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09/21 17:01:10
Name Fig.1
Link #1 www.fig1.kr/history
Subject [역사] 가장 오래된 인간의 친구 / 개의 역사 (수정됨)

1. 3단 진화, 늑대 → 개-늑대 → 개

고대 늑대들은 인간들이 먹고 버린 음식을 먹으며 공존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죠. 하지만 언제 어떻게 개가 되었는지는 아직도 논쟁이 되고 있어요.

고대 동물 유골 전문가인 팻 시프먼 Pat Shipman의 가설에 따르면, 4만 5000년 전 인류는 개-늑대 dog-wolf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했을 것으로 봅니다. 매머드 해체 장소에서 매머드의 뼈와 개-늑대의 뼛조각이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개-늑대는 과거의 늑대나 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진 갯과 동물인데요. 오늘날의 개나 늑대의 조상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요. 다만 개-늑대는 훗날 가축화된 개와는 큰 차이가 있어서,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 멸종한 것으로 추측되죠.



2. 개는 어디 출신일까? - 동남아시아 vs 이라크

가장 오래된 개 그림
[이라크 동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개 그림 © 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

앞서 말했다시피 개의 등장에 대해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DNA 조사로는 10만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고, 화석에 의한 연구에서는 약 35,000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죠.

한편 DNA 연구 결과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개의 조상이 나타났다고 보았지만, 가장 오래된 개의 유적은 이라크의 한 동굴에서 발견되었죠.
여담으로, 개들 가운데에는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요. 딩고라는 품종은 3~4천 년 전 아시아 지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야생화되었어요.



3. 기원전부터 사용된 개목걸이

메소포타미아 유물에서의 개목걸이
[메소포타미아 유물에서 보이는 개목걸이]

기원전 14세기의 이집트 왕실 부채 관리인의 무덤에서 개목걸이 2개가 발견되었어요. 한 개목걸이에는 선인장 꽃과 말들이 그려져 있었고 황동 단추가 장식되어 있었죠. 다른 목걸이에는 염소와 가젤을 사냥하는 개들이 그려져 있었고, 개의 이름인 탄타누트가 새겨져 있었어요.

서기 79년 델타라는 이름의 개목걸이가 출토되었는데요. 목걸이에는 바다에 빠질뻔한 주인을 구해준 일, 강도를 물리쳐 주인을 구한 일, 늑대에게 공격당한 주인을 살린 일이 새겨져 있었죠.

프랑스의 샤를 5세의 개는 진주와 루비가 장식된 벨벳 목걸이를 하고 다니기도 했어요.



4. 인간이 만들어놓고 순종?!

도그쇼
[1877년의 도그쇼]

빅토리아 시대에는 인공적인 교배로 다양한 품종이 나타났는데요. 오늘날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품종은 이때부터 생겨나죠.

그리고 자신의 개를 과시하기 위해 도그쇼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도그쇼는 출전한 개가 얼마나 순종과 비슷한가를 평가하는 전시회이죠. 1850년 퍼그 전시회가 열렸고, 1852년 스패니얼과 소형견을 위한 쇼가 열렸어요. 하지만 세계 최초로 공식적 인정을 받은 쇼는 1859년 영국 뉴캐슬어폰타인의 뉴캐슬 시청에서 열린 쇼였죠.

도그쇼는 켄넬 클럽(Kennel Club)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데요. 켄넬 클럽에서는 개 품종에 대한 분류와 기준을 세우죠. 현재 켄넬 클럽에서는 약 400여 종의 개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어요.



5. 진도의 개가 한국을 대표종이 되기까지

기슈견
[일본의 기슈견]

진돗개의 기원에 대해서는 송나라 배가 파선해 그 배에 있던 개가 표착했다는 설, 몽고 목장개가 진도 목장견으로 쓰였다는 설, 진도 토종개가 늑대와 교배해 되었다는 설 등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학설은 신석기 때부터 있어 온 개가 진도라는 섬의 지리적 특수성 속에서 외래견과의 혼종이 덜 되어 진돗개로 발전되었다는 것이죠.

