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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13 10:41:28
Name FK_1
Subject [일반] [여행기] 2009년 몽골 고비사막 - 1일차 (엑박수정ㅠㅠ)
안녕하세요 ~
제주도 여행 캔슬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주도 여행기 대신 작년 여름의 몽골 고비사막 여행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원래 블로그에 작성되어 있었던 글인데 원문은 일기처럼 쓴 글이라 텍스트가 굉장히 길어서 좀 줄여서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량이 제법 되서 평어체를 수정하지 못해서 올린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당시 제가 디카를 가져가지 못한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이 글의 사진들은 모두 팀원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물론, 허락은 받고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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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1일..

난 원래 몽골이 싫고 좋고를 떠나 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단지, 갑자기 몽골 여행을 가겠다는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 H양을 혼자 보내기 걱정되어 따라갔던 것일 뿐..
1주일만에 급조한 여권과 비자, 항공권을 들고 울란바타르행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울란바타르에 있는 징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때 첫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어수선” 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막 유행했던 때라서 이리저리 더욱더 어수선 했는지도 모르겠다.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의 픽업 온 차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로 가고 있는데 길이 굉장히 어두웠고 꽤나 거칠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밤이라곤 하지만 시내에 들어서도 불 빛도 별로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터라 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몽골에 대한 선입견은 그저 못 사는 나라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일까.. 그다지 놀라워 하지도 않았고 그냥
불편하기만 했다. 그렇게 한 20분 달렸을까.. 우리 일행은 이드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출발 전에 나와 H양은 한국에서 몽골여행카페를 통해 팀을 구성했었고 그 멤버들은 따로따로 도착하여 이때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해보니 L군(22) - H군(23) - Y양(24) - C양(25) - H양(26) - 나(27) 순으로 신기하게도 한 살씩 쭉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 저것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좀 웃겼던건 Y양과 L군을 제외하고는 다 첫 번째 해외여행이라는 것이었다.
첫번째 해외여행을 관광이 아닌 모험을 택했다며 다들 어이없어했다.

다음날 2009년 8월 22일..

드디어 고비로 출발하기 위한 아침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보니 밤에 보던 풍경과 또 달랐다. 도시는 굉장히 활기찼고 이리저리 차 소리도 시끄럽게 울려댔다.
다만, 버스나 승용차들이 우리나라 옛날 차들이 많았다. 심지어, 우리나라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들도 있었으며 버스는 우리나라
노선번호와 행선지까지 그대로 붙이고 있기도 했고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영훈초교 셔틀버스도 보였다.
딱 보니 우리나라에서 폐차된 차들이 들어온 듯 했다.

여행에 동원된 차량은 2대였다. 어제 픽업 온 그레이스와 러시아산 승합차인 푸르공이었다.
알고보니 어제 픽업 온 운전기사는 우리와 함께 여행할 운전기사로 이름은 안카라고 했으며 나이가 23살이었다.
그리고 가이드(가이드라 적고 요리사라 읽는다)로 같이 동행한 역시 23살의 오유나와 또 푸르공을 운전했던 40살 전후로 보이는
바에르만 아저씨가 함께 했다. 근데 "차가 왜 2대일까"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6명에 2명의 영국인이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28살로 이름은 클라라와 로라였다. 나랑 H양, 영국인 2명은 푸르공에 타고 나머지는 그레이스에 타기로 했다.


<출발전 게스트하우스 앞.. 왼쪽의 차가 푸르공이다. - L군>


<울란바타르 시내 중앙에는 화력발전소가 있다 -_-;; - H양>

어느새 울란바타르를 나와서 징기스칸 국제공항을 거쳐 본격적인 오프로드로 진입했다.
길이 굉장히 울퉁불퉁해서 천장에 머리를 박는 것은 예사였고 이리저리 픽픽 쓰러지고 난리가 났다.
그 와중에 내 옆에 앉아있던 로라는 부담스럽게 살짝 닿기만 해도 "Sorry ~ " 이러고 있고;;
그렇게 한 30분 지났을까.. 차에 약간은 적응을 하고 있을 때 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바로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때문이었다.


<그나마 사진의 초원은 덜 넓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친듯이 광활했다. - L군>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화장실 문제였다 -_-;; 워낙에 넓은 초원이다보니 엄폐물이 전혀 없다;;
뭐 남자들이야 그냥 대충 몸 돌리고 일 보면 되는데 여자들이 정말 곤란해했다.

중간에 잠깐 쉬던 우리는 Zorgol khairkhan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약간 큰 바위산과 앞에 흙탕물-_-호수 - L군>


<자아 ~ 올라가보세!! 이후에도 대충 산이나 언덕이 나오면 항상 올라간 체력만땅 팀원들 - Y양>


<중간쯤 올라가니 넓은 초원이 더 넓어보여 @_@ - L군>


<이렇게 차 뒷편을 열고 오유나가 요리해준다 - L군>

역사적인 첫 점심은 생-_-야채가 들어있는 스파게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착하다.. 맛없다고 거진 남겨버린 영국애들과 달리 싹 비웠다;;
나중에 물어보니 다 똑같은 반응들 .. "아~ 형도 억지로 먹었어요? 남기기 미안하드라고요" -_-

근데 나중에 할 얘기긴 하지만 딱!! 이 한끼만 맛없었고 다음 식사때는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항상 배고팠고 ㅠㅠ 실제로도 맛있게 해줬다.
대부분이 덮밥류이거나 스프같은 음식이었는데 지금도 가끔 그 음식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게 먹곤 했다.

