, 후기가 없었습니다만..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서 발간된 창룡전에서는 다나카 요시키의 일본정부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더군요. 사실, 한국인으로서의 반일감정이야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것이기도 합니다마는... 오히려 일본인 작가가 일본을 까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호오 그래?'하는 국뽕(?)이 조금 생기는 와중에도, '이게 과연 진짜일까' 하는 의문도 동시에 생기더군요. 고등학교 입학 전에 가족여행으로 큐슈는 한 번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그 땐 깃발따라 다니는 단체여행이었던 터라, 사실 아버지와의 경상도 여행에서처럼 일본인을 겪어본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때문에 대학교에 입학한 다음, 일본측에서는 동경대를 포함한 3개 학교, 한국측에서는 서울대를 포함한 2개 학교의 교류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에바와 은영전의 세례를 받은 것도 가입의 이유 중 하나이긴 했습니다만, 더 중요했던 건 매년 여름방학마다 한 해 걸러 서로를 방문하는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진짜 일본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 말이죠.

저는 도쿄를 갔을 때 [굳이] 야스쿠니 신사에도 가 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악의 축(?)의 결정체 같은 느낌의 공간이니만큼, 반드시 가 보리라 했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안내를 해 주는 일본측 대학생들의 반응은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한국인이 왜 거길 간대' 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특히나, 당시 역사교과서 문제로 한일 양국간 감정대립이 있던 시기였었는데, 한국측 대학생들이 완곡한 일본측의 거절의사에도 불구하고 꼭 가보겠다고 하니, 정말 당혹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해 여름의 야스쿠니 신사에 가 보고 나서... 같이 밥을 먹던 일본 대학생 친구가 그러더군요. '한일교류의 장으로 이 모임이 만들어졌는데, 굳이 야스쿠니 신사를 가 보겠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면서요. 마치, '자신들'처럼 한국에 대한 선의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굳이 거기를 찾아가는 게 좀 그렇다... 라던가요 아마? (당시 서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서툴렀던 탓에... 콩글리쉬 내지 쟈글리쉬로 대화를 나누었던 터라 그 뉘앙스까지 정확하진 않을 겁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얘네들도 사람이구나. 멋적은 거 별로 안 보여주고 싶어하고 가급적이면 좋은 것, 예쁜 것을 알리고 싶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요. 그래서 웃으면서 답변한 게... 한국인 대학생들 중에, '야스쿠니 신사를 가 보니 별 것 없더라' 할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될 것 같아서 굳이 안내를 요청했다고 답했죠. (정작 한국인 입장에서 '충격과 공포'가 될 만한 것은, 신사보다는 카미카제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유수관'이라는 박물관이었습니다.)

그게 2000년 여름이었으니, 벌써 22년이 되어가는 이야기네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다시 일본 학생들이 서울에 왔을 때, 술을 좋아한다는 친구와 레몬소주 피처샷 대결도 한번 해 보고, 제 자취방에서 닭을 뜯으면서 [과연 히까리는 어장관리의 달인인가 아닌가]를 놓고 진지하게 2:2 난상토론을 벌였던 기억도 납니다. (물론 술마시면서 했던 토론이라 결론은 기억이 안 납니다. -_-;;;)

뭐, 그 뒤로 일본에 대한 반감은 상당부분 희석되었습니다. 코로나 전까지는 두 해 걸러 한 번쯤은 홀로 일본 여행을 했고, 여행을 할 때마다 으슥한 선술집에서 생면부지의 일본 아재들과
- 왜 한국/일본의 축구/야구는 이 모양 이 꼴인가 하는 자학토론
- 오다, 도요토미, 도쿠가와 중 누가 가장 훌륭한 사람인가
- 한국에서는 촛불시위 같은 거 하던데 거기 가 본 적이 있나, 아니 화염병 날아다니는 시위도 해 본적 있나
- 일본의 맥주맛은 (한국에 비해) 어떠한가
등등의 이슈를 놓고 역시 콩글리쉬와 쟈글리쉬, 그리고 더듬더듬 하는 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어도 봤습니다.

자, 짐작하시겠죠. 결론은 똑같습니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더란 것입니다.


#3. 경험과 세계관

아마 피쟐 게시판에 댓글을 잘 찾아보면, 제가 개신교에 험담을 했던 흔적도 아마 남아있지 싶습니다. 뭐 혐오라면 혐오일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턴가 그 혐오의 정도가 확 낮아지는데요. 아마 군대에 있을 때, 한 동기가 읽어보라면서 보내준 개신교 성경책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때 성경을 한 번 - 제대로는 아니겠습니다만 - 쭉 읽어보고 나니, 결국 저기도 좋은 말씀 전하는 집단이네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겁니다.