진돗개를 비롯한 다양한 토종개가 우리나라에 있었는데요.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전쟁 시 방한용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토종개를 대규모로 도살했죠. 불행 중 다행으로 193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진돗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멸종을 면할 수 있었는데, 진돗개가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기슈견과 닮았기 때문이었어요.

광복 후, 1962년 진돗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순종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이유로 1960년대까지 세계 견종 협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이를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69년 직접 진도로 내려가 진돗개 30마리를 사들여 150마리까지 개체를 늘립니다. 그중 확실하게 순종이라 할 수 있는 한 쌍을 찾았고 1979년 정식 품종으로 인정받게 되죠.



6. 삼성이 만든 안내견 학교

고대 안내견 그림
중세 그림에서 안내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언제부터 안내견이 등장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공식적인 안내견은 1916년 독일에서 등장한 독일셰퍼드 종인데요.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시력을 잃은 군인을 위해 설립된 최초의 안내견 훈련센터 출신이었죠.

국내 최초의 안내견은 셰퍼드 종의 '사라'인데요. 대구대학교의 임안수 교수가 1972년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안내견과 함께 귀국한 것이었죠. 그로부터 21년 뒤인 1993년에야 국내에서도 안내견 학교가 설립돼요. 삼성화재의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것이었죠.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의 최초 졸업생은 리트리버 종의 '바다'예요.



<참고문헌>
Anders Bergström et al. (2020). Origins and Genetic Legacy of Prehistoric Dogs. Science vol.370. no.6516. pp. 557-564
브라이언 페이건. (2016). 위대한 공존. 반니.
이주은. (2019).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파피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URL:https://www.britannica.com/sports/dog-show
Walter R. Fletcher. (1975.03.20). A Brief History of the Dog Show. NY Times.
김정미. (연도미상).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나는 한국의 대표 토종개다!
삼성안내견학교 https://mydog.samsung.com/kor/social/guidedogCenter.do
윤지원. (2020).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남달랐던 반려견 사랑 URL:https://cnews.smartfn.co.kr/view.php?ud=2020102617514563361ce6734095_46&ssk=smartfnedit_tv&idx=4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9-15 12:0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126양력반대
21/09/21 17:11
수정 아이콘
안내견학교는 박수 받아야할 삼성의 사회공헌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1/09/21 17:12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몰라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안내견 학교 만들어 준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삼성이라는 그룹, 이건희라는 사람에게 맞는 진짜 품위 있고 격이 있는 행동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분란유도자
21/09/21 17:54
수정 아이콘
알게 모르게 삼성이 사회공헌한다고 이것저것 많이 해줬네요. 하긴 이런건 기업이 해줘야죠. 나라에서 안해주니 뭐.. 아니다 나라에서 절대해주면 안됩니다. 세금이나 뜯어서 뭐에 쓰는지도 모르게 쓸테니
21/09/21 18:21
수정 아이콘
딴지 거는 건 아니고 잘 몰라서요.

