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01/08 17:00:21
Name 글곰
Subject [경기분석] 침착한 대응이 승리의 요인이다 - 폭풍저그의 반격
IOPS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조별리그 B조 4주차: 임요환(T-5시) vs 홍진호(Z-7시). map [발해의 꿈]


세 번의 벙커링. 세 번의 성공. 5전 3선승제 임진록의 재현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난 EVER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준결승전은 그렇게 임요환의 압승으로 간단하게 끝났다. 그리고 임요환은 준우승으로 IOPS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시드까지 거머쥔 반면 홍진호는 박정석과의 3-4위전에서도 패배해 살얼음판 같은 듀얼토너먼트를 거쳐야만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른 입장에서 다시 맞닥뜨렸다.

과연 임요환이 다시 벙커링을 할 것인가가 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추첨된 맵은 '발해의 꿈'이었다. 어떤 이들은 반섬맵에서도 벙커링이 시도될 것이라느니 홍진호는 5드론으로 반격할 것이라느니 하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단지 호사가들의 농일 뿐이었다. '발해의 꿈'은 반섬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임요환은 벙커링을 시도했다. 초반 노배럭 더블커맨드 이후 커맨드센터와 배럭을 들어 섬 아래에 내려놓고 병력을 생산함으로써 홍진호의 멀티를 견제하려 시도한 것이다. 당연히 본진 멀티에 해처리를 펴고 시작했던 홍진호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들어온 임요환의 공격에 당황, 드론을 잃고 황급히 성큰 콜로니를 건설한다. 하지만 임요환은 이미 아카데미에서 마린의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를 눌러 놓은 상태였고, 홍진호의 성큰 콜로니는 지어지던 도중에 벙커 속 마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고 만다. (이 때 벙커의 마린을 꺼내 성큰의 공격을 분산시켰던 임요환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결국 홍진호는 앞마당의 미네랄 채취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테란은 더블커맨드의 성공으로 저그보다 두 배나 많은 미네랄을 채취하고 있는 상태. 이로써 임요환이 준비한 전략의 첫 단계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상태에서 만일 홍진호가 앞마당 미네랄을 견제하는 벙커를 몰아내는 데 힘을 기울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성큰 콜로니는 드론을 포함해 미네랄 175를 소비하는 비싼 방어탑이며, 그것을 1기 건설하는 것만으로도 저그는 상당한 미네랄의 부담을 느낄 뿐만 아니라 추가 드론도 생산해야 한다. 게다가 홍진호는 이미 성큰 1개를 잃은 상태였다. 여기서 다시 성큰을 건설해 미네랄을 소비한다면 저그의 테크트리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다. 임요환은 분명 그것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진호는 냉정을 유지하고, 그 상태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한다. 본진 미네랄과 2가스를 돌리며 무탈리스크 테크트리를 탄 것이다.

물론 임요환 역시 홍진호의 그런 선택을 예측하고 있었다. 홍진호의 초기 무탈리스크가 임요환의 진영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커맨드센터 주변마다 세 개씩 건설된 미사일 터릿이었다. 얼마 안 되는 무탈리스크는 하릴없이 두드려 맞으며 임요환의 진영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임요환은 실수 하나를 범한다. 그가 직접 밝혔듯, 실수로 인해 아머리 건설 타이밍이 10여 초 늦춰졌던 것이다. 섬맵에서 테란의 기본은 소수 탱크와 조합된 사업 골리앗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공중유닛 무탈리스크를 사용하는 저그. 그래서 아머리의 건설 타이밍이 빨라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임요환은 아머리의 건설이 늦어, 팩토리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골리앗의 생산이 상당히 늦춰졌다. 그리고 홍진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무탈리스크를 생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스다. 하지만 저그를 플레이해 보면 알 수 있듯, 무탈리스크가 일정 수 이상 모이기 전까지는 가스보다 오히려 미네랄이 부족하다. 테란의 병력을 막기 위해 저글링을 생산하고 또한 성큰콜로니를 다수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해의 꿈'은 반섬맵이었기 때문에 성큰콜로니와 저글링에 따로 미네랄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임요환의 벙커링에 말려 성큰 콜로니를 필요 이상으로 건설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홍진호는 본진 미네랄만으로도 무탈리스크를 충분히 뽑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저그의 2해처리에서는 빠른 속도로 무탈리스크가 모였다. 이렇게 한 부대 이상 모인 무탈리스크로 홍진호는 테란의 본진을 공습한다. 3 팩토리에서 골리앗이 3기씩 생산되어 미사일 터릿과 함께 방어에 나서면 무탈리스크가 활개치기 힘들게 되지만, 앞서 서술한 실수로 인해 골리앗 생산이 늦은 임요환에게 그 때는 가장 위험한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홍진호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골리앗이 생산되기 이전의 정확한 타이밍에 들이닥친 무탈리스크 부대에 미사일 터릿은 속절없이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사일 터릿과 함께 하지 못하는 소수 골리앗은 무탈리스크의 저녁식사가 될 뿐이었다. 홍진호의 무탈리스크는 팩토리 주변에서 골리앗이 생산될 때마다 놓치지 않고 냉큼 집어삼켰고, 그걸로 경기는 끝났다.