혐오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때문에 저는 누군가의 혐오가 정당한지 아닌지를 판별할 재주도 없고, 판별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할 뿐이죠. 물론 오프라인에서 누군가 제게 '전라도 것들은...'으로 시작하는 언행을 한다면 인간관계를 손절하면 끝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이라면, 귓밥을 한 번 파면서 '아 네 뭐 그러시네요' 하고 말 듯 합니다.

그러나 전두환이 경상도 사람들의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것처럼, 일본의 우익 정치가들이 일본인들의 전형이 아닌 것처럼, '혐오'의 대상을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두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전두환은 - 여전히 - 혐오합니다만 경상도 사람들을 혐오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 '망언'을 내 뱉는 정치인들은 혐오하기도 합니다만, 보통 일본인들을 혐오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저는 일부 '극렬' 페미니스트는 혐오하지만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개념없는' 몇몇 외국인은 한국을 떠나주었으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나라에서 온 모든 사람들을 혐오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 세계가 그렇습니다.

아버지와 어릴 적 열흘 간의 경상도 여행, 일본 대학생들과의 교류, 일본 아재들과의 술자리에서의 대화라는 경험 때문에, 제 세계관이 그러한 것이죠. 그리고 이 부분까지 읽어주실 많은 다른 피쟐 회원분들 개개인의 경험과, 제 경험은 당연히 다를 겁니다. 저와 다른 경험을 해 오셨으니, 아마 세계관 또한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고요.


#4. 대혐오의 시대

세계관이 다르다 보니, 어떤 사안에 관하여 가지는 각자의 시각도 아마 당연히 다를 겁니다. 그리고 그러하다 보니, 동일한 사안을 두고서 견해도 달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게 가끔 극한까지 치닫기도 하지요. 이것이 더더욱 숙성되었거나, 혹은 곪아버린 끝에 요즘 인터넷은 대혐오의 시대를 맞이한 게 아닌가 합니다.

'체인지'라는 일드에서 주인공(일본 수상)이 미국 특사에게 말하죠. 정확한 대사까진 기억이 안 납니다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더더욱 대화를 해야한다' 뭐 그런 취지의 대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뭐 저는 혐오가 정당하네 부당하네를 떠나서, 혐오를 푸는 방법은 '싫어하는 집단일수록 더더욱 열심히 대화를 해 보고, 상대를 경험해보려는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그래봤더니 알겠더라고요.

뭐 여전히 누군가를, 혹은 특정 집단을 혐오하시겠다면야 제가 어쩌겠습니까. 저 역시 여전히 전두환에 대한 혐오를 거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혐오가 정당하네 마네를 논할 자격이 없긴 마찬가지죠.

다만, 생면부지의 일본 아재들과 콩글리쉬 또는 쟈글리쉬로 술에 꼴아서 한국축구에 대한 한탄(저)과 일본야구에 대한 분노(무명아재)를 나누어봤던 경험에 기초하여 말씀드려 본다면... 가급적이면 혐오를 최소화하는 게, 또는 혐오의 타겟을 두루뭉실하게 특정 집단이 아닌, 특정인으로 정조준하는 게, 더 즐거운 인생살이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겁니다.


#5. 맺으며

안 그래도 팍팍하고 삶이 힘든데... 내가 혐오하는 대상을 늘려가는 게 과연 즐거운 인생에 도움을 줄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 이만 점심 먹으러 가 보겠습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2-06 11: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료도로당
22/06/07 13:27
수정 아이콘
동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히까리는 어장관리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크
22/06/07 13:55
수정 아이콘
'힘 내 지지마'라는 대사를 (히로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를 두고
한일간 불꽃튀는 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사실 그 때 제 주장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서... (먼 산)
SkyClouD
22/06/07 18:08
수정 아이콘
하루카가 있기 때문에 히카리는 결국 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급률
22/06/07 13:34
수정 아이콘
은영전은 작가가 가끔 공연히 훈계하려 드는것만 빼면 꽤 재밌는 스페이스 오페라였죠. 근데 은영전 이후의 요시키 작들은 은영전만큼의 아웃풋을 못뽑는것같아요.

