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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6 23:53
이거에 대해서 좀 궁금한게 있는데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기피되는 경향성? 이런건 만국공통일까요?
아니면 한국에만 있는걸까요? 아니면 원래는 없었는대 현대사회로 오면서 점점 생겨난걸까요? 아니면 원래 옛날 시절부터 있었던 경향성일까요?
20/07/26 23:59
그러게요. 궁금해지네요. 여자가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게 된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테고 그 시절에는 산부인과를 포함한 의사들 전부가 남자였을텐데
20/07/27 00:09
철없는 애들이나 그리 여기는 게 아니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여의사가 산부인과의 훌륭한 세일즈포인트이지요. 병원 간판에 강조하는 게 트렌드가 된지도 오래입니다.
20/07/27 00:19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03868
산부인과 의사들은 저런 이유 말고도 이미 많이 힘든 상황인데 참 안타깝네요.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러한 고충으로 줄어들고 제때 분만을 못해서 비극적인 일이 생겨도 자신의 선택이니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까요?
20/07/27 02:14
다 아는 분들이고...
산부인과, 특히 분만을 하는 산과쪽은 정말 분만병원을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1. 분만병원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24시간 유지되는 병동과, 분만실, 제왕절개를 할 수술실을 갖추고 24시간 대응이 가능해야 합니다. 따라서 당직 산부인과 의사, 언제든지 호출이 가능한 마취과 의사, 병동간호사, 분만 및 수술에 참여할 간호사가 1년 365일 항상 있어야 합니다. 이걸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초기비용 및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분만건수는 해마다 미친듯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만이 줄어들어도 고정비용은 그대로입니다. 2. 분만은 극도의 고위험 행위입니다. 대부분 지역병원에서 무사히 잘 낳아서 피 좀 많이 흘리고 아프지만 별 것 아닌 행위로 여기기 쉽지만 고위험 산모가 몰리는 대학병원에 가보면 산과는 단 하루도 사고가 터지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연분만 시 출혈량이 평균 400~500cc, 제왕절개시 800~1,000cc인데 소위 산후출혈의 대표격인 자궁무력증 (분만 후 자궁수축이 안 돼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이나 산도열상 (분만 중 산도가 찢어지는 것)이 발생하여 재빨리 지혈과 수혈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단 몇 시간안에 수천cc의 출혈이 쏟아지며 산모가 영구적인 장애를 입거나 뇌사상태, 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산후출혈이 어떠한 방법으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일단 발생하면 일개 분만병원에서 이를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혈관조영술이나 자궁절제가 가능하고 중환자실을 갖춘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하는데 심지어 수도권에서조차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대학병원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 분당서울대병원이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 최고일 텐데 (주변에 전국 분만 1위 및 5위 내에 드는 분만병원들이 있어서...) 여기서 산과 주치의 1달만 해보면 과장 좀 보태서 왠만한 다른 과 의사들이 평생 볼 출혈을 1달 내에 다 볼수 있을 정도입니다. 3. 분만 시에 임산부만 문제없이 잘 돌보면 되는 게 아닙니다. 뱃속에 있는 태아 및 태어난 아기에게도 아무 문제가 없어야죠. 그런데 뱃속에 있는 태아는 시한폭탄입니다. 어제까지 초음파상 멀쩡하던 태아가 갑자기 다음날 태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봤더니 이유없이 사망해 있기도 하고, 태동검사에서 갑자기 안 좋은 그래프가 그려져 재빨리 제왕절개로 분만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하고, 분만중에 갑자기 어깨가 산도에 걸려서 나오지 못하거나 탯줄이 목에 감기는 초응급상황이 되기도 하고, 쌍둥이인데 태반을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간에 수혈을 하면서 한명은 계속 커지고 한 명은 계속 성장이 되지 않기도 하고, 별의별 상황들이 산과의사를 괴롭힙니다. 4. 임산부는 분만 중에만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임신 중기에 갑자기 양수가 터져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몇달간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서 누워있기도 하고, 분만일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조기진통이 걸려 자궁수축 억제제를 맞으면서 몇 주에서 몇 달을 버텨야 하기도 하고, 임신성 고혈압 및 전자간증으로 혈압이 상승하고 몸이 퉁퉁붓는데, 태아는 자라지 않는 상태에서 매일매일 분만할 지 말지 결정의 기로에 서기도 하고, 간수치가 갑자기 미친듯이 상승해서 당장 분만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하고, 역시 별의별 상황들이 산과의사를 괴롭힙니다. 5. 결과가 좋지 않으면 산과의사는 고통을 받습니다. 이 모든 상황들에 산과의사는 대처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임산부와 아기 둘 중 하나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산과의사는 끝없는 고통을 받아야 합니다. 분명히 분만할 때까지 모든 검사 결과와 태동감시 장치에서 이상이 없었는데도, 태아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가게 되면 산모와 보호자는 분명히 산과의사가 뭔가를 잘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상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 이송 후 별 문제 없었다는 것이 밝혀져도) 앞에서 얘기한 불가항력적인 산후출혈로 임산부가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의사의 대처에 아무 과실이 없었어도 최소 몇 달간 의사가 시달리거나 병원이 문을 닫거나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위험할 것 같아 대학병원으로 전원보냈는데 이상 없으면 왜 멀쩡한 사람을 쓸데없이 전원보냈냐고 보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상황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처하였다 하더라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끝없는 민원과 보상, 소송에 시달리게 됩니다. 6. 