매머드 해체 장소에서 매머드의 뼈와 개-늑대의 뼛조각이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이죠.---이게 사람과 개늑대가 함께 매머드를 잡았나는 증거가 되나요? 사람이 매머드도 잡고 개도 잡았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닐까요?
Its_all_light
21/09/21 21:26
수정 아이콘
여러 장소에서 개-늑대와 매머드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말씀해주신대로 확실한 증거는 되지않아서 하나의 가설에 그치고 있는거죠!
심장소리
21/09/21 22:06
수정 아이콘
거칠게 말하자면 원래 과학이라는게 다 그런 식입니다. 누군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게 정설이 되는 식이죠. 송곳니만 발견된 화석 하나로 이 공룡이 어떻게 생겼을지 추측하는게 과학자들인걸요.
Lord Be Goja
21/09/21 19: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4번과 5번을 같이보니 자기들이 제조한 키메라는 순종이지만,정말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혈통을 유지한애들은 그 기원이 의심스럽다는걸 보니 서양쪽 개집들에 대한 거부감이 더 심해지네요. 닥스훈트나 불독같이 위엄넘치던 개들을 백년동안 장애견으로 만들어 놓고 즐기는 집단들인건 둘째치고 자기들이 19세기에 지정해놓은던 그 순종들이랑 현재 개들은 외관부터가 다른데 뭔놈의 순종인지
Its_all_light
21/09/21 21:28
수정 아이콘
자신이 세운 기준만이 옳다는 심보인거죠. 그게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상태여도 말이죠. 19세기 서양답다고나 할까요
오송역이맞지
21/09/21 21:35
수정 아이콘
리니지하면서 도베르만 정주면서 키우던거 생각나네요
심장소리
21/09/21 22:07
수정 아이콘
인간 눈동자의 흰자위도 개와의 공진화 과정에서 생겨났을 거라는 말이 있죠.
닉언급금지
21/09/24 07:28
수정 아이콘
품종 개량. 하하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기 힘들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
책 앞부분이 품종 개량 이야기 뿐이라
아니 이게 왜 여기... 이런 느낌
근데 그게 사실은 다윈이 책을 낼 때는 엄청 핫한 주제였다더군요.
그래서 그 품종 개량 파트만 개별출판하자는 논의도 있었다더라구요.
차라리 그러지...
Its_all_light
21/09/24 10:21
수정 아이콘
품종개량이 종의 기원에 딱 맞고 핫한 주제였을 것 같긴하네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356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군을 가진 PMC. [24] 한국화약주식회사8143 21/09/26 8143
3355 [역사] 가장 오래된 인간의 친구 / 개의 역사 [12] Fig.14799 21/09/21 4799
3354 아랍 이름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 [61] Farce5787 21/09/24 5787
3353 영화 1622편을 보고 난 후, 추천하는 숨겨진 수작들 [44] 최적화7129 21/09/17 7129
3352 나 더치커피 좋아하네. [33] Red Key7183 21/09/17 7183
3351 "죽으러 가는 게 아니야. 내가 정말 살아있는지 어떤지 확인하러 가는 거야." [27] 카페알파10020 21/09/15 10020
3350 [역사] 나폴레옹 전쟁이 만든 통조림 / 통조림의 역사 [23] Fig.15448 21/09/14 5448
3349 와인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한 코스트코 와인 추천(스압) [89] 짬뽕순두부10722 21/09/11 10722
3348 [콘솔] 리뷰)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가 위대한 게임인 이유 [29] RapidSilver5837 21/09/08 5837
3347 Z플립3의 모래주머니들과 삼성의 선택 [115] Zelazny13966 21/09/08 13966
3346 [역사] 몇명이나 죽었을까 / 복어 식용의 역사 [48] Fig.18726 21/09/07 8726
3345 유럽식 이름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 [53] Farce10721 20/10/09 10721
3344 내 마지막 끼니 [5] bettersuweet5989 21/09/06 5989
3343 이날치에서 그루비룸으로, 새로운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 [38] 어강됴리11976 21/09/03 11976
3342 만화가 열전(5) 청춘과 사랑의 노래, 들리나요?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하편 [84] 라쇼8820 21/09/02 8820
3341 DP, 슬기로운 의사생활 감상기 [23] Secundo8560 21/09/02 8560
3340 집에서 레몬을 키워 보겠습니다. [56] 영혼의공원7405 21/09/02 7405
3339 공식 설정 (Canon)의 역사 [100] Farce7814 21/08/30 7814
3338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공포 [20] 원미동사람들6140 21/08/26 6140
3337 대한민국, 최적 내정의 길은? (1) 규모의 경제와 대량 생산 [14] Cookinie6590 21/08/26 6590
3336 독일에서의 두 번째 이직 [40] 타츠야7241 21/08/23 7241
3335 차세대 EUV 공정 경쟁에 담긴 함의 [50] cheme9666 21/08/23 9666
3334 잘지내고 계시죠 [11] 걷자집앞이야9565 21/08/17 956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