인생작 하나 내고 그 뒤로는 가늘게 유지만 하는 작가들이 간혹 있는데 요시키도 약간 그런느낌...
제3지대
22/06/07 14:39
수정 아이콘
변비로 똥이 며칠동안 안나와서 변비약을 먹고, 항문이 찢어질 정도로 모든 기운을 쏟아내서 그동안 쌓인 똥을 다 싼 후에 기력소진 탈진상태로 뻗어버리듯이 이 작가도 은영전에 모든 기운을 쏟아내고 기력을 소진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abc초콜릿
22/06/07 13:37
수정 아이콘
은영전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재밌는데 빠가 너무 많으니까 오히려 까가 되는 소설
22/06/07 13:51
수정 아이콘
[내가 혐오하는 대상을 늘려가는 게 과연 즐거운 인생에 도움을 줄지요?] 정말 공감하는 문장입니다.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행위입니다. 특정한 대상을 공격하고 조롱하고 혐오할 때에는 약간의 사이다맛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탄산이 빠진 다음 남은 것은 너덜너덜한 감정의 찌꺼기이고, 이런 것들은 내 마음 속 소중한 행복감을 좀먹는 경우가 많더군요.
올해는다르다
22/06/07 14:02
수정 아이콘
광역지자체는 다가봤고 그결과 지역감정이랄건 없는데, 대림동에 가면 조선족혐오가 없어질지 궁금합니다. 그런 사람은 한번도 못봐서.
일본 가면 일본 혐오는 줄겠지만. 과연..
22/06/07 14:15
수정 아이콘
제 지인이 은행원인데 대림동 인근 지점에서 2년 6개월 정도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근무 후에 조선족 혐오가 생기지는 않더라고요. 거기도 똑같이 진상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고..
22/06/07 14:40
수정 아이콘
제가 어쩌다보니 대림동 근처 시장을 1년 가까이 왔다갔다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조선족 분들이 많이 이용하시고 아예 중국어로만 간판이 붙어있는 가게들도 많았구요.

저는 매주 그 시장을 통과해 걸어가면서 그들도 사람이란걸 깨달았습니다. 대다수의 조선족 분들은 이국 땅에 와 그저 하루하루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시민일 뿐입니다. 저와 님처럼.
유료도로당
22/06/07 14:58
수정 아이콘
서울내 중국인 밀집지역 인근에서 2년정도 자취하면서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어려운 시장골목을 걸어다니고 거기 있는 양꼬치집도 여러번 갔는데, 오히려 그 이후로 선입견이 줄었습니다..
22/06/07 15:29
수정 아이콘
제 경험이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일본 유학생활 시절 식당에서 일했었는데 조선족 알바가 주변에 많았었슨다. 또, 조선족이랑 3달정도 같이 살아본 적이 있는데 그냥 그 사람들도 우리랑 큰 차이는 없더라구요.. 대부분 보통 사람들임.. 물론 이상한 사람도 당연히 있구요.
계층방정
22/06/07 15:44
수정 아이콘
영화로 따지면 청년경찰과 범죄도시가 그려내는 조선족이 서로 다르죠. 청년경찰은 범죄자 조선족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범죄도시는 범죄자 조선족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 조선족도 비중 있게 등장하고, 마침내는 그 범죄자 조선족이 보통 사람 조선족을 공격하는 장면까지 보여주죠.
-안군-
22/06/07 17:31
수정 아이콘
혐오는 안 없어질지 몰라도 중국인들 전체를 싸잡아 평가하는 생각은 좀 희석되겠죠.
전부 나쁜놈인것과, 그중에 가끔 좋은놈이 있긴 하더라... 정도만 돼도 꽤 큰 차이거든요.
영원히하얀계곡
22/06/08 04:11
수정 아이콘
저도 넷혐오를 많이 받는 조선족 아저씨들과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면, 여기서 열심히 번돈으로 자식 결혼할때 집마련해주고 그걸로 자식 기뻐해주는걸 보며 자기도 기뻐하고 자부심을 갖는 평범한 가장들이더군요.
-안군-
22/06/07 14:07
수정 아이콘
쭉 읽으면서, "혐오는 무지로부터 시작된다." 라는 명제가 전반적으로 느껴집니다. 저 역시 동감하고요.
근데 반대로 알면 알수록 혐오스러워지는 집단이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는지라...
22/06/07 14:23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런 이들은 계속 혐오하면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전두환을 알면 알 수록 더 혐오하듯이 말이죠.

다만, 알아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그러한 막연한 혐오감은 즐거운 인생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안군-
22/06/07 16:06
수정 아이콘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 자체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도 있기는 합니다. 서글픈 현실이죠. 그런 분들한테는 어떤 논리나 설득도 안통해요. 뭔가 자기 인생을 뒤바꿀만한 엄청난 경험을 하기 전에는 말이죠.
22/06/07 16: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 그러한 이들에 대한 대응을 '니 혐오가 틀렸어'는 식으로 하는 건 번짓수가 틀린 대응이라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논리나 설득이 안 통하는 이에게는,
뭐.. 혐오를 하든지 말든지.. 네 뭐 그러시든가요(후비적).. 이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뭐 혐오든 애정이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객관화되기 어려운 감정문제가 근원에 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올해는다르다
22/06/07 15:34
수정 아이콘
중국인하고 게임하면서 중국이 더 사랑스러워진 경험은 저도 그렇고 거의 없는 거 같긴하네요. 일본이나 서구 유저들하고 겜할 때 미담은 흔한데.
중국유저하고 그나마 가장 유사한 집단이 한국유저라는게 좀 아이러니하지만.
22/06/07 16:34
수정 아이콘
이쯤 되면 정말 대단하세요.
올해는다르다
22/06/07 16: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조선족은 충분한 모수를 안겪었으니 남의 의견도 그러려니하는데. 중국인은 천단위로 만나서 충분히 의견낼만한거 같은데. 집가시 논문이라도 인용할까요? 꼭 고귀하지 않은 의견만 내면 엄격한 잣대가 나오는데.
22/06/07 16:58
수정 아이콘
고귀하지 않으려면 근거라도 엄격해야죠.

