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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16:58
한신에 대한 평가가 인터넷상에서 반전된 게 제 기억에는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사실 지금의 평가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고 사마천의 평가를 재발굴한 것이 가깝다고 봅니다만.
20/06/08 17:04
한신이 처세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예전에는 나쁜 의미의 처세술이 부족한 동정받는 인물이었다면 요즘은 좋은 의미의 처세술이 부족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로 반전된 것 같아서요.
20/06/08 19:14
예전에는 순진무구했던 미숙한 처세의 비운의 명장 이미지였죠. 사기 해석서들도 읽어봤는데요.
사마천이 가장 공들여 쓴 것이 회음후열전. 사기중에서도 가장 명작. 한신을 까는 것 같으면서도 한왕조의 눈치를 본 티가 너무 난다는 것.. 해석서들을 읽어 보면 정작 사마천은 한신에게 큰 애정이 있고 매우 안타까움을 간직하여 그 필력으로 회음후열전을 썼다고 하는데.. 아마 나무위키에 쓰인 글이 한신 개쌍놈에 일조한게 아닌가 싶네요. 사실 역적 누명 쓰고 죽은 것 만으로 동정받아 마땅하긴 해요. 다만 그래도 생전에 너무 깝치고 개념없이 행동했다는 평가도..
20/06/08 19:44
나무위키의 글은 신불해님의 기여를 기반으로 합니다. 저도 신불해님의 한신과 한고조에 대한 새 해석에 많이 동의하긴 하지만, 전통적인 한신에 대한 견해를 개인이 바꾸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사실 다른 분들도 나무위키 글을 고치면서 신불해님이 처음 작업하신 버전보다 한신의 단점에 더더욱 주목하는 쪽으로 글이 좀 바뀌기도 한 것 같아요.
20/06/08 21:30
도서관 나눔때 특히 맘에 들어서 가져온 사마천 역사의 등불, 피로 쓴 사기라는 두꺼운 해석서가 제 집에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서를 결코 액면 그대로 읽어서는 안되며, 사마천은 한무제에게 노여움을 사서 궁형을 당한 뒤에 역사서를 썼기에 특히 한왕조와 관련된 서술은 깊은 해석과 진의를 파악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회음후열전을 예로 들어 사마천은 한신에게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고, 다른 사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암튼 뭐시기가 있답니다. 그리고 한신의 모반은 완전 무고하며, 순진무구한 대 명장에 안타까움과 비통.. 한왕조에 대한 조롱과 멸시가 숨겨져 있으니, 이래서 역사서를 해석하고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역사가들이 따로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이분만의 견해일 수도 있지만 옛날 역사가라고 사기랑 자치통감 안 읽은 게 아니라서.. 다만 수년전과 달리 상상 이상으로 유방이 대인배기질이 있는게 알려져서 반대급부로 한신이 더 까이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06/08 21:52
사마천 사기가 재발굴되면 될수록 오히려 한신에 대한 연민과 동정론이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시중에 사기 해설서 읽어봐도 다 공통적으로 유독 사마천은 회음후에게 묘한 애정과 관심이 깃들어있다고 하고, 한무제에게 궁형을 당한 이후로 한신에게 이입을 했다고 하며 그 결과 사기중 가장 명편이 회음후열전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단지 사마천이 쓴 문장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신이 디질만해서 디졌다 이렇게밖에 안 읽히죠. 그리고 장량자방을 띄워주는것도, 진위여부 불분명한 청해역사로 진시황 암살사건, 도석공으로부터 태공망병법을 전수받은 것 자체를 사마천이 띄워주는 것도, 실제로는 이 양반 개구라 뻥이 너무 심하네 크크 라고 사마천이 비웃는 늬앙스라는데..아무튼 참 역사가 어렵습니다
20/06/08 22:02
사마천이 쓴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니 한신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꼬드긴 괴철의 문제라는 얘기가 퍼지고 오랫동안 동정론이 뿌리내린거죠. 사기의 높은 신뢰성이 낳은 역효과라고 할 수도 있을것같기도 하고...
실눈 뜨고 행적 전반을 팔수록 이게 딴 생각이 없는 단순 눈치 문제로 치부할만한 수준을 넘어가니 동정론이 무너진거라고 봅니다. 전 솔직히 한신이 괴철이랑 무섭한테 의리 거론한거 그냥 가식으로 봅니다. 다른 데서라고 딱히 의리있게 살았던 사람도 아니라서;
20/06/08 22:23
한신은 분명히 생전에 잘못을 하고 개념도 실종된 모습이 종종 있었고 의리도 없었죠.