이 경기에서 홍진호의 승인은 벙커링에 흔들리지 않은 냉철한 판단력이었다. 물론 드론과 성큰을 잃는 등 피해를 입었으나, 곧바로 평정을 회복한 후 최선의 방책을 선택해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임요환은 미네랄을 아끼지 않고 미사일 터릿을 좀 더 많이 건설하거나, 혹은 벙커를 짓고 마린을 생산해 집어넣어야 했다. 그로 인해 미네랄을 다수 소비한다 하더라도, 저그가 오래도록 멀티 미네랄을 채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원의 우위는 결국 테란에 있기 때문이다. 테란이 저그와 같은 자원을 먹고 패배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임진록은 그 명성다운 경기를 보여 주며 끝났다. 일단 복수에 성공한 홍진호. 하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황제 임요환과 폭풍저그 홍진호가 다음에 만날 때는 또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글곰 이대섭.
sipdae.egloos.com

(이 경기분석은 베타테스트 중인 www.ggman.com에 함께 올라갑니다.)
(오랜만입니다. 기억하고 계신 분이 있으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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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8 17:0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글곰님 글을 보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영혼의 귀천
05/01/08 17:11
수정 아이콘
저 기억하고 있어요~
침착한 느낌의 후기 글이군요...
다른 경기들의 후기 글도 기대할게요!!
FreeComet
05/01/08 17:49
수정 아이콘
이번 임진록은 2001코크결승 4경기 라그라로크와 약간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라그나로크의 특성을 이용해서 초반에 홍진호선수의 성큰러쉬후 버로우저글링으로 함정. 하지만 임요환선수는 성급하게 성큰을 깨려하지 않고 탱크의 시즈모드까지 기다리며 차분하게 경기를 마무리지었었죠.
이번 임진록에서는 반대로 임요환선수가 기상천외한 벙커러쉬를 했지만, 홍진호선수는 당황하지 않게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경기전개는 말안해도 다들 아실테니 생략..