고귀하지도 않고 엄격하지도 않은 의견을 왜 들어줘야 하나요?
22/06/07 17:11
수정 아이콘
야갤에서만 한국인을 만난사람이 한국인 혐오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도 돼죠?
The)UnderTaker
22/06/07 21:51
수정 아이콘
사람짜증유발시키는 플레이는 거의 대다수 한국인유저들이던데요..
올해는다르다
22/06/07 22: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조선족 개인에 대한 좋은 경험담에는 딱히 반박을 안했습니다.
그런 개별 케이스 애기는 서로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거니까요. 딱히 조선족이 그럴리가 없어! 모든 조선족은 암덩어리야! 이러면서 못믿어서 반박할 거리도 아니고요.
그런데 게임에서 중국인에 대한 문제를 거의 못 느낀다면 그건 반박을 안할 수가 없네요.
스팀 해킹(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게도 접속 주소까지 보여주더군요). 롤 트롤링. 와우 작업장(서버에서 인스턴트 던전이 생성되지 않을때까지 봇 생성). FPS 핵. 이런건 하나하나 뉴스로 나올 수준인데.

물론 한국인들이 게임을 짜증나게 하는데는 동의하지만, 중국인들은 게임을 생산수단으로 여기고 오만가지 패악질을 다하던데요. 중국인 작업장+작업장 주인 캐릭터를 10만단위로 썰었던 입장에선 좀 황당합니다. 핵은 pc방 기본 서비스 수준이고.
The)UnderTaker
22/06/07 22: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씀 하신 그 모든것들 한국인들도 다 해서요.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게임들중에 롤 한국섭 트롤, 핵등등도 한국섭에서 한국인들이 사용하다 걸린경우도 많고 트롤이야 뭐 말할것도 없고, 그외 기존의 유명했던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등 한국말 하면서 패악질하던 한국유저들(매우 원초적인 패악질이었던 입구막기가 어떻게 생겼나 생각해보면..) 작업장의 상당수도 한국유저들을 많이 만난경험, 오버워치에서 플레이 제대로 안하고 훼방놓는 플레이들만 생각해봐도 그 모든것들이 중국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거기에 일부러 한자 대충 긁어와서 중국인인척하던 인간도 몇명 잡아낸경험도 있어서요.

핵도 예전에 핵프로그램 팔던 인간이 지인중에 하나였는데 그냥 한국인들만 산다고 하더군요. 중국애들은 중국쪽에서 알아서 구하고
올해는다르다
22/06/07 22:47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한국인들도 다 하는데는 동의합니다. 그거보다 중국이 더 독하고 더 전문적, 기업적, 본격적으로 하는 정도.

뭐라 그래야하나. 아랫글에서 '야 중국,조선족 혐오하는 놈들아 그럼 너네가 서양, 일본에서 혐오당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류의 의견이 꽤 있었죠.
그런데 제 생각엔 한국 사람들이 장점이 있는거랑 별개로 단점(밖에 나가도 동화 안됨, 게임하면 악에 받혀서 생태계 망쳐놓음, 소위 어글리코리안, 등등)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 한국의 단점이 더 극대화된게 중국. 중국과 한국 사이에 있는게 조선족이라고 봐서요.
The)UnderTaker
22/06/07 22:49
수정 아이콘
인기가 좀 빠지면서 한국인들이 접어가는 과정의 게임들이 중국인들이 넘어와서 패악질로 뭉치면서 기존의 한국인들 더 접게 만드는 게임도 많이 있었죠.
계층방정
22/06/07 15:41
수정 아이콘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무지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옛날 일본에 대한 미움이 극심할 때, 일본어나 일본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조차 친일파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죠.

