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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10 07:00:36
Name 머린이야기
Subject [일반] 버스 맨 뒷좌석 그녀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비슷한 글을 본 것 같아서 피지알에 남겨봅니다,^^;;

늦깎이 복학생인 나는 학교에 친구가 별로 없다.
전공 팀플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곤란할 때가 많다. 뭐 혼자 밥먹는게 창피한건 아니지만 날씨도 쌀쌀해지고
뭔가 외로움이 스며든다..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는 중에 괜히 뻘쭘해서 핸드폰을 본다. 카톡온 게 없다.
뉴스를 보고, 페이스북을 본다. 그러던중 알림이 뜬다. 배터리 20% 남음. 아 충전기 안 가지고 왔는데..

나는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우리집에 들어가려면 키가 2개가 필요한데 하나는 큰 대문키, 하나는 우리집 키이다.
요 며칠간 친구가 서울에 올라와서 같이 살고있다. 키가 1세트 밖에 없어서 오늘은 그 친구가 키를 가지고 집에 있다.
끝나고 집에 갈 때 연락하면 그 친구가 대문을 열어주기로 했는데 폰 배터리가 나갈거 같다.
좀 아날로그틱 하지만 쪽지에 친구 전화번호를 적어논다. 집 근처에서 사람들한테 폰 빌려서 전화해야겠다.

취업준비생인 학교동기한테 연락이 왔다. 술 한잔하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안 그래도 외로웠던 나는 오케이한다. 하지만 내일 아침수업이라 많이는 못 마실듯..
친구도 내일 아침에 공부한다고 한다. 오케이 고고.

술 한잔이 두잔이되고 한병이 두병이 되고.. 두 명에서 다섯병이나 마셨다. 내일 아침수업은...???!!

누구누구는 어디 취업했다더라.. 누구누구는 이번에 토익 만점 떴다더라.. 누구누구는 무슨 시험 준비한다더라 블라블라~
어제 초딩 동창을 만났는데 이뻐졌더라.. 소개팅한 여자가 연락을 씹는다. 전 여친한테 실수로 보이스톡 했다. 블라블라~
둘 다 외롭고 심심했던 터라 술도 술술들어가고 오랜만에 재밌는 시간이었다. 평소같았으면 2차,3차를 갔을텐데 서로 다음날 일정이 있어서
적당히 11시쯤에 헤어지고 서로 집으로 향했다.

4호선을 타고 동대문운동장에 내려 버스를 기다린다. 금방온다. 굿 타이밍.!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창가에 기대서 집에가는 중에 핸드폰을 꺼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터리가 나갔다. 친구한테 연락해야되는데..
뒤를 돌아본다. 3명이 있다. 양쪽 사이드에 아저씨 2분, 맨 뒷자석에 어떤 여자분. 근데...!! 여자분이 이쁘다.

아저씨 두 분은 이어폰을 낀채 DMB를 보고 있었다. 여자분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갈까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몸이 먼저 움직인다. 술 기운인가? 이 용기는??

저기요..
- 네??
죄송한데 폰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 한 통만 할 수 있을까요??
- 아, 네 잠시만요..(폰 잠금을 푼다.)
아니 그냥 이 번호로 전화좀 해주세요.. (아까 번호 적어놓은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꼬깃꼬깃 더럽다 -_-;;)

술 냄새나는 모르는 남자가 자기 옆으로 다가와서 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쪽지를 건네며 전화좀 빌려달라는 상황이 웃긴지 그녀는 웃는다.
왠지 귀엽다... 그녀는 내가 보여준 번호를 찍고 통화버튼을 눌러 나에게 준다.

여보세요?
- 야, 나야. 지금 배터리 없어서 어떤 분 전화 빌려서 하는거야. 나 10분 후 쯤 도착하니까 집 앞에 나와있어
어, 알았다. 뚝.

잘 썼습니다. 전화를 건네준다. 용무를 마치고 원래 내가 앉아있던 앞 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창 밖을 보고 앉아서 가고 있는데 버스가 신호에 걸려서 멈춘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다. 그녀를 본다.
이쁘다..

