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비가 한참 오다가 지금은 잠깐의 소강상태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원래라면 잠을 자고 있어야 하는 시간대인데, 이상하게도 잠이 오질 않네요. 아마도, 낮에 너무 많은 잠을 잤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이 상태로 이제 잠들게 되면 아마 내일 100% 늦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제 체력이라면 아마도 4시 쯤에 미친 듯이 졸리기 시작할 거고, 아마 잠들고 내일 늦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글은 제가 잠들지 않기 위해 하는 일종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크크크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픽션과 사실이 적절히 섞인 이야기를 할 거에요. 어쩌면 읽으시면서 '이거 100% 진실이네 크크크크'라고 하실 수도 있고, 혹은 '이걸 지어내네 크크크크'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저에게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동하니까요. 크크크
저는 그러니까, 나잇대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또 젊은 편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그 중간에 걸쳐있는 나잇대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딱 사회 초년생, 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나잇대의 중간 내지 끄트머리를 지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주변에는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혹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들이 거의 반반으로 갈려서 취직을 했거나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고 뭐 다른 일을 하기에는 제 주변에 특출난 친구는 많이 없어서요. 음, 말하자면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 스러운 친구들이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친구들의 성향도 조금씩은 달라지는 경향이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묘하게 '꼰대화'가 진행되는 건 아닌가 싶은 친구가 있고, 아직까지 '애인가?' 싶은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 대화하는 사람의 연령을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생깁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저를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사람인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는 가끔씩 하는 얘기인데, 10살 때도 15살 처럼 생각했고, 지금도 15살 처럼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주변 친구들보다는 철이 일찍 든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 상태에서 크게 나아졌냐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털 숭숭 난 아저씨가 되어가면서도 아직까지는 아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성격의 단점, 내지 특징은 회피에 있는 것 같아요. 문제가 될 상황, 어떤 상황에 대해서 대면하는 게 되게 불편하고, 어색하고, 힘듭니다. 제가 어떤 상황 내지 난관에 대해서 직선적으로 돌파하고 들이박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생각이 있더라도, 직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그 문제가 스스로 사라지길 기다리는 타입의 사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여튼, 이 회피 성향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반응이 꽤 재밌어요. 그러니까, 네 문제에 대해서 네가 해결을 해야한다고 충고해주는 친구들, 화내는 친구들, 걱정하는 친구들. 그러니까 제 성향에 대해서 제 3자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해결책이 있고, 그 상황에 대해서 성향이 섞인 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셈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담아두고, 그냥 보내버립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거 같아요. 선택을 하든, 행동을 하든, 어떤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피드백 자체가 두렵거든요. 후폭풍이 두렵다고 해야할까요. 생각해보면 제가 어떤 선택이나 생각을 놓고 고민하는 순간에 저는 내적으로 선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선호를 항상 저울에 올려놓고, 반대급부를 걱정하며, 선택을 회피해왔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던 거 같아요. 보통 제 선택은 현상유지였고, 그대로 저는 하던 일을 하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탑이라도 잘 큰 브루저를 무시하고 게임을 하면, 탑은 고속도로가 뚫려있고 정신 차려보면 상대 탑솔러가 우리의 뚝배기를 박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황이 왔고, 지난 3개월 가까운 시기 동안 월례행사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이놈의 불안은 어째 병원 닫고 나서 와요.
그리고 이에 대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제가 받은 이야기는 '어떻게 못 버텨보겠나?'였습니다. 그리고, 이해는 하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저는 이런 저런 일을 한다고 하면, 결국 비슷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부분을 배워야 할 것이고, 또, 제가 있는 곳이 딱히 나쁜 곳은 아니구요, 또 제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또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이기도 하구요. 뭐 이래저래 이유를 낼 수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많이 실망했고, 또 많이 서글펐습니다. 이해와 받아들이는 건 분명 다른 차원의 이야기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바둑의 룰만을 안다고 바둑을 둘 수 있는 건 아니듯이, 제가 그런 말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한다는 것과, 그걸 제가 소화시키는 건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 그래서 저는 배경을 이해하지만, 그 말을 차마 곱씹을 수 없었습니다. 씹어 삼키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말이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항상 문제의 후폭풍을 두려워하던 사람이다보니 이런 성격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저는 그에 따라오는 후폭풍에 대해서 굉장히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떤 권위 있는, 혹은 위로의 한 마디를 기다렸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제 선택을 남에게 미루고 있던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생각과 그 고민이, 그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잡 생각들이 오늘 밤 저의 잠을 막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공감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친구 중 한 명의 조언 마냥, 결국은 제가 선택해야하는 것을, 제가 온전히 감당해야하는 것을 남에게 미루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거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면, 문제를 회피할 수 있으니까요.
두서가 없었습니다. 창작은 이렇게나 힘든거네요. 이미 주무시고 계신 분들, 혹은 곧 잠드실 분들, 이제 깨신 분들. 모두 좋은 밤 되셨길 바라고, 혹여나 저와 같이 잠들지 못하시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곧, 얼마 되지 않아 좋은 밤을 맞이하시길 바라봅니다.