그리고, 위에처럼 날것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우리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로도 나타납니다. 그 이면에는 남의 말을 들어서 무지에서 벗어나면 혐오도 깨지고, 그러면 질서까지 깨지면서 안정된 세계관이 붕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안군-
22/06/07 15:53
수정 아이콘
확증편향이로군요.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은 반대되는 의견에 아예 귀를 막으려는 성향도 같이 나타나긴 하더라고요.
22/06/07 14: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 개개인을 혐오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특정집단을 혐오하는 것과 구별을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뭐...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혐오를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드러낸다면 혐오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라 그 걸 기반으로 우리도 혐오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 분들은 혐오를 반대하는게 아니라 혐오를 너무 사랑해서 다른 사람들이 혐오를 드러내는걸 너무 좋아한다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것도 혐오일려나요? 반대편도 혐오하는데가 아니라 반대편도 우리편도 혐오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은때까치
22/06/07 14:32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생각하는게 비슷하시네요! 다들 행복하게 삽시다!
22/06/07 14:37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사람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다양한 면을 갖고 있더라고요.
22/06/07 14:49
수정 아이콘
무지와 타자화에서 혐오가 나온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남을 증오하고 혐오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자기가 혐오하는 그 집단에 속해 있어도 그런 비난을 듣는 게 정당하다고 느낄 때만 그런 말을 했으면 합니다.
-안군-
22/06/07 16:08
수정 아이콘
반대 경우도 있긴합니다. 저쪽 집단이 우리를 혐오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을 혐오하는게 정당하다고 여기는 경우요. 최근 한국의 페미니즘이 딱 그런 논리고, 이슬람의 서구혐오 등도 같은 맥락이 될 것 같네요.
라투니
22/06/07 14:54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필요한 공간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무한도전의삶
22/06/07 15:08
수정 아이콘
[때문에]에 집착하는 삶은 이제 그만두려고 합니다.
무조건 달성할 거라는 확신은 없어도 내가 긍정하는 가치를
세우고 다가가며 사는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조메론
22/06/07 15:10
수정 아이콘
추천 열개정도 드리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2/06/07 15:26
수정 아이콘
개개인의 기피나 혐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예전에는 대놓고 드러내기가 힘든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에 기반한 훌륭한 공간이 생겨서 실제보다 더 과표집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들어 어떤 커뮤의 이용자가 10만명이라 치면 그 중에서 50명만 작정하고 혐오 관련 주제로 글을 써서 댓글로 장판파를 펼치면 굉장히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 같은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빠는외계인
22/06/07 15:57
수정 아이콘
취지에 매우 동감합니다. 다만 이렇게 혐오가 많아진 시대에서는 "하지 않을 수 있었던 혐오감정을 일부러 꺼내는" 경우보다 "억누르기 어려운 혐오감정이 튀어나온"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어요.
혐오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히 다루어져야하는 건 맞지만, 거기에 대해 논리적인 비판만 하는것은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혐오를 참는게 힘들어지도록 내몰린 감정에 대해 다루어야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논리가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uantum21
22/06/07 16:29
수정 아이콘
아무리 대혐오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전 글쓴분과 같은 분이 다수이고 그래서 이 사회가 지탱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이 갈수록 극단적 모습이 더 강화되는것 같은 모습에 종종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건 사실입니다.