술을 마셔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가방을 챙겨 그녀 옆으로 간다.

저기요..
-네??
아깐 정말 고마웠습니다. 제가 집 키를 안가져와서 친구가 가지고 있거든요. 그쪽 아니었으면 집에 못 들어갈뻔 했어요.
-아 네,, 크크 어디 사세요??
아 저는 XX대 앞에 살아요.
-아 XX대 학생이세요??
아뇨 저는 OO대 학생이에요. 크크 어디 사세요??
-저는 MM동 살아요, 청량리에서 내려서 갈아타요..
아, 그러시구나~~

나도 모르게 셀프 소개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말을 건다.
내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잘 받아준다. 착하기까지..

몇 살이세요?
-24살이요. 그쪽은요..?
아 저는 26살이에요.. 24살이면 학생이시겠네요?
-네 학생이에요~
왜 이렇게 늦게 다녀요?? 12시가 다 됐는데.
-아, 음악회 갔다 오느라고 늦게가요 흐흐.
아~ 남자친구랑 갔다왔구나??!! (미쳤나보다.... 초면에 이런 멍멍이 소리를 하다니)
-크크크 아니에요~

이렇게 10분정도 이야기하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술기운이 살짝 올라오는 거 같다.
그녀가 묻는다.

- 술 많이 드셨나 봐요~
아, 네..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아까 당황했죠?? 저도 이런적 처음인데.. 크크
-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크크

애석한 버스는 이번역은 청량리역이라고 말 하고있다. 그녀가 말한다.

- 저 가볼게요~ 들어가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내리는 그녀를 본다. 이쁘다.
만약에 술을 좀 더 마셨더라면 따라서 내렸을 것 같다.

몇 분 후에 나도 버스에서 내리고 친구를 만난다.
집에서 씻고 친구와 얘기를 나눈다. 야, 아까 버스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이뻐. 블라블라~
친구가 신기한듯 쳐다본다. 버스에서 처음보는 여자 폰을 빌려서 전화를 하고 그런 얘기를 했다고? 근데 이뻐??
대박이네 크크

아 맞다, 야 니 폰에 번호 있지?? 불러줘봐. 번호가 있다는게 기억이 났다.
010.XXXX.YYYY 내 폰에 저장을 하고 카톡 친구목록을 본다.
혹시나 프로필 사진에 자기 사진을 해 놨을까 싶어 친구와 기대하며 프로필을 눌러본다.

이런..  왠 빌어먹을 등대 사진하나 있다..-_-;;
실망감을 가득 안은 채로 잠을 잔다. 내일 고맙다는 문자 하나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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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잠수사
13/09/10 07:15
수정 아이콘
그래도 ASKY...
pgr식의 훈훈한 결말 기대해봅니다.
13/09/10 07:16
수정 아이콘
후기 올리실거죠?크크 재밌게 잘 봤고 후기 기다릴게요~
재만수두
13/09/10 08:12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달달하네요,,,,,!!후기기다릴게요~~
13/09/10 08:47
수정 아이콘
남자친구가 없다곤 했지만 등대에서 일하는 남자가 분명합니다!
아스트란맥
13/09/10 09:01
수정 아이콘
'등대(나)에겐 이미 등대지기(남자친구)가 있다' 라는 무언의 암시로군요!
어릿광대
13/09/10 09:08
수정 아이콘
이런 결론에는 추천을 드릴수가 없군요...
모두에게 추천 받을 수 있는 후기를 기다립니다 크크
살만합니다
13/09/10 09:10
수정 아이콘
댓글이 썸툰화 되가고 있어...
빠나나
13/09/10 09:14
수정 아이콘
바람직한 후기 기대합니다.
천진희
13/09/10 09:32
수정 아이콘
피지알다운 결말 기대할게요~
13/09/10 09:41
수정 아이콘
추천은 후기후에..
tannenbaum
13/09/10 09:45
수정 아이콘
노력해야죠
제 친구놈도 외모는 완전 개떡같은데 지하철에서 미친척 들이 댔다가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제수씨 소개 받았을때 제수씨가 제 친구놈에게 죽을죄를 지은줄 알았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예쁜분이 왜?

