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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11/03 12:28:41
Name 글곰
Link #1 https://brunch.co.kr/@gorgom/145
Subject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1)
쓰기에 앞서



밥 딜런이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꽤나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문학상’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로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논란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노래란 본질적으로 문학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다.

굳이 문학의 역사를 끄집어낼 것까지도 없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실어 시(詩)를 지었고, 거기에 음률을 덧붙여서 노래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운문이란 애초부터 노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노랫말이 문학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애당초 의미가 없다. 노랫말이 문학이 아니라면, 인류 문학의 절반가량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리고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신해철이 지은 노랫말을 살펴보는 건 그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적절한 방법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신해철이 걸어온 삶의 역정이나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논할 생각이 없다. 그럴 깜냥도 없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건, 그가 남긴 노랫말을 통해 신해철이란 사람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신해철은(물론 그 자신은 전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에 인격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모로 꽤나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철이 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굳이 시간과 심력을 들여가며 이런 일을 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지겨우리만큼 길고 장황한 미괄식 글은 천대받기 마련이다. 그러니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결론부터 내릴 필요가 있겠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신해철은 일평생 자신이 소년이기를 바랐던 사람이었다고.

소년이란 완성되지 못한 어른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모순된 존재다. 가슴 한편으로는 정의감과 열정을 품고 있지만, 반대편으로는 치기와 미숙함을 끌어안고 있다. 신중함이 부족한 탓에 종종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도, 동시에 남다른 끈기가 있어 다시 일어나 달리기 마련이다.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는 솔직하고 순수한 존재지만, 그건 한편으로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잠자리의 날개를 뜯어내는 잔인한 순수함이기도 하다.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꿈을 향해 기꺼이 온몸을 던지지만 때로는 그 방향이 어긋난 경우도 다반사다.

내가 아는 신해철은 그런 인물이었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조차 여전히 소년의 마음을 간직한 사람이었고, 서른을 넘어 마흔이 되어서도 여전히 꿈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품고 좌충우돌 살아간 사람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평생토록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었고, 그러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이 글은 감성적인 글, 생각보다 좀 더 감성적인 글, 21세기의 기준으로는 낯부끄러울 정도로 감성적인 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러한 20세기 말엽의 감성에 적응하지 못할 사람은 지금이라도 이 글을 읽지 않기를 권한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지난 세기말에 격동했던 감성들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어 옷장 구석 어딘가에 처박힌 지 오래 된 까닭이다.  

하지만 그런 감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물리적인 나이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여겨지는, 심지어 아직까지도 꿈이라는 단어에 희미한 동경심을 느끼는 그런 철부지 어른이들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 글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


<향후 목차>

-1989-1991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나에게 쓰는 편지 / 길 위에서

-1992-1994 : 아버지와 나 / 영원히 / 껍질의 파괴 / The Dreamer / The Ocean

-1995-1997 : 세계의 문 / 아가에게 / Hope / 해에게서 소년에게 / The Hero

-1998-2000 : It's Alright / 매미의 꿈 /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 민물장어의 꿈 / Friends

-2001-2008 : 개한민국 / 서울역 / 힘을 내! / 증오의 제국 / 개판 5분전 만취 공중해적단

-2009-2014 : Goodbye Mr.Trouble / 단 하나의 약속 / Welcome To The Real World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0-03 11:4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곰님의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리즈

https://pgr21.co.kr/freedom/93949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2)

https://pgr21.co.kr/freedom/93959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3)

https://pgr21.co.kr/freedom/93969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4)

https://pgr21.co.kr/freedom/93983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5)

https://pgr21.co.kr/freedom/93988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6)

https://pgr21.co.kr/freedom/94001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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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드로븀
21/11/03 12:46
수정 아이콘
[해에게서 소년에게] - 넥스트
눈을 감으면 태양에 저편에서 들려 오는 멜로디 내게 속삭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너 자신을 시험해 봐 길을 떠나야 해
니가 흘릴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거야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려 들지마 힘이 들 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Now We are flying to the universe 마음이 이끄는 곳, 높은 곳으로 날아가

더 높이 더 멀리 너의 꿈을 찾아 날아라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다음에 올 사람들이 널 인도하고 있는 거지..


글 잘봤습니다. 라젠카 앨범 무한반복 걸러갑니다.
먼산바라기
21/11/03 13:00
수정 아이콘
사실 원래 있었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중 '해'는 '바다 해'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는 깜놀한 기억이 나네요.
21/11/04 06:51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까지도 태양으로 잘못 알고 있었네요 크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열혈둥이
21/11/03 13:06
수정 아이콘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가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않게 어서 나타나줘.