뭐랄까... 예전이라면 각자 마음 속에 숨겨진 부조리함이 이제는 공개된 곳에 드러나게된 초-커뮤니테이션의 시대가 되었고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이런게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 사태보다도 더 중요한 인류 의 아닐까 싶을때도 있습니다.
류지나
22/06/07 17:04
수정 아이콘
솔직히 어장 관리는 히까리가 아니라 히로가 한거라고 봐야...
22/06/07 18:43
수정 아이콘
그 당시, 취중에 난상토론을 벌였던(저 포함) 한일 대학생 4인이...
당시 모두 20대 초반의, 솔로 남학생들이었던 점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orz
눈물고기
22/06/07 17:53
수정 아이콘
저는 조선족 분들중에도 마음씨 좋은 분들도 꽤 많이봐서
본문에 공감이 되네요...
22/06/07 17:54
수정 아이콘
코로나가 빨리 전세계적으로 종식되었으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빨리 다시 국제교류가 활성화되었으면 하는겁니다 크크
22/06/07 18: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 스스로도 막연한 일본과 미국에 대한 혐오를 헤쳐왔다고 생각하는지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그저 단체를 싸잡아서 하나의 막연한 대상으로 놓고 생각할 때는 혐오가 있었고, 그 단체 개개인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막연했던 혐오가 해체되어갔다고 생각하는데, 어딘가에는 분명 혐오할 대상이 정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는게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22/06/07 18:50
수정 아이콘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聖人皆孩之."
-도덕경 47장-
22/06/07 19:00
수정 아이콘
좀 다른 얘기지만 빨리 코로나도 완전히 풀리고 다들 여행도 가고 하면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제 세계관이 많이 변하고 둥글둥글해지던 때는 항상 여행하고 이 사람 저 사람 겪게 되면서 였거든요.
국내도 넓어지지만, 국내 여행은 대부분 들을 때마다 찐으로 목적지 찍고 돌아오기 투어로 점점 바뀌는 거 같더라구요
(맛집 핫플레이스 꼭 가봐야 할 전시장 등등 그냥 목적지 주르르륵 찍으면 귀가 혹은 호텔 끝 같은)
AaronJudge99
22/06/08 15:38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제가 해본 여행..이라 하면 부모님 손잡고 가는 가족여행밖에 없었어서(코로나 전엔 미성년자였고, 겨우 어른 되니까 코로나 쿵 ㅜ) 선생님처럼 여러 사람 만나고 부딪혀보고 한 경험이 없다시피 해서 뭔가 동경이 생깁니다 흐흐
저는 해외를 가도 뭐 미술관 박물관 명소 가서 멋진거 보고 우왕 멋있다 하고 음식점 가서 우왕 맛있다 이러고 왔었거든요 크크크
여러 사람 만나보는게 자유 여행의 묘미인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 중에선 나쁜 사람도 분명 많으니 누가 뭐 준다고 덥석 먹지 말고 치안 주의하면서 다녀야겠지만요 크크
22/06/08 19:21
수정 아이콘
영어 듣기에 문제없고 손짓발짓에 주저함만 없으면 유럽권은 거진 프리패스고 어지간한 데는 다 되서..
명소 가는 것도 당연히 중요한데 진짜 로컬들 가는 식당 가서 여유부리며 있어보기만 해도 달라요
길거리 걷고 하면서...
마스터충달
22/06/07 21:50
수정 아이콘
그저 추천
방구차야
22/06/07 21:57
수정 아이콘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개인화되가는 세상에서 역으로 분노와 혐오의 대상이 늘어나며 또 구체화,논리화 되가는건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과거엔 반공과 지역감정, 반일, 반미감정이 결국 애국이나 민족공동체라는 가치로 뭉뚱그려졌었다면, 지금은 나아닌 다른 이들을 온갖 이유를 들어 혐오하는 사회가 되버렸죠. 다른 성별, 다른 세대를 혐오하고 무자녀,유자녀,반려동물,주문하는사람,주문받는사람,앞에앉은사람,뒤에 선사람... 그냥 나아닌 모든 존재를 부정하고 다 사라지게하지 못하니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척하며 계속 분을 삭이고 꿈틀거리는 모습입니다. 어차피 다들 완벽하지 못하고 적당히 똥뭍은 상태로 사는게 인생이지만 나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에 흠집은 확대해 파고들어 끝장을 봐야지만 내인생의 완전무결함이 보상받는듯한 느낌입니다.

어떤 민족이나 지역민도 완벽할수 없고 개인은 더더욱 그러할겁니다. 오히려 남의 흠을 통해 본인의 치부와 열등감을 감추고 호도할수있으니 더욱 상대의 겨를 지적하는것일지도 모르죠. 본능으로 돌아가보면 현대사회에서 그런 여유로운 애타심을 가지기 힘든 자기소멸의 불안함을 많은 사람들이 장착하고 있는게 아닌가합니다. 내가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생존하기위해 올라가는 속도는 스스로 느리게 느껴지는데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남들의 속도는 그보다 빠른것같으니 누구라도 스텝꼬여 자빠지는 모습을 통해 잠시의 안도를 느끼고 또 반복해서 그런 안도를 찾아해메는 것일수도 있죠. 그 나자빠지는 모습을 특정집단으로 타겟팅할 경우 마치 대량학살에 준하는 희열을 느낄지도 모르고요. 특정집단을 비난할때는 역으로 그외집단에 대한 소속감도 느낄수있습니다. 남자를 비난하면 여성이라는 이유의 소속감이 생기고 여자를 비난하면 남자라는 소속감이 생깁니다. 비슷한 조건의 남들에게도 이 기준에서의 피아를 강요해버리는거죠. 4050을 비난하면 2030이라는 소속감이 생기고 젊은것들 비난하면 마치 본인은 나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우월한 존재가 됩니다. 모든 혐오의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가치부여도 되지않는 그냥 자연스런 상태의 조건에 반하는 타집단을 비난하는것만으로 그조건을 가졌다는 심리적안도감이 따라오고 거기서 느껴지는 분노의 아드레날린은 다시 삶의 에너지로 착각되어 악순환의 반복이 이뤄지는거겠죠.
22/06/07 22:29
수정 아이콘
사랑합시다. 모두들.
번개맞은씨앗
22/06/07 22: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관련하여 혐오에 대한 제 생각을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혐오는 기본적으로 '피하기' 위한 감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감정이란게 이런저런게 복합되기 쉬운 거죠. 그런 관점에서 '혐오의 성분'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혐오의 성분으로 '집단주의'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함께 혐오함으로써, 서로 친해지는 것입니다.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친밀감이 생기고, 내편이란 생각이 드니 친밀감이 생기는 거죠.