사마천도 한신에 대해서는, 정말 어리석은 면과 안타까운 얼빵함이 있고 그럼에도 공은 엄청 크나큰 데 한신이 잘못된 인품을 지녔다고 해서 계략으로 정직하지 못하게 모반 누명을 씌워서 죽이고 삼족을 멸한 것에 대해서는 여후가 너무 지나쳤다고 보는 것으로 해설을 합니다. 그래서 한신 사후에 유방이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낀 이유가 그것 때문일 겁니다. 유방 입장에서는 한신으로 환장하지만 그렇다고 죽일 타당성까지는 느끼지 않아서일 겁니다
20/06/08 22:42
정형전투 후 제나라의 강력함을 핑계로 군사활동을 뚝 멈추고 형양 바로 위쪽의 소수무에서 형양 전선이 다 무너지는 것까지 방치한 것, 유방이 제나라를 항복시키니 갑자기 또 태도를 바꿔서 공격을 가하고 북벌군을 반란 진압에 소모시켜 엄연히 말해 한신이 당초 주장한 대전략을 파탄낸 것. 그래놓고 유방에게 '날 왕으로 해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협박한 것. 고릉에서 유방을 속여서 항우한테 밀어넣은 것까지 전 솔직히 한신의 행적은 어중간한게 아니라 참 일관되어 보입니다. 항우가 유방을 죽여주길 바라는 의도가 매우 강하고 뚜렷하게 느껴진단 말이죠(... 유방쪽이라고 이걸 느끼지 못했을리도 없어서 장량이랑 진평은 한신의 원군을 거론하는 유방에게 반란 걱정이나 하라고 씹었고, 유방도 정도에서 한신을 포박하며 한신에게 네 입에서 억울하단 말이 나오냐고 일갈했다는 일화를 남겼습니다.
한신의 죽음이 불합리했던게 아니라 한신을 알수 없는 이유로 끼고돈 유방의 너그러움이 불합리할 정도였던 거죠. 오죽하면 유방 없는 틈을 노려서 여후랑 조정 중신들이 죄다 작당하고 한신을 죽였을까요.
20/06/08 17:02
성공하고 나서 행보 보면 남 다리 아래로 기어간것도 대단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쫄보였단 생각밖에 안 듭니다.
그렇게 긁느니 영포처럼 들이받던가요. 그랬으면 실패했어도 진짜 상남자라고 해줬을텐데요.
20/06/08 17:21
중국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지휘관이 자기 처세에 관해서는 참 허술한 사람이다에서 희대의 소인배가 어떻게 전쟁이란 전쟁은 다이겨버렸을까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변 인물과 관계에서 한목소리로 나쁜 말만 가득한데 군을 이끌때는 패배를 모르는 명장 그자체니..
20/06/08 18:16
군대를 전술적으로 운용하는 머리는 뛰어났지만 사회성이 부족했다고 봐야.... 그러니까 롤로 치면 도인비처럼 기똥차게 운영과 오더를 해서 이기긴 이겼는데 겜 끝날때 입 잘못 털어서 빈정상한 팀원들이 4인 리폿 해서 정지 먹은 그런 느낌이죠.
20/06/08 17:39
요즘들어서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한신이 유방과 동년배가 아닌지라... 젊고 전쟁영웅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데다가 성격까지 더러운 장수의 끝은 뻔했겠죠. 한신 스스로도 왕을 칭했던 자이고, 그게 또 그 시대에서는 어느정도 용인이 되던 시대이기도 하고요. 한신이 그리 나댄것도 이해가 가고 그걸 못참고 죽인 여후(유방?)도 이해가 가고 그러네요.
20/06/08 18:38
한신의 처세술이 극단적인 평가로 가는 이유는 비일관성에 있죠. 숙여야 할 때 빳빳하고 빳빳해야할 때 숙이는 말 그대로 최악의 수만 고르는 그의 사회성 크크
군재도 그렇지만 처세술도 범인의 경지가 아닙니다. 성격이 더럽거나 소심하거나 일관성만 있었어도 이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저평가 당할 수 밖에 없음
20/06/08 19:03
나이 들어서 유방이 참 위대하고 존경할 만 하고, 충성하기 부족함이 없는 군주 같더군요.
그리고 한신에게 꽤나 유달리 관대하고 너그로웠던 것도.. 유방이 오히려 한신이 살 수 있는 버팀목이었어요. 여후랑 신하들 모두 한신을 처죽이고 싶어서 얼마나 벼루었는데..
20/06/08 21:02
그냥 초한지도 그렇고 삼국지도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해석과 일부 이름이 알려진 저명한 이들의 창작 기준이 아니라 개개인의 해석과 분석들도 늘어나게 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애초에 접할 수 있는 사료의 퀄리티나 분량도 과거랑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구요.
20/06/08 21:05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고우영 삼국지랑 초한지는 시간이 흐를 수록 별로더라구요.
당시에는 몰랐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나이먹고 보니 이건 뭐 그냥 자캐딸 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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