정신나간 무과실 보상제 의사가 "무과실로 입증된 경우에도" 분만과 관련한 의료사고에는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1) 분만 과정에서 생긴 신생아의 뇌성마비 또는 분만 이후 분만과 관련된 이상 징후로 인한 신생아의 뇌성마비 (2) 분만 과정에서의 산모의 사망 또는 분만 이후 분만과 관련된 이상 징후로 인한 산모의 사망 의 경우에는 "무과실로 입증된 경우에도" 병원이 30%를 부담해야 합니다. 잘못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는데도 보상을 하라는 정신나간 위헌적인 발상의 제도가 버젓히 산부인과에서만은 통용되고 있습니다. (너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지만 그래도 피해자가 있으니 도의상 보상일부는 니가 해줘야지?) 7. 분만수가는 한국식, 보상액은 미국식 산부인과는 몇 년 전부터 거의 모든 수술이 포괄수가제라는 제도에 묶여 있습니다. 즉, 수술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입원시부터 퇴원까지 환자한테 받을 수 있는 비용이 정해져 있습니다. 환자가 산후출혈로 수혈을 얼마나 받았든, 합병증으로 2주간 입원하든 정해진 가격에서 1원 한 푼 더 받으면 안 됩니다. 당연히 수술비용은 정부에서 "아주 알맞게" 정해놨습니다. 사람의 제왕절개 비용은 당연히 동물병원 강아지 제왕절개 비용에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에 불만이 하도 많으니 몇 가지 경우로 세부적으로 구분해 놓긴 했는데 큰 변화는없습니다. 하지만 분만 중 의료사고가 빌생했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보상액 판결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도 심심치 않게 있고, 점점 형사처벌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 달 동한 열심히 분만해 봐야 의료사고 1건 터지면 물거품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산과는 모든 과를 통틀어 의료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은 과입니다. 그리고 노인들과 달리 젊은 산모와 아기의 사고이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감정적인 반응도 일반적인 경우의 수술 중 사고에 비해 훨씬 격앙돼 있어 문제해결이 어려워 집니다. 물론 당연히 일정비율로 환자를 제대로 보지 않고, 사후대처도 대충하다 사고 터지는 정신나간 산과 의사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당연히 엄청난 피해보상을 해 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즉 결론적으로 낮은 수가 + 저출산으로 인한 어두운 미래 + 최고의 의료사고 비율 (그것도 산모와 아기 양측에서) + 언제 분만이 터질 지 모르는 최악의 삷의 질을 자랑하는 압도적으로 답이 안 나오는 과입니다. 저는 지금 산과파트에서 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공의 이후로는 분만을 거의 해 본적이 없지만,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씁쓸합니다. 그리고 후배 중에 누가, 특히 남자가 산부인과에 지원하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 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 산부인과는 유일하게 (아마 그 외 유방센터 정도?)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우대받는 과입니다. 산모들 중에 남자의사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도 여자의사만 원하는 경우는 많으니까요. 덕분에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로 들어오는 여자의사 : 남자의사 비율이 10:1정도 되는데, 여성 산과 의사들은 강남 한복판이 아니면 대부분 당직도 없는 조건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직은 거의 대부분 남성 산과의사들이 서고 있는 실정인데, 한 10년 지나서 지금 당직서고 있는 나이많은 남성 산과의사들이 퇴직하게 되면 분만병원 유지도 점점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 자리를 여성 의사들이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 산과 의사들의 대부분은 당직을 서지 않는 것을 기대하고 왔기 때문에 당직 서라고 하면 그냥 1인 개원하면 그만이거든요. 아마 분만 수가 줄어서 폐업하는 병원도 있지만 당직 산과의사를 구하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갈 것으로 봅니다.
20/07/27 10:03
위에도 말해주셨듯이 현재 있는 산부인과 관련해서 특별한 건
무과실 사망 사고도 보상 30%하라는 거죠.. 저런 인식에서 바라기도 힘들죠..
20/07/27 09:44
아.. 아기 가지려고 준비 중인 신혼 부부인데 말씀하시는 것 보니 무섭네요 ㅜㅠ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많구나 싶어서..
아직 아기 갖기도 전이지만, 아내도 아기도 건강했으면..... 아니 임신이 잘 되기부터 빌고 ㅜ
20/07/27 10:00
이번에 글 쓰면서 찾아봤을때 속초에 분만 가능한 유일한 병원이
사업드래곤님이 말씀하신 코스 그대로 였습니다. 원래 있던 병원이 응급 산모 상급 병원으로 올려보냈는데 사망 그게 과실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의료 사고 인냥 뉴스에 보도 되었고 그로 인한 여파로 경영이 안되서 분만실 패업.(2월) 분만실 없으면 안되니까 공공의료원에서 분만실 준비는 하고 있는게 구한 산과 의사샘이 1분 뿐이라서 (6월) 8월 오픈까지 나머지 2분 모실수 있도록 노력 중이였죠. 어떻게 됬는지 모르겠네요..
20/07/27 06:18
대체적으로 수술은 남자의사 선생님들이 훨씬 잘하시더라구요..힘이 필요할때도 있고..병원 직원들도 지인들에겐 남자 선생님을 추천하구요.
20/07/27 10:15
여기저기서 들어보면 평균적으로 남자선생님이 더 잘해준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단순히 힘 만으로 구분되는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남쌤이 낫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직업의식 차이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건지 참 궁금합니다
20/07/27 10:30
남자는 주변 시선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하고 여자는 야 나도 해봤는데 뭘... 하는 마음에 약간 무신경해진다고 얘기하는 환자도 있더라고요
20/07/27 10:31
저도 들은이야기라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의사샘이 좀 더 거친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상처 안나니 훅훅 보신다고. 남자 샘들은 좀 더 조심스러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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