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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7 16:19:28
Name 실론티매니아
Subject [일반] 부모님께서 여행가시고 언니들은 놀러갔어. 놀러올래?
가끔 소소한 나눔이나 하고 눈팅만 하던 미천한 유령회원 입니다만, 오늘은 제 썰을 한번 풀어볼까 하고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저의 피끓던 청춘이던 시기. 낭랑 18세 고2였던 그 때
전 저보다 한살 많은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창 스카이러브, 세이클럽 등등의 채팅사이트에 저와 닮은 청춘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각자의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고 벙개를 때리고(?) 하던 시기에 저 역시 빠질 수 없다고 굳게 다짐하고
채팅을 열심히 했습니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던 Y양은 저와의 대화에 흥미를 느꼈고 우린 시간을 정해서 많은 시간을 짧은 지식이나마
공유하고 토론하고 공감했었죠.

그렇게 삐삐(무선호출기 다들 아시죠?) 번호를 교환하고 홍대에서 만나고 몇번 더 만남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럽고 유머러스한 저에게 자기는 절대 연하는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무너졌다면서
어떻게 할거냐고 해서 그럼 사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사귀게 되었고 Y양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시간은 흘러 그 날이 다가왔습니다.

햇살이 따스하던 봄이었던 때로 기억합니다.

"부모님께서 여행가시고 언니들은 놀러나가서 집에 아무도 없어. 놀러올래? "
"지금 일어났는데 ... 바로 갈게"

엄청난 속도로 씻고 깔끔하게 입고 나가려는데 할머니께서 밥은 먹고 나가라고 하시며 밥을 차리시더군요
괜찮다고 말렸는데 할머니께선 고집을 꺽지 않으셨고 전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갔습니다.

당시 면목동에 살던 저는 205번 버스를 타면 마포에 사는 Y양의 집근처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버스는 왜이리 느린건지 마포까지는 왜이리 긴건지...
결국 마포에 도착했고, Y양은 편한 옷차림으로 정류장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손잡고 룰루랄라~ 집으로 들어갔었죠.
대문 앞까지는 자주 바래다 주었지만 집안까지 들어가본건 처음이라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으려니
과일을 깍아올테니 침대에 잠깐 앉아있으라고 하더군요

여자방을 처음 구경해보신 분들은 아마 잘 아실거에요
잘 정리된 책상과 책장. 화장대. 옷장. 침대....

과일을 갖고 들어온 Y양과 저는 침대에 걸터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과일을 맛있게 다 먹고나니
갑자기 분위기가 잡히더군요.
물론 점심때가 되기 전이었지만, 우린 피끓는 청춘이었으니까요

갑자기 그때 배가 살짝 아프기 시작하더니 화장실을 가야 할것 같았습니다.
멀 잘못먹은거지? 그때 문득 아침에 할머니께서 밥을 차려주시면서 했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밥이 좀 설익은것 같은데 괜찮여~ 그냥 먹어도 혀~

아.. 설익은 쌀이다. 그놈이 이 무르익은 분위기의 파괴자다.
전 잠시 Y양에게 화장실을 좀 쓰겠다고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기위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3초후 푸톼타닥타다타다...

전 뱃속에 있는 모든것들을 분해해서 변기안에 쏟아넣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휴지로 깨끗이 닦고 변기를 본 순간... 아... 둥그런 변기 구석구석에 튀어있는 설익은 쌀밥과 반찬의 잔해들...
다시 한번 물을 내려 보았지만 그 악마같은 녀석들은 변기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가 없고,
밥알 한녀석 한녀석 저를 보며 비웃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여자친구는 화장실에서 뭐하냐면서 저를 부르면 노크를 하고...
식은땀이 흐르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하나 생각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전 문을 열고 나와 여자친구에게 인사하고 집을 뛰쳐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머리속엔 온통 변기의 이미지만 가득했고... 그날의 햇살의 참 따스했더랬습니다...

이렇게 저의 첫경험이 될 뻔한 사건은 끝이나고 말았습니다.

