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는 접어둔 댓글을 펼쳐 자신을 칭송하던 댓글을 확인했다. 그의 주름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스크롤을 내려 아래의 댓글들을 확인할 차례. 그러나 마우스 휠을 잡은 그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예전엔 어떤 공략들이 있었더라.

"강림이요? 루시루시로 그라요원 데려가시고 버티다가 보스피가 어느 지점이 되면 그라그라샛별하세요!"
"이 강림의 기본은 일단 루시로 버티면서 하데스로 그라를 날리고 샛별을 때립니다. 회복드롭 관리가 안 되시면 삐에로 드래곤을 하나 데려가셔도 충분히 깨실 수 있고요. 그라이후 샛별 한 방으로 날아가는 보스 피 위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구글에 리세마라 순위를 친다. 날짜가 2014년으로 찍힌 결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리세마라 순위 아래에 달린 댓글들이 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루시님 제인벤에도 조뮤ㅠㅠㅠㅜ"
"아놔 짭시퍼는 4개나 나왔는데 왜 루시퍼느님은 안나오는거야 짭시퍼로 스작할기세"
"겅호이새O들 짭시퍼 나오는 확률만 올려놓은거 아님?"
"님들 한번 굴려서 나온건데 이거 님들이 말하는 그 좋은거맞죠?" "헐씨O 한방에 루시퍼 뽑으신거임?"
"님들이 뭘 몰라서 그래여 무과금이 루시퍼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많은 강림을 클리어할 수 있는데요"

고개를 떨구고 큭큭거리고 웃는다.
기억한다. 금알을 깨고 기어나오며 눈길을 주면 환호하며 자지러졌던 수많은 얼굴들을 기억한다.
기억한다. 버튼을 눌러 스크린샷을 찍고 게시판에 앞다투어 자랑글을 올렸던 그 환희의 순간들을 기억한다.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
고개를 떨구고 들지 못한다.

창고지기 아스타로트가 결국 짜증을 냈다.
"갈 시간인데예."
"잠깐만..."
"만다꼬 자꼬 검색하고 난리인교? 고마 검색해쌓고 싸게 나오소."

한숨이 나온다.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했던 그 날이 오늘이다.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 온 +297을 이제 빨간 용년에게 줘야만 한다.

루시퍼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수없이 자기가 서 있던 자리에 소니아가 서 있다. 그리고 루시퍼는 한 번도 서 본적 없는 저 아래에 들어가 갈리고 297개의 쁠알을 소니아에게 건넬 것이다.

운 좋게 수집품 삼아 살아남았던 짭시퍼 하나가 뒤에서 여유만만한 웃음을 보낸다.
"어서와. 소재 위치는 처음이지?"

평소같으면 짭시퍼의 대갈통에 샛별을 날렸겠지만 그럴 기운도 남지 않았다. 이제 루시퍼에겐 이제 내일이 없으니까.

소재 위치 1번에 가서 눈을 감고 앉았다. 체념인지, 추억에 젖었는지 마지막으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때 창고지기 스사노오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속보! 속보입니다! 치천사 루시퍼의 스작이 가능해졌습니다!"

.....

모두 심드렁하게 스사노오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루시퍼로 옮겼다. 이들 중 누군가는 루시퍼가 아니라 그 안의 +297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것일 거다.

루시퍼는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야마모토 개X끼."

초 대성공을 띄우며 루시퍼가 사라졌다.



.....

요즘 라파엘 하늘위로 승천하고 루시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퍼알못 야마모토는 루시퍼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