저도 이경기 분석글을 따로 쓰고 싶었으나, 필력이 너무 부족한 관계로.. -_-;; 그리고 이미 많은 분들이 멋진 글을 써주셨네요^^
아케미
05/01/08 20:15
수정 아이콘
글곰님 오랜만입니다! 역시 차분하고 정확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요즘 헥사트론의 분위기가 괜찮아서, 기분이 좋으실 것 같네요^^ 앞으로도 후기 기대합니다.
키쿄우™
05/01/08 21:17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하나 있습니다만..
사업마린이 벙커에 들어있는거보다 성큰콜로니가 사정거리
1 더길지 않나요?
왜냐하면 럴커 .사업드래곤보다 캐논이 1 더 기니;;
클레오빡돌아
05/01/08 22:50
수정 아이콘
키쿄우™님// 벙커에 들어가면 사거리 1이 늘어 난답니다 ^^;;
05/01/08 22:59
수정 아이콘
/키쿄우 님, 클레오빡돌아 님.
일반마린의 사정거리는 4. 사업을 하면 5. 벙커에 들어가면 6입니다.
성큰의 사정거리는 7. 확실히 성큰이 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진호 선수의 성큰이 벙커에 파괴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홍진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가 마린 사거리업까지 눌러 줬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으며
둘째, 그에 따라 두 개의 벙커 모두를 견재할 수 있는 위치에 성큰을 지으려 한 것이며
셋째, 성큰 사거리를 정확하게 7로 맞춰 짓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멀찍히 지었다가 성큰이 벙커를 때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미네랄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지요.
노맵핵노랜덤
05/01/09 07:57
수정 아이콘
적어도 이번경기만큼은 승패의 키는 임요환선수가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이번 경기만큼은 승리를 했어도 패배를 했어도 그 원인을 임요환선수쪽으로 포인트를 맞춰야 되는거 아닐까요? 임요환선수의 늦은 아머리..이것이 최대 패배 원인이라 봅니다. 홍진호가 잘해서 이겼지 등등 감상적인 리플 자제요..
피바다저그
05/01/09 16:21
수정 아이콘
휴~ 또 난감한 리플이군요..
여자예비역
05/01/09 19:36
수정 아이콘
어후.. 또 욱! 할뻔했네.. 주여.. 저는 낚시글이라는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눈의꽃
05/01/09 20:58
수정 아이콘
노맵핵님 짜증납니다..제발 자제 좀 하세요.
노맵핵노랜덤
05/01/10 00:47
수정 아이콘
지난 msl 서지훈 - 최연성 전에서는 서지훈선수가 최연성선수를 정확히 분석하여 퍼팩트한 경기를 일궈냈고 변은종 - 김근백전에서는 변은종선수의 초반 6저글링을 너무 쉽고 잃은....변은종 선수의 세밀한 컨트롤이 아쉬운 게임이었고, 지난 에버배 홍진호 - 임요환 전에서는 8배럭 테란이 계속 가로방향이 걸리는 홍진호 선수의 불운이 겹쳤고..전 이런식으로 봅니다. 승리 원인을 패자나 운 쪽에서 찾는거엔 당연히 승자는 이길만한 충분한 플레이를 했다는 전제하에 하는말입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은 거기에 자기 생각을 리플로 적으면 그만입니다.
피바다 저그, 여자예비역, 눈의꽃 님 제가 쓴 3줄의 리플에 온갖 상상력을 더하셔서 이상한 선입견으로 제 글을 본게 아닌지...저한테 사과하셔야 되는거 아닙니까?
눈의꽃
05/01/10 00:51
수정 아이콘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승자는 이길만한 충분한 플레이을 했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
'홍진호가 잘해서 이겼지 등등 감상적인 리플 자제요'란 말인가보죠?
05/01/10 01:23
수정 아이콘
생각없는 리플은 자제 하시죠? 노 맵핵 노랜덤님?
마지막 말 한마디가 분노의 원인입니다. 임요환 선수 팬이신가 보죠?
여자예비역
05/01/11 01:12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가 잘해서 이겼다는 감상적인 리플은 자제해 달라면서요?
승패의 요인을 분석하고 추측하는 것은 노맵핵님의 자유의 사이지만, 지나친 단정은 낚시글이라는 오해를 받게되죠.
사과를 받고 싶으시다면 납득을 할만한 글을 쓰시고 사과를 요구하세요..
DreamTheater
05/01/11 19:11
수정 아이콘
골리앗 10초일찍나왔어도 홍진호선수가 이겼을것입니다..
임선수의 계산이 완전히 빗나간거지요..터렛을 많이 박아놨어야됬어요..
골리앗 3기..터렛 세기로 뮤탈 한부대 반 막을수 있을거 같아요..?
뮤탈 컨트롤해서 골리앗 일점사하면 한번공격에 골리앗한대씩 터집니다..10초 일찍나오는 타이밍이었어도 그타이밍에 이미 뮤탈이 터렛위에 떠있을때 같은데.. 이건아닐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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