따라서 혐오는 '친해지기 위해서' 일어나는 수가(또는 강화되거나 또는 고착되는 수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러셀의 <사람들의 왜 싸우는가>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를 야기하는 주요 원천은 본능적인 호감과 공통의 목적이다. 둘 중에서 공통의 목적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겠지만 사실 공통의 목적은 본능적인 호감이나 혐오감을 낳는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이다. 좁게는 가족부터 넓게는 민족까지 생물학적 관계에 근거한 집단은 본능적인 호감에 의거해서 형성되고 이 토대 위에 공통의 목적을 세운다. 본능적인 호감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그 사람 곁에 있으면 흥이 나고, 그 사람과 함께 대화하고 일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게 하는 감정이다. 본능적인 호감의 극단적인 형태는 연애 감정이다. 그러나 본능적인 호감은 아무리 실낱같은 것이라 해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더 우호적인 감정을 느낀다. 유대인을 혐오하는 사람은 유대인이 곁에 있을때는 기독교인에 대해서 무턱대고 호감을 느낀다. 백인들은 중국이나 아프리카 오지에서 백인을 만나면 대단히 반가워한다. 공통되는 혐오감은 본능적인 호감을 가장 빈번하게 야기하는 원천이다.'

그런데 왜 집단주의가 강화되는지가 문제될 것입니다. 왜 혐오를 통해서라도 집단이 뭉쳐서 친밀감을 높여야 하는지 문제될 것입니다. 제 생각에 그 원인 중 하나는 두려움이라 생각합니다. 혼자이기에는 불안하거나 두렵기 때문에, 집단과 친밀해지려고 하는 것이고, 외부를 향해서는 혐오를 표출하게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헬조선이라면서 자기비하를 하던 때가 얼마되지 않았죠. 자살자 수도 많습니다. 저출산도 우울증과 불안증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결국 과도한 혐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혐오하지 말고 관용하며 살자'라는 말로는 부족한 거라 생각합니다. '혐오하는 사람은 혐오스럽다'라는 말로도 곤란한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왜 불안을 느끼며 사는지 왜 우울해지는지 그걸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문적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Euthanasia
22/06/08 01:0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저 화이팅
22/06/08 02:52
수정 아이콘
개개인이 특정 대상에 어느정도 반감을 가지는건 뭐 인간이라면 살면서 자신의 경험에 따라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러한 반감이 과연 혐오라는 표현을 쓸 정도인가에 의문을 품고 있네요. 혐오라는 단어가 너무 남용이 되는것이 아닌지 말이죠. 물론 개인에 따라 그 기준은 다르겠습니다만
22/06/08 03:55
수정 아이콘
[반박시 님 말이 맞음] 하나로 대변되는 요즘 세태입니다
22/06/08 08:28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고, 아름다운 생각입니다

저는 글쓴분 같은분이 좋아요

문제는, 맑은물을 흐리는건 간장 몇방울로도 충분하다는거겠죠

글쓴분과는 다른사람들이 더 크게 호응받는 시대고 더 극대화된게 온라인입니다

스스로 점잖다고 생각하는 pgr 마저도 그래요

때문에 이 글에서 청량함을 느끼다가도, 좀 우울해 집니다
AaronJudge99
22/06/08 15:04
수정 아이콘
0.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이야 이분 인생 엄청 재밌게 사셨구나 크크]하는 거였습니다
뭔가 제가 좀 낯을 가리는(요즘은 그나마 덜하지만요) 성격이라 그런지 생면부지의 사람들, 특히나 외국인하고는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막 다가가서 서로 이런저런 얘기 나눌 용기가 생기진 않더라구요 크크 그래서 뭔가 우왕 재밌었겠다 하고 부러움이 생겼습니다 흐흐
1. 저도 어렸을땐 막연히 보수정권이나 보수쪽 진영에 반감이 있었는데(부모님께서 친민주당 성향이 있으셔서,아무래도 영향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머리가 굵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접하다 보니(비록 인터넷상에서 접한거긴 하지만요) 저 사람들도 그냥 똑같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거,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이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하고 좀 다를 뿐인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다음부터 정치 성향을 가지고 일단 선부터 긋고 보지는 않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조금 더 좋아하고, 조금 더 싫어하는(dislike) 쪽은 있지만, 혐오(hate)는 좀 덜해진 것 같습니다.
2.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 정치인들,특히나 시진핑 같은 정치인들을 무척 싫어하는 편입니다. 어쩌면 혐오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적 결례, 외교적 압박, 권위주의, 민주주의와 위구르 탄압..등으로 인해서요.
그렇지만 중국인을 [싹다] 혐오..하는건 경계하게 됩니다. 일반화는 별로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서요. 비록 커뮤니티에서는 매번 중국인을 싹잡아 비난하는걸 많이 보게 되지만요…
3. 혐오라는 감정을 많이 갖고 있는건 나 자신에게 별로 좋지는 않다는 말씀에 엄청 공감하게 되네요… 저도 그거 깨닫고 혐오를 좀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좀 더 행복해진것 같아요. 그리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니까 좀 덜 각박해졌다고 할까요? ‘제 가치관’에는 조금 어긋나는(ex:탕수육 부먹..민초아이스크림..뭐 이런것도 있지만 조금은 무거운 주제들도 있죠 흐흐) 다른 사람의 행동, 사상이더라도 어지간하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게 되는것 같아요. 물론 살인,불륜,폭행,ntr같은 [선넘네!!]소리가 절로 나오는 행동들은 그렇지 못하지만요 크크
22/06/08 19:03
수정 아이콘
위에 달아주신 댓글을 보니, 이제 막 성인이 되신 분인듯 합니다. 일단 축하드립니다.