인연이 되려면 어떻게든 되더군요
원해랑
13/09/10 10:02
수정 아이콘
어쩐지 저 버스가 26X번일 거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드네요.
종이사진
13/09/10 10:35
수정 아이콘
어제 노래방에서 광란의 밤을 보낸 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왠 술취한 남자가 휴대폰을 빌려달란다.
겁에 질려 빌려주니 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쪽지를 꺼내 전화를 하는데,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하는 전화같은데, 전화기를 돌려주면서 묻지도 않은 이야길 한다. 친구에게 걸었다나.
아무래도 위험한 사람인 것 같아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니 우리집이랑 가깝다, 낭패인데...따라와서 해꼬지 하면 어쩌지?
차라리 몇정거장 앞에 내려서 좀 걸어가야 겠다.
보아하니 술 꽤나 취한 거 같은데, 이것저것 별 관심없는 이야길 한다. 내가 12시에 집에 들어가건 말건.
도망치듯 몇정거장 앞에서 내렸다. 휴...안주로 뭘 먹은 거야.

그런데 오늘, 모르는 번호로 카톡이 하나 와있다.
어제 휴대폰 빌려줘서 고맙다며 그 남자가 연락을 해왔다.
아...괜한 일에 엮인거 같은데 어쩌지?






농담입니다; 글쓴이님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길.
Go_TheMarine
13/09/10 10:36
수정 아이콘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엷은바람
13/09/10 10:42
수정 아이콘
글쓴 분의 행색에 따라, 그 여자분에게

술취해서 술냄새 풍기며 평소엔 말 걸 용기도 없을꺼면서 술김에 추근대며 진상부리는 버스안의 이상한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술취해서 갑자기 자기얘기 털어놓는,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래도 귀엽고 흥미로운 호기심 생기는 남자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인증이 필요합니다? 크크 잘되길 바랄께요.
머도하
13/09/10 11:24
수정 아이콘
훈훈한 결말 기대합니다! 크크
lupin188
13/09/10 11:25
수정 아이콘
그래서..오늘 연락은 하셨습니까?
소중한겨드랑이
13/09/10 12:51
수정 아이콘
후기만 기다리겠습니다
DSP.First
13/09/10 13:02
수정 아이콘
아 달달하다~
13/09/10 13:20
수정 아이콘
추천준비하고 있겠습니다 ^^

뭔뜻인지아시죠??
김예원
13/09/10 14:05
수정 아이콘
훈훈하군요.

그리고 뒷좌석아닌가요 크크
고로로
13/09/10 14:21
수정 아이콘
후기가 시급합니다.
머린이야기
13/09/10 14:30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셨네요^^;;
아 뒷좌석이 맞죠...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일단 오늘 아침에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왔네요.

그냥 문자 끊기가 싫어서 의문형으로 보냈는데 3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안오는...
포기하려던 찰나!! 이 댓글을 쓰는 지금 답장이 왔네요!! 후기 나갑니다.


오늘 밤
케이건
13/09/10 14:30
수정 아이콘
연락 하셨나요? 궁금하네요.
기차를 타고
13/09/10 14:42
수정 아이콘
현기증나네요 크크
13/09/10 16:43
수정 아이콘
아니 뭐죠 이 적절한 밀당글과 댓글은..!!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ㅠ 퇴근전에 올려주세요 ㅠ 크크

음악회를 같이 간것이 남친이 아니라고 했을뿐, 남친이 없다는 말이 아니었으므로 예상했던 결말이?!
comesilver
13/09/10 18:21
수정 아이콘
해양항만청 직원이 등대에서 근무하더라고요.
경치도 참 좋고 한적하고..
공무원이니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DragonAttack
13/09/10 21:15
수정 아이콘
후기가 궁금하네요.
와룡선생
13/09/11 00:50
수정 아이콘
젠장 나는 술 먹고 항상 택시타거나 대리 부르니 안생기는거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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