우린 다시 고비 사막을 향해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그래도 길이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그나마 -_- - L군>

다음 도착지는 Bagagaz ryu chuluu 라는 옛 사원이었다.
예전 공산정권시절 종교를 금했기 때문에 모두 박살이 나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폐허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지형이어서 신기해했다. 물론 몽골은 널리고 널렸다 -_-;;


<흔적조차 남지 않은 옛 사원 터 - L군>


<뒤 쪽 낭떠러지에서 찍은 사진. 어떤 사람들이 바로 밑에서 캠핑을 하고 있다. - L군>

사원터를 뒤로 하고 또 한참 가다가 차를 세운다. 무언가 하고 봤더니 그 곳엔 돌무덤이 있었다.
이 돌무덤 밑에는 이상한 샘물이 있었는데 이걸 눈에 바르면 눈이 좋아진다나 -_-;


<지나가다 본 돌무덤. 이 역시도 가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 Y양>

이곳에서 한 10분 정도 달리자 우리가 하룻밤을 보낼 게르에 도착했다.
게르란, 유목민 천막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게르 캠프도 있지만 이 날은 그 곳에 머물러 있는 현지인의 게르캠프를 찾았다.

일반적으로 몽골에서는 손님이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본인들이 머물러야하는데도 손님이 오면 게르를 내주고 본인들은 다른 게르에 가서 잠을 청하곤 하는 모습이 인심을 떠나
언젠가 본인도 손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르에 들어가니 차, 염소젖을 섞어 끓인 수테차와 직접 만든 요거트를 건내며 환영해주었다.
수테차의 맛은 고소하면서도 차의 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모두들 좋아했고 요거트는 신 맛이 많이 났지만
평소에 사먹는 요거트의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아 좋았다.


<게르 안에서 수테차를 마시는 H군과 C양 - Y양>

우린 저녁을 먹고 게르 근처의 초원을 산책했다. 많은 양과 염소떼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내가 뽑은 몽골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가 바로 양이나 염소, 말 등을 완전 방목해서 키우는데 주인도 어디 있는지 못 찾을 정도로
멀리 나가도 알아서 기어들어오기도 하고 주인도 당장 어디 갔는지 안보여도 시간과 날씨 등을 보고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구름 그림자였다.
언뜻 들어선 "이게 뭔 말이야-_-?" 하겠지만 실제로 보면 이 말이 이해가 간다.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구름이 끼면 일반적으로는 그 일대가 모두 구름이 끼어서 흐리게 된다.
하지만 이곳은 워낙에 고지대이다보니 구름이 끼면 쭉 넓은 곳에 부분적으로 그늘이 생겨서 마치 구름 하나마다 그림자가 생긴다.
태어나서 처음듣고 처음보는 광경이었기에 매우 신기한 것 중 하나였다. 그리고 3대 미스터리의 마지막은 다음 편에 밝히겠다.


<나중에 여행을 하다보니 이 정도는 많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됬다 - L군>


<아름다운 초원의 일몰 .. - L군>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찍은 게르. 우린 오른쪽 게르를 사용했다. - H군>

사진에는 없는데 이 게르에서는 나름 신기하고 간단한 기구가 있었다.
나무에 통을 하나 매달아놨는데 그 통안에 물을 붓고 통 밑에 있는 길다란 막대기를 위로 치면 그 사이로 물이 나오는 기구였다.
이 물로라도 세수를 할 수 있는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왜냐면 초원에 사막이 이어지는 곳이라 그런지 모래먼지가 굉장히 많았고 손이나 얼굴이 금방 지져분해지기 때문에 물티슈를
닦아내곤 했는데 이걸 안하고 비누를 이용해 물에 세수를 한다는건 정말 엄청난 상쾌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물티슈로 세수해도 상쾌함을 느끼긴 했지만서도 크크

이날 잠을 잘 때 게르 맨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그 속에서 잤다.
게르 중앙에 나무난로가 있었는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계속 불을 유지해줘서 정말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한가지 괴로운 점이 있다면 벌레가 너무 많았다.
속옷 안으로 들어오는 벌레를 손으로 잡아 던져야 했을 정도였다는 점만 말씀드리고 더 자세한건 상상에 맡기겠다.

첫째날에 느낀 몽골은 아직까지 신기하긴 해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첫날 잘려고 침낭에 쑥 들어가서도 "언제 집에 가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생각하면 참 멍청한 생각이었지만 그냥 첫째날까진 그랬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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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Love
10/08/13 11:14
수정 아이콘
사진이 전부 엑박이네요..
Zakk WyldE
10/08/13 12:32
수정 아이콘
아.. 저긴 꼭 가봐야 겠다.
자유의지
10/08/13 13:42
수정 아이콘
진짜 초원 광활하네요...몽골사람들이 왜 눈이 좋은가라는 명제를 증명시켜주네요
The HUSE
10/08/13 14:19
수정 아이콘
중국에 출장 나갔을때,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몽골이었는데...
결국 못 가보고, 이제는 꿈에서나 가봐야 할 곳이 되었네요.
부럽습니다....
저글링아빠
10/08/13 16:30
수정 아이콘
몽골은 정말 가보지 않고는 그 매력을 알기 어려운 곳이지요.
말을 탈 줄 아신다면 그렇게 하는 여행구간이 포함되면 더욱 좋습니다.

다만 사회간접시설이 극히 미비해서 장거리 이동이 지극히 괴로운데,
다른 것도 아닌 푸르공을 타셨다니 삼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10/08/13 18:03
수정 아이콘
기다리던 +_+!! 후기군요~

그저 침흘리며 바라봅니다 ㅡㅠㅡ

다음편도 얼른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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