이 글에 적은 제 경험은 그저 만화같은 시절을 보낸 제 10대와 20대의 편린일 뿐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AaronJudge99님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아재가 되고 나면 젊은 시절의 무용담이든, 아니면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될 만한 이야기는 다 가지고 있지 싶습니다.

감히, 부탁드립니다만.. 부디 그 시절을 재미나게 즐겨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사이트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이 사이트의 주인장이신 pgr21님이 남기신 글이 있었는데요.
저도 정확하게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모니터 안의 세계보다는 진짜 세계를 더 겪어보는 것을 어린 회원들에게 권유하셨던 기억이 납니다.(아, 그 땐 저도 20대 초반이었습니다..)
(pgr이용 시간은 적을수록 좋다고 하셨던가... 뭐 그랬습니다.)

어언 20여년이 지난 다음, 제가 이제는 그 시절 pgr21님의 나이와 비슷해져 버렸는데요.....

이 사이트에서의 의견교환도 좋고, 밤샘 키배도 좋고, 가끔 제 잡문을 읽으시는 것도 제게는 감사한 일입니다만...
부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더 많은 분들을 뵙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고, 더 많은 경험을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끝에.. 다시 한 20년 지나서는.. 저의 잡문보다 더 좋은 글을 남겨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2/06/08 16:22
수정 아이콘
화이부동 구동존이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669830&cid=50801&categoryId=50804

https://ko.dict.naver.com/#/userEntry/koko/3d7c800a7885cfe593eddee95fddfddd

라는 글귀를 어릴 적 주워들었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지키기 참 어려운 말이더군요.
그래도 잃지 않아야 할 가치라 생각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AaronJudge99
22/06/08 16:27
수정 아이콘
오..좋은 말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서지훈'카리스
22/06/09 08:59
수정 아이콘
세상은 넓고 계속 이런저런 경험을 쌓는게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혐오는 온라인 게시글 하나에도 쉽게 할 수 있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Old Moon
22/06/27 11:39
수정 아이콘
이런 글에 가장 먼저 공감하면서 비하 단어는 방치하는 운영을 하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는게 좀 웃기네요.
24/02/14 16:43
수정 아이콘
완전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23 [테크 히스토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의 역사 [29] Fig.12388 22/06/13 2388
3522 개인적 경험, 그리고 개개인의 세계관 [66] 烏鳳2255 22/06/07 2255
3521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12] 及時雨1977 22/06/06 1977
3520 몇 년 전 오늘 [18] 제3지대1920 22/06/05 1920
3519 [15] 아이의 어린시절은 부모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24] Restar3508 22/05/31 3508
3518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2546 22/05/30 2546
3517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3] 몽키.D.루피3273 22/05/28 3273
3516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9] Fig.12521 22/05/25 2521
3515 [15] 할머니와 분홍소세지 김밥 [8] Honestly2505 22/05/25 2505
3514 [15] 빈 낚싯바늘에도 의미가 있다면 [16] Vivims2958 22/05/24 2958
3513 [15] 호기심은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 [6] Story2892 22/05/20 2892
3512 [15] 신라호텔 케이크 (부제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9] Night Watch2809 22/05/18 2809
3511 [15] 1주기 [10] 민머리요정2509 22/05/18 2509
3510 나른한 오후에는 드뷔시 음악을 들어봅시다 [19] Ellun2692 22/05/17 2692
3509 [15] 다음 [3] 쎌라비3446 22/05/17 3446
3508 늬들은 애낳지마라.....진심이다... [280] 런펭7006 22/05/16 7006
3507 착한 사람이 될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 있는가 [27] 아빠는외계인3782 22/05/13 3782
3506 [15] 꽃으로도 때리지 않겠습니다 [18] 나래를펼쳐라!!2973 22/05/12 2973
3505 러브젤 면도 후기 [47] speechless4530 22/05/12 4530
3504 우리에게는 화형식이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성대한 [33] 12년째도피중5142 22/05/12 5142
3503 [15] 어느 여자아이의 인형놀이 [19] 파프리카너마저4484 22/05/12 4484
3502 나는 어떻게 문도피구를 우승하였나? [77] 임영웅4220 22/05/10 4220
3501 음식.jpg [42] 이러다가는다죽어3600 22/05/10 360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