뱀다리. 저도 켈로그님처럼 피쟐스러운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필력이 한참 부족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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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17 16:21
수정 아이콘
피..바보 ㅠ

물내렸을 때 밥알이 변기에서 계속 뱅그르르르 돌 줄 알았는데..

똥셉션에 이은 밥알셉션!
강동원
15/02/17 16:23
수정 아이콘
여기 공허진님을 위협하는 올해의 PGRer 후보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게이득
15/02/17 16:26
수정 아이콘
요시! 이래야 우리 PGR이지
감전주의
15/02/17 16:28
수정 아이콘
제 손이 저도 모르게 추천을 눌렀습니다.
추천수와 댓글수가 일치하는군요.
15/02/17 16:29
수정 아이콘
캬 간만에 피쟐다운 글이 올라왔네요. 할머님 하드캐리 나이스!
15/02/17 16:35
수정 아이콘
말 없이 추천 눌러 드립니다.
역시 한국인은 밥이죠!!!
내일은
15/02/17 16:38
수정 아이콘
이래서 밥은 푹 익혀먹어야 합니다.
15/02/17 16:39
수정 아이콘
글을 70%정도 읽고서.. 이건 최소 2부작이다! 어떤식으로든 대서사시가 펼쳐질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황급히 마무리 되었네요..크크
실론티매니아
15/02/17 16:41
수정 아이콘
2부작으로 쓰고 싶었지만 회사다 보니 키보드 치는 소리가 영 눈치가 보여서요...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크크
비둘기야 먹자
15/02/17 16:4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여자친구 반응이 상당히 궁금하네요 귀여웠을듯.
F.Nietzsche
15/02/17 16:47
수정 아이콘
반응을 보일때쯤은 이미 여자친구 아니랍니다...
15/02/17 17:15
수정 아이콘
그냥 샤워기로 변기랑 파편을 좀 닦아내고
내몸도 씻어내고 하면 되는거 아닌지요?
왜 그러셨는지 잘 이해가 ㅠㅠ 하긴 처음이니..
실론티매니아
15/02/17 17:31
수정 아이콘
샤워기는 욕조 벽면에 걸려있었고 변기는 샤워기가 닿지 않는 곳에 있었어요 ㅠ
화장실이 좀 컸거든요 큰 욕조와 세탁기가 들어갈 정도였으니...
이스트
15/02/17 18:21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프네요. 여친분하고는 그후 어떻게 되셧나요?
실론티매니아
15/02/18 01:17
수정 아이콘
그 이후로도 잘 만나다가 IMF가 터지면서 그친구 집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바람에 소원해지다가 결국은 헤어졌습니다. 하하
지금은 시집가서 아이가 초등학생 이라는건 함은정...
공허진
15/02/17 18:30
수정 아이콘
훈훈함과 똥의 조화.....
이분 최소 피지알 흥행코드를 아시는분....
Frameshift
15/02/17 18:45
수정 아이콘
키아! 한국인의 밥심!!! 아니 피쟐러의 밥심이군요!!
possible
15/02/17 19:01
수정 아이콘
빨리 오느라 몸에서 땀이 좀 나서 샤워좀 하겠다고 하고 볼일과 샤워까지 끝내고 짠~~~하고 나오셔야죠.
리듬파워근성
15/02/17 19:20
수정 아이콘
아 개운하네요
8월의고양이
15/02/17 19:50
수정 아이콘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입니까!!!!!
15/02/17 20:45
수정 아이콘
아이고 할매요~ 밥만 쪼매 더 익혔어도~ ㅠㅠ
아마존장인
15/02/17 20:53
수정 아이콘
아ㅠㅠ 할머니고집..
지니팅커벨여행
15/02/18 10:27
수정 아이콘
아.. 그럴땐 더러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손으로 처리하고 나가셨어야죠ㅠㅠ

그나저나 왜 과일을 침대에서;;
침대에서 과일 먹고 그 다음엔 뭘 먹...
15/02/18 10:52
수정 아이콘
.... 휴지로 좀 닦아내면 될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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