--

제가 피지알에서 엄청 감상 돋게 본 글이 있어서 찾아봤네요
https://pgr21.co.kr/freedom/54565?page=2&divpage=19&ss=on&keyword=%EC%8B%A0%ED%95%B4%EC%B2%A0
저도 내 중2병의 8할은 신해철과 패닉이였다고 말할수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21/11/04 03:50
수정 아이콘
신해철 + 패닉 받고 김윤아 더하겠습니다.
엘케인
21/11/04 13:03
수정 아이콘
패닉은 대학생때라... 전 신해철과 공일오비로 하겠습니다.
21/11/03 13:06
수정 아이콘
본문이랑은 별 상관없고 글 도입에 대한 딴지라서 죄송한데, 밥 딜런 노벨상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면 노래가 문학의 일부가 되느냐로 논쟁이 붙었던 게 아니고 밥 딜런의 가사가 좋긴 한데 그게 진짜 노벨문학상 레벨(?)로 좋냐 라는 쪽이었던거 같은데요. 사실 밥 딜런에 상을 주는 것 자체가 그런 논란을 일으켜서 관심 좀 끌어보자는 정치적 고려 빼고 얘기할 수 없는 거겠기에 논란이 없었다면 위원회 쪽에서 도리어 서운해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그런 식으로 상의 권위를 제고해 보려고 한 결과가, 밥딜런이 상 받을지 말지 안밝히고 질질 끌어서 위원회가 망신당하고 상받아달라고 질질 매달리는 꼴이 되면서 문학상 권위가 오히려 더 폭락한 건 꼬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와 별개로 당시 밥딜런의 행보는 참 레전드답지 않게 쪼잔시러웠다고 생각하네요. 걍 확 안받던가, 받긴 받으면서 이런 상 나님한테는 필요없지만 바치겠다고 애걸복걸하니 받아준다 이런 광경을 연출하는 게 뭐가 쿨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제가 몰랐다면 죄송합니다만.)
21/11/03 13: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빨리 다음글 써 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21/11/03 13:09
수정 아이콘
The Hero 가장 좋아합니다.
21/11/03 13:12
수정 아이콘
미리보기 결제창은 어디 있나요?
EK포에버
21/11/03 13:12
수정 아이콘
지금이었으면 재즈카페는 그 쪽에서 논란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읍니다.

'토론하는 남자 술에취한 여자' 남자는 토론하고 있는데 여자는 술에 취해있다면서..
21/11/03 13:21
수정 아이콘
지금이었으면 그렇게 안 썼겠지요.
21/11/03 19:06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는 뭐라 하는 사람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목소리가 커지지 못해서 그렇지.
及時雨
21/11/03 13:18
수정 아이콘
덧글 많이 달게 될 예감이 드네요.
정말 좋아했고 아직도 많이 그립습니다.
순둥이
21/11/03 13:21
수정 아이콘
정말 해철이형은 낭만?이 있죠. 겉멋이라고 해야할까 흐흐
모리건 앤슬랜드
21/11/03 13:32
수정 아이콘
새벽까지 책상앞에 앉아 공부했던 이유중 하나는
합법적으로 깨어있은 채로 그의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였습니다

락커가 그렇게 살면 멋이 없잖아
하던 그가 생각나네요.
졸려죽겠어
21/11/03 13:37
수정 아이콘
가끔가다 생각나서 들으면
들을때마다 좋더라구요..
류지나
21/11/03 13:56
수정 아이콘
고딩때 신해철 씨의 고스트스테이션이 대인기였는데... 아쉽게도 저는 락에 대해서 잘 몰라서 안 들었던 기억이......
21/11/03 19:57
수정 아이콘
듣고 싶네요 고스. 삼태기 메들리 돌려놓고 가면 그렇게 허무 할 수가 없었는뎅
엑세리온
21/11/03 14:11
수정 아이콘
기일이 딱 일주일 전이었군요. 이젠 신해철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StayAway
21/11/03 14:15
수정 아이콘
중2병과 싸이 감성의 아버지.. 근데 그땐 그런게 멋있어 보이던 시절이긴 했음.
21/11/03 15:28
수정 아이콘
해에게서 소년에게 하고 먼 훗날 언젠가 이 두개 무한으로 듣기 좋아했었는데 들으러 가야겠네요.
-안군-
21/11/03 17:30
수정 아이콘
선결재 버튼인줄 알고 눌렀는데 추천버튼이었군요. 아쉽.
태바리
21/11/03 19:20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바로 육성으로 18이 나왔습니다.
글쓴이에게가 아닌 아쉬운 맘에... ㅜㅜ
시지프스
21/11/03 20:09
수정 아이콘
정말 고대되는 글입니다. 제 유년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낸 해철이형. .
raindraw
23/10/04 09:34
수정 아이콘
추천게시물에 올라와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해철이형님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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