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의식의 흐름같은 잡글이라 반말체로 적는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애시당초 가상코인은 관심도 없었다. 최근에 누가 몇 억을 벌었다느니, 몇 억을 꼴아박았다느니 그런 풍문을 인터넷으로 볼때도 그랬다. 그런 글 볼때마다 그냥 좋겠다... 혹은 그러게 왜 투기같은걸 해?... 라고 생각하는게 다였다.

그러다 오늘 자주 오는 pgr의 자유게시판에서 어느 가상코인거래소에 가입해서 코인을 구입하면 무려 7~8만원이란 돈을 공짜로 준다는 글을 보았다. 흔한 쇼핑몰에서 개인정보를 파는 댓가로 주는 5천원~1만원짜리 쿠폰이 아닌, 무려 노동자가 하루 꼬박 일해야 벌수 있는 7~8만원의 돈을 공짜로!!!

7~8만원...처음에는 크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금액에 뭐할려고 귀찮게 회원가입을 하고 여러절차를 거치는거지? 하고 패스할려다가 저거 벌면 하루 노는거와 똑같은거잖아? 라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급해지기 시작했다. 카톡을 못해서 지인한테 "카톡 좀 해라. 너 때문에 문자를 보내는 수고를 한 번 더 해야되잖음!!!" 라고 핀잔을 들을 만큼 주인을 닮은 내 구식폰엔 데이터요금제에 가입되지도, 은행관련어플도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글을 읽고 지시에 따라 실행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는 나는, 본문의 내용에 따라 하나하나 가상코인을 구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집에선 와이파이가 안되는관계로 PC방에 가서 고팍스에 가입하고 인증하고 어플설치하고...여기까진 좋았는데 폰으로 출금을 할려면 보안카드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거 집에 있는데...하다가 가까운데 신한은행이 있는걸 생각하고 급하게 뛰어서 신한은행에 가서 85만원 입금을 끝냈다. 그러다가 어라? 뭐가 주의사항이 있었던거 같은데...보니 코드를 안 적었군. 코드 안 적으면 입금확인이 지연된다던가?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냥 돌아와서 멍하니 모니터를 본다. 평소 가상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조울증 증세를 보며, 걍 가만히 놔두고 퇴근후나 주말에 한번씩 확인하면 되지 왜 저리 조바심을 내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내 돈을 넣고 보니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된다는걸 깨달았다. 수시로 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 시작했다. 고작 85만원에도 이러는데 몇천,몇억을 쏟아붇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조금이나마 이해되기 시작했다.

멍하니 생각하기 시작하니 가상코인의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이 미친다. 가상코인을 채굴한다고 돈이 나오는건 아닐텐데 그럼 팔때 나오는 돈은 누가 내는거지? 아 당연히 사는 사람이 내는거구나...가상코인은 누군가가 사줘야 그걸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구조구나....라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럼 누군가가 몇 억 씩 벌었다는 말뒤엔 누구는 몇 억 씩 잃었다는거잖아. 제로섬게임이구나...그래서 요즘 인터넷에 가상코인 하라는 글들이 그렇게 많나 싶었다. 이거 완전 다단계...

지금 마음속으로 빈다. 제발 오늘 딴 사람은 내일 잃어서 모든 사람의 이익이 +-0 이길...더 나아가서 돈을 딴 사람은 돈이 꼭 필요한 서민이길...그리고 돈을 잃은 사람은 그깟 몇 억은 신경도 안쓰는 부자이길...가상코인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빌며.

그나저나 빨리 입금확인되어야 7~8만원 벌고 이 판을 뜨는건데... 하루 노는셈 치는건데...처량한 내 신세에 또 한숨을 쉬며 다시는 가상코인에 발 들이내밀지 않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